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mel wire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는 에나멜 선
작품에 자연의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작가 장정숙 씨는 ‘자연, 스스로 그러하다’라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형태 표현이 손쉬운 에나멜 선을 장신구 소재로 선택했다. “에나멜 선은 동선의 표면에 합성수지를 균일하게 피복해 구워 붙인 것으로, 굵기와 컬러가 다양해 자유로운 형태 표현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특유의 광택이 있어 선명하고 인상적인 포인트를 연출하기에 안성맞춤. 이렇게 만든 장신구는 강렬한 원색과 가벼운 소재감으로 패션에 경쾌함을 주지만, 옷과 매치할 때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다. 따라서 긴 가죽 재킷 같은 소재의 옷과 매치해 무게감을 더하면 전체의 룩이 균형을 이루고 언밸런스한 점에서 오는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또한 길이가 긴 에나멜 선 목걸이가 시선을 끌기 때문에 보디라인이 길고 슬림하게 보인다.
포켓 부분을 스티치로 장식한 차콜 그레이 컬러 울 스커트와 캐시미어 소재의 골지 터틀넥 스웨터, 스티치 장식의 가죽 코트와 펀칭 디테일 앵클부츠는 모두 에르메스, 비비드 그린 앵클 삭스는 세컨드스킨 제품. 활짝 핀 꽃의 형태를 단순화한 목걸이는 장정숙 씨 작품.
* 모델이 손에 들고 있는 블루 목걸이는 줄기에 매달린 열매가 꿈을 안고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장정숙 씨의 작품으로 총 길이 53cm.
paper
따뜻하고 가벼운 종이
펠트 질감의 무늬에 은은한 한지 느낌을 주는 종이인 머메이드지를 이용해 자칫 가볍게 느낄 수 있는 종이를 강렬한 색감과 텍스처를 동시에 지닌 트렌디한 장신구로 재창조한 최화수 작가. “종이라는 소재는 자르거나 접어서 입체 형태로 만들기에 손쉬울 뿐만 아니라 금속과 달리 따뜻하고 가벼운 느낌을 내기에도 좋지요. 반면 작은 외부 자극에도 쉽게 구겨지고 찢어지는 등 크나큰 단점에 노출되어 있기때문에 완성 후 두 가지의 마감재를 최소한 10~20여 차례 도포해 외부 자극에 견디도록 제작했습니다.”
종이 장신구는 그 자체만으로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에 포근함을 주는 울 소재 코트에 매치하면 전체 룩이 통일성을 이룬다. 이때 강한 컬러의 부피감이 큰 장신구를 좀 더 세련된 포인트로 이용하고자 할 때는 장신구와 비슷한 패턴이 있는 옷과 함께 착용해 장신구 역시 하나의 패턴으로 기능하도록 한다.
원피스와 울 코트는 기비, 펀칭 디테일의 오픈토 슈즈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핫 핑크 삭스는 세컨드스킨 제품. 브로치는 리츠코 오구라 작가 작품으로 히든 스페이스에서 판매. 종이를 접어 만든 반지는 최화수 씨 작품.
* 모델이 앉아 있는 골판지로 만든 브로치는 모델이 착용한 것과 같은 것으로 110×95×125mm, 그 옆에 놓인 종이와 은의 대비가 돋보이는 반지 역시 모델이 착용한 최희수 씨의 작품으로 350×350×350mm.
