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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식탁 청송의 자연으로 맛을 짓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보다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요즘, 청송에서 만난 요리사 4인이 눈과 입이 즐거운 음식을 청송 백자에 담아냈다. 저마다 음식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청송의 로컬 식재료를 활용해 그 맛을 알려나간다는 점에서 충분히 뜻깊은 자리였다.

청송미인 임소정 대표
우리밀이 있는 식탁을 꾸리다


일평생 차를 공부한 임소정 대표는 16년 전 고향인 청송으로 이주해 국화를 유기농법으로 재배했다. 국화차에 어울리는 그만의 디저트를 찾다가 우리밀을 활용한 발효빵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 그길로 청도에서 ‘식스팩’이라는 우리밀 빵집을 운영하는 개그맨 전유성 씨를 찾아가 2년 동안 빵의 기본기부터 배웠다. 이왕이면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각오로 국화와 우리밀을 윤작(한 경작지에 여러 가지 농작물을 돌려가며 재배하는 경작법)하기 시작했다고. “시내에 나갈 때마다 빵 봉지만 양손 가득 들고 오던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밀로 만든 발효빵은 제가 여태까지 알던 빵 맛과는 차원이 달랐어요. 수확하자마자 제분해서 사용하니 구수한 향이 훨씬 깊게 느껴졌지요. 글루텐이 없어 발효하기 까다롭지만, 그만큼 야생적 풍미를 지녔다고 할까요.” 현재 청송미인에서 판매하는 빵은 식빵과 치아바타, 캉파뉴 단 세 가지다. 밀과 소금・물・ 발효종만 넣고 만들어 담백하며, 우리밀 특유의 구수한 향과 신선한 풀 내음이 나 깊은 맛이 느껴진다. 청송군 안에서도 부러 찾아오는 빵집이 된 비결은 우리밀을 사용하는 것이 환경도 살리고, 맛도 살리는 첫걸음이라는 임소정 대표의 소신이 있기 때문이다.


손성수 셰프
최소한의 간으로 맛을 극대화하다


한국슬로푸드협회 사무국장인 손성수 셰프는 2014년 위암 수술을 받은 뒤 자연식으로 식단을 바꾸었다. “위의 반을 잘라냈더니 자연스레 입맛이 변하는 것 아니겠어요?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생활을 접고,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에 재미를 붙여 자연식을 배우기 시작했지요.” 손성수 셰프가 추구하는 요리는 화학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자연 재료 그대로가 중심이 되는 밥상이다. 그가 제안한 파에야도 그중 하나. 청송에서 수확한 옥수수와 버섯, 파프리카, 양파, 수수, 쌀, 고춧잎을 비롯해 목포의 대상순희라는 곳에서 공수해 온 신선한 해산물을 사용해 만들었다. 거대한 팬에 채소와 고기, 토마토를 볶은 후 쌀과 물을 넣고 갖가지 채소와 새우, 꽃게, 전복 등을 올려 40분 동안 조리해 완성한 것. 파에야를 만들 때 흔히 사용하는 사프란 대신 로컬 식재료인 치자와 오가피, 둥굴레를 넣고 끓인 물을 더해 노란 색감을 살린 것이 그만의 비법이다. “자신의 얼굴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파는 농부의 식재료만큼 믿을 만한 것도 없지요. 오늘 선보인 파에야 역시 땀 흘려 기른 채소와 신선한 해산물이 잔뜩 들어갔어요. 여기에 토판염만 더했을 뿐인데 식재료가 좋으니 맛이 깊을 수밖에요!”


김단 셰프
불맛으로 완성한 바비큐


“불은 모든 조리의 기본입니다. 불의 적절한 사용 덕분에 요리의 폭이 한층 넓고 다양해졌다고 생각해요. 주운 나뭇가지와 돌로 화덕을 만들고, 여기에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를 익혀 먹는 조리법! 바비큐를 통해 사람들에게 활기찬 에너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프랑스인 셰프에게서 요리를 배운 김단 셰프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에서 흥미를 느낀다고. 이날 선보인 바비큐 역시 그만의 색깔이 제대로 드러났다. Y자 모양의 나무로 화덕을 만들고, 청송에서 양식한 송어의 내장을 제거한 뒤 불의 세기를 조절하며 맛깔스럽게 구워낸 것.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입맛을 돋우기 충분했다. 참취나물과 마늘, 감식초를 사용해 우리 식대로 만든 치미추리 소스를 곁들였는데, 새콤한 맛이 송어의 부드러운 속살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청송 사과와 귤을 약한 불에서 은근히 구워낸 과일구이도 매력 만점! “우리 몸에 이로운 식재료로 맛있고 아름다운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음식을 짓는다는 것은 사회적 행위입니다.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으면 건강하고 의미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연결 고리가 바로 요리지요.”


더스틴 웨사 셰프
채취한 자연에서 맛의 깊이를 찾다


더스틴 웨사 셰프에게 진짜 미식의 기쁨을 깨우치게 한 곳은 한국의 산과 들, 바다다. 모든 것에는 고유한 맛이 있다는 진리도 한국에서 배웠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그는 한국 역사를 공부하다 한국 고유의 음식 문화에 매료됐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 음식은 완벽 자체입니다. 지방에 갈 때마다 할머니들이 산과 들, 바다에서 채취한 제철 식재료를 조리해 먹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평범한 식재료에서 맛의 깊이를 발견하고 이를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방식, 여기서 굉장히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는 평소에도 자연에서 얻은 건강한 식재료를 활용해 요리하기를 즐긴다. 청송 곳곳에서 채취한 황새냉이, 는쟁이버섯, 사과와 자두 등을 활용한 식탁 역시 그 연장선이다. “황새냉이는 생으로 먹으면 해산물이 지닌 감칠맛이 느껴져요. 버터랑 섞어 발효시키면 독특한 풍미가 생기는데, 담백한 발효빵과 잘 어우러져요. 는쟁이버섯과 젓버섯 등 다양한 야생 버섯으로 수프를 만들면 따로 육수를 넣지 않아도 맛이 깊어집니다. 양고기 스테이크에는 비단그물버섯을 곁들였어요. 얇게 썰어 말리면 집간장 같은 냄새가 나는데, 이를 물에 넣고 우려 만든 소스와 사과・자두의 효소를 응용한 소스를 곁들이면 좀 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지요.”


글 김혜민 기자 사진 김규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