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라면이 요리화되는 추세이지만, 맛있는 라면의 생명력은 쫄깃한 면발과 진한 국물 그리고 푸짐한 건더기로 좌우된다.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진라면은 오뚜기 대표 제품이자 대한민국 으뜸 라면으로, 전통적으로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한국인의 식성에 안성맞춤이다.
라면은 명실상부한 국민 먹을거리다. 조리하기 손쉽고 가격도 저렴하니 이보다 간편한 한 끼 식사도 없다. 오죽하면 ‘제2의 식량’이요, ‘삶의 동반자’라는 수식어까지 붙었을까. 그도 그럴 것이 세계라면협회(IRMA)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인의 1인당 라면 소비량은 73개에 이른다. 심지어 2020년까지 한국은 전 세계 라면 소비국 중 부동의 1위였다. 작년 소비량이 베트남에 밀려 2위를 차지했으나, 5일에 한 번은 먹는다는 셈이니 라면은 여전한 한국인의 솔푸드다. 마땅한 찬거리가 없을 때나 입맛 없을 때는 물론, 지친 하루를 위로해주는 라면은 그야말로 희로애락을 함께한 서민의 식량이다.
내년에 출시 35주년을 맞이하는 진라면.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과 진한 사골 국물이 특징이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날마다 새로워지다
오늘날 라면이 현대인의 식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지만, 처음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원래 중국 납면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중국 군인의 비상식량이었다고 한다. 이것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 전해졌고,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가 현재와 같은 인스턴트 라면 ‘치킨라멘チキン ラーメン’을 개발한 것. 1958년 ‘끓는 물에 2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시판한 것이 라면의 시초다. 우리나라 라면의 역사는 1963년에 시작되어,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라면업계 슈퍼스타가 대거 등장했다. 그 중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8년 3월 진한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제격인 라면이 출시됐으니, 다름 아닌 오뚜기의 진라면이다. 출시 당시부터 순한맛과 매운맛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는 라면 전성시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만 무려 1백60여 종의 라면이 출시되어 경쟁이 치열했다. 오뚜기 또한 면밀한 개발 과정을 거쳐 여러 종류의 라면을 시장에 내놓았고, 그 중심에는 늘 진라면이 있었다. 한 끼의 소중함을 중시하는 오뚜기의 철학은 진라면의 히스토리만 들여다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1988년 3월 선보인 오뚜기 진라면 출시 당시 패키지. 순한맛과 매운맛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어 인기를 모았다.
1997년에는 한국인에게 부족한 영양소로 첫손에 꼽히는 칼슘을 오뚜기의 라면 전 제품에 첨가했다. IMF 외환 위기로 국내 경제 전반에 광풍이 불던 시기였지만, 라면을 찾는 국민이 여전했던 만큼 오뚜기는 과학적 검증을 거쳐 국민의 일일 섭취 권장량 중 부족한 양만큼의 칼슘을 라면에 첨가해 균형 잡힌 영양 공급에 앞장서고자 했다.
물론 맛도 보강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떠오른 웰빙 트렌드에 발맞춰 보다 적극적인 리뉴얼을 진행했다.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기존에 없던 쇠고기 맛 플레이크와 함께 당근·대파·버섯 등 건더기의 양을 푸짐하게 늘린 것이다. 또한 자극이 덜하면서 입맛을 당기는 매운맛을 내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 결과, 하늘초를 활용해 오늘날의 진라면 맛을 완성했다. 면발의 쫄깃함과 퍼짐성을 보강해 ‘6분 동안 퍼지지 않는 면’을 위한 식감 연구도 이어갔다. 이러한 노력은 빛을 발했다. 진라면은 차진 면발과 국물이 일품인 라면으로, 건더기도 푸짐해 소비자에게 맛도장을 찍었다. 대한민국 대표 라면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것이다.
대중과 함께하는 진심
대한민국에서 라면 시장은 실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뉴스에도 ‘라면 전쟁’이라는 살벌한 제목이 종종 눈에 띈다. 라면 품귀 현상인가 싶겠지만, 아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라면 소비가 증가했고, 식품업계에서는 줄줄이 스펙 좋은 신상 라면을 선보이고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판매되는 라면 종류만 해도 무려 5백 가지가 넘는데,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식품 회사들의 새로운 시도와 쉼없는 도전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유구한 전통의 클래식 라면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을 터. 오뚜기 진라면도 라면을 주로 소비하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갔다.
