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통주 하면 ‘고리타분하다’ ‘맛없다’라는 인식이 강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모른다. 그간 우리는 아스파탐 같은 인공 첨가물을 넣어 단맛을 낸 막걸리와 주정에 물, 감미료 등을 넣어 묽게 희석한 소주를 마셔왔으니 말이다. “2009년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2013년에 정점을 찍고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런데 최근 몇 년전부터 양조장들이 막걸리 한 병을 만들더라도 인공 첨가물 없이 지역의 좋은 쌀과 누룩, 물을 사용하면서 프리미엄이라는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요즘 사람들의 미식 수준이 높아져 새로운 맛을 찾다 보니 막걸리뿐 아니라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청주, 약주도 주목받게 됐다.” 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의 말처럼 한국인의 고급스러운 입맛이 홍국쌀을 발효한 빨간색 무첨가 막걸리 ‘술 취한 원숭이’, 쌀과 누룩, 물 외에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고 해서 ‘무작’이라 불리는 홍천예술주조의 증류식 소주 등 프리미엄 전통주의 등장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주 인기에 힘입어 작년 11월, 전통주와 관련한 흥미로운 동영상들이 SNS상에 공개됐다. 동영상 속에는 요리전문 기자부터 셰프, 소믈리에, 방송인까지 각계각층 유명 인사들이 나와 좋아하는 전통주를 소개하고 마신 다음 사람을 지목한다. 짧게는 1분 길게는 10분이 조금 넘는 이 동영상은 이지민 대표가 운영하는 우리 술 전문 사이트 대동여주도가 주최한 ‘우리 술 릴레이 샷’으로 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충북 청주에 있는 화양양조장의 풍정사계 약주와 탁주를 소개하는 영상은 조회 수가 무려 2만 5천 건을 넘어섰다. 실로 작년 한 해 전통주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다. 제대로 빚은 전통주를 선보이는 양조장이 늘어났고, 2016년 2월 5일 소규모 주류 제조법이 통과되면서 하우스 막걸리 제조가 가능해졌다. 백곰양조장막걸리, 작 등 우리 술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바가 생겨났고, 특급 호텔을 비롯해 안씨막걸리, 한국술집21세기 등 레스토랑에서 수준 높은 전통주 페어링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전통주 시장에서 가장 큰 수확은 제대로 된 프리미엄 전통주를 빚는 양조장의 등장과 이러한 술의 가치를 알고 즐기려는 소비자의 태도다. 이러한 관심은 또 다른 방향으로 전통주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전문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미국 뉴욕의 브랜 힐이라는 청년은 한국 소주에 반해 제조법을 배워 ‘토끼’라는 이름의 소주를 출시했을 정도. 심평양조장, 복순도가 등의 양조장에서는 젊은 2세대가 부모의 뒤를 이어 술을 빚고 경영에 참여한다. 전통주에 지역 문화를 담고 지역의 원료를 사용해 제대로 된 술 한 병을 선보이려고 노력한다. 프리미엄 전통주와 그러한 전통주를 빚는 젊은 양조인을 보면서 어떤 재료로, 어떻게 빚는지를 알게 된다면 전통주를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도움말 류인수(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 이지민(대동여주도&니술냉 가이드 콘텐츠 디렉터) 캘래그라피 강병인 누룩 협조 술샘(070-4218-5225) 참고 도서 <한국전통주교과서>(교문사), <전통주수첩>(우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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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