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물에 프레시 홉과 블루세이지, 메리골드 등 허브를 함께 넣고 손으로 세게 비빈 후 손이나 발을 담그면 아로마 세러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잘 몰랐던 홉 이야기
‘호프’라고도 부르는 이 식물은 본래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캅카스 지방이 원산지다. 뽕나뭇과에 속하는 다년생 덩굴식물로 완전히 다 자라면 그 높이가 무려 5~12m에 달한다. 홉은 7세기 독일로 전해져 8세기 후반부터 맥주 양조에 사용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른쪽으로 돌면서 기어오르는 줄기에는 솔방울처럼 생긴 암꽃이 달리는데, 이 암꽃에 노란색의 작은 알갱이, 루풀린lupulin이 생긴다. 맥주에 향과 쓴맛을 내는 향료가 바로 이것이다. 물론 맥주의 3대 원료(맥아, 홉, 물) 중 하나로 가장 유명하지만, 이것이 홉의 전부가 아니다. 뛰어난 살균력과 항균력을 지닌 천연 방부제이자 심신을 안정시키는 진정제, 수면제, 소화제로도 사용하던 만능 약초였다.
(오른쪽부터) 캐나다 출신의 양조사 앤드루, 고릴라브루잉의 요리와 마케팅을 맡은 우현정 매니저, 고릴라브루잉 대표이자 브루잉을 총괄하는 마스터 브루어 폴, 홍콩 출신의 양조사 브라이언. 이 네 사람을 주축으로 고릴라브루잉의 수제 맥주가 탄생한다.
맥주를 와인 배럴에 숙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맥주를 캔에 병입하는 과정.
홉피니스는 올해 국내에서 수확한 프레시 홉을 사용해 양조한 것이 특징.
홉, 맥주의 영혼이 되다
기원전 5천 년경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에서도 맥주를 마셨다는 기록이 전해지지만, 오늘날 맥주의 원형은 1516년 남독일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가 제정한 맥주순수령에서 찾을 수 있다. 맥주는 보리·홉·물로만 제조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 ‘맥주의 영혼’이라 부르는 홉은 맥주에 쓴맛과 독특한 향미를 더하는 것은 물론 홉에 함유된 타닌 성분이 맥주의 과잉 단백질을 제거하고, 투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또 중요한 점은 바로 살균력. 맥주 안에 잡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해준다.
그렇다면 실제 홉은 맥주 양조에 어떻게 사용될까? 부산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수제 맥주 브랜드로 거듭난 고릴라브루잉 컴퍼니의 양조장을 방문했다. 레스토랑에는 요리를 맡은 헤드 셰프가 있듯이, 양조장에는 맥주를 만드는 브루어가 존재한다. 고릴라브루잉 컴퍼니의 CEO인 영국 출신의 폴 에드워즈Paul Edwards가 이곳의 전체 양조를 총괄하는 마스터 브루어다. 이날은 <행복>과 협업해 프레시 홉을 이용한 ‘홉피니왼스’ 맥주를 양조하는 날. 우선 몰트는 곱게 분쇄해 물과 잘 섞는 당화(담금) 과정을 거친다. 정확한 수치의 알코올 도수와 당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바로 이 담금 과정이 중요하다. 침전물을 가라앉힌 후 맑게 잘 용해된 물만 추출해 끓이는데, 이 단계에서 첫 번째 홉을 집어넣는다. 보통 홉을 압축한 펠릿 형태를 넣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홉피니스 에일을 위해 특별히 올해 수확한 신선한 홉을 넣었다.
이렇게 맥주를 끓이고 홉을 더한 상태를 ‘맥즙’이라고 한다. 효모가 활동할 수 있도록 맥즙을 식히고, 발효시키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홉을 집어넣는다. 이때 첨가하는 홉으로 맥주에 섬세한 과일 향을 부여하는 것. 효모의 대사 작용을 통해 탄산과 알코올 성분이 완성되고, 발효가 끝난 단계를 맥주라 부를 수 있는데, 짧게는 보름부터 길게는 20일 정도까지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 맥아 분쇄부터 발효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진행되어야 비로소 맛있는 맥주가 완성된다.
디저트의 뒷맛을 책임진다
홉 특유의 씁쓸한 맛과 궁합이 잘 맞는 것이 바로 달콤한 디저트다. 홉과 색다른 조합을 기대할 수 있는 디저트는 아이스크림, 케이크, 푸딩, 마카롱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디저트는 바로 탱글한 식감의 줄레! 과즙을 굳혀 젤리 형태로 만든 줄레에 홉을 우려 넣으면 고급스러운 뒷맛을 느낄 수 있다.