오뚜기 진라면 모델로 등장한 방탄소년단 진. 더 좋은 라면이 되고 싶은 진라면의 진심과 더 좋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진의 진심이 통했다.
첫 신호탄은 메이저리그 스타 류현진이었다. “류현진~라면”이라는 징글송까지 인기몰이를 하면서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라면 선호도 상위 다섯 가지 제품은 고정불변이었지만, 유일하게 진라면만 순위가 확연히 올라갔다. 출시 30주년을 맞은 2018년, 누적 판매량이 50억 개(6월 기준)를 돌파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5천만 인구가 1인당 1백 개씩 소비한 셈이다. 3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호안 미로Joan Miró 스페셜 에디션은 오뚜기의 방향성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유쾌함, 즐거움, 건강, 유머, 리듬’ 등을 주제로 늘 새로운 꿈을 그린 세계적 초현실주의 작가 호안 미로의 작품과 철학을 진라면 패키지에 담은 것. 요즘과 달리 당시 식품 브랜드에서는 국내외 유명 작가와 협업하는 일이 흔치 않았다. 오뚜기는 진라면을 통해 더욱 즐겁고 경쾌한 순간을 나누는 진심을 전하며, 소비자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더 좋은 라면이 되고 싶은 진라면의 행보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최근에는 이름이 같은 방탄소년단 진을 모델로 진심을 전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꾸준한 노력과 발전으로 최고 자리에 오른 공통점으로, 오뚜기 진라면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러하다. “진심, 맛있다!”
차돌라면
재료(1인분) 오뚜기 진라면 매운맛 1개, 차돌박이(얇게 썬 것) 50g, 대파 10cm, 숙주 50g, 물 2¾컵, 오뚜기 소불고기양념 1작은술, 타바스코 핫소스 약간
만들기
1 대파는 어슷하게 썰고, 숙주는 씻어서 물기를 뺀다.
2 차돌박이에 소불고기양념을 넣어 섞은 뒤 냄비에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인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거품을 걷어내고 건더기스프와 라면을 넣고 끓이다가 ①의 대파와 분말스프를 넣어 끓인다.
3 ②의 라면을 건져서 그릇에 담고, ①의 숙주를 얹은 다음 끓는 국물을 붓는다. 매콤한 맛을 더하려면 타바스코 핫소스를 뿌린다.
라면버섯 그라탱
재료(1인분) 오뚜기 진라면 순한맛 1개, 백만송이버섯 50g, 쪽파 30g, 베이컨 4장, 오뚜기 프레스코 미트 스파게티소스 ½병, 오뚜기 라망 슈레드치즈 모짜렐라(70g) 2봉지
만들기
1 백만송이버섯은 밑동을 잘라내 씻고, 쪽파는 다듬어 씻어서 5cm 길이로 썬다. 베이컨은 송송 썬다.
2 달군 팬에 베이컨을 볶다가 버섯과 쪽파를 넣고 볶은 후 분말스프로 간한다.
3 끓는 물에 라면을 80% 정도 삶아서 면발이 꼬들꼬들해지면 건져서 ②의 팬에 넣고 볶다가 미트 스파게티소스를 부어 섞는다.
4 ③을 그라탱 그릇에 담고 치즈를 골고루 얹어서 220℃로 예열한 오븐에 20분 정도 굽는다. 치즈가 녹아 겉면이 노릇해지면 완성이다.
요리 노영희 | 촬영 협조 및 자료 제공 ㈜오뚜기(080-024-2311)
- 오뚜기 브랜드 스토리 속내 뜨끈한 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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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사랑이 유별난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제품으로, 이름에서도 진심眞心이 묻어나는 오뚜기 진라면이 내년이면 35주년을 맞이한다. 국물 좋아하는 한국인 입맛에 제격인 라면으로 항상 꾸준하면서도 새로운 진라면을 속속들이 들여다본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