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 작가와 함께하는 새로운 찻자리 <차茶 그릇>전
다구 또한 여느 기물과 마찬가지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에 맞춰 만든다. 갤러리로얄에서 진행하는 <차茶 그릇> 전시는 8인의 도예가와 4인의 공예가가 함께 선보이는 차 그릇과 관련한 기물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뜻깊은 자리다. 전시는 6월 25일까지 열리며, 작가와의 차회, 티 클래스 등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6월 21일과 22일 양일간 작가 작품은 물론, 로얄 제품과 협업하는 젊은 부티크 제품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마켓도 펼칠 예정이다.
횡파형 백자 다관, 군더더기 없는 백자 숙우, 백자 다완은 모두 이준호 작가 작품으로 간결함과 단정함이 돋보인다.
향과 맛을 모아주는 찻주전자, 다관
다관은 다호 또는 차호라고도 하며, 디자인과 모양이 다채롭다. 크기는 서양의 티포트에 비해 현저히 작은 것이 많은데, 용량이 큰 다관으로 차를 우리면 향과 맛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뚜껑이 제대로 맞아야 열과 향이 달아나지 않고, 물 따르는 주둥이는 다관 입구와 평형을 이룬 것이 좋다. 그래야 찻물이 잘 나오고 잔에 따를 때 튀지 않는다.
1, 4, 8, 13 줄무늬 모양으로 빚은 백자 다관과 고령토로 빚은 옅은 흙빛 다관, 납작한 형태의 자줏빛 도는 횡파형 분청 다관, 말끔한 형태의 양구 백토 다관은 모두 이준호 작가 작품.
2, 3, 10, 12 서양 티포트를 연상시키는 작은 백자 다관과 자연스러운 형태미의 흑유 차호, 갈색빛 분청 개완과 손잡이에 각을 잡은 작은 분청 차호는 모두 홍성일 작가 작품.
5 둥근 기둥 형태에 각진 손잡이가 돋보이는 모던한 흑유 찻주전자는 박성욱 작가 작품.
6 옅은 빛깔의 횡파형 다관은 이정미 작가 작품.
7 푸른 유약을 칠한 뚜껑 손잡이가 포인트인 호박 모양 찻주전자는 이영호 작가 작품.
9 흙으로 빚은 주전자와 나무 손잡이의 접목이 매력적인 횡파형 다관은 이인진 작가 작품.
11 백동 손잡이의 선이 돋보이는 찻주전자는 김상인 작가 작품.
차 맛을 음미하는 찻잔, 다완
찻잔은 너무 크면 차가 금방 식을 수 있으므로 크기가 적당하며 끝이 날렵해야 혀끝으로 차 맛을 음미하기 좋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차 색을 감상하기 좋은 유백색 백자가 가장 많지만, 흑자나 분청 등 자연의 색감을 지닌 것도 그에 못지않게 차와 잘 어울린다. 찻잔이 입술에 닿는 질감, 자작하게 담긴 찻물의 움직임, 그리고 온기를 느끼며 차와 교감해보자. 찻잔은 더없이 좋은 차 놀잇감이다.
1, 3 점토의 철분 성분이 까만 점처럼 찍힌 분청 찻잔과 모던미가 돋보이는 흑유 찻잔은 박성욱 작가 작품.
2, 5, 10 전과 굽 부분의 색이 짙게 그러데이션된 찻잔, 붉은 갈색빛의 작은 찻잔과 옅은 갈색부터 붉은빛까지 흙빛을 그대로 담은 듯한 찻잔은 모두 분청으로 홍성일 작가 작품.
4 얇은 면과 각이 돋보이는 백자 팔각 잔은 이혜진 작가 작품.
6 세로 줄무늬의 백자 찻잔은 이영호 작가 작품.
7 전 부분의 물결 모양이 눈에 띄는 백자 찻잔은 이준호 작가 작품.
8 매트한 질감의 갈색 나뭇결을 연상시키는 분청 찻잔은 이인진 작가 작품.
9 각진 굽이 높은 백자 고족잔은 김상인 작가 작품.
11 손잡이 부분이 날개처럼 달린 분청 찻잔은 이정미 작가 작품.
