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궈진 대지가 서서히 식어가는 9월입니다. 휴가는 잘 다녀오셨습니까? 저는 은퇴 이민을 가 계신 부모님께 다녀왔습니다. 평생 교단에 서며 꼿꼿하고 강건하셨던 어머니가 칠순이 가까워지면서 부쩍 쇠약해진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몇 년 전부터 무릎 관절염으로 절뚝절뚝 걸으셨는데 이번에 뵈니 골반과 어깨, 허리 척추가 좌우 앞뒤로 구부정하게 휘기 시작하셨더군요. 이렇게 골격의 균형이 틀어지면 그것을 둘러싼 근육과 혈관, 신경에 문제가 끊임없이 생깁니다. 여기저기 쑤시고, 저리고, 손발이 차가운 증상은 물론이고, 온몸과 마음에 ‘삐걱거림’을 만들어냅니다. 그 어긋난 틈새로 우울과 불안이 스며들고 삶의 의미와 의욕마저 휘청거립니다. 정년 퇴임하신 지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러다가는 정말 지팡이 없이는 곧추서지도 못하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는 것은 아닌지, 살날이 얼마 안 남은 것은 아닌지 어머니도 부쩍 두렵고 슬프다고 하셨습니다. 명색 아들이 노화 방지 의학을 전공한 전문의인데, 여기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요. 제가 올여름 어머니께 당부하며 설명해드린 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발바닥을 한번 유심히 살펴보세요. 발 안쪽 가운데 부분이 움푹 파여 아치 모양을 이루면서 바닥에서 떨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아치를 일컬어 발바닥 밑에 활처럼 오목하게 들어갔다고 해서 족저궁 足底弓이라고 부릅니다. 이 족저궁은 영장류인 침팬지에게도 없고, 오로지 인간에게만 있습니다. 두 발을 땅에 디뎌보세요. 양발의 족저궁이 만나 발의 중심 부분이 비게 되지요? 발바닥 전체로 땅을 디디는 것이 아니고 발의 앞부분, 발꿈치, 바깥쪽 발의 좁은 면적만이 땅에 닿습니다. 여기에 인간 직립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 몸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발의 좁은 족저궁 부위가 민감하게 그 압력을 감지해 우리 몸을 바로 세우게 되는 것입니다. 침팬지처럼 족저궁이 없어 발바닥 전체듣는다가 땅에 닿는 경우에는 압력이 발바닥 전체에 퍼져 둔감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몸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아하, 족저궁이 있어서 인간이 땅을 딛고 하늘을 향해 바로 설 수 있게 된 것이구나! 그렇다면 족저궁이 망가지면? 네, 도미노처럼 골반이 비틀어지고 허리가 휘고 어깨가 한쪽으로 기웁니다. 우리를 곧추세우는 골격 전체가 서서히 망가집니다. 골격 안에 담겨 있는 신경과 혈관, 온갖 내장에 멍이 들게 됩니다.
하늘이 오직 인간에게만 허락한 이 신성한 족저궁은 정말 속상하게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무너져내립니다. 족저궁이 무뎌지면 단지 똑바로 서는 데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족저궁이 납작해져가는 속도는 우리 몸 전체가 늙는 속도와 거의 같습니다! 거꾸로 족저궁을 잘 지키면 몸 전체가 서서히 늙는 것일까요? 맞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족저궁을 오래도록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까요? 제 어머니께 이틀 동안 설명해 드린 내용 중 가장 중요한 핵심 두 가지만 쏙쏙 요약해드리겠습니다.
