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6월에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해가 하늘 꼭대기에 뜨는 하지 夏至가 돌아옵니다. 올해는 6월 21일입니다. 이때를 정점으로 낮 길이가 다시 점점 짧아지기 때문에 동양의 천문학에서는 하지를 지나면서 천지에 양 陽의 기운이 약해지고 음 陰의 기운이 강해진다고 설명합니다. 즉 하지 때를 전후해 천지 음양이 크게 교차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변환기에는 우주 만물의 기운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혼란을 틈타 하늘과 땅에서 벌어지는 소동이 딱 이맘때마다 찾아오는 ‘장마’입니다. 따뜻한 양의 기운을 지닌 남쪽 태평양기단과 음의 기운인 차가운 북쪽 대륙성기단이 교차하면서 음양이 부딪쳐 으르렁거리는 전선을 형성하고 온 천지에 천둥 번개 장대비를 쏟아붇는 것이지요.
이맘때의 혼란이 천지 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우주를 빼다 박은 우리 몸속도 마찬가지의 카오스로 뒤숭숭해집니다. 천지에 장마가 드는 것처럼 하늘과 땅의 기운이 뒤집어지는 하지를 전후로 사람의 몸과 마음속에도 축축하고 나쁜 기운이 스며들기 쉽습니다. 이것을 한의학에서는 습사 濕邪라고 하지요. 옛 의학 서적들에 보면 습사가 침입하면 머리가 무겁고 코가 막히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다고 했습니다. 또 발이 붓고 사지 관절이 쑤시고 아프다지요. 소변이 찔끔거리고 탁하게 나오거나 묽은 변을 보기도 하고요. 춥다 덥다 했다가 진땀이 나고 온몸이 노곤하고 기운이 없다고도 합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장마철에 이런 기억 한두 번쯤은 있지요?
그럼 어떻게 하면 장마철의 이 나쁜 습기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아이디어를 공유했으면 합니다. 첫째, <동의보감>에서는 습사를 물리치는 방법으로 ‘약간 땀을 내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하라’고 처방합니다. 몸에 수분의 소통이 잘돼야 습한 기운이 정체돼 독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강제로 많은 양의 땀을 내는 것은 오히려 해롭다 합니다. 사우나 같은 것은 주의해야겠네요. 율무가 습한 기운을 이기는 데 으뜸이라 하니 율무죽이나 율무차를 자주 먹어야겠습니다. 날것이나 차가운 음식, 밀가루 음식, 독한 술은 몸속에서 습한 기운을 만들어내므로 조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짠 음식과 기름진 음식도 수분이 정체되는 걸 심하게 만드니 장마철에 특히 해롭지요.
둘째, 온도계와 습도계를 장만해서 현관 근처에 걸어둡시다. 천지의 기운은 습하고 들쭉날쭉할지라도 집 안의 온도와 습도는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평정을 유지해보는 겁니다. 습하다 건조하다 느낌으로만 어림짐작하면 그만큼 대책도 엉성해지죠. 온도와 습도가 변하면서 내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십시오. 온도는 20 ~ 22℃, 습도는 55 ~ 65%이면 사람 몸에 딱 좋다고들 하지요. 셋째, 온도와 습도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일러와 에어컨을 적절히 번갈아 사용해보세요. 습한 기운은 음양의 균형이 깨져 충돌하면서 발생합니다. 후덥지근하다고 에어컨만 틀어놓는 것은 어느 한쪽 편만 드는 셈이어서 불균형을 깊게 만듭니다. 온습도계를 잘 보면서 보일러도 수시로 틀어주면 음양을 번갈아 다독여 건강하게 조율할 수 있지요. <동의보감> 처방대로 가볍게 땀을 내기 위해서라도 보일러를 활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넷째, 습한 기운을 몸 가까이 오래 지니지 마세요. 젖은 옷은 최대한 빨리 갈아입고 뜨거운 물에 삶아 신속하게 말려서 눅눅한 기운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합니다. 일터에도 잘 말린 옷을 여벌로 가져다 놓고 아이에게 새 양말 한 켤레를 가방에 따로 챙겨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일터나 학교에서 젖은 신발을 갈아 신을 수 있도록 깨끗한 실내화를 준비해놓는 것도 필요하지요. 장마가 지속되다 보면 축축한 느낌에 익숙해지기 쉽지만, 이런 때일수록 피부가 보송보송한 촉감을 기억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세요.
