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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Inside 문학 밥심
좋은 문학작품에는 사람 냄새가 난다. 사람 냄새는 곧 밥 냄새다. <문학이 차린 밥상>을 쓴 정혜경 교수는 “소설 속에는 인생이, 철학이, 인간이 들어 있으며, 음식 책에서도 알려주지 못한 우리 전통 음식과 식문화가 세세하게 드러나 있다”고 말한다. 빛나는 문학작품 속 음식을 들여다보며 우리네 삶을 반추해본다.

이상 작품 속 근대 서울의 솔 푸드
음식이 언급된 글을 읽으면 한 개인의 독특한 취향뿐 아니라 시대의 분위기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근대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의 작품만 봐도 그러하다. 당시의 서울, 경성의 통인동에서 ‘제비’라는 다방을 운영할 정도로 커피를 즐기고 서구 문물에 호의적이던 모던 보이 이상도 고독한 날엔 삶을 떠받치는 솔 푸드를 연상했던 것. 소설가 안회남에게 보낸 편지글 ‘H형에게’에서도 이상은 “오늘은 음력으로 제야입니다. 빈대떡, 수정과, 약주, 너비아니, 이 모든 기갈의 향수가 저를 못살게 굽니다. 생리적입니다. 이길 수가 없습니다”라고 쓴 바 있다. 시대를 불문하고 음식은 곧 추억이자 문화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녹두빈대떡
재료(4인분) 대두 ½컵, 녹두 1컵, 간 돼지고기 80g(소금 3꼬집, 참기름·후춧가루 약간씩), 삼겹살 200g, 데친 숙주 100g, 익은 배추김치 6장, 쪽파 6뿌리, 홍고추 1개, 소금 1작은술

만들기
1 대두는 물 1½컵에 담가 하룻밤 동안 불린다. 녹두도 물 4컵을 붓고 하룻밤 동안 불린다. 불린 물에 녹두를 바락바락 문질러 껍질을 말끔히 제거한 뒤, 녹두는 건져내고 물은 따로 받아둔다.
2 믹서에 ①의 대두와 녹두, 녹두 불린 물 ½컵을 넣고 알갱이가 약간 씹힐 정도로 간 다음 소금으로 간한다.
3 간 돼지고기는 밑간하고, 삼겹살은 2cm 폭으로 잘라서 달군 팬에 볶아 고기는 건져내고 돼지기름은 따로 받아둔다.
4 데친 숙주는 물기를 꼭 짜서 1cm 길이로 송송 썬다. 쪽파는 5cm 길이로 썰고, 홍고추는 송송 얇게 썰어 씨를 털어낸다.
5 ②의 반죽에 ③의 밑간한 돼지고기와 ④의 숙주를 넣고 섞는다. 달군 팬에 돼지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올려 동그랗게 편 후 구운 삼겹살, 김치, 쪽파, 홍고추를 골고루 얹어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낸다.


최명희 <혼불> 속 전통 음식
한국인의 혼魂을 다룬 <혼불>은 우리 풍속의 보고나 다름없다. 일제강점기 전북 남원의 매안 이씨 문중 이야기로, 호남 지방의 세시 풍속·관혼상제·노래·음식 등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소설에는 특별한 날 장만해 먹는 음식이 많이 나오지만, 일상식도 적잖다. 특히 웃어른을 섬기는 과정에서는 죽이 자주 등장한다. 당시 양갓집에서는 자릿조반이라 하여 흰죽을 맛깔스럽게 쑤어 올리기도 했는데, 소설가는 매끈한 옹배기에 연한 쌀을 담아 부드럽고 오돌오돌 살아 있게 씻어서 제대로 쑨 죽에 간장 한 점 숟가락 끝에 찍어 떨구고 한 술 뜨면 그 담백하고도 은근한 맛에 순결한 기름기가 돈다고 표현한다. 별 특징 없는 흰죽에도 고결한 힘을 불어넣는 것이 이야기의 힘이다.


흰죽
재료(4인분) 쌀 ½컵, 물 5컵, 간장 약간

만들기
1 쌀은 깨끗이 씻어 충분히 불린다.
2 솥에 ①의 불린 쌀과 물을 붓고(쌀을 불린 뒤 남은 물도 포함) 중간 불에 올려 끓인다.
3 ②의 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약불로 줄이고 밥알이 퍼질 때까지 숟가락으로 저으면서 끓인다. 완성된 죽에 간장을 곁들인다.


