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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 페퍼윤윤 윤은경 대표 건강하고 유연하게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아이 요리로 많은 이에게 공감과 지지를 얻은 페퍼윤윤의 윤은경 대표. 워킹맘으로서 삶의 균형을 찾아 완성한 그의 요리는 쉽고, 거침없고, 꾸밈없었다.

요즘 주방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윤은경 대표. 상부장에 나무 소재를 덧대 따뜻한 느낌을 주었고, 세컨드 주방이 있던 자리를 다이닝룸으로 꾸몄다.

직접 제작한 주물 솥에 지은 굴솥밥과 굴튀김. 평소에도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다채로운 솥밥을 지어 먹는다.

“아니, 뭐가 이렇게 휘뚜루마뚜루지?” 뉴프레스에서 출간한 <포스트 서울 쿡북>을 처음 본 소감이었다. 분명 책 제목은 쿡북에 음식 사진과 레시피도 있지만 무언가 빠져 있었다. 요리책이라면 절대적으로 명시해야 하는 법칙이 없었다. 식재료의 분량과 정확한 조리 시간 대신 농도를 봐가며 물의 양을 알아서 조절하고, 뚜껑을 덮어 재료가 익으면 완성이라는 다소 자유로운 부언이 있을 뿐.

그의 감각이 고스란히 보이는 주방. 아일랜드를 주방 한가운데에 배치해 효율적인 동선과 수납을 모두 갖췄다.

요리책이라기보다 매일의 식탁을 가볍게 채워나가는 라이프스타일 책에 가까운 <포스트 서울 쿡북>.

하나둘 사 모은 아스티에 드 빌라트와 쿤케라믹 접시로 가득한 식기장.

능숙한 솜씨로 굴튀김 반죽을 만드는 윤은경 대표.
아이를 위한 밥상
패션 브랜드 페퍼윤윤Pepperyoonyoon을 운영하는 이 책의 저자 윤은경은 매일의 식탁을 인스타그램(@yoon_ppy)에 공유해왔다. 다섯 살배기 아들 오윤이를 위해 만든 요리는 아이를 위한 영양 성분을 일일이 계산하고, 조리하고, 분배해 먹이는 유아 식판식을 추종해온 부모에게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쳤다. 음식에 간을 살짝 더하면 아이뿐 아니라 성인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메뉴가 주를 이뤘기 때문. 스팀으로 찐 채소, 제철 식재료를 넣어 지은 솥밥처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어 더욱 인기를 끌었다. 6만 팔로어가 보낸 지지와 공감은 결국 출판으로까지 이어졌다. 차곡차곡 담아낸 그의 요리에는 진솔함과 유쾌함이 한데 버무려져 있다. “처음 책 출간을 제안받았을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요리를 잘하시는 분이 정말 많은데, 전 요리를 잘 못하거든요. 빨리, 그리고 대충 하는 스타일이에요. 아무리 길어도 20분? 재료만 좋으면 맛은 보장된다고 생각하고요.” 6개월 정도를 예상한 책 제작은 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고, 그만큼 정제되고 다듬어진 완성본이 나왔다.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취향에 맞게”다. 아이든 어른이든 요리에 얽매이지 않고 매일의 일상을 즐겁게 보내면 그만이다.

어릴 적부터 내로라하는 편식쟁이에 성인이 되어서도 패스트푸드를 입에 달고 살던 윤은경 대표. 내 아이에게만큼은 엄마의 입맛을 물려줄 수 없다는 생각에 부엌에 오래 머물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는 아이가 먹는 것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써요. 엄마가 잘 먹으니까 아이도 덩달아 잘 챙겨 먹이거든요. 근데 전 반대였어요. 제가 먹는 것이 부실했기 때문에 내 아이만큼은 그렇지 않길 바랐어요. 제 선에서 최선을 다한 메뉴인 거였죠.” 늘 제철 식재료를 공수해 반찬을 손수 만들고, 기어코 가마솥 밥을 지어 먹이던 친정어머니의 영향이 지대했다. 이제 일곱 살 된 오윤이는 패스트푸드나 과자를 찾지 않는다. 대신 연어솥밥이나 무수분 채소 카레, 바지락 순두붓국처럼 심심하면서도 은근한 감칠맛이 배어 있는 요리를 찾는다. “영양가가 높지만 잘 먹지 않던 굴도 솥밥이나 튀김으로 만들어주니 곧잘 먹더라고요. 주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집밥을 먹어요. 음식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특히 장기와 인격이 형성되는 어린아이들에겐 더더욱 중요하고요. 어릴 때부터 좋은 식습관을 들여놔서인지 아이가 떼쓰는 법이 없어요.”

