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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종식 미생물 박사 체내 미생물과 공생하세요
‘제2의 게놈Genome’이라 부르며 인체의 신비를 파악하는 열쇠로 주목받는 체내 미생물 생태계, 마이크로바이옴.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이자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 천랩 대표 천종식 박사를 만나 진지하게 ‘똥’ 이야기를 나누었다. 똥은 미생물과 가장 긴밀한 관계이기에.


사람(왼쪽)과 미생물(오른쪽)을 충족시키는 마이크로바이옴식 한 끼의 예.

천랩 유산균은 설문을 통해 세 가지 중 자신에게 맞는 제품으로 먹을 수 있다.

천종식 박사는 매일 자신의 배변 활동을 기록한다. 그가 이끄는 천랩에서 개발한 장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피비오’에 변 형태와 질감 등의 변화를 입력하는 것.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의 상태를 추적하고 좀 더 이상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아직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용어가 낯선 독자를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인체의 구강ㆍ피부ㆍ장ㆍ생식기 등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약 38조 개의 미생물 세계를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한다. 최근 10여 년 전부터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는 분야. 빌 게이츠도 “세계를 바꾸게 될 세 가지를 꼽는다면 치매 치료제, 면역 항암제, 그리고 마이크로바이옴이다”라고 말했다(2018년). 그리고 그 선두에는 천종식 박사가 논문 인용 순위에서 세계 상위 1%에 들며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과학 지식이 전혀 없어 인터뷰 준비가 쉽지 않았다고 고백하자, “어렵지 않아요. 미생물에게 먹이를 주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핵심이에요”라고 답하는 천종식 박사. “장에서 사는 미생물에게 먹을 걸 주지 않으면 미생물의 생태계가 위태로워져요. 장에는 미생물이 많아야 하거든요. 미생물의 양이 줄고 다양성이 줄면 기능을 못 하니 여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우선 미생물이 먹을 게 없으니 장벽의 점막을 갉아 먹죠. 또 미생물이 만들어야 하는 짧은 사슬 지방산(유익균에서 얻는 물질)을 생성하는 환경이 유지되지 않으니 면역계 조절이 안 되죠. 이로 인해 염증이 발생하고 비만, 우울증, 치매 등 다양한 질병이 생길 수 있어요.” 기존에 유익균이 이로운 거니까 유익균을 보충하면 해결된다는 관점은 단순한 논리였던 것이다. 특정한 균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터전을 만드는 일. 이를테면 공원에 거주하는 동식물의 종류와 양이 많아야 건강한 생태계라고 바라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류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론에 희망을 거는 이유는, 미생물의 약 95%가 모여 있는 장 속 환경은 우리가 식이와 생활습관 조절을 통해 비교적 쉽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바꾸지 못하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은 먹는 것으로 바꿀 수 있어요. 유전자가 같은 쌍둥이 중에서 비만과 마른 체형으로 각각 다르게 자란 경우를 찾아 분석해 보았더니, 장내 미생물 환경이 달랐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먹는 것이 장내 환경에 도움이 될까? 천종식 박사는 일명 ‘마이크로바이옴 식사’를 통해 최근 두 달 만에 허리둘레 2인치를 뺐다.

“식단의 절반은 미생물이 좋아하는 것을 챙겨 먹었을 뿐인데, 염증이 줄고 살도 빠지며 기분도 좋아져요. 마이크로바이옴에 좋은 대표 음식은 연근, 우엉, 고구마 같은 뿌리채소와 과일 껍질이에요. 이러한 장내 미생물 먹잇감을 함께 드세요. 라면을 꼭 먹고 싶다면 채소를 듬뿍 넣어서 먹는 식으로요.” 이렇게 마이크로바이옴 식사를 지속하다 보면 우선 대변량이 늘어난다. 이는 미생물의 양이 풍부해졌다는 증거로 매우 반가운 신호다. 장 건강 이야기를 하면서 유산균을 빼놓을 수 없는데, 우선 잘못 알려진 상식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유산균은 진짜 장내 세균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보조제예요. 프로바이오틱스(살아 있는 미생물), 프리(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 포스트(프로바이오틱스가 만드는 물질) 중 뭐가 더 좋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지요. 가장 중요한 건 개인에게 맞는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에요.” 나에게 맞는 유산균 분별법은 바로 배변 상태를 관찰하는 일이라고 조언한다. 그래서 매일 배변 기록이 중요하다. “유산균을 먹어보고 별 차이를 못 느끼면 다른 걸 먹어보는 식으로 찾아보세요.

누가 좋다고 해서 1년 치를 사놓고 먹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천랩에서도 유산균을 선보이는데, 한국인의 장 유형을 PㆍBㆍO 세 가지로 나누어 자신에게 잘 맞는 걸 좀 더 쉽게 찾도록 방향을 제시해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인간은 다 다르고, 마이크로바이옴도 다 다릅니다. 또 늘 변하는 존재이지요. 그러니 스스로 과학자가 되어 어떤 음식, 어떤 프로바이오틱스가 자신에게 맞는지 본인에 대해 연구하세요. 그렇게 자신에게 맞는 것을 꾸준히 찾아가는 과정은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마이크로바이옴 클래스
세계 상위 1% 미생물 박사 천종식 교수의 장 건강관리에 대한 강연을 듣고 마이크로바이옴 식탁을 경험해보는 시간입니다.

일정 2월 24일(수) 오후 2~4시
장소 천랩 사옥(대치동)
수강료 3만 5천 원
인원 10명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이벤트’ 코너에 참가 이유를 적어 신청해주세요

글 강옥진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