전라도의 잔칫날 음식
한 사람이 나고 자라고 죽는 동안에 차려지는 각각의 통과의례 음식이 고스란히 등장하는 <혼불> 속에는 저마다의 특별한 상징성과 우주관, 염원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혼인 잔칫상에는 화합과 번창을 기원하는 음식이 올라간다. 잘게 찢어 볶은 도라지, 석쇠에 구운 쇠고기를 꼬챙이에 꿴 뒤 잣가루로 마무리한 화양적, 전주의 상징 식재료로 희고 노란빛을 띠는 청포묵을 무쳐낸 것이 그러하다.


탕평채
재료(4인분) 쇠고기 우둔살 80g , 애호박 5cm, 청포묵 100g, 풋고추 1개, 홍고추 1개, 달걀 2개
양념 a_ 조선간장 ½큰술, 배즙 1큰술, 설탕 1작은술, 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양념 b_ 참기름 1작은술, 소금 약간 양념 c_ 참기름 2작은술, 소금 1꼬집

만들기
1 쇠고기와 애호박은 두께 3mm, 길이 4cm로 가늘게 썬다. 고추는 곱게 채 썰어 씨를 털어낸다.
2 쇠고기는 양념 a에 재웠다가 볶아내고, 애호박은 양념 b에 재웠다가 간이 스며들면 고추와 함께 볶는다.
3 청포묵은 채 썰어 끓는 물에 데친 뒤 양념 c를 넣고 고루 버무린다.
4 달걀을 풀어 황백 지단을 부친 뒤 각각 쇠고기 크기로 썬다.
5 볼에 ②의 쇠고기와 애호박, ③의 청포묵, ④의 황백 지단을 넣고 가볍게 버무려 그릇에 담아낸다.

화양적
재료(4인분) 쇠고기 우둔살 200g, 오이 1개, 도라지 2뿌리, 달걀 2개, 소금·식용유·잣가루 적당량
양념 a_ 조선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배즙 2큰술, 참기름 2작은술
양념 b_ 소금 1작은술, 생강즙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만들기
1 쇠고기는 가로 2cm, 세로 5cm, 두께 7mm로 썰어 양면을 두드린 다음 양념 a에 재운다.
2 오이는 고기보다 약간 작은 크기로 썰어 소금에 절인 뒤 말랑말랑해지면 양념 b에 재운다.
3 도라지는 5cm 길이로 잘라 반으로 저민 후 밀대로 밀어 소금에 절인 뒤 말랑말랑해지면 물에 담가 쓴맛을 우린 다음 양념 b를 넣어 버무린다.
4 달걀을 풀어 황백 지단을 부친 뒤 각각 쇠고기 사이즈로 썬다.
5 꼬치에 도라지-쇠고기-오이-황백 지단 순으로 꿴다.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꼬치를 올려 지지고 잣가루를 뿌린다.


박경리 <토지> 속 향토 음식
한국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작품에서 빠지지 않는 <토지>는 우리 민족의 가장 아픈 시기인 1897년부터 1945년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방대한 등장인물과 드넓은 공간적 배경 덕분에 이 시기의 의식주 문화가 두루 반영되었는데, 경상남도의 향토 음식이 자세히 담겨 있다. 우리나라의 사시사철 나물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가을 김장을 하고 남은 배추와 무시래기를 가져다 된장국을 끓여 먹는 장면도 소설 속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등장인물인 영산댁이 경상도식으로 배추가 아닌 무시래기를 가져다 곱게 다져 솥에 넣고 된장과 함께 바락바락 주무른 뒤 뜨물을 붓고 멸치를 넣어 끓인 것. ‘시랏국’으로 부르는 경상도식 시래깃국에서 국물 맛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멸치다. 깔끔하게 즐기고 싶다면 멸치 육수를 내서 사용한다.


무청시래깃국
재료(4인분) 삶은 무청 시래기 100g, 대파 20cm, 풋고추 1개, 홍고추 1개, 다진 마늘 ½큰술, 된장 4큰술
멸치 육수_ 물 5컵, 다시마 10×10cm, 대파 10cm, 마늘 5쪽, 멸치 30g

만들기
1 냄비에 물을 붓고 다시마, 대파, 마늘을 넣고 끓인다. 물이 끓어오르면 멸치를 넣고 15분간 끓여 면포나 체에 걸러 국물만 밭는다.
2 시래기는 5cm 길이로 썰고, 된장 1큰술과 다진 마늘 ½큰술을 넣고 버무려 양념한다. 대파는 반으로 갈라 2cm 길이로 썬다. 고추는 성글게 다진다.
3 냄비에 ②의 시래기를 담아 볶다가 ①의 멸치 육수를 붓고, 나머지 된장을 풀어 넣고 끓인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대파와 고추를 넣고 끓인다.


