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인 농부는 아버지와 즐겨 먹던 팥칼국수와 율무팥밥, 예팥차를 만들어오래전부터 사용해온 키 위에 차렸다.
할아버지 때부터 농사자어온 토종 팥밭에 나란히 선 이홍인(왼쪽), 이병달 부자 농부.
이홍인 농부가 부모님에게 입말로 배운 요리법을 손 글씨로 적었다.
“이 팥밭이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거니 우리 집 내림팥인 거예요. 나는 여러 팥 중에 우리 팥밭에서 난 붉은팥이 제일 맛있어요. 이 팥으로 밥이든 죽이든 해 먹으면 그리 달고 맛이 좋았지요.가을 서리 맞기 전에 팥잎을 뜯어 말린 후 콩가루에 무쳐 먹어도 맛있고요. 올해도 팥잎무침을 좀 하려고 했는데 바빠서 손이 없어 못 했어요. 그리고 율무팥밥은 짓기 전에 팥을 볶아요. 그러곤 물을 붓고 푹 삶은 뒤 팥은 따로 건져 율무랑 넣어 밥으로 짓고 남은 팥물은 차로 마셨어요.” _이홍인 농부
“아버지는 우리가 어릴 적 이것저것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주셨어요. 아버지나 저나 집에서 팥 농사를 짓고 나면 늘 해 먹던 음식이 팥칼국수였어요. 아버지가 해주던 예팥차랑 예팥절임이 기억나는데요, 예팥을 삶아서 꿀에 재워 약처럼 먹거나 예팥을 솥에 달달 볶아서 물을 붓고 푹 삶아 물만 따로 걸러 마신 기억이 나요. 지금은 옛날에 아버지가 해주시던 예팥차를 제품으로 만들어 미용차로 팔기도 하고 우리가 마시기도 해요.” _이병달 농부
예천 토박이 팥 농부인 이홍인ㆍ 이병달 부자의 집안 내림 팥인 붉은팥, 예팥, 재팥은 가을의 볕을 오롯이 받아 예천의 비옥한 땅을 닮아 있었다. 흔히 토종 붉은팥이라고 부르는 토종 적두는 우리가 늘 접해온 신팥(개량종 팥)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맛과 모양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토종 적두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선홍색에 크기가 큰 신팥에 비해 알도 작고 검붉지만 단단하다. 팥죽으로 끓이면 신팥에 비해 색이 어두워 신팥에 못 미치는 것 같지만, 맛이 달고 구수한 것은 신팥이 토종 적두만 못하다. 그리고 붉은 예팥은 일상식으로 지어 먹기보다는 약으로 많이 활용했는데, 예팥을 깨끗이 씻어 팬에 넣고 물기를 날리며 볶으면 구수한 향과 함께 차로 마시기 좋은 약차가 완성된다. 실제로 예팥은 다른 곡물보다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높아 적정한 온도로 알맞은 시간 동안 로스팅하면 산화 활성 성분이 높아진다. 두 남자가 입말로 기억하는 팥칼국수와 율무팥밥, 예팥차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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