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참기름과 들기름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다. 아끼고 아껴 한 방울 넣을 만큼 귀했다. 조선 시대에 참기름은 양념이자 약으로 소금, 꿀과 함께 국가 차원에서 특별 관리했을 정도다. 그만큼 우리 식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식재료이자 값비싼 향신료였다. 참기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신의 음료였고, 옛 동양에서는 불로초로 여겨졌다. 반면 들기름은 좀 더 한국적이다. 아시아가 원산지인 들깨가 우리 땅에서 특히 잘 자라는 토속 작물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빔밥을 먹어도 참기름을 넣을 때와 들기름을 넣을 때가 다르다. 참기름은 한정식집 맛을, 들기름은 시골 고향 집의 토속적 맛을 연상시킨다. 한 끗 차이야 있지만 참기름과 들기름 모두 한국 음식의 맛을 완성하고 결정짓는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터. 비빔밥뿐만 아니라 나물을 무칠 때, 채소를 볶을 때, 국을 끓일 때 등등 한식의 마무리에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이 꼭 등장한다. 화룡점정과 다름없다.
직접 재배한 깨로 방앗간에서 짠 참기름과 들기름이 다양해지고, 품질 또한 업그레이드 된 데에는 식품 회사의 노력도 한몫했다. 참기름과 들기름은 깨의 원산지와 생산자의 착유 방법 등에 따라 맛과 향이 확연히 달라진다. 이런 특징 때문에 원물 본연의 맛을 살린 좋은 기름을 제조하려면 경험과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뚜기는 1983년 3월부터 참기름을 선보였는데, 오뚜기제유주식회사가 1992년 음성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참기름을 고품질로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참기름 하면 떠오르는 오뚜기 고유의 노란 라벨이 붙은 ‘고소한 참기름’이 대표적. 기술 분야에서도 변화가 뒤따랐다. 2017년 하반기에는 깨를 높은 온도에서 볶아 착유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영양 손실을 적게 착유하는 방식을 적용했는데, 그 덕분에 탄 맛과 쓴맛이 현저히 감소한 깨끗하고 고소한 맛을 우리 식탁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오뚜기의 참기름과 들기름 제품이 모두 산업통상자원부 선정 세계일류상품으로 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1:49’, acrylic on linen, 50×50cm, 2023
정수영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회화와 판화를,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2018년 영국으로 건너가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회화로 MA 학위를 받았으며, 2016년 개인전 이후 한국과 영국을 넘나들며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고 있다.
오뚜기 × 정수영 작가
일상 구석구석
일상,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을 이른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이지만, 그 안에 익숙한 것이 일상을 이룬다. 그래서 일상이 행복해지려면 물건 하나하나, 습관 하나하나가 올발라야 한다. 일상을 보다 맛있고 즐겁고 건강하게 꾸려나가고자 하는 오뚜기가 제품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뚜기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국민의 일상 먹거리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사적 공간, 그 안의 사적 사물을 밀도 높게 그리는 화가 정수영에게도 마찬가지다. 오후 9시 49분, 늦은 퇴근 후 누군가와 긴 통화를 하며 달걀 프라이와 위스키 한잔으로 저녁을 대신하는 장면에서 웃음소리 섞인 수다 사이로 고소하고 향긋한 내음이 풍겨오는 듯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기름과 들기름으로 파를 볶아 올린’ 달걀 프라이와 곁에 놓인 오뚜기 브랜드 굿즈 롤리폴리 옐로우 오브제에서 스스로를 챙기는 작은 정성이 느껴진다. 누구에게나 일상의 행복감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데 있다.
일상의 맛
어머니 손맛
한국인의 밥상에서 참기름이나 들기름은 빠지는 법이 없다. 손으로 조물조물 무치는 나물 반찬이 대표적이다. 대개 고추장 양념에는 참기름이, 된장이나 간장 양념과는 들기름이 잘 어울리는데, 양념 재료 중 가장 먼저 넣으면 재료에 코팅 막이 형성돼 다른 조미료의 짠맛이 덜 스며든다.
취나물무침
재료(1접시분) 취나물(손질한 것) 150g, 오뚜기 향긋한 들기름 1작은술, 된장 1큰술, 소금 약간
만들기
1 취나물은 질긴 부분을 잘라내고 4cm 길이로 썬 후 씻어 건진다.