경상도의 흔한 일상식
간혹 소설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과 함께 입안에 침이 고일 때가 있다. <토지>의 등장인물 귀녀가 김 서방댁이 만든 호박풀떼기를 먹는 장면도 그러하다. 풀떼기란 범벅보다 묽고 죽보다는 된 음식인데, 호박으로 만들어 우리나라 전역에서 가을에 즐겨 먹던 호박풀떼기는 먹음직스러운 짙노란 색깔만 봐도 소설 속 표현대로 목구멍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난다. 홍합된장찌개도 빼놓을 수 없다. 소설 속에는 꼬치에 끼워 말린 홍합이 등장하는데, 장독에 보관하다가 그대로 술상에도 올리고, 된장찌개에도 넣는다.


홍합된장찌개
재료(4인분) 건홍합 30g, 두부 ½모, 얼갈이배추 1통(100g), 애호박 50g, 대파 10cm, 풋고추 1개, 홍고추 1개, 쌀뜨물 5컵, 된장 4큰술

만들기
1 두부는 가로세로 1cm 크기로 썬다. 얼갈이배추는 3cm 길이로 썰고, 애호박은 7mm 두께로 나박나박 썬다. 대파는 어슷하게 썰고, 고추는 송송 썬다.
2 냄비에 쌀뜨물을 붓고 끓어오르면 건홍합과 얼갈이배추, 애호박, 대파를 넣은 다음 된장을 풀어 끓이다가 두부와 고추를 넣고 끓인다.

호박풀떼기
재료(4인분) 늙은 호박 500g, 불린 찹쌀 ½컵, 삶은 팥 50g, 삶은 찰옥수수 50g, 설탕 2큰술, 소금 1작은술

만들기
1 불린 찹쌀은 물 1컵을 부어 믹서에 곱게 간다.
2 늙은 호박은 껍질을 벗기고 한 입 크기로 썰어 냄비에 담고 물 4컵을 부어 푹 무르도록 삶은 뒤 블렌더로 곱게 간다. 여기에 ①의 찹쌀을 휘리릭 부어 뭉글뭉글하게 끓이다가 설탕과 소금으로 간한 뒤 삶은 팥과 삶은 찰옥수수를 넣고 끓인다.


박완서 <미망> 속 정갈한 한식
명실상부한 한식의 근간인 고려의 수도 개성을 배경으로, 1880~1950년 근대화 시기를 다룬 <미망>은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물론 사유까지 잘 담아냈다. 특히 개성 지방의 식문화가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작가가 늘 마음에 두고 그린 고향이기에 가능했을 터. 소설 속에서 번번이 등장하는 개성 대표 음식은 편수다. 변씨만두라고도 부르는 편수는 그대로 먹기도 하지만, 양지 국물로 만든 맑은장국에 넣어 끓이기도 하고, 설날 조롱떡국 위에 올려 먹기도 한다.


편수
재료(4인분) 오이 1개, 표고버섯 3개, 두부 100g, 다진 닭 가슴살 100g, 다진 잣 4큰술, 소금 3작은술, 참기름 1큰술, 후춧가루 약간, 잣알 적당량
만두피_ 강력분 400g, 물 1½~2컵, 소금 1작은술, 밀가루(덧가루용) 1컵

만들기
1 볼에 만두피 재료를 모두 담고 반죽해 비닐 백에 넣어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숙성시킨다.
2 오이는 2mm 두께로 채 썰고, 표고버섯은 저며서 같은 두께로 얇게 채 썬다. 각각 소금 1작은술(분량 외)을 뿌리고 절여 물기를 꼭 짠다. 두부는 면포로 싸서 으깬 후 물기를 꼭 짠다.
3 볼에 다진 닭 가슴살, ②의 오이와 표고버섯과 두부, 다진 잣을 담고 소금과 후춧가루, 참기름을 넣어 잘 섞는다.
4 ①의 만두피에 덧가루를 살짝 묻혀 밀대로 얇게 민 다음 원형 틀로 찍어 의 ③의 소를 넣고 네모난 모양으로 꼭지를 각각 붙인 후 가운데 잣알을 박는다. 찜통에 얹어서 5~7분간 찐다.


