1 어린 색시의 고운 관례복, 녹의홍상綠衣紅裳
연두 저고리에 다홍 치마는 새색시의 관례복이다. 혼수 한복으로 많이 입는 녹의홍상에는 오행의 상생과 관련되어 오랫동안 장수하고 부귀 충만하라는 기원과 악귀를 쫓자는 벽사의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다. 지금 보기에도 과감한 색상 대비는 잔잔하던 집안에 젊은 색시 특유의 화사한 기운을 불어넣자는 뜻도 있으리라 짐작된다. 현재는 ‘젊은 여자의 고운 옷차림’이라는 뜻으로 그 의미가 넓게 쓰이고 있다. 도류불수桃榴佛手 문단으로 지어 가을과 봄에 입기 적당하며 소매는 흰색 거들지를, 깃과 고름과 곁마기에는 자주색 삼회장을 단 것이 특징이다. 의상은 최금숙 한복문화, 비녀는 운현공방 제품.
2 고급스러운 청홍靑紅의 조화가 돋보이는 당의
조선시대의 예복인 당의는 궁중에서는 평상복으로, 조선 후기에는 소례복으로 입었다. 일반 저고리보다 길어서 입으면 무릎 근처까지 닿고 도련은 둥근 곡선을 이룬다. 당의에 사용되는 색상은 연두, 자주, 남송, 홍색 등 다채로웠다. 왕실 사람들의 경우 어깨에서 소매 끝까지 앞길과 뒷길, 겉고름과 안고름 등에 의미가 깃든 금박을 박아 기품을 더했다. 현대에 와서는 가장 많이 입던 연두색 당의보다는 좀 더 진중하고 고급스러운 색상을 활용한다. 깊이 있는 색감의 홍색 당의에 감색 치마로 청홍의 조화를 잔잔하게 강조한 명주 소재의 의상은 은박을 넣어 은은한 광채를 뿜는다. 자주색 고름으로 포인트를 줬고 앤티크 삼작 노리개로 화려한 느낌을 가미했다. 의상은 최금숙 한복문화, 노리개와 비녀는 운현공방. 전통 함은 토왕 제품.
3 염색과 손길에 따라 달라지는 청靑의 모습
아녀자의 일상적인 한복에서 가장 많이 쓰인 색은 청색이었다. 청색 치마와 저고리를 한 벌씩 맞추고 옥색, 연두, 노랑, 분홍 등의 치마 또는 저고리와 조화시켜 입으며 변화를 줬다. 푸른 색감을 내는 쪽풀이 다른 염료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라 추정된다. 쪽물은 염색하는 횟수나 혼합하는 재료에 따라 다채로운 청색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 왼쪽 여성은 여러 번 물들여 깊은 맛을 자아내는 감색 저고리에 품위가 느껴지는 수복문자壽福文字의 은박을 새겼고, 은은한 분홍 치마를 매치했다. 오른쪽 여성은 노란 기운이 도는 연두 저고리와 옥사를 소재로 만든 청명한 남색 치마를 입어 차분한 느낌을 줬다. 고름과 깃에 자주색을 댄 것은 남편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의상은 최금숙 한복문화, 비녀는 운현공방 제품.
4 액땜하고 복 받는 오방색五方色 아이 옷
색동저고리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음양오행설에 따라 액땜을 하고 복을 받기 위해 다섯 가지 색을 이어 붙여 입혔다는 설이 강력하다. 바느질하고 남은 옷감을 버리지 않고 일일이 이은 알뜰함, 그 안에 피어난 우리 여성들의 독특한 미의식도 읽을 수 있다. 근래에는 남자 아이나 여자 아이나 돌 또는 명절 때 즐겨 입는다. 사진 속 아이는 전통 문양이 새겨진 양단과 모본단으로 만든 색동저고리를 입었는데, 화려한 꽃수가 놓인 고름과 돌 띠가 장식성을 더한다. 머리에는 검정 복건을 쓰고 발은 수놓은 타래버선으로 감쌌다. 엄마는 모본단 남색 치마에 깃과 고름을 자주색으로 처리한 붉은 삼회장저고리를 입었다. 의상은 전옥화 한복, 의자는 토왕 제품.
