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는 1년 중 양기가 가장 충만한 때지요. 그래서 여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날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여자들이 주로 활동하던 곳이 부엌이었습니다. 어둡고 습한 부엌은 음기가 강한 대표적인 곳이지요. 그러나 단옷날만큼은 밖으로 나와 나물을 뜯고 술도 한잔 마시곤 했습니다.” 떡 전문가 장정희 씨가 말하는 단오의 의미다. 단오에는 수리취떡과 제호탕, 증편 등을 먹었다. 그중 제호탕은 임금이 70세 이상의 원로들로 구성된 기로소에 내리는 건강 음료의 일종. 백자 항아리에 정갈하게 담긴 제호탕에는 갈증을 해소하고 기운을 내라는 임금의 마음이 듬뿍 담겨 있었다. 제호탕은 꿀과 오매육(청매실을 그을린 것), 그리고 축사인과 초과, 백단향 등 여러 한약재를 섞어 만든다. 꿀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곱게 간 뒤 마지막에 꿀을 섞어 은근한 불에 조리면 완성되는데 수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냉장고에 한 달 정도 두고 먹어도 괜찮다. 또 매실이 꿀의 독성을 없애주기 때문에 평소 꿀이 몸에 잘 받지 않는 사람도 걱정할 것 없다.
제호탕은 소화력이 떨어지거나 더위에 지칠 때 한 숟가락씩 물에 희석시켜 마시면 좋다. 일명 ‘술떡’으로 알려진 증편 역시 날씨가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는 단오에 먹는 떡이다.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든 증편은 상온에 이틀을 두어도 굳거나 쉬지 않는다. 증편은 사실 만드는 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떡이 아니다. 발효 시간과 양만 정확히 지키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요즘에는 제대로 된 증편 맛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떡은 발효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막걸리 대신 팽창제와 이스트를 넣는 경우가 많다. 이스트를 쓰면 급하게 발효가 되어 떡 입자가 거칠어지기 십상이다. “막걸리는 반드시 멸균시키지 않은 것을 쓰세요.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서울장수 막걸리를 넣으면 됩니다.” 장정희 씨는 ‘발효 시간이 지나치게 길면 좋지 않은 술 냄새가 나고 쓴맛이 난다’며 발효 시간을 잘 지킬 것을 강조했다. 발효 온도는 30~35℃가 알맞은데 여름에는 실온에 두고, 겨울에는 전기장판을 이용하면 된다. 막걸리를 넣고 6~7시간 동안 발효시켜 만든 증편은 부드럽고 촉촉하면서도 탱탱한 질감이 일품이다. 증편을 찔 때 맨드라미나 석이버섯, 대추, 흑임자, 잣 등을 올리면 한결 먹음직스럽다. 제호탕이나 증편은 굳이 단오가 아닌 평소에 먹어도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두 음식 모두 만들기 어렵진 않지만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수다. 양력 6월 19일인 올 단옷날, 느긋한 마음으로 만들어 먹으면 단오 기분도 내고 건강도 챙길 수 있겠다
* 떡 연구소 함지(02-338-7059)에서는 해마다 단오 전시회를 엽니다. 이번 전시는 6월 19일에 열리며 단옷날의 대표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행복이 가득한 홈쇼핑(306쪽)에서 함지에서 준비한 제호탕과 증편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증편
재료 멥쌀가루 500g , 물·막걸리 150ml씩, 설탕 85g, 채 썬 맨드라미(또는 대추)·석이버섯 약간씩
만들기
1 50℃로 데운 물에 설탕과 막걸리를 넣어 고루 휘젓는다. 2 ①에 멥쌀가루를 넣고 고루 섞어 랩을 씌운다. 실온(30~35℃)에서 네 시간을 두어 1차 발효시킨다.
3 반죽을 치대 공기를 뺀다. 다시 랩을 씌우고 두 시간 동안 둔다.
4 반죽을 치대 공기를 빼고, 한 시간 동안 더 발효시킨다.
5 틀에 ④를 넣고 채 썬 맨드라미와 석이버섯을 올린다(사진 1).
6 김이 오른 찜통에 올려 약한 불에서 5분, 강한 불에서 20분간 익힌다. 불을 약하게 줄여 5분 동안 뜸을 들인다.
제호탕
재료 꿀 3kg, 오매육 600g, 초과 40g, 백단향·축사인 20g씩
만들기
1 꿀을 제외한 모든 재료(사진 2)를 믹서에 곱게 간다.
2 ①과 꿀을 고루 섞어 열 시간 동안 은근한 불에 중탕으로 조린다. 이때 중간에 한 번씩 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