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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술 K-오리진을 지키는 일
국내 최초 한옥 호텔 락고재의 2세 경영자인 안지원 대표가 한국을 담은 진, 코리 진KORI GIN을 만들었다. ‘진짜 한국다운 멋과 맛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진으로, 전통주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스위스 명문 로잔 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안지원 대표는 아시아인 최초로 학생회장을 역임했고, 뉴욕에 있는 글로벌 호텔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현재 한옥 호텔 락고재를 운영하고 있다. 하우스 오브 헤리티지라는 브랜드 아래 전통주 코리 진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가장 한국다운 것을 제대로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분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순간은 생각보다 많다. 시대의 유행을 좇아 탄생한 정보와 상품이 넘쳐나다 보니, 특히 마실 것과 먹을 것에서는 어떤 것이 좋은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궁금해졌다. 이 분야에서 ‘근원’을 뜻하는 오리진origin에서 파생한 ‘원본’ ‘독창적’을 의미하는 오리지널original을 이어가는 이는 누가 있을까? 놀랍게도 그 답은 영국에서 개최하는 국제 주류 품평회 IWSC(International Wine and Sprits Competition)에서 ‘한옥을 닮은 병’으로 디자인 부문과 영국 진 마스터스Gin Masters 대회에서도 맛으로 각각 금상을 받은 코리 진의 안지원 대표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온고지신, 법고창신. 옛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창조해나간다.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한옥 호텔 락고재의 경영 철학이에요. 이 가르침을 바탕으로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 하우스 오브 헤리티지라는 브랜드 아래 코리 진을 만들게 됐어요.” 안지원 대표는 팬데믹을 겪으며 락고재라는 호텔 비즈니스가 생각지 못한 질병과 정치적 이슈 및 환율에 따라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며, 한국을 색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게 할 수 있는 비즈니스적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술 종류 중 하나인 진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주니퍼 베리를 기본으로 인삼과 우엉, 생강, 산초, 복분자 등 총 열 가지 토종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 깔끔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일품이다.
스위스 로잔 대학교 호텔경영학과에서 유학하던 시절 진이라는 술에 매료되었고, 락고재를 이어받은 후에 2015년부터 취미로 진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으며, 각 나라의 토종 식재료를 활용해 만든 진을 탐구했다. 지하실에서 진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들었고, 코로나19 이후 레시피를 디테일하게 다듬고, 전통주 허가를 받으며 7년이라는 노력 끝에 2022년 코리 진을 세상에 선보였다. K와 Origin을 이어 붙여 코리 진이라 이름 지은 워드 플레이가 참신한데, 코리아라는 의미도 지녔으면서, 사람과 사람 및 동양과 서양을 잇는 연결 고리가 되겠다는 뜻도 담았다.

코리 진이 흥미로운 것은 전통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막걸리, 청주, 소주 같은 형태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나는 토종 재료 열 가지를 사용해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듯 낯선 술이자, 외국인에게는 익숙한데 한국스러움이 느껴지는 진이라는 점이다. 이는 검이불로 화이불치.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코리 진만의 맛과 향을 표현한 제조 방식과 한옥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패키지에서 알 수 있다.


락고재 컬처 라운지에 전시된 코리 진. 한옥을 닮은 디자인 병이라 평가받는 만큼 공간과 잘 어우러진다.
진은 곡물을 발효・증류한 화이트 스피릿류에 주니퍼 베리라 부르는 노간주나무 열매를 비롯한 다양한 허브와 향류를 넣고 재증류해 만든 무색의 증류주를 말한다. 숙성 과정 없이 맛이 깔끔해 다른 주류와도 잘 어울리며, 칵테일의 베이스가 되는 술로 인기가 많다. “양산하는 저렴한 진은 톡 쏘는 알코올 향이 거칠고 강하게 납니다. 누가 만드느냐,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진의 맛과 향이 무궁무진하게 달라집니다. 화려하지만 절제된 한국만의 맛과 향을 고민했고, 주니퍼 베리를 비롯해 유자・인삼・우엉・생강・산초・복분자・오미자・구기자・감초로 코리 진만의 레시피를 만들었습니다.”

코리 진은 향을 먼저 맡고, 한 모금 마시며 그 풍미를 온전히 느끼는 것을 추천하는데, 묵직하면서도 알싸한 주니퍼 베리 향과 진한 유자 향이 퍼져 나오면서 인삼과 우엉의 흙냄새가 차분하게 올라온다. 생강과 산초에서 느껴지는 매콤함과 복분자, 오미자, 구기자와 감초가 어우러져 은은하게 풍기는 단맛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한옥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병은 코리 진을 더없이 훌륭하게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오래된 한옥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고기와는 시간이 쌓여 만들어내는 회색과 검은색 사이의 오묘한 빛을 품고 있는데, 이를 표현하고 싶어 베이지 톤의 삼베 패브릭 레이블을 사용했다.