2 냄비에 물을 붓고 소금을 넣어 끓어오르면 취나물의 줄기 쪽을 먼저 넣고 잎 부분을 넣어 2분 정도 삶은 후 건져 찬물에 헹군 다음 물기를 꼭 짠다. 여기에 들기름을 고루 둘러 버무린 다음 된장으로 무친다.
시금치무침
재료(1접시분) 시금치(손질한 것) 200g,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1작은술, 국간장 1작은술, 소금 약간
만들기
1 시금치는 뿌리 쪽을 잘라낸 다음, 줄기를 길이로 2~4등분해 씻는다. 단, 뿌리가 달큼한 포항초는 뿌리째 길이로 쪼개서 사용한다.
2 냄비에 물을 붓고 소금을 넣어 끓어오르면 시금치를 줄기 쪽을 먼저 넣고 데쳐서 건져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꼭 짠다. 여기에 참기름을 넣어 버무린 다음 국간장으로 무친다.
달래무침
재료(1접시분) 달래(손질한 것) 50g,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½작은술, 고춧가루 1작은술, 설탕 ⅔작은술, 오뚜기 현미식초 1작은술, 고운 소금 약간
만들기
1 달래는 알뿌리의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3cm 길이로 썬다.
2 ①에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 다음, 나머지 양념을 넣고 무친다.
냉이무침
재료(1접시분) 냉이(손질한 것) 100g,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1작은술, 오뚜기 초고추장 1큰술, 소금 약간
만들기
1 냉이는 칼날로 잔뿌리를 훑어 3cm 길이로 썬 다음 깨끗이 씻는다.
2 냄비에 물을 붓고 소금을 넣어 끓어오르면 냉이를 뿌리 먼저 넣고 삶다가 잎을 넣어 더 삶은 다음 건져서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다. 여기에 참기름을 넣고 버무리다가 초고추장을 넣어 무친다.
전통의 맛
융합의 미학
흔히 한국의 맛은 융합의 맛이라고 한다. 이 맛을 완성하는 중요한 양념이 참기름과 들기름이다. 쌀밥에 여러 맛이 섞이는 비빔밥이나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솥밥의 경우가 그러하다. 복합적인 맛을 하나로 섞을 때나 재료의 고유한 맛을 강조할 때도 맛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정점에는 늘 참기름과 들기름이 있다. 비빔밥이나 솥밥을 할 때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먼저 넣고 섞어보자. 여러 재료나 양념장을 넣고 섞을 때 잘 섞이고, 기름 코팅이 되어 밥알이 한 알 한 알 살아난다.
더덕밥
재료(3~4인분) 씻어나온 오뚜기쌀 명품 2컵, 더덕(채 썬 것) 100g,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1큰술
달래간장_ 달래 30g, 오뚜기 방앗간 참기름 ½큰술, 진간장 2큰술, 오뚜기 옛날 볶음참깨 1작은술, 고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씻어나온 오뚜기쌀은 물에 한 번 헹구고 소쿠리에 쏟아 젖은 면포를 덮어서 30분 정도 불린다.
2 솥에 ①의 쌀을 안치고 물 2컵을 부어서 밥을 짓는다. 우르르 끓으면 뚜껑을 열고 주걱으로 바닥까지 긁어서 섞은 뒤 다시 뚜껑을 덮고 불을 줄여서 15~20분 정도 뜸을 들인다. 뜸이 들면 밥에 참기름을 넣고 주걱으로 섞은 다음 더덕 채 썬 것을 넣고 다시 섞는다.
3 달래에 참기름과 고춧가루, 볶음참깨를 넣고 무쳐서 간장에 섞어 달래간장을 만들어 ②의 더덕밥에 곁들인다.
