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에 떡차를 덖는 홍만수 대표.
봄에 딴 찻잎을 쪄서 절구에 찧어 만든 발효차로 떡차라고 부른다.
홍만수 대표의 세작은 풋풋한 차 맛과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조선 시대 화폐인 상평통보 모양으로 압축한 태일병차.
만수가 만든 차, 홍만수
나의 삶은 곧 차의 일상
‘만수가 만든 茶’는 홍만수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드는 차 브랜드다. 하동 십리벚꽃길을 따라 칠불사로 향하는 길에 자리한 그의 토담집을 찾았다. 다실에 들어서니 지리산 밑자락에 펼쳐진 1만여 평의 야생차밭이 차경에 담겨 있다.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우리 차밭이 아니었어요. 저 밭에서 일한 품으로 차를 받아와 고뿔차를 만들어주셨죠.” 30년간 뚝심 있는 ‘차쟁이’로 살아온 홍만수 대표. “할 줄 아는 게 차밖에 없다”고 말하는 그의 대표작은 고뿌레차다. 앞서 언급한 할머니의 고뿔차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만든 것이다. 당시 할머니는 찻잎을 큰 바위에 널어두고 잎이 시들면 손으로 비비고 말려 마루 위에 두었다. 여기에 돌배 말린 것을 섞어 발효시켰는데, 겨울이면 주전자 안에 그 차가 매일같이 팔팔 끓었다. “감기가 들면 할머니가 사카린을 넣어 달게 만들어주셨죠. 한 사발 들이켜고 땀을 내면 거짓말처럼 감기가 나았어요.” 고뿌레차가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지만,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차는 녹차다. ‘우리나라 소엽종 찻잎으로 장기 숙성차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만든 태일병차는 고소한 맛이 나는데, 이게 핵심이다. “차를 솥에 덖을 때 잎과 줄기는 익는 시간이 차이가 납니다. 마지막 공정에서 숯불에 충분히 뜸을 들이고 줄기를 익혀야 해요. 잘 익은 차는 빈속에 먹어도 속이 편하지요.” 아침이면 차밭을 놀이터 삼아 나간다는 그의 삶은 곧 차의 일상이다. “제가 야생차밭을 누리며 차를 만들 듯이 이 밭을 잘 보존해서 후손들이 덕을 보면 좋겠네요.” 하동 차, 그리고 차 문화의 그루터기를 남기고 싶다는 그의 차를 마시면 그의 말처럼 ‘억수로 행복해진다’.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모암길 17 문의 055-883-1696
찻상 앞에 앉아 차를 우리는 김정옥 대표. 언제 만나도 여전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한다.
티 코스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다식. 이렇게 내주고도 어디선가 카스텔라를 들고 왔다.
그간 조금씩 모은 다완이 어느덧 찬장을 한가득 채웠다.
김정옥 대표는 다구를 사는 것이 자신의 유일한 사치라 말한다.
관아수제차, 김정옥
야생의 차밭을 닮은 포근함으로
사람이 인위적으로 심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자라고 있는 야생차밭에서 3대째 차 농사를 짓는 관아수제차. 차를 기르고 만들기까지 모든 과정은 100% 수작업으로 한다. 차 좀 안다는 사람은 이곳의 차에서 ‘야생의 맛’을 찾아낸다. 그게 어떤 맛인지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차를 많이 마셔보면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어떤 감칠맛, 거칠고도 진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한번 관아수제차에 빠진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기에,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알음알음 알려지며 인정받고 있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관아의 찻자리는 녹차와 홍차를 바탕으로 철마다 다른 대용차까지 이어 마시는 코스로 구성한다. 이번 겨울에는 간과 심장에 좋은 구기자차를 주로 낼 예정. 김정옥 사장은 마을에서 열리는 한의학 공부 모임에도 꾸준히 참석하며, 차와 약초를 블렌딩하는 방법도 계속해서 연구한다. 찾아오는 손님의 상황에 맞춰 더욱 건강한 차를 내기 위해서다. 또 관아의 찻자리에는 뭔가 특별한 기운이 있다. 김정옥 사장과 마주 앉는 순간 고해성사를 하는 것처럼 마음속 말이 술술 나오기 때문. “왜 그렇게 될까요?” 하고 물으니 그건 찻자리의 힘이라 말한다. “요새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두꺼운 벽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차를 마시는 동안에는 마음의 문을 열거든요. 평소 하지 못하던 이야기까지 하게 되죠. 저는 그저 귀를 열어놓고 앉아 있을 뿐이에요.” 김정옥 사장은 우리 잔이 빌 새 없이 연신 차를 부어주고, 홍시와 카스텔라, 각종 정과 등 차와 곁들여 먹을 것을 어디선가 내온다. 그가 농담 삼아 ‘물고문’이라 부르는 이 행복한 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길.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목압길 24-2 문의 010-5334-7785
오금섭 씨는 차에 관심을 가졌다면, 우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차에 대한 각자의 취향을 찾아가기를 권한다. 호중거는 오전 한 팀, 오후 한 팀, 하루에 총 두 팀만 예약제로 받는다.
오금섭 씨의 아내 박은정 씨가 다식으로 준비한 팥죽이 소담하게 담겨 있다.
노산도방 이혜진 작가의 팔각 잔과 다관.