5 청렴한 선비의 정신이 담긴 흑백黑白 두루마기
검은색은 사신도의 현무에 해당되며 오행 중에는 물水, 계절로는 겨울, 방위로는 북쪽에 해당된다. 유럽 문화권에서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우리 민족은 흑색 안에서 숨겨진 지혜와 정직, 숨겨진 희망을 탐구하는 의미를 찾았다. 여기에 정결과 평화, 청렴과 순수의 뜻을 지닌 흰색을 보태면 그 뜻이 더욱 강해진다. 옛 사람들은 물론이고 해방 전후에도 하얀 동정을 단 먹색 두루마기 차림으로 다니는 남자들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흰 바지와 버선이 드러나 흑백의 조화가 눈에 띄는데, 지금 봐도 색감의 조화가 모던하다.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멋이 느껴지는 명주 소재 두루마기가 중절모와 안경 등의 소품과 더불어 지적인 느낌을 준다. 의상은 김숙진 우리옷, 서안과 벼루, 촛대 등은 모두 토왕 제품.
6 모던한 배자가 주는 차분하고 고아한 색상 조화
날씨가 쌀쌀해지면 치마저고리에 보태게 되는 배자. 마고자와 비슷하나 소매가 없고 흔히 양단으로 만든다. 겨울에는 토끼나 너구리 털을 넣지만 찬바람이 기분 좋을 정도의 가을날에는 도톰한 양단 소재만으로도 충분하다. 치마저고리에 배자를 더하면 색상이 크게 세 가지로 분할되므로, 어떤 빛깔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그 인상이 달라진다. 연화문이 새겨진 갑사 소재의 짙은 자주색 치마에 녹두색 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고급스러운 크림색 배자를 센스 있게 덧입었다. 목 부분에 자수를 놓고 치마와 같은 자주색 띠를 둘러 현대적인 느낌을 줬다. 의상은
7 현대적으로 변모한 색동의 장식적인 아름다움
우리 옷을 누가 밋밋하다고, 또는 조악하다고 말하는가. 담박한 디자인과 과감하다 싶은 원색 대비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만 이는 오해다.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고급스럽고 장식적인 느낌으로 변모할 수 있다. 우리 옷은 소매나 가슴께, 치마와 고름 등 각 부위의 색상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진다. 특히 색동 소매는 배색의 묘미를 한껏 발휘할 수 있는 부위. 요즘 색동은 오방색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간색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주색 고름을 단 녹색 저고리의 소매를 먹색, 연한 자주색, 톤 다운 된 노랑 등의 색동으로 처리해 차분하면서도 은근한 화려함을 더했다. 명절 때는 물론 소규모의 파티에서도 어울릴 만하며 젊은 이들도 멋스럽게 입을 수 있다. 의상은
자유롭게, 멋지게, 감각적으로 즐기는 색상 잔치
염색 기술의 발달, 현대인의 취향 변화, 서양 의복의 트렌드 등과 맞물려 21세기의 한복은 보다 다채로운 색상과 조우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선명한 빨강이나 초록 등 원색은 자제하고 톤 다운 된 간색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경향이 짙다. 또한 상의와 하의를 동색으로 두지 않고 각 부위의 색상을 달리 함으로써 컬러 베리에이션의 맛을 돋운다. (왼쪽부터) 첫 번째 모델이 입은 한복의 소재는 일명 ‘홍콩 양단’. 1930~40년대에 유행했던 소재를 리바이벌한 것으로 은은한 광택이 돋보인다. 주홍 치마에 연두 저고리의 조화가 소재 자체의 멋과 더불어 화사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두 번째 모델은 짙은 홍색과 회색이 모던한 조화를 이룬 옥사 한복을 입었다. 저고리는 색동을 현대식으로 탈바꿈시킨 가로 줄무늬로 최근의 획기적인 유행을 반영한다. 세 번째 모델은 금빛이 도는 갈색 갑사 바지에 소색 저고리를 입고, 홍콩 양단으로 만든 화사한 청록색 배자를 입었다. 여기에 보랏빛 허리띠를 둘러 악센트를 준 것이 특징. 네 번째 모델은 두루마기 형태의 보라색 액주음포를 입었다. 소재는 전통 꽃 문양이 새겨진 숙고사이며, 양 겨드랑이에 주름을 살짝 잡아 활동하기에 편리하게 디자인했다. 붉은 고름 또한 짧고 좁게 변형해 현대적인 실용미를 살렸다. 다섯 번째 모델은 겨자색 치마와 갈색이 도는 자주색 색동저고리로 차분하게 연출했다. 심플하면서도 대담한 소매 부분의 배색이 색동의 혁신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의상은 모두 전옥화 한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