초대의 맛
격조 높은 향료
참기름과 들기름은 기름이되 기름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맛을 내는 향료인 것. 튀기고 지지고 볶는 데 쓸 뿐 아니라 서양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처럼 맛을 내는 데에도 쓰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느끼는 맛이자 음식의 품격을 한껏 높여주는 향신료인 만큼 맛과 향이 좋은 것이라면 여러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간단히 솜씨를 부릴 수 있다. 참기름과 들기름을 활용한 드레싱과 소스의 경우가 그러하다. 또한 한식에 약藥 자가 붙는 음식에는 참기름이나 꿀처럼 몸에 약이 되는 재료가 들어가는데, 약과가 대표적이며 코스 요리의 후식으로도 더할 나위 없다.
깻잎들기름 곁들인 생선회
재료(4인분) 흰 살 생선회 20쪽, 래디시 1개, 셜롯 1개, 굵게 다진 잣 1작은술, 쪽파 약간
깻잎들기름_ 깻잎 15장, 오뚜기 방앗간 들기름 ½컵 된장들기름 소스_ 된장 1큰술, 깻잎들기름 1큰술
만들기
1 래디시와 셜롯은 슬라이스해서 물에 헹궈 건지고, 쪽파는 송송 썬다.
2 깻잎은 씻어서 물기를 걷고 썰어서 블렌더에 넣고 들기름을 넣어 곱게 간 뒤 고운체에 밭는다.
3 된장에 깻잎들기름을 넣고 섞는다.
4 접시에 슬라이스한 생선회를 담고 ①의 래디시와 셜롯, 쪽파를 얹는다. 여기에 ③의 된장들기름 소스를 곁들이고, 굵게 다진 잣을 뿌린 다음 ②의 깻잎들기름을 살짝 뿌린다.
약과
재료 밀가루(중력분) 200g(2컵), 고운 소금 ½작은술, 계핏가루 ⅓작은술, 오뚜기 옛날 참기름 4큰술, 꿀 4큰술, 소주(혹은 청주) 3큰술, 오뚜기 프레스코 포도씨유 적당량 집청_ 생강 저민 것 80g, 꿀 1컵, 쌀조청 1½컵
만들기
1 밀가루에 고운 소금과 계핏가루를 넣고 체에 내린 다음 참기름을 넣어 양 손바닥으로 싹싹 비벼 섞은 후 다시 한번 체에 내린다.
2 ①에 꿀과 소주를 넣고 섞어서 덩어리를 만든다. 반으로 잘라서 포개놓고 꾹꾹 눌러 붙이기를 8회 정도 반복한 다음 비닐 팩에 넣어 2시간 정도 냉장고에 넣어둔다.
3 ②의 반죽을 밀대로 1.5cm 두께로 밀어 사각으로 자른 다음 꼬치로 가운데 구멍을 낸다. 그래야 속까지 잘 익는다.
4 생강은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썬 다음 물에 헹궈 녹말기를 빼고 물기를 걷는다. 이것을 냄비에 넣고 조청과 꿀을 부어 약한 불에서 한소끔 끓여 집청을 만든다.
5 튀김 팬에 포도씨유를 부어서 110℃로 달군 뒤 ③의 반죽을 넣는다. 반죽이 위로 떠오르면 170℃ 정도로 기름 온도를 올려서 노릇하게 튀긴다. 이때 너무 낮은 온도에서 오래 튀기면 반죽이 풀어지고, 기름 온도가 너무 높으면 까맣게 타므로 주의한다.
6 ⑤의 약과를 건져서 기름기를 빼고 뜨거울 때 ④의 집청에 담갔다 건진 후 생강 건더기로 장식한다.
요즘의 맛
창의적 소스
건강에 좋다는 특징과 함께 참기름과 들기름의 매력은 풍미와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다. 외국 셰프들이 참기름과 들기름에 주목하는 이유일 터. 요리의 마지막 단계에 향을 더해주는 용도로 많이 쓰지만, 요즘은 들기름을 파스타로도 많이 즐기고, 참기름은 페스토를 만들 때도 사용한다. SNS에서는 들기름막국수가 하나의 장르를 이룰 정도로 인기인데, 참기름과 궁합이 좋은 쇠고기에 곁들여 샐러드로 즐기면 푸짐한 일품요리로 더없이 좋다.
