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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희 셰프 집밥의 유연한 태도
함께 집밥을 나눠 먹으면 낯선 사람도 식구가 된다. 혈족이 아닌 마음의 식구. 얼마나 고마운 밥인가. 요리 전문가이자 푸드 스타일리스트이면서 그릇 가게를 꾸리고 한식당과 와인 바에서 음식을 선보이는 노영희 셰프는 ‘밥을 지어’ 세상과 소통하는 이다. 그는 누구나 원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소소한 행복감의 원천은 집밥에 있다고 재차 강조한다. 올바르게 먹고, 모자람 없이 나누고, 막힘없이 통하며 살아가기 위해.

품 서울과 와인 바 로다의 노영희 셰프 그리고 반려 가족인 꼬망이와 꼬미. 먹고 사는 일을 업으로 하는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어김없이 좋은 재료다. 식품 회사에서 선보이는 조미료나 간편식 등은 시간의 가성비를 높여주는 것으로, 조리 과정을 줄여주는 훌륭한 조력자이자 베이스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격언 못지않게 누구나 자주 곱씹게 되는 문구가 “내가 먹는 것이 곧 나 자신이다”, 이 말이다. 너무 진부한 이야기라고 고개 저을 필요 없다. 푹 곤 곰탕 국물처럼 오래 묵은 이야기의 깊이와 내공을 우린 모두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가끔은 환기할 필요가 있다. 일상을 둘러보고 먹거리를 돌아보고 밥상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래야 삶이 나아지고 더욱 인간다운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요즘 뭐 먹느냐는 거예요. 제 대답은 한결같아요. 제철의 제일 좋은 재료를 구해 상황에 맞게 먹으라고요. 요즘 식생활은 어딘가 모순된 면이 많아요. 영양제는 매일 챙겨 먹으면서 정작 끼니는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대충 때우는 사람이 많잖아요? 집밥은 곧 자신이, 가족이 먹는 음식을 스스로 차리고 조절하는 것에서 시작해요. 먹는 것을 조절한다는 것은 생활의 균형감을 조화롭게 잘 꾸려가고 있다는 방증이에요.”


철든 부엌 스튜디오의 대형 테이블은 목재소에서 직접 구해온 호두나무 원목에 구로 철판을 덧대어 만든 것으로 손님상이 자주 차려진다.
먹고 사는 일을 업으로 삼는 노영희 셰프는 매일 먹을거리를 고민하는 우리 모두가 끼니를 이루는 밥상의 기획자라고 이야기한다. 그가 요리할 때나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물론 재료다. 좋은 재료를 써서 음식을 만들어본 사람은 그보다 못한 재료를 써도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 맛을 내려고 노력하지만, 처음부터 좋지 못한 재료를 쓴 사람은 노력하지 않고 맛을 내기 위해 요행을 바란다는 생각에서다.

“현대인은 시간 탓을 많이 해요. 시간을 핑계로 정작 자신을 돌보는 것을 뒤로 미루거나 외면해요. 좋은 재료로 손수 만들어 먹는 음식이 이로운 걸 몰라서가 아니라 바빠서 못한다고 말이에요. 그러곤 끼니마다 배달 앱에 의존하는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죠. 식사는 의무감으로만 먹는 행위가 아니에요. 음식을 좋고 나쁜 것으로 이분법적으로만 나눌 수는 없지만 식사에는 질이 있어요. 바쁠 땐 저도 시간의 가성비를 높여줄 간편식을 즐기지만 라면 하나를 먹어도 숙주, 버섯 등 제철 재료를 아끼지 않고 더해요. 철에 맞는 음식을 내 밥상에 들이는 방법을 영리하게 찾지요.”


겨울철 별미로 첫손에 꼽은 동치미국수. 채 썬 동치미와 배를 섞어서 얹은 뒤 석류알을 올린 것으로, 오뚜기 옛날 수연소면으로 만들었다.
사 먹는 밥이 단지 육체의 양식이라면 집밥은 영혼의 양식이다. 국내 굴지의 식품 회사 오뚜기의 광고나 여러 기획에 조언자로 참여하기도 한 노영희 셰프는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요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식품 회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는 전문가들의 노하우가 집약된 식품으로 내 몸에 이로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된다. 간편식만 해도 간단하게 그대로 먹으라는 의미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조리 과정을 줄여 시간의 밀도를 높여주는 조력자이자 베이스로 인식을 전환해 활용하라는 것.

“새로운 것은 늘 긴장감을 줘요. 트렌드 과잉 시대에 살다 보니 다시 본질로 되돌아가려는 본능이 꿈틀대죠. 특히나 먹고 사는 문제에서 트렌드는 전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밥상을 건강하게 꾸리는 노하우는 간단하고 단순해요. 살아가는 것과 하등 다를 게 없어요. 기본을 갖추고 유연성을 발휘하면 되는 거죠. 식초, 참기름, 참깨, 후추, 소금 등 기본양념과 함께 냉장고에 달걀, 양파, 대파를 갖추고 그때그때 제철 재료를 더해보세요. 건강한 밥상 돌봄의 시작은 거창한 데 있지 않아요.”


진정성과 본질은 노영희 셰프가 오뚜기 제품을 믿고 쓰는 이유다. 전통 제면 기술을 그대로 살려 쫄깃한 오뚜기 옛날 수연소면,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미로 음식에 맛과 풍미를 더하는 오뚜기 8년 숙성 흑초, 현미 특유의 구수하고 진한 풍미가 일품인 오뚜기 현미식초 등은 특히 늘 주방에 구비해두는 제품이다.
그릇 갤러리를 운영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요리 전문가답게 양도 어마어마하고 종류도 다양한 식기를 보관한 수납공간. 가장 쓰임새 있는 그릇으로는 면기를 꼽았다.
한동안 ‘저녁이 있는 삶’이 화두가 된 적이 있다. 그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요즘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란 일과를 마치고 홀로 혹은 가족이 모여 따뜻한 집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정을 나누는 ‘영혼이 있는 삶’을 말하는 것이기도 할 터. 몸은 비대해져가는데 영혼은 메말라가는 시대. 나는, 우리 가족은 과연 행복한 식사로 영혼이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몸과 영혼을 살찌울 집밥을 다시금 돌아봐야 할 시기다.


촬영 협조 ㈜오뚜기(080-024-2311)

글 신민주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