다섯째, 장마 중간 중간 드는 햇볕을 금쪽같이 활용합시다. 잠시라도 볕이 들면 창문을 열고 집 안 가득 햇살을 뿌려주고 이불이나 빨아둔 옷가지도 일제히 일광욕을 시켜주세요. 없는 일이라도 만들어 밖으로 나가 온몸에 태양열 에너지를 듬뿍 충전해둘 일입니다. 음침한 습사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햇볕이니까요. 마지막으로 햇볕의 기운을 닮은 산뜻한 색감으로 집 안을 꾸며보세요. 차가운 형광등보다 따뜻한 전구 색으로 바꿔보고 화사한 화병에 화려한 꽃을 꽂아 포인트를 주는 겁니다. 이부자리도 싱그러운 느낌의 연두색으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머리맡에는 햇볕이 쏟아지는 날 사랑하는 이와 찍은 사진을 세워두고요. 장마철에 많다는 우울증쯤이야 기어들 구석이 없겠지요? 옛 선조들은 6월 초 망종 芒種이 되면 겨우내 자란 보리를 수확하고 난 자리에 벼를 심기 시작했지요. 6월 하순 하지가 될 때무렵 모내기를 마칩니다. 그사이 논밭에 물이 가득 차야 모내기를 제때 끝내고 한 해 풍년을 기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장마는 임금까지 나서서 기도를 올리고 학수고대하던 우주의 젖줄이었던 셈이지요. 생명의 단비가 대지를 적시는 6월, 흐린 날이라도 마음속에는 반가운 햇살 가득 품어보시기 바랍니다. 
글을 쓴 김정우 소장은 서울대와 경희대에서 각각 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했다. 북촌 계동의 소담한 한옥 수락재에 ‘한국해피에이징연구소’를 열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을 연구하며 강연과 기고 활동을 한다. 동시에 청담동 라티아 안티에이징 클리닉 (clinic.ratia.co.kr)과 대한동서노화방지의학회를 이끌고 있다.
이맘때의 혼란이 천지 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우주를 빼다 박은 우리 몸속도 마찬가지의 카오스로 뒤숭숭해집니다. 천지에 장마가 드는 것처럼 하늘과 땅의 기운이 뒤집어지는 하지를 전후로 사람의 몸과 마음속에도 축축하고 나쁜 기운이 스며들기 쉽습니다. 이것을 한의학에서는 습사 濕邪라고 하지요. 옛 의학 서적들에 보면 습사가 침입하면 머리가 무겁고 코가 막히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다고 했습니다. 또 발이 붓고 사지 관절이 쑤시고 아프다지요. 소변이 찔끔거리고 탁하게 나오거나 묽은 변을 보기도 하고요. 춥다 덥다 했다가 진땀이 나고 온몸이 노곤하고 기운이 없다고도 합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장마철에 이런 기억 한두 번쯤은 있지요?
그럼 어떻게 하면 장마철의 이 나쁜 습기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아이디어를 공유했으면 합니다. 첫째, <동의보감>에서는 습사를 물리치는 방법으로 ‘약간 땀을 내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하라’고 처방합니다. 몸에 수분의 소통이 잘돼야 습한 기운이 정체돼 독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강제로 많은 양의 땀을 내는 것은 오히려 해롭다 합니다. 사우나 같은 것은 주의해야겠네요. 율무가 습한 기운을 이기는 데 으뜸이라 하니 율무죽이나 율무차를 자주 먹어야겠습니다. 날것이나 차가운 음식, 밀가루 음식, 독한 술은 몸속에서 습한 기운을 만들어내므로 조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짠 음식과 기름진 음식도 수분이 정체되는 걸 심하게 만드니 장마철에 특히 해롭지요.
