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맛, 인기 뒷고기 알고 먹기
뒷고기는 이를테면 돼지고기의 특수 부위 모둠이다. 도축장 기술자들이 알음알음 구워 먹던 부위를 통칭하는데, 조금씩 잘라내 ‘뒤로 빼돌린 고기’라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만큼 맛과 식감이 더없이 훌륭하다.
1. 토시살
한 마리에서 겨우 100g 정도 나오는 가장 귀한 부위로 주먹살로도 불린다. 주로 구워 먹는데, 육색이나 맛, 향이 진하고 쫄깃한 식감까지 쇠고기와 비슷해 마니아층이 두껍다.
2. 도깨비살
일명 앞사태살로 한 마리에서 고작 150g 정도 나온다. 지방이 거의 없는 단백질 부위로 육향이 좋으며, 다소 질긴 편이지만 쫄깃한 식감을 좋아한다면 제격이다. 구이, 수육, 국거리 용도로 다양하게 즐긴다.
3. 등심꽃살
등심에 붙어 있는 부위로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지만 살코기 사이사이에 지방층이 얇게 도포되어 있어 색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다. 한 마리에서 400g 정도 나온다.
4. 갈매기살
돼지의 배 속을 가로막는 횡격막과 간 사이에 붙어 있는 살인 가로막살을 가리킨다. 한 마리에서 300g가량 나오는데, 구워 먹으면 쫄깃한 식감과 짙은 육향이 훌륭해 씹을수록 향미가 우러난다.
5. 가브리살
목심과 등심의 연결 부위에 있는 손바닥만 한 부위로 한 마리에서 400g 정도 나온다. 등심덧살, 등겹살로 불리기도한다. 담백한 맛이 좋으며, 육즙이 풍부해 구이용으로 알맞다.
6. 볼살
돼지머리 양옆에서 한 마리당 200g 정도 나온다. 담백하면서도 쇠고기처럼 짙은 맛이 매력적으로, 식감이 부드럽고 연하다. 목과 어깨 부위에서 나오는 두항정살과 합쳐 볼항정살로도 즐기는데, 좀 더 기름져 고소하다.
7.꼬들살
돼지 목덜미 부위로, 덜미살로도 불린다. 한 마리에서 400g 정도 나오며, 고기 조직이 굵어서 식감이 쇠고기로 착각할 정도로 꼬들꼬들하다. 지방과 살코기 비율이 적절해 구우면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곁들이 맛, 구이와 함께 즐기기
돼지고기 부위를 막론하고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조리법은 뭐니 뭐니 해도 구이다. 고기의 지방 함량이 높다면 250℃ 이상에서, 낮다면 110℃ 전후에서 은근히 구워야 맛있다. 이때 궁합 좋은 장아찌와 딥 소스를 곁들이면 맛과 영양을 더할 수 있다.
1. 마늘장아찌
마늘은 돼지고기와 찰떡궁합이다. 돼지고기에 풍부한 비타민 B1의 흡수를 돕기 때문. 장아찌로 즐겨도 제격인데, 절임액(물 3컵, 식초 2컵, 설탕 150g, 소금 50g)을 끓여 식힌 뒤 마늘(200g)에 붓는다. 6개월 이상 절여야 매운맛이 빠진다.
2. 깻잎장아찌
밑반찬으로 인기인 깻잎장아찌는 고기구이와도 안성맞춤이다. 절임액(채소 우린 물 1컵, 간장 1컵, 설탕 1컵, 소금 1큰술)을 끓여 식힌 뒤 차곡차곡 쌓은 깻잎(1백 장)에 붓는다. 이때 깻잎이 뜨지 않도록 주의한다.
3. 고추장아찌
매콤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맛이 고기구이의 곁들이 메뉴로 제격이다. 청양고추(10개)는 얄팍하게 채 썬 뒤 마늘장아찌의 국물을 부어 하룻밤 동안 절이면 바로 먹을 수 있다.
4. 고르곤졸라 마늘 딥 소스
치즈와 마늘 특유의 향미가 일품이다. 볼에 사워크림(5큰술), 고르곤졸라 치즈(3큰술), 간 마늘(1작은술)을 넣어 섞은 뒤 마지막에 딜(10g)을 성글게 다져 가볍게 섞는다.
5. 명이장아찌고추냉이 딥 소스
알싸한 고추냉이를 고기구이와 함께 즐기는 것이 인기다. 명이장아찌를 더하면 풍미가 깊어지는데, 물기를 짜서 다진 명이장아찌(10장)를 고추냉이(5큰술)와 섞으면 완성된다.
6. 명란 마요네즈 딥 소스
말 그대로 명란(2개)의 알을 발라 마요네즈(100g)와 섞은 뒤 굵게 간 후춧가루(½작은술)를 넣어 만든다. 명란 특유의 짭조름한 맛과 마요네즈의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풍미의 조화가 고기구이는 물론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품종을 알면 맛이 보인다!