(왼쪽) wood
고유의 결이 새로운 질감이 되는 나무
국제 공예전에서 잇달아 수상하며 두각을 드러낸 조성호 작가는 흙에서 자라나 흙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나무를 장신구의 주 소재로 택해 흔들림 없는 굳건함을 표현한다. “나무는 금속재와 비교해 가벼운 소재이므로 보다 큰 작품을 만들기가 가능하고, 나무가 갖는 고유한 무늬 덕에 새로운 질감을 표현할 수 있죠.” 작가가 의도한 대로 부피감이 다소 큰 나무 장신구는 보는 것만으로도 멋스럽다. 그렇지만 직접 착용하면 자칫 무겁게 느낄 수 있으므로 함께 매치하는 옷은 가벼운 소재로 택한다. 특히 면 소재는 나무가 가진 자연의 느낌과 잘 어울려 내추럴한 무드를 완성하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때 부피가 작은 금속 소재의 주얼리와 매치하면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소매 부분의 골드 버클 리본 장식으로 멋을 더한 면 튜닉은 살바토레 페라가모, 코튼 소재의 크롭트 배기팬츠는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화이트와 핑크 골드가 모던하게 어우러진 비 제로원 네크리스와 반지는 불가리 제품. 긴 나무 목걸이는 조성호 씨의 작품.
* 모델의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나무 브로치 중 물고기 모양은 12×11×3cm, 잠자리 모양은 15×15.4×4cm.
(오른쪽) acrylic
표현에 제약이 없는 아크릴릭
아크릴릭은 작가 신문영 씨가 영국 왕립미술학교를 거쳐 유럽 내에서 활동하며 겪은 이방인의 생활을 이국땅에서 생명을 꽃피우는 선인장 형태로 형상화하기에 적합한 재료였다. 다양한 형태를 제한 없이 표현하고자 한 의도에 맞게 아크릴릭은 여러 가지 컬러로 염색이 가능하고, 원하는 모양을 만들기에도 쉬웠다. “형태에 따라서 부러지거나 변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은과 같은 금속 재료를 같이 사용해서 보완합니다.” 작가의 설명처럼 컬러풀하고 자유로운 형태가 아크릴릭으로 만든 장신구의 특징. 이러한 컬러감 있는 볼드한 주얼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포인트가 된다. 하지만 과하지 않게 매치하기 위해서는 의상과 톤온톤으로 맞추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방법이다.
니트 터틀넥은 빈폴, 스티치 장식 울 코트와 팬츠는 르베이지, 오픈토 캔버스 펌프스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코튼 삭스는 세컨드스킨 제품. 수지 선으로 만든 목걸이는 영국 수입품으로 히든 스페이스에서 판매. 귀고리와 반지는 모두 신문영 씨 작품.
* 모델 옆 토기 안에 들어 있는 컬러풀한 선인장은 신문영 씨가 만든 반지, 목걸이, 귀고리다. 반지는 25×30×25mm, 목걸이는 30×60×20mm, 귀고리는 15×15×15mm.
(왼쪽) aluminium
디지털 프린트를 입힌 알루미늄
여주대 주얼리디자인과 민지희 교수는 도예를 전공했지만, 몇 해 전부터 금속 공예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도예를 했기 때문에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죠.” 무게감 있고 부피감이 큰 은으로 만든 목걸이와 알루미늄에 디지털 프린트로 컬러를 입힌 브로치는 전통적 기법만 고집하지 않고 금속을 자유롭게 이용한 결과물이다.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많이 쓰는 기법인데, 일러스트로 원하는 모양을 컴퓨터로 그린 후 필름에 코팅을 하고, 그걸 알루미늄판에 다시 코팅하는 거죠.” 순은과 달리 벽에 걸어두어도 좋을 정도로 단단한 형태감이 특징인 정은 소재의 목걸이는 함께 매치하는 옷 역시 그 자체가 구조적인 것을 택하면 통일감이 생긴다. 이때 볼드한 장신구와 비슷한 무게감을 주기 위해 가죽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 방법.
소매 안쪽부터 밑단까지 트인 싸개단추 장식 가죽 소재 튜닉과 페이크 포켓 장식의 스트레이트 팬츠는 구호, 나무 굽의 블랙 스웨이드 펌프스는 세인트라이, 악어가죽 패턴의 숄더&토트백은 모그 제품. 하늘을 향해 나는 여인을 형상화한 목걸이는 민지희 씨 작품.