둘째, 온도계와 습도계를 장만해서 현관 근처에 걸어둡시다. 천지의 기운은 습하고 들쭉날쭉할지라도 집 안의 온도와 습도는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게 평정을 유지해보는 겁니다. 습하다 건조하다 느낌으로만 어림짐작하면 그만큼 대책도 엉성해지죠. 온도와 습도가 변하면서 내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십시오. 온도는 20 ~ 22℃, 습도는 55 ~ 65%이면 사람 몸에 딱 좋다고들 하지요. 셋째, 온도와 습도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일러와 에어컨을 적절히 번갈아 사용해보세요. 습한 기운은 음양의 균형이 깨져 충돌하면서 발생합니다. 후덥지근하다고 에어컨만 틀어놓는 것은 어느 한쪽 편만 드는 셈이어서 불균형을 깊게 만듭니다. 온습도계를 잘 보면서 보일러도 수시로 틀어주면 음양을 번갈아 다독여 건강하게 조율할 수 있지요. <동의보감> 처방대로 가볍게 땀을 내기 위해서라도 보일러를 활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넷째, 습한 기운을 몸 가까이 오래 지니지 마세요. 젖은 옷은 최대한 빨리 갈아입고 뜨거운 물에 삶아 신속하게 말려서 눅눅한 기운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합니다. 일터에도 잘 말린 옷을 여벌로 가져다 놓고 아이에게 새 양말 한 켤레를 가방에 따로 챙겨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일터나 학교에서 젖은 신발을 갈아 신을 수 있도록 깨끗한 실내화를 준비해놓는 것도 필요하지요. 장마가 지속되다 보면 축축한 느낌에 익숙해지기 쉽지만, 이런 때일수록 피부가 보송보송한 촉감을 기억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세요.
다섯째, 장마 중간 중간 드는 햇볕을 금쪽같이 활용합시다. 잠시라도 볕이 들면 창문을 열고 집 안 가득 햇살을 뿌려주고 이불이나 빨아둔 옷가지도 일제히 일광욕을 시켜주세요. 없는 일이라도 만들어 밖으로 나가 온몸에 태양열 에너지를 듬뿍 충전해둘 일입니다. 음침한 습사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햇볕이니까요. 마지막으로 햇볕의 기운을 닮은 산뜻한 색감으로 집 안을 꾸며보세요. 차가운 형광등보다 따뜻한 전구 색으로 바꿔보고 화사한 화병에 화려한 꽃을 꽂아 포인트를 주는 겁니다. 이부자리도 싱그러운 느낌의 연두색으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머리맡에는 햇볕이 쏟아지는 날 사랑하는 이와 찍은 사진을 세워두고요. 장마철에 많다는 우울증쯤이야 기어들 구석이 없겠지요? 옛 선조들은 6월 초 망종 芒種이 되면 겨우내 자란 보리를 수확하고 난 자리에 벼를 심기 시작했지요. 6월 하순 하지가 될 때무렵 모내기를 마칩니다. 그사이 논밭에 물이 가득 차야 모내기를 제때 끝내고 한 해 풍년을 기약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장마는 임금까지 나서서 기도를 올리고 학수고대하던 우주의 젖줄이었던 셈이지요. 생명의 단비가 대지를 적시는 6월, 흐린 날이라도 마음속에는 반가운 햇살 가득 품어보시기 바랍니다. 
글을 쓴 김정우 소장은 서울대와 경희대에서 각각 의학과 한의학을 전공했다. 북촌 계동의 소담한 한옥 수락재에 ‘한국해피에이징연구소’를 열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을 연구하며 강연과 기고 활동을 한다. 동시에 청담동 라티아 안티에이징 클리닉 (clinic.ratia.co.kr)과 대한동서노화방지의학회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