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텔라 한 입, 우유 한 모금. 스펀지처럼 우유를 빨아들여 촉촉해진 카스텔라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다. 폭신폭신한 식감 때문에 흔히 빵이라고 생각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카스텔라는 효모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과자다. 일본에서는 카스텔라를 화과자로 분류해 전용 오븐이 따로 있으며, 나가사키 카스텔라라 부르는 일본식 정통 카스텔라는 나무 틀에 반죽을 넣어 굽는다. 철 소재 틀은 열전도율이 빨라 카스텔라가 금세 굳어져 촉촉하게 굽기가 어렵기 때문. 그렇다면 효모를 넣지 않아도 카스텔라가 촉촉하고 부드러운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달걀 거품이 카스텔라 맛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카스텔라는 달걀 거품에 밀가루를 섞어 반죽하는데, 이때 거품이 꺼지지 않아야 반죽이 안정되고 카스텔라가 잘 부푼다. 완성한 반죽은 210℃ 이상으로 예열한 오븐에서 굽다가 얇은 막이 생기면 긴 대나무 막대로 휘휘 저어야 한다. 반죽 속 거품을 촘촘하게 만들어주고 위아래 온도를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서다. 이 과정을 세 번이나 반복해야 폭신한 카스텔라가 탄생한다. 일본에서 일왕이 주문해 먹는 카스텔라 가게는 이 과정을 무려 다섯 번이나 거친다고. 제조법이야 어찌 됐든 카스텔라는 시대와 세대를 모두 아우르는 취향 불변의 과자다. 올해로 70년이 넘은 빵집 태극당의 역사는 곧 카스텔라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의 옛날식 카스텔라는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이요, 아이들에게는 최고로 달콤한 간식이다. 요즘은 사람들 입맛에 맞춰 다양한 레시피로 카스텔라를 선보이는 곳도 많다. 대만에서 온 카스텔라가 대표적인데, 책상만 한 크기의 카스텔라 사이에 생크림이나 단팥 앙금, 견과류 등을 넣어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다.
1 옵스 학원전&오리지널 카스텔라
부산의 유명 빵집 옵스의 대표 메뉴. 학원 가기 전에 먹는 빵이라고 해서 학원전이라 불리는 고방 카스텔라는 경주 토함산 아카시아꿀과 달걀로 만들어 푹신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좋다. 달걀 향이 진하게 나는 오리지널 카스텔라는 커피나 홍차에 곁들여 먹어도 맛있다. 6천 원부터.
2 대만락카스텔라 오리지널 카스텔라
책상만 한 크기의 카스텔라를 한 판에 구워낸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판매한다. 어마어마한 크기만큼이나 달걀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인지 식감이 부드럽고 다른 시판 카스텔라에 비해 달걀 향이 매우 진하다. 뜨거울 때 가장 맛있다. 6천 원부터.
3 키세키 카스텔라
정통 나가사키 방식으로 카스텔라를 만들며, 벌꿀과 달걀 함량이 높아 한국식 카스텔라보다 달고 식감이 쫀득하다. 카스텔라를 먹을 때마다 설탕이 와그작하고 씹히는데, 밑면에 자메라라는 일본산 굵은 원당을 넣어 녹지 않게 구웠기 때문. 2만 5천 원부터.
4 태극당 고방 카스텔라&오리지널 카스텔라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어 부드럽기보다 퍽퍽하면서 식감이 보슬보슬하다. 포장지 역시 옛 디자인 그대로다. 오리지널 카스텔라는 1940년대에 출시한 33×23cm 크기 그대로 판매한다. 고방 카스텔라 5천 원, 오리지널 카스텔라 4만 원.
5 아티제 흑미 카스텔라&녹차 카스텔라
녹차 카스텔라는 일본산 녹차 가루와 버터, 꿀을 넣고 만들어 녹차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매력적이다. 흑미 카스텔라는 흑미 가루와 오징어 먹물, 꿀을 넣어 만들어 팥죽색을 띤다. 상대적으로 단맛이 적고 고소하다. 1만 8천 원.
6 카스테라봉봉 반숙 카스텔라
판교의 유명 카페 카스테라봉봉의 반숙 카스텔라로, 달걀과 우유, 설탕, 버터만 사용해서 만든다. 속이 완전히 익지 않아 반으로 자르면 노란 크림이 흘러나온다. 카스텔라가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달콤한 크림과 빵의 조화가 휼륭하다. 6천 원.
7 성심당 유정란 카스텔라
밀가루와 유정란, 꿀로 반죽한 후 나무 틀에 넣어 구웠고, 전체 재료 중 10%를 차지할 정도로 꿀 함량을 높였다. 반죽 밀도가 높아 일반 카스텔라보다 묵직한 느낌이 강하고, 카스텔라를 먹는 내내 달콤한 꿀 향기가 진동한다. 1만 6천 원.
8 리치몬드과자점 카스텔라
<수요 미식회>에서 선정한 서울 3대 빵집으로, 3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리치몬드과자점의 대표 카스텔라. 일본에서 공수해 온 카스텔라 전용 오븐에서 구우며, 수분이 바깥으로 빠지지 않게 유지해줘 촉촉함과 당도가 남다르다. 2만 3천 원.
제품 협조 대만락카스테라(031-5170-1011), 리치몬드과자점(02-325-0221), 성심당(1588-8069), 아티제(02-2155-5777), 옵스(051-678-3053), 카스테라봉봉(031-705-1562), 키세키(02-3144-8747), 태극당(02-2279-3152) 소품 협조 덴비(1644-6101), 카루셀리(1833-7440), 테이블스앤피겨스(www.tablesandfigures.com)
- 부드럽고 폭신한 과자, 카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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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만에서 온 카스텔라의 열풍으로 카스텔라의 인기가 뜨겁다. 네모나게 부푼 생김새가 영락없는 빵이지만, 카스텔라는 엄연히 과자다. 밀가루와 달걀, 설탕, 꿀만 사용해 만들며 발효균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과자이자, 시대를 불문하고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카스텔라. 소문난 카스텔라 여덟 가지를 소개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