* 모델 옆에 있는 알루미늄 브로치는 주로 인간 형태의 오브제를 만드는 민지희 씨의 작품으로 길이 약 10cm.
(오른쪽) bamboo
모던한 동양미를 전하는 대나무
1996년부터 대나무의 매력에 빠진 김재영 작가는 대나무는 가공이 쉽지 않고 가격도 꽤 비싼 편이라고 말한다. 게다가 재료의 특성상 반지나 목걸이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 하지만 그가 대나무를 고집하는 건 소재 특유의 모던하면서도 아름다운 동양적 오라 때문이다. 한 마리의 새가 살포시 내려앉은 대나무 브로치는 한 점의 동양화로 읽히는데, 금속으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대나무 브로치가 마냥 전통적인 느낌으로만 읽힌다면 젊은 세대의 공감을 자아내긴 어려웠을 테다. 간결하고 모던한 실루엣의 옷이나 고급스러운 울 소재 옷과 매치하면 작품의 고전미는 최대한 살리면서 현대적 느낌을 잃지 않는다. 이때 양말이나 머플러 등으로 소소하게 포인트를 주면 전체 무드를 방해하지 않고 경쾌한 감각을 더할 수 있다.
레더 견장을 패치워크한 울 소재 롱 풀오버, 빅 버클로 멋을 낸 울 소재 롱 베스트는 모두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레이스업 스웨이드 슈즈는 홉킨스, 앵클 삭스는 세컨드스킨 제품. 네모난 모양의 대나무 브로치는 김재영 씨 작품.
* 모델이 앉아 있는 것은 한 폭의 동양화로 불리는 김재영 씨의 작품 두 점을 붙여 만든 이미지다. 가로로 눕힌 브로치는 10×125mm, 세로로 세운 브로치는 15×165mm.
개성 있는 장신구, 어디에서 살까?
공예 작가의 장신구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은 흔하지 않다. 작가의 개인 공방이나 숍 또는 갤러리 내에 있는 아트 숍에서 전시와 판매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러므로 작가의 숍이 몰린 삼청동이나 인사동 길을 걸을 때 또는 갤러리에 전시를 관람하러 갔을 때에는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게 좋다.
(왼쪽부터) 에나멜 선과 비즈를 활용해 만든 목걸이와 브로치는 섬유 작가 윤순란 씨의 작품이며, 종이를 질기고 단단하게 처리해 섬유처럼 만든 브로치는 섬유 작가 김경숙 씨의 작품으로 모두 갤러리 예당에서 판매.
히든 스페이스 금속 공예 작가 김재영 교수가 개관한 곳으로, 대나무가 있는 사각 마당을 중심으로 갤러리와 카페를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나무로 장신구를 만든 조성호 작가의 작품을 전시, 판매했다. 김재영·장정숙·신문영·최화수 등 국내외 다양한 작가의 장신구를 전시, 판매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 17-15 문의 02-732-5060
갤러리 예당 격년으로 섬유, 나무, 옻칠, 금속, 흙 등 다양한 재료의 장신구를 주제로 한 전시를 열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 장신구 전시를 열었다. 이때 전시한 도예가 겸 금속 공예가 민지희 씨 등 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 판매한다. 주기적으로 기획 전시를 진행하며 장신구 외에 그릇과 소품도 함께 소장하고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18-25 문의 02-732-5364
에이치웍스 패션&액세서리 디자이너 김훈정 씨가 운영하는 카페 겸 그의 쇼룸이다. 그가 디자인한 옷과 지퍼, 섬유, 벨벳, 구슬, 깃털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장신구가 모여 있다. 어깨에 브로치를 달거나 등 뒤에 달라고 조언하는 등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링까지 제안하는 에이치웍스에서는 그가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수집한 독특한 장신구도 만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5-3 문의 02-723-6754
(왼쪽) 천을 접어 술처럼 보이는 볼드한 목걸이는 김훈정 씨의 작품으로 에이치웍스에서 판매.