개성 대표 별미 김치
<문학이 차린 밥상>에서 정혜경 교수는 “19세기 개성 일상 음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다양한 발효 저장 음식”이라고 말한다. <미망>에도 다양한 발효 음식이 등장하는데, 산해진미가 푸짐하게 들어 있어 맛도 모양도 일품인 보쌈김치가 대표적이다. 황해도 지방의 허드레 김치로 늙은 호박으로 만든 호박김치도 찬거리가 마땅찮은 겨울철 찌개용으로 제격이다.


늙은 호박김치
재료 늙은 호박 1kg, 소금 50g, 양파 1개, 쪽파 5뿌리
양념_ 고춧가루 1컵, 찹쌀풀 ½컵, 멸치 액젓 50ml, 새우젓 30g, 다진 마늘 50g, 다진 생강 30g

만들기
1 늙은 호박은 껍질을 벗겨 2cm 두께로 썰어 소금에 절여 물기를 뺀다.
2 양파는 5mm 두께로 썰고, 쪽파는 4cm 길이로 썬다.
3 ①의 절인 호박, ②의 양파와 쪽파, 양념을 한데 넣고 버무려 통에 담는다. 하루 이틀 실온에서 숙성시킨 후 냉장고에 넣고 먹는다.

보쌈김치
재료(8개분) 배추 1통(2kg), 전복 2개, 낙지 1마리, 굴 80g, 무 ½개, 미나리 10줄기, 쪽파 10뿌리, 단감 1개, 배 ½개, 깐 밤 6톨, 건대추 6알, 잣 20알, 소금 적당량 양지 육수_ 쇠고기 양지머리 600g, 물 2L, 통마늘 10쪽, 대파 10cm, 멸치 액젓 50ml
양념_ 멸치 액젓 100ml, 새우젓 100ml, 고춧가루 1컵, 찹쌀풀 1컵, 다진 마늘 50g, 다진 생강 30g

만들기
1 배추는 겉잎을 16장 정도 떼어낸 후 4등분해 소금 1컵을 뿌려 6시간 정도 절인다. 이때 떼어낸 겉잎도 함께 절인다. 무는 채 썬다.
2 냄비에 멸치 액젓을 제외한 양지 육수 재료를 넣고 푹 끓인 후 국물만 따로 밭아 식힌 뒤 멸치 액젓으로 간한다. 건진 고기는 나박하게 썬다.
3 전복은 5mm 두께로 저며 썰고, 낙지는 2cm 길이로 썬다. 굴은 소금물에 씻어 물기를 뺀다. 미나리와 쪽파는 3cm 길이로 썬다. 단감과 배는 껍질을 벗겨 나박하게 썰고, 밤은 슬라이스한다. 대추는 과육만 돌려 깎아 채 썬다.
4 양념 재료를 모두 섞어 ①의 무채를 버무린다.
5 ①의 절인 배추는 헹궈 물기를 뺀다. 겉잎은 깨끗이 준비해 따로 모아둔다.
6 ⑤의 배추에 ④의 양념을 켜켜이 발라서 포개 3cm 폭으로 가지런하게 자른다. 겉잎에도 양념을 바른다.
7 밥공기에 ⑥의 겉잎 두 장을 어슷하게 포갠 뒤, 가운데에 ⑥의 배추를 올린 다음 사이사이에 ②의 고기와 ③의 재료를 고루 넣는다. 그 위에 잣을 뿌리고 겉잎을 오므려 모양을 만들어 용기에 담고, ②의 양지 육수를 부어 하루 이틀 실온에서 익힌 뒤 냉장고에 보관한다.



본 칼럼의 기획과 구성의 기반이 된 <문학이 차린 밥상>을 쓴 정혜경 교수는 현재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로, 음식인문학계의 권위자다. <문학이 차린 밥상>은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 소설·수필·판소리 속 전통 음식을 심도 있게 살펴보며, 우리의 음식 문화뿐만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혼魂, 미美, 향香, 한恨, 반反, 정情을 두루 전한다.

참고 도서 <문학이 차린 밥상>(드루), <미망>(민음사), <토지>(마로니에북스), <혼불>(매안)

글 신민주│사진 이우경 기자│요리 김정은(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스타일링 민들레(세븐도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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