코리 진은 럭셔리 호텔인 포시즌스 호텔 서울과 콘래드 서울에서 장기 팝업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며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코리 진에 대한 정보는 www.houseofheritage.kr에서 확인할 것.
여기에 주니퍼 베리와 인삼을 그려 넣어 모던 민화 같은 분위기를 더했으며, 하우스 오브 헤리티지의 로고를 붉은색으로 도장처럼 찍고, 소나무를 연상시키는 마개를 사용했다. 쌍희 자를 90도로 회전하면 영문 HofH와 비슷하다는 것을 차용해 한국적 근원에서 글로벌한 아이덴티티로 찾아 로고로 확장했다. 병 하나로 단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만들어냈으니, 해외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영국에서 개최하는 2023 IWSC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3 SFWSC(San Francisco World Spirits Competition) 디자인 부문에서 한국 주류 중 최초로 금상을 수상한 것.

안지원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내국인뿐만 아니라 관광, 비즈니스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한국의 세련된 멋과 감성을 즐길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코리 진의 경우 온라인 몰은 물론 포시즌스 호텔, 인터컨티넨탈 델리 숍, 하얏트 호텔 델리 숍, 서울클럽 멤버십 보틀 숍에 입점했고,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불가리는 VVIP 추석 선물로 코리 진을 선택했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코리 진의 첫 해외 진출인 싱가포르 론칭이다. ‘2023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 24위에 오르며 싱가포르에서 가장 핫한 바비큐 전문 레스토랑으로 등극한 번트 엔즈Burnt Ends에서 ‘2023 아시아 베스트 바’ 25위에 오른 한국의 바 르 챔버Le Chamber와 협업해 진행할 예정이다.


기와 색상의 병, 주니퍼 베리와 인삼을 민화로 그려 넣은 삼베 라벨, 붉은 도장으로 찍어낸 로고, 소나무를 연상시키는 마개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해 한국적 아이덴티티를 드러낸다.
“대개 양념이 강한 육류, 한식으로 치면 갈비는 진이라는 술과 매치하기가 쉽지 않은데 코리 진은 향이 워낙 뚜렷해서 바비큐의 강한 양념을 이겨냅니다. 맛과 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지죠. 한번은 투자자와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와인과 코리 진을 준비했어요. 먹고 마시다 보니, 모두가 코리 진의 페어링이 훌륭하다고 얘기했죠.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싶습니다.” 안지원 대표의 궁극적 목표는 뜻 지志, 근원 원原을 담은 자신의 이름처럼 뿌리를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토대로 가장 한국다운 오리진을 지켜가는 것이다.

“제대로 준비되어 있다면 기회는 언제든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려 하고, 왜 이런 것을 만들었고, 어떻게 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들 입장에서 충분히 설명해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한국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어요. 락고재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문화를 연결하고, 하우스 오브 헤리티지라는 서브 브랜드에 포함된 코리 진을 통해 세계로 뻗어갈 준비를 해야죠.”

곧 경북 안동에 한옥 리조트인 락고재 하회 한옥 호텔을 새롭게 오픈한다. 안동에는 개성 넘치는 소규모 양조장이 밀집해 있는데, 이 곳으로 증류소를 이전해 미국의 내파밸리처럼 한국의 소주밸리를 개척해보고 싶다고. 시행착오는 언제든 겪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유연하게 하나씩 준비해가는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사업으로 그려나갈 코리 진의 성장이 기대된다. 


코리 진으로 만든 칵테일 네 가지
열 가지 전통 재료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코리 진만의 풍미를 한 모금으로 즐겨도 좋지만, 안지원 대표가 추천하는 칵테일 레시피를 참고하면 생각지 못한 한 잔의 예술을 만나게 된다.



코리 진 토닉

“가장 기본이자 진 특유의 맛과 향을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진 토닉이나 온더록스입니다. 프리미엄 토닉 워터 중 하나인 피버 트리 제품을 사용해도 좋고, 마지막에 레몬즙이나 라임즙을 살짝 뿌리면 상쾌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코리 진 30ml + 토닉 워터 130ml + 라임즙 3ml



K-네그로니
“네그로니는 이탈리아 술인 캄파리와 스위트 베르무트가 들어가는 칵테일입니다. 단 것보다 쌉쌀하고 향기 있는 것을 선호하는데, 풍미가 약한 진을 사용하면 다른 술에 묻혀버려요. 코리 진은 믹솔로지에서 뚫고 나오는 힘이 있어 오묘한 조합이 독특합니다.”

코리 진 30ml + 캄파리 30ml + 스위트 베르무트 30ml



코리 청귤 하이볼

“최근에는 다양한 술과 식재료를 섞어 복합적인 맛을 내는 하이볼을 즐기는 이가 많습니다. 한국적인 하이볼을 제안하고 싶었고, 코리 진을 베이스로 청귤청을 더하면 주니퍼 베리 향과 단맛의 조화로 편안히 마실 수 있어요.”

코리 진 30ml + 청귤청 15ml + 탄산수 90ml + 레몬즙 7ml



코리안 베스퍼
“영화 에서 제임스 본드가 바텐더에게 직접 주문한 베스퍼 마티니입니다. 한국적인 풍미로 유럽의 클래식 칵테일을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끝맛이 살짝 쓰고, 드라이한 느낌을 원한다면 추천합니다.”

코리 진 30ml + 보드카 15ml + 릴렛 블랑 7ml

글 김혜민 | 사진 이경옥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