호중거壺中居, 오금섭
저마다의 ‘차의 길’을 안내하다
화개면 용강마을에 깊숙이 숨은 프라이빗 찻집 호중거. ‘길을 잘못 들었나?’라는 의심이 들 만큼 굽이굽이 골목을 올라야 건물의 윤곽이 보인다. 차 애호가라면 알 만한 호중거가 5년 전, 분당에서 화개로 내려와 터를 잡은 것이다. 오금섭·박은정 부부는 일곱 살, 아홉 살 난 두 아들이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에 내려왔다. 호중거는 그저 차가 좋아 ‘차호 속에 산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었는데, 최치원 선생이 ‘호중별유천(항아리 속 별천지)’이라 부른 지역으로 왔으니 꼭 운명처럼 진정한 ‘호중거’가 되었다. “차를 좋아해서 1999년부터 자주 오가던 곳이 바로 여기 화개예요. 사진학과 졸업 작품으로 모암마을의 차 만드는 사람들을 다큐멘터리로 찍기도 했죠.” 그는 ‘차를 석 잔 마셔야 한다’는 조건으로 스님을 따라 여행길에 오르면서 처음 차를 만났다. 배움을 위해 중국에서 9년이란 오랜 유학 생활도 마다하지 않았으니 중국차, 대만차에 대한 식견도 깊다. 하지만 그에게 차는 나라의 구분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녹차는 녹차대로, 보이차는 보이차대로 즐길 만한 게 있지요. 음식도 제철이 있듯이, 차도 생산하는 시기나 계절에 따라 어울리는 차가 있어요. 12월이면 대만의 겨울 차가 완성되는 시기니 대만차를 즐길 때가 왔네요.” 그는 바쁜 일상에서 차를 통해 쉼을 얻기 바란다. 차를 마시는 형식과 예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였으면 한다. “각자 즐거운 방식으로 편하게 즐기면 좋겠어요. 나만의 ‘차의 길’을 찾아가는 것도 하나의 다도茶道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쭉 걷다 보면 후대의 길로 남을 수도 있겠지요.”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용강길 100-1 문의 010-4252-5135(예약 필수)
서로를 닮아가는 이종민·김해옥 부부. 지리산이 맺어준 소중한 인연이다.
최근 하동에서 활동하는 디자인 팀 ‘에코맘’과 협력해 리뉴얼한 쟈드리 차 패키지.
김해옥 대표가 만든 정갈한 다식.
설탕 대신 스테비아를 블렌딩한 순수 유자차는 달지 않은데 단맛이 혀에 착 감기고, 유자 향이 살아 있다.
쟈드리, 이종민·김해옥
유쾌하고 창의적인 차 전도사
쟈드리의 차는 쉽고 재미있다. 쟈드리를 운영하는 이종민·김해옥 부부는 하동 차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젊은 차인. 녹차와 홍차를 기본으로 다양한 자연 재료를 블렌딩하고, 직접 개발한 대용차도 함께 선보인다. 대용차는 음료일 뿐 차라고 할 수 없다는 시선도 있지만, 과거 녹차가 귀하던 시절에는 다들 야생에서 나는 것을 말려 차로 우려 마셨다. 이종민 대표도 “대용차는 우리 삶 속에서 오래 이어져온 한국 차 문화”라고 말한다. 가장 처음 만든 대용차는 순수 유자차. 설탕 없이 유자만으로 맛을 내기 위해 스테비아라는 식물성 허브를 블렌딩했다. 수년간의 연구와 노하우가 쌓이자 팥&호박차, 홍도라지차, 쑥궁이차, 유자홍차 등 색다른 차 제품도 연이어 탄생했다.
하동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쟈드리표’ 차 맛을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아담한 티 카페를 마련했다. 쟈드리 티 카페를 방문하려면 예약은 필수. 녹차 혹은 홍차를 먼저 마신 후 각종 대용차까지 총 6~7가지 차를 맛보는 티 코스를 즐길 수 있다. 김해옥 대표는 멀리서 온 손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손수 다식을 만든다. 쟈드리에서 가지고 있는 각종 재료와 차 제품을 활용한 정과, 강정, 카나페, 쇼콜라 등 그때그때 다른 다식을 준비한다. 쟈드리 티 카페는 앞으로 다른 차인의 차도 소개하는 큐레이션 코너도 마련할 예정이다. 하동에는 숨은 차 고수가 많은데, 세상에 알려질 기회가 드물어 안타깝기 때문. 그리고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특색 있는 쟈드리의 차 제품이 현대인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나아가 해외에 진출할 기회도 꾸준히 만들어나갈 것이다. 주소 경남 하동군 악양동로 382 1층 문의 010-8572-2437
이종민·김해옥 부부가 <행복> 독자만을 위한 차회를 엽니다.
다양한 ‘쟈드리표’ 차와 다식을 즐겨보세요.
일시 2022년 1월 26일(수) 오전 11시, 오후 2시 30분 중 선택
장소 서울시 중구 장충동 디자인하우스
참가비 6만 원
인원 6명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클래스’ 코너 또는 전화(02-2262-7222)로 신청
- 하동에 머무르며 차의 고유한 매력을 알리는 네 명의 차인. 하동 차인茶人
-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2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