찻물을 식히는 차 그릇, 숙우
숙우는 뜨거운 찻물을 식히거나 차를 우린 뒤 찻물이 너무 진하게 우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옮겨 담는 그릇으로, 중국에서는 공도배라고 부른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숙우는 그 종류가 많지 않고 세트로 구성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백자나 분청으로 무난한 디자인을 고르면 두루 사용할 수 있다. 숙우뿐 아니라 다완이나 다관을 고를 때는 몸체를 두드려보자. 맑은 소리를 내는 것은 고온에서 구워 단단하지만, 둔탁한 소리를 내는 것은 저온에서 구워 깨지기 쉽다.
1 굽 모양이 독특하고 둥근 선이 매력적인 유백색 숙우는 이정미 작가 작품.
2, 3, 8 모던한 형태가 머그잔을 연상시키는 짙은 갈색의 매트한 질감이 돋보이는 공도배, 푸른빛과 짙은 갈색 유약이 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공도배,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백색 유약이 그대로 문양으로 나타난 공도배는 모두 홍성일 작가 작품.
4, 7 원·선·면이 만들어내는 멋이 세련된 흑유와 백자 숙우는 이준호 작가 작품.
5, 6 굽 디자인이 개성 있는 흙빛 숙우와 자연스런 색감이 돋보이는 분청 숙우는 이인진 작가 작품.
홀로 사색하는 찻상
선인들은 차를 취미로 여겨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차를 즐겼다. 오늘날에도 ‘내 방에서 차 한잔할 때’를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꼽는 이가 많은 것은 자신을 돌아보며 일상의 긴장감을 이완하는 데 차만 한 것이 없기 때문일 터. 이때 한 종류의 차는 하나의 같은 잔에 마시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좋다. 차의 맛과 향이 잔에 배기 때문이다. 요즘은 다관, 다완, 숙우까지 갖춘 다기 세트도 1~2인용이 많으니, 찻잔 서너 개를 더 갖추면 차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다. 특히 울퉁불퉁하고 불완전해 보이는 분청은 따뜻함과 안정감을 더해주어 홀로 사색하며 차를 즐길 때 더없이 좋은 차 그릇이다.
1 백색 유약이 흘러내린 자연미가 눈에 띄는 공도배는 홍성일 작가 작품.
2, 3, 6 백토물에 덤벙 담가 무심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분청 사각 접시와 찻주전자, 찻잔은 모두 박성욱 작가 작품.
4, 7, 8, 9 짙은 갈색 빛깔의 찻잔 퇴수기와 팔각 흑유 차통, 집게 올린 개치는 모두 이혜진 작가 작품으로, 개반으로도 불리는 개치 윗면 문양이 찻잎을 연상시킨다.
5 찻주전자를 올린 미니 나무 소반은 양웅걸 작가 작품. 원목 테이블은 라이브엣지 논현점(070-5180-5194) 문의.
두엇이 머무는 찻상
풍류가 전혀 없는 곳처럼 보였는데, 들어가보니 풍류가 넘치는 공간이라는 ‘비풍류처풍류족非風流處風流足’ 선시禪詩처럼 차는 일상에 풍류를 들이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때 덤벙분청의 태토를 머금은 백색과 백자의 절제된 형태를 지닌 다구는 자연스레 시선을 끌어 그 자체를 감상하고 머무르게 한다. 현대 다구에 백색 도자기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일 터. 향과 맛, 색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찻주전자나 다식 접시를 톤이 어두운 흑자로 믹스 매치해보자. 세련된 찻상을 연출할 수 있다.
1, 2, 3, 4 다과를 올려도 좋은 매화 문양의 사각 높은 접시와 그 위에 올린 백동 손잡이 백자 다관, 높은 굽이 멋스러운 아담한 사이즈의 백자 고족잔, 다식을 올린 백자 원형 굽접시는 모두 김상인 작가 작품으로 굽에 구름 모양이 새겨져 있다.
5, 6 청화 그림이 고운 호족반과 나뭇결이 그대로 상판 문양이 된 호족반은 양웅걸 작가 작품.
7, 8, 9, 10, 11 흑유 숙우, 베이지색 분청 찻잔, 모던한 디자인의 흑유 찻주전자, 빗살 무늬가 빈티지한 멋을 자아내는 편 접시, 사과정과를 올린 직사각 받침 접시는 모두 박성욱 작가 작품.