홉&그레이프프루트 줄레 hop&grapefruit gelée
재료
프레시 홉 10개, 자몽 4개(또는 자몽 주스 200ml), 젤라틴 10g, 물 50ml, 설탕 60g
만들기
1 자몽은 가로로 반 잘라 즙을 짜거나, 시판하는 자몽 주스를 사용한다.
2 젤라틴에 물을 부어 불린다.
3 티포트에 물을 끓인 후 홉 9개를 넣고 5분 정도 우린다.
4 ③에 ②를 넣고 녹으면 설탕과 자몽 주스, 홉 1개를 넣고 잘 섞는다. 이때 홉은 손으로 한 장씩 떼어 넣는다.
5 ④를 컵 5개에 나눠 담고 냉장고에 넣어 굳힌다.
6 컵 1개 분량은 믹서에 넣고 갈아 나머지 4개 컵에 거품 장식으로 올린다.
집에서 간단히 즐기는 파인애플 맥주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이 커지고 ‘집콕’ 시간이 늘어나면서 홈 브루잉을 취미로 하는 이도 적지 않다. 거창한 양조 장비와 재료 없이도 간단하게 홉을 이용해 맥주를 만들 수는 없을까? 파인애플과 설탕을 넣고 만든 멕시코 음료 테파체Tepache를 응용한 파인애플 홉 비어를 만들어보자. 새콤달콤한 파인애플 향과 쌉싸름한 홉의 피니시가 특징. 시간이 지날수록 탄산이 많이 발생한다.
파인애플 홉 비어pineapple hop beer
재료
파인애플 껍질과 심 1개분, 프레시 홉 또는드라이 홉 10개, 설탕 1컵, 물 적당량
만들기
1 깨끗하게 소독한 병에 파인애플 껍질과 심, 홉을 넣는다.
2 ①에 설탕을 넣고 물을 가득 부어 설탕이 녹도록 잘 젓는다.
3 병뚜껑을 느슨히 닫거나 거즈를 씌워 2~3일간 상온에 보관한다.
4 ③을 체에 걸러 다른 병에 담아 냉장고에 2~3일간 보관한 후 마신다.
잠들기 전에 한잔
홉에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줄여주는 진정 효과가 있다. 특히 수면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불면증을 겪고 있다면 취침 전에 홉차를 마셔보자. 티포트나 내열유리 용기에 홉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3~5분 정도 우려 따뜻하게 마시거나, 얼음을 넣어 차갑게 마신다.
프레시 홉을 즐기는 방법!
디자인하우스 창사 45주년과 <행복> 창간 34주년을 기념해 프레시 홉을 이용한 ‘홉피니스Hoppiness’ 에일을 출시합니다. ‘hoppy(홉의 풍미가 있는)’와 ‘happiness(행복)’를 합친 이름으로, 올해 수확한 프레시 홉을 사용해 만든 특별한 맥주입니다. 홉피니스는 고릴라브루잉 펍과 와인앤모어 전국 매장에서 만날 수 있으며, 홉피니스를 보다 풍요롭게 즐길 수 있는 페어링 메뉴는 서울다이닝, 고릴라브루잉 펍에서 선보입니다.
서울다이닝
페어링 메뉴: 소갈비
맥주와 간장을 넣어 익힌 부드러운 소갈비와 보리로 만든 리소토에 우유 맥주 거품을 올린 메뉴.(웰컴 드링크로 홉피니스 맥주를 제공하며, 코스 중 메인 메뉴로 소갈비를 서브합니다.)
기간 9월 1~14일(점심 한정)
주소 서울시 중구 동호로 272
문의 02-6325-6321
고릴라브루잉 펍
페어링 메뉴: 연어와 홉
프레시 홉과 함께 소금에 절인 연어에 홉 크림, 구운 오이, 라임 피클을 더한 메뉴.
기간 9월 24~30일
주소 부산시 수영구 광남로 125
문의 070-4837-6258
- 아는 만큼 맛있다 녹색 황금, 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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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에 어린 빛이 반짝이는 계절, 녹색 홉Hop을 만났습니다. 맥주 원료로 알려진 홉은 그 생김새도 낯설뿐더러 맛과 향도 생소한 이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껏 알지 못한, 그러나 알면 알수록 흥미롭고 신비로운 홉의 세계를 탐구하며, <행복>은 프레시 홉으로 만든 특별한 맥주를 빚었습니다. 디자인하우스 창사 45주년과 <행복> 창간 34주년을 기념해 고릴라브루잉 컴퍼니와 푸드 콘텐츠 기획자 박현신과 함께 만든 홉피니스 에일이 그 주인공입니다.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며 홉의 신선한 매력에 푹 빠져보세요.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