첫째, ‘잘 챙기면서’ 걷고 또 걸어라! 걷기만큼 족저궁을 단련할 수 있는 운동이 없습니다. 걷기를 게을리할수록 족저궁을 구성하는 뼈와 근육, 신경과 혈관이 약해지고 느슨해집니다. 그럼 ‘잘 챙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대지가 발바닥에 전해주는 느낌 하나하나에 마음을 두고 챙기는 것입니다. 발바닥을 느낀다는 것은 그 순간 뇌와 발바닥이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발이 뇌에서 가장 멀리 있지요? 그러다 보니 나이 들수록 뇌와 발 사이의 연결이 느슨해지기 쉽습니다. 발바닥의 느낌에 주의를 집중하면서 걸으면 뇌와 족저궁 사이에 신경망이 치밀하게 유지되고, 기민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냥 딴생각하면서 걸으면 종아리 근육 단련 효과로는 괜찮지만 족저궁을 지켜주는 효과는 많이 떨어지죠. 성큼성큼 멀리 걷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짧은 거리를 걷더라도 마음 챙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내딛는 것이 좋습니다. 발뒤꿈치 먼저 땅에 대고 이어서 발바닥, 마지막에 발가락이 땅에 떨어지는 느낌까지 순서대로 하나하나 챙기면서 집중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이때 신는 신발은 푹신한 쿠션이 있는 것보다 바닥이 딱딱할수록 좋습니다. 밑창이 둥글거나 두꺼운 것보다는 얇고 평평한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족저궁에 전달되는 땅바닥의 질감이 뇌까지 그대로 전달됩니다. 한발 더 나아가 맨발로 걸으면 보다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저녁때에는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 족저궁이 제대로 이완하고 쉬게 하라! 이때 효과적인 3종 세트가 있습니다. ‘족욕, 발바닥 마사지, 발가락 스트레칭.’ 따뜻한 물에 발을 담가 근육을 이완시켜 혈액순환을 좋게 한 후 오일을 발라 발바닥을 구석구석 부드럽게 문질러주세요. 그런 다음 발을 쭉 펴고 발가락을 이리저리 뻗기도 하고 움직여보세요. 특히 발가락을 모두 벌렸다가 오므리는 것을 반복해보세요. 처음에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뇌와 발바닥의 연결망이 느슨해져 있다는 의미지요. 하지만 자주 반복하다 보면 자유자재로 발가락을 쓸 수 있고, 누적된 발의 피로도 그때그때 풀 수 있게 됩니다.
다가오는 추석에 어머니의 발을 어루만져 드리면서 위 두 가지를 꼭 챙겨드리세요. 저도 잘 따라 하고 계신지 확인해야겠습니다. 어머니, 오래오래 꼿꼿하게 건강하게 사셔야 합니다.
글을 쓴 김정우 씨는 서울대와 경희대에서 각각 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했다. 북촌 계동의 소담한 한옥 수락재에 ‘한국해피에이징연구소’를 열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을 연구하며 강연과 기고 활동을 한다. 동시에 청담동 라티아 안티에이징 클리닉 (clinic.ratia.co.kr)과 대한동서노화방지의학회를 이끌고 있다.
발바닥을 한번 유심히 살펴보세요. 발 안쪽 가운데 부분이 움푹 파여 아치 모양을 이루면서 바닥에서 떨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아치를 일컬어 발바닥 밑에 활처럼 오목하게 들어갔다고 해서 족저궁 足底弓이라고 부릅니다. 이 족저궁은 영장류인 침팬지에게도 없고, 오로지 인간에게만 있습니다. 두 발을 땅에 디뎌보세요. 양발의 족저궁이 만나 발의 중심 부분이 비게 되지요? 발바닥 전체로 땅을 디디는 것이 아니고 발의 앞부분, 발꿈치, 바깥쪽 발의 좁은 면적만이 땅에 닿습니다. 여기에 인간 직립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 몸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발의 좁은 족저궁 부위가 민감하게 그 압력을 감지해 우리 몸을 바로 세우게 되는 것입니다. 침팬지처럼 족저궁이 없어 발바닥 전체듣는다가 땅에 닿는 경우에는 압력이 발바닥 전체에 퍼져 둔감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몸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아하, 족저궁이 있어서 인간이 땅을 딛고 하늘을 향해 바로 설 수 있게 된 것이구나! 그렇다면 족저궁이 망가지면? 네, 도미노처럼 골반이 비틀어지고 허리가 휘고 어깨가 한쪽으로 기웁니다. 우리를 곧추세우는 골격 전체가 서서히 망가집니다. 골격 안에 담겨 있는 신경과 혈관, 온갖 내장에 멍이 들게 됩니다.