아트 숍 무 주얼리 작가 진진숙 씨가 인도와 네팔 등지에서 수집한 독특한 펜던트를 기본으로 터키석, 자수정 등의 원석을 이용해 만든 장신구를 선보인다. 100% 핸드메이드 주얼리를 만들기 위해 불이 필요한 반지나 브로치는 만들지 않는다. 단 한 점만 만드는 것이 특징으로, 나만의 장신구를 원하는 이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장신구 숍. 주소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59 문의 02-738-3011
서울아트센터 공평 갤러리 갤러리 안에 있는 아트 숍은 많은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공평 갤러리는 도예, 금속, 목공예 작품을 다양하게 소장하고 있으며 아트 숍에서는 금속 공예가 김재영 작가를 비롯해 여러 공예 작가의 장신구를 만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공평동 5-1 공평빌딩 문의 02-3210-0071
아트 숍 오채 소마미술관 내에 있는 아트 숍 오채는 도자 공예, 금속 공예, 목공예 분야에서 활동 중인 국내 공예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브로치, 목걸이 등 공예가의 장신구와 더불어 그릇 및 가구 등 작가의 손맛이 느껴지는 공예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88-2 문의 02-414-5070
팀블룸 일본, 영국, 미국 등 해외 디자이너의 핸드메이드 제품이 모여 있는 멀티숍이다. 펠트나 니트 소재로 만든 따뜻한 느낌의 액세서리를 선보이며, 액세서리와 옷 외에도 리빙 소품 등 다양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6-6 문의 02-518-8260
가나아트에디션 가나아트 숍이 가나아트에디션으로 이름을 바꿨다. 디자인 가구와 도기 등 여러 작가의 공예품을 전 시한 공간으로, 금속 공예 작품 외 공예가 정세진 씨의 자개로 만든 브로치 등 다양한 소재의 장신구를 만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97 문의 02-3217-1094
디자인 조경미 기자 모델 송주 패션 스타일링 박명선 어시스턴트 김혜성, 김민정 헤어 김원숙 메이크업 조상준
- [패션 인터뷰] 장신구가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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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이 없어요.” 고인이 된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몇 해 전 열린 장신구 작가들의 단체전에서 한 말이다. 당대 유명 작가들의 작품 앞에서 판타스틱이 없다니! 당시 숙명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학장을 겸임하던 김재영 작가는 앙드레 김의 이 같은 표현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얼마 후 일본에 갔을 때 아주 엉성하게 만든 대나무에 멋들어진 깃털 하나를 올린 브로치를 발견하고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엉성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포인트가 있는 것이 바로 앙드레 김이 말하던 판타스틱이었음을 깨달았다. 옷은 소재와 디자인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지만, 장신구는 여전히 금속과 보석 소재를 택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제는 패션의 화룡정점인 장신구도 바뀌어야 할 때라는 것이 김재영 작가의 말이다. “새로운 재료를 사용한 의외성을 지닌 장신구가 더 잘 어울리는 시대가 된 거죠. 이미 외국에서는 파인 주얼리보다 값싸고 재미난 재료로 주얼리를 만드는 것이 트렌드입니다. 장신구가 펀 fun하고 이지 easy한 경지가 되어야만 착용하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습니다.” 목공예를 한 사람도 장신구를 만들 수 있고, 길에서 주운 하찮은 물건도 장신구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감각만 더하면 소재가 무엇이든 스타일 지수를 높여주는 장신구 본연의 기능을 200% 발휘할 수 있는 것. 몇 해 전 세계적인 공모전에서 종이를 구겨 만든 장신구가 상을 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 이제 우리는 재료에 대한 편견을 뛰어넘어 그것을 자유롭고 재미있게 착용하는 감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종이, 섬유, 나무 등이 멋진 작품으로 변신한 장신구를 감상하며 2011년 봄 컬렉션과의 감각적인 소재 매치에도 눈여겨보길 바란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