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이 다시 돌아왔네요. 어디 말(馬)뿐이겠습니까? 전국의 비만 클리닉이 여름휴가철 비수기를 보내고 10월쯤부터 일제히 성수기로 돌아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가을이 되면 사람의 몸무게도 자연스레 늘게 마련입니다. 추운 겨울에 대비해 체지방을 불려놓으려는 25만 년된 유전자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올가을에 체중이 가뿐합니다. 지난 4개월 동안 헬스클럽에 다니지도 않고, 밥을 굶지도 않으면서 살이 쏙 빠졌기 때문입니다. 하하, 부럽지요?
10년 넘게 의사 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다이어트 처방을 하며 운동을 권유해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제 자신의 몸무게는 대학생 때 65kg이던것이 1년에 1~2kg씩 꾸준히 상승해서 급기야 4개월 전 80kg을 돌파해버렸지 뭡니까. 뭐, 그 정도면 뚱뚱하지 않은데… 하실 수도 있지만 제 키가 170cm에 못 미치거든요. 제 키에는 63kg 정도가 정상인데, 80kg이 넘었으니 이건 거의 고도 비만. 똑바로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튀어나온 배에 가려 발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80kg 장벽이 무너지자 자존심도 자신감도 다 바닥이 나더군요. 사생결단, 이렇게 시작한 제 인생 최후의 다이어트. 지금 제 체중이 얼마인지 아세요? 어제 재보니 69.2kg입니다. 야호! 저인들 지난 10년 동안 왜 온갖 다이어트를 안 해봤겠습니까. 새로 나온 약이란 약은 다 먹어봤고, 독하게 식욕억제제를 먹으면서 며칠을 연거푸 굶어본 적도 있지요. 간호사들 퇴근하면 혼자서 몰래 저주파 비만 치료기를 배에 붙여놓고 졸아도 보고, 홈쇼핑에서 앉아만 있으면 몸을 흔들어 살을 빼준다는 기구도 사봤습니다. 각각의 방법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처음에는 약간 살이 빠지는 듯하지요. 그러나 ‘더 빠른 비법’이라는 것들은 너무 힘이 들어 중간에 지쳐 포기했고, ‘더 편한 묘책’류는 효과가 더뎌서 지루해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이래저래 돈만 쓰고 효과를 못보고 나서는 ‘올바른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 외에 다이어트에 왕도란 없다!’고확신에 찬 칼럼을 기고하곤 했지요.
서설이 길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어떻게 뺐느냐? 그것도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10kg이 넘게? 10년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꾀부리지 않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것만이 지금껏 한번도 해보지 않은 마지막 남은 방법이었으니까요.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한 좋은 생활 습관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1. 아침밥 먹기 2. 콜라 안마시기 3. 짜고 매운 음식 덜 먹기 4. 열심히 운동하기. 우선 떠오르는 것들부터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이 목록 중에서 고민고민하다가 ‘운동하기’는 삭제했습니다. 헬스클럽 회원권 끊어놓고 썩힌 적도 많고 선천적으로 운동을 싫어해서 마음먹더라도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나머지 세 가지는 노력하면 지킬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혼자 살고 잠이 많아서 아침밥을 제대로 차려 먹지는 못했지만 출근길에 편의점에서 저지방 우유와 바나나, 낱개 포장되어 나오는 두부를 사서 일 시작하기 전에 먹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울다가도 콜라만 주면 그쳤는데, 편의점에 가서 맹맹한 차를 사마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싱겁고 담백하게 먹는 것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참 어려운 일이더군요. 나가서 사 먹는 음식중 짜거나 맵지 않은 음식이 어디 있나요. 그래도 간장이나 고추장을 찍어 먹지않고 국물을 먹을 때도 소금을 넣지 않고 먹어버릇했습니다.