하늘이 오직 인간에게만 허락한 이 신성한 족저궁은 정말 속상하게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무너져내립니다. 족저궁이 무뎌지면 단지 똑바로 서는 데에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족저궁이 납작해져가는 속도는 우리 몸 전체가 늙는 속도와 거의 같습니다! 거꾸로 족저궁을 잘 지키면 몸 전체가 서서히 늙는 것일까요? 맞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족저궁을 오래도록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까요? 제 어머니께 이틀 동안 설명해 드린 내용 중 가장 중요한 핵심 두 가지만 쏙쏙 요약해드리겠습니다.
첫째, ‘잘 챙기면서’ 걷고 또 걸어라! 걷기만큼 족저궁을 단련할 수 있는 운동이 없습니다. 걷기를 게을리할수록 족저궁을 구성하는 뼈와 근육, 신경과 혈관이 약해지고 느슨해집니다. 그럼 ‘잘 챙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대지가 발바닥에 전해주는 느낌 하나하나에 마음을 두고 챙기는 것입니다. 발바닥을 느낀다는 것은 그 순간 뇌와 발바닥이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발이 뇌에서 가장 멀리 있지요? 그러다 보니 나이 들수록 뇌와 발 사이의 연결이 느슨해지기 쉽습니다. 발바닥의 느낌에 주의를 집중하면서 걸으면 뇌와 족저궁 사이에 신경망이 치밀하게 유지되고, 기민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냥 딴생각하면서 걸으면 종아리 근육 단련 효과로는 괜찮지만 족저궁을 지켜주는 효과는 많이 떨어지죠. 성큼성큼 멀리 걷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짧은 거리를 걷더라도 마음 챙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내딛는 것이 좋습니다. 발뒤꿈치 먼저 땅에 대고 이어서 발바닥, 마지막에 발가락이 땅에 떨어지는 느낌까지 순서대로 하나하나 챙기면서 집중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이때 신는 신발은 푹신한 쿠션이 있는 것보다 바닥이 딱딱할수록 좋습니다. 밑창이 둥글거나 두꺼운 것보다는 얇고 평평한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족저궁에 전달되는 땅바닥의 질감이 뇌까지 그대로 전달됩니다. 한발 더 나아가 맨발로 걸으면 보다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둘째, 저녁때에는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 족저궁이 제대로 이완하고 쉬게 하라! 이때 효과적인 3종 세트가 있습니다. ‘족욕, 발바닥 마사지, 발가락 스트레칭.’ 따뜻한 물에 발을 담가 근육을 이완시켜 혈액순환을 좋게 한 후 오일을 발라 발바닥을 구석구석 부드럽게 문질러주세요. 그런 다음 발을 쭉 펴고 발가락을 이리저리 뻗기도 하고 움직여보세요. 특히 발가락을 모두 벌렸다가 오므리는 것을 반복해보세요. 처음에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뇌와 발바닥의 연결망이 느슨해져 있다는 의미지요. 하지만 자주 반복하다 보면 자유자재로 발가락을 쓸 수 있고, 누적된 발의 피로도 그때그때 풀 수 있게 됩니다.
다가오는 추석에 어머니의 발을 어루만져 드리면서 위 두 가지를 꼭 챙겨드리세요. 저도 잘 따라 하고 계신지 확인해야겠습니다. 어머니, 오래오래 꼿꼿하게 건강하게 사셔야 합니다.
글을 쓴 김정우 씨는 서울대와 경희대에서 각각 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했다. 북촌 계동의 소담한 한옥 수락재에 ‘한국해피에이징연구소’를 열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을 연구하며 강연과 기고 활동을 한다. 동시에 청담동 라티아 안티에이징 클리닉 (clinic.ratia.co.kr)과 대한동서노화방지의학회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