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블랑블랑
기원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유럽종으로, 청포도 사탕처럼 달콤한 풍미가 뛰어나 국내에 수입해 재배한다.
매니큐어 핑거
1980년대 일본 식원포도 연구소에서 등록한 유럽종으로, 모양이 손가락처럼 길고 가늘며 재배하기 굉장히 까다롭다.
머스켓 함부르크
영국에서 시작한 유럽종으로, 블랙 함부르크와 머스켓 오브 알렉산드리아를 교배해 탄생. 포도알 크기가 고르며 탄력이 있다.
루비 시들리스
씨가 없는 유럽종으로, 포도알이 볼륨감 있게 동글동글하며 익을수록 연보랏빛에서 짙은 붉은색으로 변한다.
머스켓 오브 알렉산드리아
아프리카 원산으로 기원 전부터 재배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품종으로, 알이 크고 익으면 연두색에서 황금색을 띠며 입체적 풍미를 지닌다.
맛의 밸런스
구운 포도를 올린 브리 치즈
씨가 없어 그대로 먹기 좋은 루비 시들리스는 디저트로 활용한다. 중성적 풍미로 맛의 밸런스를 조화롭게 조율하는데, 단맛이 진한 소스류 및 허브와 잘 어울린다. 오크 향이 도는 발사믹 식초와 로즈메리를 더해 구우면 캐러멜화되면서 단맛이 강해진다. 브리 치즈 위에 올리면 유지방의 묵직함을 부드럽게 끌어올리며 단맛을 더해주는 감초 같은 역할을 한다.
루비 시들리스 | 유럽계
사과처럼 아삭한 식감 사이로 균형 잡힌 단맛과 산미가 상쾌하게 올라오는 맛.
산도 ●●●○○ 당도 ●●●●○ 탄닌 ●○○○○
단맛의 극대화
민트와 머스켓 토르테
머스켓 함부르크와 알렉산드리아는 과실 향이 풍부해 토핑으로 활용하면 단맛과 청량함을 극대화한다. 구운 과자 토르테라 위에 요구르트 베이스의 크림을 바르고 함부르크와 알렉산드리아에 민트를 페어링해 올리면 케이크의 매력을 화사하게 북돋아준다. 달콤하고 시원한 향을 살려 질감이 되직한 요구르트 위에 올려 꿀과 함께 즐겨도 좋다.
머스켓 함부르크 | 유럽계
과육이 부드럽고 단맛의 밀도가 높으며 압도적 장미 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아로마.
산도 ●●●○○ 당도 ●●●●○ 탄닌 ●○○○○
머스켓 오브 알렉산드리아 | 아프리카계
단맛과 새콤한 맛의 밸런스가 적절하고, 장미 향 같은 여운이 강하게 남는 맛.
산도 ●●○○○ 당도 ●●●●○ 탄닌 ●●○○○
매콤한 발견
매니큐어 핑거 살사
다른 포도에 비해 뚜렷하게 특징적인 맛은 덜하지만, 아삭한 식감이 뛰어나 다양한 채소 요리에 두루 활용하기 좋다. 특히 여름에는 양파, 코리앤더잎, 라임즙, 핫소스를 더해 입맛을 산뜻하게 돋워주는 살사로 만들면 좋다. 여기에 단맛이 도는 다른 포도를 조금씩 섞는 것도 방법. 특히 씨에서 견과류 맛이 나 파르미자노 레자노 같은 치즈, 아몬드와 함께 와인 안주로 즐겨보시길.
매니큐어 핑거 | 유럽계
과즙이 톡 터지듯 풍부하고, 적당한 단맛 뒤로 산미가 은은하게 남는 맛.
산도 ●●○○○ 당도 ●●●○○ 탄닌 ●○○○○
청량한 매력
블랑블랑 가스파초
블렌드에 포도, 오이, 아보카도, 딜, 화이트 와인 식초, 올리브 오일 등을 넣고 갈아 차가운 수프인 가스파초로 만들면 오이 특유의 비릿한 향을 블랑블랑의 단맛이 매력적으로 잡아준다. 포도를 얼려 메이플 시럽, 요구르트를 넣고 갈아 젤라토나 소르베처럼 먹어도 좋다. 달콤한 향을 살려 루콜라, 래디시처럼 향이 강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나 브루스케타에 사용해도 된다. 풀 향이 진한 올리브 오일을 페어링하는 것도 잊지 말자.
블랑블랑 | 유럽계 × 미국계
강하고 깊은 단맛과 함께 약간의 풀 향, 산미가 짙게 올라오는 복합적인 아로마.
산도 ●●●○○ 당도 ●●●●● 탄닌 ●○○○○
*테이스팅 노트는 <행복이 가득한 집>과 포도와 농장이 제안하는 것으로, 개인의 입맛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살짝 차가운 온도에 보관한 포도는 가장 먼저 눈으로 형태와 색깔을 확인하고, 코로 향을 느끼고, 입안 가득 퍼지는 다채로운 풍미를 섬세하게 음미해보세요.
향긋한 조화
돌마데스와 차지키 소스
포도는 알과 씨 그리고 잎까지 버릴 것이 없는데, 잎은 향이 적고 살짝 쌉쌀한 맛이 돌며 식감이 부드러워 지중해 지역에서는 포도잎에 쌀과 다진 고기, 각종 채소, 허브를 넣고 돌돌 말아 찌거나 끓여 먹는다. 돌마데스라 부르는 그리스 전통 요리로, 그리크 요구르트를 베이스로 만든 차지키 소스와 잘 어울린다.
땅의 힘으로 키운 지중해 포도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에 위치한 포도와 농장은 김민아·박성철 대표가 운영하는 곳으로, 국내에서 보기 힘든 지중해 포도를 재배해 이국적 풍경이 인상적이다. 단일화된 포도 품종을 키우는 여느 농가와 달리 2019년부터 플레임시들리스, 루비 피치, 매니큐어 핑거, 알렉산드리아 등 열 가지 품종을 큐레이션해 선보인다.
30년째 포도나무를 연구하는 스승에게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포도나무의 능력을 판별하고, 맛과 향을 경험할 수 있는 클래스를 오픈해 포도와만의 경쟁력을 키워왔다. 품질이 뛰어나야 함도 물론이다. 일반적으로 포도를 재배할 때 병해충을 없애기 위해 농약을 뿌리는데, 이곳은 풀을 키우고 경운을 하지 않으며 오직 땅의 힘으로만 키운다. 내년 유기농 전환을 앞두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도와 농장은 농업의 본질을 잃지 않으며 매년 신품종을 소개하고, 개인마다 포도 취향을 찾을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알려드립니다
포도와 농장의 포도를 구매하고 싶으시면 디자인하우스 숍에서 정보를 확인하세요.
요리와 기획 박현신 | 스타일링 문인영, 권민경(101레시피) | 취재 협조 포도와(010-9928-0498, @podowa__)
- 푸드 인사이드 포도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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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다. 흔히 떠오르는 검보랏빛 혹은 초록빛 포도가 아닌, 유럽에서 넘어와 안정적으로 개량되어 국내에 정착한 지중해 포도를 소개한다. 새로운 미식 경험을 위해 맛과 향, 모양과 색깔 등 품종별로 비교해가며 어울리는 식재료를 페어링해본다면 “당신의 포도 취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명쾌하게 떠오를 테니.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