이렇게 한 달이 지난 후 결과가 어땠을까요? 와우! 알게 모르게 어느덧 몸무게가 4kg이나 빠져 있었습니다. 운동도 안 하고, 약도 먹지 않고, 오히려 아침까지 평소보다 더 챙겨 먹었는데 말이죠. 기대한 것보다 살이 너무 빨리 빠지니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니 생활 전반에 몇 가지 뚜렷한 조짐이 있긴 했습니다. 우선 아침을 먹으니까 오전 내내 배가 든든해서 자연스레 점심 식사량이 줄었습니다. 또 점심을 적게 먹으니까 배가 고파서 밤 늦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저녁 식사를 최대한 일찍 하게 되더군요. 매일 오전 10시쯤 변을 규칙적으로 보게 된 것도 큰 변화였습니다. 싱겁고 담백한 음식에 입맛이 길들여지고 나니 각각의 음식재료 맛이 하나하나 또렷해지고 풍부해져서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아침 식사를 거르고, 물 대신 콜라를 마시고, 짜고 맵게 먹는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느라 그동안 몸무게가 4kg이나 더 붙어 있었던 셈이지요.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나자 존재 이유가 사라진 4kg이 아무 고통과 강박 없이 순식간에 증발해버린 것입니다. ‘모든 라이프스타일에는 그에 따르는최적의 체중이 존재하고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 그에 맞춰 체중도 빠르게 재조정된다.’ 이것이 제가 세운 가설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4kg이 빠진 다음 한 달동안 다른 생활 습관을 더 바꾸지 않고 그대로 생활했더니 체중이 늘지도 줄지도 않고 그대로 유지되더군요. 그러다가 두 달 전부터 새벽에 일본어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새벽 3시쯤 잠들던 사이클을 학원에 가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밤에는 11시쯤 잤지요.
학원에 주차가 안 되어 운전하지 않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한 것도 큰 변화네요. 올빼미족이 아침형 인간으로, 자가용족이 뚜벅이족으로 단 두 가지만 바뀐 결과 체중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지금까지 두 달 동안 6kg이 더 빠졌습니다. 제가 지금 얼마나 젊고 멋지게 변했는지 여러분은 상
상도 못 하실걸요?
글을 쓴 김정우 씨는 서울대와 경희대에서 각각 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했다. 북촌 계동의 소담한 한옥 수락재에 ‘한국해피에이징연구소’를 열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을 연구하며 강연과 기고 활동을 한다. 동시에 청담동 라티아 안티에이징 클리닉 (clinic.ratia.co.kr)과 대한동서 노화방지의학회를 이끌고 있다.
10년 넘게 의사 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다이어트 처방을 하며 운동을 권유해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제 자신의 몸무게는 대학생 때 65kg이던것이 1년에 1~2kg씩 꾸준히 상승해서 급기야 4개월 전 80kg을 돌파해버렸지 뭡니까. 뭐, 그 정도면 뚱뚱하지 않은데… 하실 수도 있지만 제 키가 170cm에 못 미치거든요. 제 키에는 63kg 정도가 정상인데, 80kg이 넘었으니 이건 거의 고도 비만. 똑바로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튀어나온 배에 가려 발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80kg 장벽이 무너지자 자존심도 자신감도 다 바닥이 나더군요. 사생결단, 이렇게 시작한 제 인생 최후의 다이어트. 지금 제 체중이 얼마인지 아세요? 어제 재보니 69.2kg입니다. 야호! 저인들 지난 10년 동안 왜 온갖 다이어트를 안 해봤겠습니까. 새로 나온 약이란 약은 다 먹어봤고, 독하게 식욕억제제를 먹으면서 며칠을 연거푸 굶어본 적도 있지요. 간호사들 퇴근하면 혼자서 몰래 저주파 비만 치료기를 배에 붙여놓고 졸아도 보고, 홈쇼핑에서 앉아만 있으면 몸을 흔들어 살을 빼준다는 기구도 사봤습니다. 각각의 방법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처음에는 약간 살이 빠지는 듯하지요. 그러나 ‘더 빠른 비법’이라는 것들은 너무 힘이 들어 중간에 지쳐 포기했고, ‘더 편한 묘책’류는 효과가 더뎌서 지루해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이래저래 돈만 쓰고 효과를 못보고 나서는 ‘올바른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 외에 다이어트에 왕도란 없다!’고확신에 찬 칼럼을 기고하곤 했지요.
