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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미식회-지금, 채소를 말하다 채소를 어여삐 여기는 일
채식주의자라서가 아니라 채소가 맛있기 때문이다. 채소가 주인공인 식단에서도 지극한 맛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다. 너무 익숙해서 그 진가를 제대로 알지 못하던 채소에 대한 예찬을 들어보자.

베이스 이즈 나이스의 브런치 한 상은 채소를 가득 채운 메뉴를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길 바라는 장진아 대표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미소된장 소스를 발라 약한 불에서 오래 구운 연근과 그린빈은 신기하게도 고소한 고기 맛이 난다. 귤피를 넣어 은은한 향을 품은 밥은 버터에 구운 우엉과 동결건조한 은행을 얹고 달큼한 양파 소스를 더해 풍성하다.
틀에 갇히지 않고 좋은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장진아 대표.
베이스 이즈 나이스 대표 장진아
채소를 어여삐 여기는 일

베이스 이즈 나이스라는 채소 친화적 식공간을 운영하게끔 이끈 채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F&B 브랜드 디렉터로 일하며 뉴욕에서 10년 동안 지내다 돌아왔을 때 이전에는 느끼지 못하던 우리나라 채소의 맛에 반했습니다. 뉴욕에서 먹던 양파는 굉장히 매웠는데, 한국 양파를 구워서 먹었더니 달고 부드럽고 촉촉하기까지 했어요. 같은 양파라도 이렇게 다른 맛이 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자 한국의 채소 음식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채소의 재발견이었죠. 마침 새로운일을 구상할 때라 채소의 다채로운 맛을 알리는 기획을 시작했고, 하루에 한 끼 정도 채소가 주인공인 식사를 제안해보자는 생각에 이르러 채소 친화적 식공간인 베이스 이즈 나이스를 오픈했습니다. 처음부터 직접 요리할 계획은 아니었는데, 제가 느낀 채소의 맛을 온전히 구현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리를 하게 되었어요.


셰프 출신이 아니고 주방의 조리 도구도 간단해요. 그럼에도 2021년, 2022년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되고, 예약도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으며 채소 미식을 알리고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요?
전문적인 요리 기술이 부족해서 오히려 더 자유롭고 열린 마음으로 채소를 대하는 것 같아요. 양념으로 그 맛을 덮어버리지 않고 채소 본연의 식감과 매력을 정갈하고 간결하게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베이스 이즈 나이스에서는 채소밥과 맑은국, 구운 채소 반찬과 채소 절임, 생채와 반숙 달걀로 구성한 브런치 한 상이 메뉴의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대략 10~15가지 채소를 풍성하게 사용 하죠. 대신 구이, 무침, 절임, 밥 짓기 등 조리 방법은 간단합니다. 저희 메뉴를 집에서 따라 해봤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참 뿌듯했습니다. 요리는 어려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채소 음식이 손님들의 일상에 스며들도록 도움을 준 셈이니까요.


마포구 도화동 아파트 단지 옆 작은 식당인 베이스 이즈 나이스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되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살 수 있으며, 맛볼 수 있는 채소가 좋은 채소라고 생각한다.
채소가 품은 다채로운 맛 중 어떤 맛을 좋아하나요?
단맛입니다. 채소마다 자신만의 단맛을 지니고 있어요. 그 맛을 알고 음미하면 채소를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채소의 단면이 열에 직접 닿도록 팬에 구우면 단맛뿐 아니라 감칠맛까지 더해져 훨씬 맛있어집니다. 구운 채소를 토치로 한 번 더 구우면 깊은 맛과 향을 더해줄 수 있어요.

채소와 친해지고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 까요?
냉장고에 남아 있는 채소가 무엇이든 라면을 끓일 때 넣어보세요. 매번 새로운 라면을 맛볼 수 있을 거예요.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친숙한 채소 외에 새로운 것이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고, 다양한 조합의 채소 요리를 만들어보세요. 즐겁고 다채로운 채소 일상이 펼쳐질 거예요.


로즈메리 소금, 매실, 간장, 제피 가루, 미소된장은 채소 요리에서 특히 애용하는 양념이다.
계절별로 즐겨 먹는 채소와 조리 방법은?
봄에는 나물을 좋아하고, 여름에는 토마토와 오이를 즐 겨 먹어요. 토마토는 익혀도 특유의 신맛을 잃지 않아서 김치찌개, 카레에도 잘 어울려요. 가을은 우엉을 살짝 볶아 먹기 좋은 계절이죠. 겨울에는 고구마로 밥을 짓고, 귤청에 조리는 고구마조림도 즐겨 해 먹습니다.

채소와 가까워지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은?
<Her vegetables.>_ 요리 전문가는 아니지만 채소 각각의 맛을 사랑하고 색다른 조합으로 소개하고자 애쓴 저의 책입니다. 시금치로 만든 잼, 두부 처트니 등 생소한 메뉴지만 너무 쉬워서 용기 내 시도할 수 있도록 설명해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채소를 구입하는 생산자와 마켓은?
집에서 가까운 마트나 동네 시장을 이용합니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동네 대형 마트에서 한국 채소를 다시 배우고 친해졌어요.

글 박효성, 김지혜 기자 | 사진 이우경, 이창화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