12, 13 꽃과 잎을 새긴 듯한 백자 차통과 푸른 줄무늬가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분청 차통은 이혜진 작가 작품.
함께 어우러지는 찻상
차를 대접하는 이가 찻주전자, 찻잔, 숙우뿐 아니라 다식, 화기 등 찻상과 다실을 꾸민 정성과 배려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감동이 배가되는 놀이가 바로 다도茶道이다. 차는 자신을 마주하는 명상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모으는 보물이기도 한데, 여럿이 함께하는 찻상이 그렇다. 이때 각기 다른 찻주전자와 찻잔, 숙우도 색감과 질감을 맞추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특히 색감을 더해주는 옻칠과 흑자를 함께 사용하면 화사하고 세련된 찻상을 연출할 수 있다.
1, 6 조약돌을 모티프로 컬러감이 돋보이는 옻칠 1인 트레이와 찻잔을 쪼르르 올린 백자 다탁은 이정미 작가 작품.
2, 7 약과를 올린 작은 사이즈의 원형 굽접시와 열두 면으로 이뤄진 백자 찻잔은 김상인 작가 작품.
3, 8 떡을 올려 1인 다식 접시로 사용한 흑유 팔각 찻잔 받침과 찻잎을 담은 소박한 형태의 백자 다하는 이혜진 작가 작품.
4 찻주전자를 올린 흑유 사각 워머는 박성욱 작가 작품.
5, 9 홍차 티포트로 사용하기에도 제격인 적동 손잡이의 모던한 찻주전자와 단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백자 숙우는 이준호 작가 작품. 나무 테이블은 라이브엣지 논현점(070-5180-5194) 문의.
반갑게 교류하는 찻상
차를 마시며 깊고 그윽한 향으로 팍팍한 일상에 윤기를 더한 것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영국의 애프터눈 티로 대표되는 차 문화는 홍차를 즐기며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장으로서 자리매김해왔다. 차 도구는 동양이나 서양이나 유백색 도자기 제품이 많지만, 티포트의 경우에는 도자기뿐 아니라 은, 스테인리스, 내열유리 등이 있어 그 종류가 다양하다. 티포트와 찻잔에 컬러와 디자인이 과하지 않다면 우리의 도자기 다구와도 잘 어울리며, 여럿이 함께 편안하게 차를 즐기는 자리에 더할 나위 없다.
1, 3, 4, 9 면이 지닌 간결한 세련미의 화기와 조선 백자의 단정미가 고스란히 담긴 까넬레를 올린 접시, 나뭇잎을 그려 넣은 홍차 찻잔과 받침, 그 옆의 작은 저그는 모두 이영호 작가 작품.
2, 7 달달한 디저트를 올린 모던한 조형미의 우드 3단 트레이와 그 옆에 우아한 형태의 굽 높은 찻잔은 이정미 작가 작품.
6 포크를 올린 접시는 홍성일 작가 작품.
5, 8, 10 찻잔 위에 올린 푸른 손잡이와 월넛 포인트의 실버 티 스트레이터, 말린 나뭇잎을 연상시키는 은제 다하는 주소원 작가 작품.
11 우아한 형태미가 돋보이는 실버 티포트는 전용일 작가 작품.
작가와 함께하는 찻자리
전남 보성에서 ‘노산도방’을 운영하며 다기만 작업하는 부부 도예가 홍성일ㆍ이혜진 작가와 함께 찻자리를 마련합니다. 갤러리로얄의 <차茶 그릇> 전시 해설도 듣고, 작가가 진행하는 찻자리도 함께해보세요.
일시 6월 14일(금) 오후 2시
장소 갤러리로얄 문의 02-2262-7222
참가비 2만 원(구독자 1만 원)
인원 10명
신청 <행복> 홈페이지 ‘이벤트’ 코너에서 신청하세요.
- 다구부터 찻상까지 유유한 차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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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돌아보거나 누군가와 대화할 때 차를 즐기던 선인들이 사용한 다구는 스물여덟 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찻잔인 다완과 찻주전자인 다관, 찻물을 알맞게 식혀주는 숙우만 갖추면 부족함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작가 10인의 차 그릇과 함께 현대의 미감 어린 다구를 믹스 매치한 찻상을 제안한다. 마음에 꼭 드는 다구를 찾아보시길. 아름다운 찻자리가 맛있는 차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