서설이 길었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어떻게 뺐느냐? 그것도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10kg이 넘게? 10년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꾀부리지 않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것만이 지금껏 한번도 해보지 않은 마지막 남은 방법이었으니까요.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한 좋은 생활 습관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1. 아침밥 먹기 2. 콜라 안마시기 3. 짜고 매운 음식 덜 먹기 4. 열심히 운동하기. 우선 떠오르는 것들부터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이 목록 중에서 고민고민하다가 ‘운동하기’는 삭제했습니다. 헬스클럽 회원권 끊어놓고 썩힌 적도 많고 선천적으로 운동을 싫어해서 마음먹더라도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나머지 세 가지는 노력하면 지킬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혼자 살고 잠이 많아서 아침밥을 제대로 차려 먹지는 못했지만 출근길에 편의점에서 저지방 우유와 바나나, 낱개 포장되어 나오는 두부를 사서 일 시작하기 전에 먹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울다가도 콜라만 주면 그쳤는데, 편의점에 가서 맹맹한 차를 사마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싱겁고 담백하게 먹는 것은 제 의지와 상관없이 참 어려운 일이더군요. 나가서 사 먹는 음식중 짜거나 맵지 않은 음식이 어디 있나요. 그래도 간장이나 고추장을 찍어 먹지않고 국물을 먹을 때도 소금을 넣지 않고 먹어버릇했습니다.
이렇게 한 달이 지난 후 결과가 어땠을까요? 와우! 알게 모르게 어느덧 몸무게가 4kg이나 빠져 있었습니다. 운동도 안 하고, 약도 먹지 않고, 오히려 아침까지 평소보다 더 챙겨 먹었는데 말이죠. 기대한 것보다 살이 너무 빨리 빠지니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니 생활 전반에 몇 가지 뚜렷한 조짐이 있긴 했습니다. 우선 아침을 먹으니까 오전 내내 배가 든든해서 자연스레 점심 식사량이 줄었습니다. 또 점심을 적게 먹으니까 배가 고파서 밤 늦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저녁 식사를 최대한 일찍 하게 되더군요. 매일 오전 10시쯤 변을 규칙적으로 보게 된 것도 큰 변화였습니다. 싱겁고 담백한 음식에 입맛이 길들여지고 나니 각각의 음식재료 맛이 하나하나 또렷해지고 풍부해져서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아침 식사를 거르고, 물 대신 콜라를 마시고, 짜고 맵게 먹는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느라 그동안 몸무게가 4kg이나 더 붙어 있었던 셈이지요.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나자 존재 이유가 사라진 4kg이 아무 고통과 강박 없이 순식간에 증발해버린 것입니다. ‘모든 라이프스타일에는 그에 따르는최적의 체중이 존재하고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 그에 맞춰 체중도 빠르게 재조정된다.’ 이것이 제가 세운 가설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4kg이 빠진 다음 한 달동안 다른 생활 습관을 더 바꾸지 않고 그대로 생활했더니 체중이 늘지도 줄지도 않고 그대로 유지되더군요. 그러다가 두 달 전부터 새벽에 일본어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새벽 3시쯤 잠들던 사이클을 학원에 가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밤에는 11시쯤 잤지요.
학원에 주차가 안 되어 운전하지 않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한 것도 큰 변화네요. 올빼미족이 아침형 인간으로, 자가용족이 뚜벅이족으로 단 두 가지만 바뀐 결과 체중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지금까지 두 달 동안 6kg이 더 빠졌습니다. 제가 지금 얼마나 젊고 멋지게 변했는지 여러분은 상
상도 못 하실걸요?
글을 쓴 김정우 씨는 서울대와 경희대에서 각각 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했다. 북촌 계동의 소담한 한옥 수락재에 ‘한국해피에이징연구소’를 열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을 연구하며 강연과 기고 활동을 한다. 동시에 청담동 라티아 안티에이징 클리닉 (clinic.ratia.co.kr)과 대한동서 노화방지의학회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