조지넬슨 테이블과 놀Knoll 베르토이아Bertoia 체어, 임스 체어가 놓인 다이닝 룸. 모두 빈티지 제품으로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윤은경 대표는 주물 솥으로 만든 밥을 예찬한다. 다양한 식재료를 넣어 밥을 짓기도 쉽고, 무엇보다 밥알이 눌리지 않아 식어도 맛있는 밥이라는 것. 시즈닝을 통해 잘만 관리하면 평생 사용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오래 쓰는 살림
주방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공간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최근 이사를 오면서 레노베이션한 공간도 주방이 유일하다. 다소 차가워 보이던 화이트 톤 상부장과 다이닝룸 바닥에는 나무를 덧대 따스함을 불어넣었다. 세컨드 주방이 있던 자리의 벽을 터서 다이닝룸으로 꾸몄는데, 덕분에 메인 주방과 거리가 한층 가까워졌다. 다이닝룸에 배치한 조지 넬슨 빈티지 테이블과 임스 체어는 10여 년 전부터 하나둘 모은 것. 신혼 초에 산 USM 장식장은 아이 책상으로 재조립해 사용 중이다. “빈티지를 좋아하게 된 것도 친정어머니의 역할이 참 컸어요. 제가 중학생일 때 어머니가 소파를 들여놓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임스 라운지 체어였죠. 어릴 때는 잘 몰랐지만 나이가 들면서 빈티지의 매력을 알게됐어요.” 빈티지 가구를 구매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떠나기도 하고 직접 이베이를 검색하며 하나둘 모으다 보니 각 가구마다 남다른 의미가 생겼다. 오래 두고 보고 싶은 가구가 무엇인지, 오래 쓸 수 있는 기물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취향도 자연스레 길러졌다.

주방 한편에 놓인 식기장을 아스티에 드 빌라트와 쿤케라믹 그릇으로 가득 채운 이유다. 그가 주방에서 가장 즐겨 쓰는 기물은 다름 아닌 주물 솥. 시중의 코팅 주물 냄비에 비해 무겁고 투박하지만, 잘만 길들이면 평생 사용이 가능하다. “제가 솥밥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때마다 사람들이 솥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더라고요. 당시에는 평범한 중국산 솥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자신 있게 추천할 수가 없더라고요. 좋은 소재로 주물 솥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30년간 가마솥을 만들어온 업체와 손잡고 주물 솥, 페퍼 팟을 직접 제작했다. 인기에 힘입어 조만간 주물 소재 프라이팬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윤은경 대표가 제철 굴튀김과 솥밥을 만들었다. 쌀을 씻고, 밥을 안치고, 굴을 튀김 반죽에 묻혀 솥에서 이리저리 굴려가며 거침없이 튀기는 모습이 그녀가 펴낸 <포스트 서울 쿡북>의 첫인상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저 책을 만들 때도 다들 긴가민가했어요. 제가 요리를 막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웃음) 근데 제 요리가 그만큼 어렵지 않아요.”


스토리샵
페퍼 팟은 포스코에서 정제한 국내산 선철로 만들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성품 레츠 페퍼 페퍼 팟+주물 뚜껑+나무 뚜껑 포함
규격 지름 16.6cm, 높이 13.5cm, 무게 3kg(4인 가족 사용 가능)
가격 21만 6천 원(배송료 포함)
주문 기간 11월 한 달 판매, 50개 한정
구입 방법 본지 47쪽을 참고하세요.

글 김민지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