들기름막국수와 쇠고기 샐러드
재료(1접시분) 쇠고기 채끝 등심 혹은 치맛살 100g(소금·오뚜기 직접 갈아먹는 통후추·오뚜기 방앗간 참기름 약간씩), 샐러드 채소(라디키오, 로메인, 적양파, 래디시 등) 150g, 오뚜기 고기리 들기름막국수 112.5g(1봉지분)
깻잎들기름 소스_ 깻잎들기름 3큰술(깻잎 15장, 오뚜기 방앗간 들기름 ½컵), 오뚜기 현미식초 2큰술, 소금 ½작은술, 오뚜기 직접 갈아먹는 통후추 약간
만들기
1 쇠고기는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서 전체에 참기름을 발라놓는다.
2 샐러드 채소는 먹기 좋은 크기로 뜯거나 슬라이스해서 물에 헹궈 건진다.
3 블렌더에 깻잎과 들기름을 넣고 갈아 깻잎들기름을 만든 뒤, 깻잎들기름 소스를 완성한다.
4 메밀국수를 끓는 물에 삶은 뒤 체에 쏟아 찬물에 헹궈 건진 다음 함께 들어 있는 오뚜기 방앗간 들기름, 양조간장 소스, 볶음참깨, 김 가루 등을 넣고 버무린다.
5 달군 팬에 ①의 쇠고기를 구워 도톰하게 썬다.
6 샐러드 채소에 ③의 깻잎들기름 소스를 붓고 버무려서 그릇에 담고, ④의 들기름막국수를 돌돌 말아 올린 뒤 ⑤의 쇠고기 구운 것을 얹는다.
오뚜기 참기름과 들기름
품질의 한 끗 차이
오늘날 참기름과 들기름은 흔해졌으나 그 위상이 과거보다 낮아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품질 차이는 확실하다. 과거에는 깨를 고온에서 볶아 색이 짙은 참기름과 들기름이 주를 이뤘으나, 요즘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영양 손실이 적게 착유하는 방식으로 생산한 것이 인기다. 오뚜기의 참기름과 들기름이 바로 그러한데, 탄 맛과 쓴맛 없이 깨끗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며, 엄격한 품질관리로 쭉정이 등 이물질을 제거해 벤조피렌(유기물이 불연소되면서 생기는 발암물질) 걱정도 없다. 이러한 노력으로 오뚜기의 참기름·들기름은 모두 산업통상자원부 선정 세계일류상품에 꼽혔으며, ‘방앗간 참기름’과 ‘방앗간 들기름’은 2021년 1월 국제식음료품평회(ITQI)에서 2스타 인증을 받기도 했다.
(왼쪽부터)
오뚜기 옛날 참기름
옛날 방앗간에서 전통 방식 그대로 압착식으로 직접 짠 참기름으로, 볶은 참깨분을 사용해 맛이 고소하다.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
100% 통참깨로 만드는 오뚜기 대표 프리미엄 참기름. 3단계 정선 과정을 거쳐 이물질을 완전 제거한 우량의 참깨를 사용하며, 간접 가열 방식으로 일정한 온도에서 태우지 않고 알맞게 볶은 뒤 세 차례 여과 과정을 거친다.
오뚜기 방앗간 참기름
100% 통참깨를 정성껏 볶아 동네 시장의 방앗간에서 갓 짠 것처럼 고소한 맛이 가득하다. 참깨를 볶은 후 여과를 최소화해 맛과 향이 더욱 우수하다.
오뚜기 방앗간 들기름
통들깨를 방앗간 방식 그대로 볶아 깨끗하게 짜내 본연의 맛과 향을 담았다. 들깨 고유의 향미를 잘 느낄 수 있는 온도에서 볶는 것이 특징이다.
오뚜기 향긋한 들기름
볶은 통들깨를 착유해 풍미가 풍부하다. 토코페롤을 함유해 기름의 산패를 방지하고, 더욱 신선하게 유지하는 것이 장점이다.
요리 노영희 | 촬영 협조 ㈜오뚜기(080-024-2311) | 참고 도서〈K FOOD: 한식의 비밀〉(디자인하우스)
- 오뚜기의 맛 진심 어린 참기름과 들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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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요리의 풍미를 완성하는 참기름과 들기름은 그저 그런 기름이 아니다. 이른바 음식 맛을 하나로 아우르고 완성하는 데 진심인 향신료이자 어엿한 한국인의 솔푸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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