우리가 먹는 돼지고기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흰 돼지인 삼원교배종(YDL, 요크셔·두록·랜드레이스를 교잡한 돼지 품종)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료와 항생제 사용 여부 등 사육 방법에 따라서만 차별화되었는데, 최근엔 맛이 뛰어난 돼지 품종이 속속 등장하면서 돼지고기 맛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
버크셔Berkshire
1800년대 영국의 재래종과 중국 샴 돼지를 교배해 개량한 돼지다. ‘육백六白’으로도 불리는데, 머리·네 다리·꼬리 이렇게 여섯 부위가 흰 빛깔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버크셔 고기는 근섬유가 다른 돼지보다 얇고 많기 때문에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두록Duroc
미국이 원산지로 털이 갈색이라 황금 돼지라고도 불린다. 육색이 짙고 붉은빛이 특징이다. 고기 속에 고루 퍼져 있는 근내 지방이 훌륭해 부드럽고 감칠맛도 뛰어나 두록만 취급하는 전문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이베리코Iberico
스페인 흑돼지 품종으로, 스페인 햄 하몽의 원료다. 사육 방법에 따라 베요타bellota, 세보데 캄포cebo de campo, 세보cebo 등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 베요타는 순종 이베리코 돼지를 14개월 이상 사육하고 도토리가 나는 10월부터 12월 사이 방목해 4월 이전에 도축한 것만 해당한다. 삼겹살은 지방이 너무 많아 구이용으로 적합하지 않으며, 갈빗살· 등심 등의 감칠맛이 좋다.
제주 흑돼지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국내 흑돼지를 대표한다. 비계가 많은 편이지만, 이 비계마저도 맛있다는 것이 흑돼지의 매력이다. 이 밖에도 한국 재래 흑돼지로는 우리흑돈과 난축맛돈이 있으며, 각각 두록과 랜드레이스를 교배한 개량종이다.
얼룩돼지(YBD)
YDL에서 랜드레이스 대신 쫄깃한 맛이 좋은 버크셔를 교배한 품종이다. 몸에 얼룩이 있어 ‘얼룩돼지’라 불린다. 쫄깃하게 씹는 맛이 있으면서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숙성 돼지고기는 뭘까?
고기를 도축해 일정 기간 동안 적절한 조건에서 보관하면 카뎁신cathepsine(근육세포에 존재하는 단백질 분해 효소)이라는 자체 효소 작용으로 감칠맛이 풍부해지고, 육질이 부드러워지면서 새로운 맛을 더하게 되는데, 이를 숙성이라고 한다. 지방 맛으로 즐기던 돼지고기를 단백질 맛으로 즐기는 방법이 숙성 고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육류 숙성법에는 건식 숙성(dry-aging)과 습식 숙성(wet-aging) 등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건식 숙성은
온도와 습도의 조건을 고려한 상태에서 건조 숙성시키는 것이고, 습식 숙성은 고기를 진공포장한 뒤 저온의 물속에서 천천히 숙성시키는 방식이다. 방식의 차이뿐 아니라 숙성 기간에 따라 고기의 식감과 풍미가 달라지며, 좀 더 오랜 시간 제대로 숙성시키면 지방 함량이 적고 질긴 고기도 식감이 부드러워지며 맛도 좋아진다.
맛있는 돼지고기를 고르려면
돼지고기는 쇠고기에 비해 보관 기간이 짧기 때문에 신선도가 좋은 것을 고르는 것이 우선이다. 좋은 돼지고기는 부드럽고, 광택이 흐르며, 살코기와 지방이 적당히 섞인 것이다. 회색빛이 짙을수록 오래된 것이므로 피하고, 구입 후 3일 안에 소비한다. 무엇보다 요리에 따라 용도에 맞는 적당한 돼지고기 부위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디어 돋보이는 모둠 고기 케이크!
돼지고기 모둠으로 만든 이색 케이크가 눈길을 끈다. 작년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진행한 ‘한돈 케이크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육육축산의 한돈 케이크가 바로 그것. 녹차와 강황을 먹인 보성녹돈의 삼겹살, 목살, 항정살, 가브리살 등 인기 부위로 구성해 다양한 부위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한돈몰(mall.han-don.com)에서 구입 가능(유통 상황에 따라 상이).
글 신민주 | 사진 박찬우 | 요리와 도움말 김정은(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 참고 도서 <고기수첩>(우듬지), <알면 더 맛있는 고기 사전>(북커스)
- 아는 만큼 맛있다 알쓸맛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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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의 카테고리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다양한 맛과 식감을 갖춘 부위가 새롭게 등장하고, 기존 부위를 색다르게 즐기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돼지고기를 미식으로 즐길 때 알아두어야 할 이모저모.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