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의 고수
남녀 사이에 상대를 목마르게 만드는 밀당의 기술은 필수다. 서로의 마음을 간 보며 호감을 느끼는 순간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시작된다. 요리사에게 흔들리던 마음을 애써 감추던 생닭은 그가 꺼낸 섹시한 밧줄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겨버리고 만다. 요리사가 닭을 유혹한 것처럼 통마늘을 가득 채운 생닭을 끈으로 단단하게 묶어 오븐에 구우면 육덕 좋은 모양을 고정할 수 있고, 즙이 줄줄 흘러나오지 않아 풍미가 살아난다. 밧줄 대신 베이컨으로 닭 가슴살을 묶어 요리해도 근사하다.
“지금 당장 당신을 저녁밥으로 만들어주겠어. 달달하고 즙이 가득한 메뉴로. 시작해볼까.”
1 밧줄로 묶은 갈릭 로스트 치킨 2 베이컨으로 포박한 닭가슴살
밧줄로 묶은 갈릭 로스트 치킨
1 통닭(1마리)은 깨끗이 씻은 후 소금(약간)을 문지르듯이 발라 밑간한다.
2 닭 배 속에 통마늘(5쪽)을 채운 다음 끈으로 닭 전체를 묶어 단단히 고정한 뒤 올리브유(약간)를 뿌려 250℃로 예열한 오븐에서 25분간 굽는다.
3 볼에 큼직하게 썬 천도복숭아(2개)와 녹인 버터(4큰술)를 넣고 고루 섞어 설탕(3큰술)을 뿌린 뒤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②의 닭과 함께 15~20분간 굽는다. 굽는 중간 시판 바비큐 소스(약간)를 발라가며 노릇하게 익힌다.
활활 불타오르는 이 밤
이미 서로에게 빠져 불타오르는 사랑을 시작한 남녀를 말릴 방법은 없다. 칼잡이 씨와 생닭 역시 첫 만남부터 묘한 끌림을 느꼈고, 불 맛을 잘 살린 화끈한 요리를 통해 이글거리는 욕망을 표출한다. 그릴에서 노릇하게 구운 닭에 허브 페스토를 바르면 고소하고 향긋한 맛을 더할 수 있다. 허벅지살에 칠리소스를 묻혀 구우면 겉이 타기 쉬우니, 거의 다 익었을 무렵 소스를 발라 굽자. 알싸하게 매운맛을 더하고 싶다면 다진 청양고추를 소스에 섞어 발라도 좋다.
“당신의 피부는 정말 근사해. 백창하고 깃털 한 개 남아 있지 않지. 구석구석 빠짐없이 바삭하게 구워주고 싶군.”
3 허브 페스토를 휘감은 치킨 4 칠리소스가 흐르는 달콤한 허벅지구이
허브 페스토를 휘감은 치킨
1 통닭(1마리)은 깨끗이 씻은 후 소금(약간)을 문지르듯 발라 밑간한 다음 그릴에서 20~25분간 방향을 바꿔가며 노릇하게 굽는다.
2 볼에 바질잎(30g), 파슬리잎(10g), 호두(1큰술), 아몬드(1큰술), 올리브유(1/3컵), 파르메산 치즈(8큰술), 다진 마늘(2작은술)을 넣고 고루 섞어 허브 페스토를 만든다.
3 ①의 닭이 익으면 ②의 허브 페스토를 바른다.
매력에 흠뻑 젖어들다
주방을 자신의 왕국이라 말하는 칼잡이 씨는 냉장고에서 마주한 닭을 가리켜 아름답게 빛나는 걸작품이라 이른다. 한낱 닭 한 마리 가지고 대단한 예술 요리를 한 사람은 없겠지만, 그는 닭의 맛에 빠져 다양한 요리를 제안한다. 닭을 와인에 빠뜨려 요리하는 것도 그중 하나. 레드 와인에 닭을 넣고 끓이는 치킨 스튜의 경우 버터1큰술을 넣고 섞으면 신맛이 완화되고, 식감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화이트 와인에 조린 프리카세는 양송이나 표고버섯을 함께 넣고 조리해도 맛있다.
“ 당신의 풍미는 늘 뚜렷해. 나는 당신의 맛을 더 돋워주는 향미를 선택하지. 그 걸 덮어버리는 양념은 하지 않아.”
5 레드 와인으로 온몸을 적신 치킨 6 매끄러운 살결의 닭날개 프리카세
레드 와인으로 온몸을 적신 치킨
1 손질한 토막 닭(1마리)은 소금과 후춧가루로 밑간한 후 밀가루(1/2컵)를 묻힌다.
2 당근(1/2개)과 감자(1개)는 한 입 크기로 썰고, 아스파라거스(3대)는 6cm 길이로 어슷하게 썬다.
3 냄비에 포도씨유(약간)와 잘게 썬 베이컨(2장)을 넣고 볶다 ①의 닭을 넣어 노릇하게 볶는다.
4 ③에 레드 와인(1/2병), 타임(3줄기), 월계수잎(1장)을 넣어 팔팔 끓으면 중간 불에서 뭉근히 익힌다.
5 ④가 반쯤 익으면 ②를 넣고 끓인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 기사 속 모든 대화는 F. L. 파울러의 <치킨의 50가지 그림자>에서 발췌함.
이달 ‘오늘은 뭐 먹지?’는 김보선 요리 연구가가 발칙한 상상으로 유쾌하게 풀어낸 닭 요리를 선보입니다. 끈으로 묶고, 불에 굽고, 와인에 졸이는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드는 닭 요리와 이에 곁들이면 좋은 사이드 메뉴도 제안하니, 주말에 즐겨보세요.
요리와 스타일링 김보선(로쏘 스튜디오) 참고 도서 <치킨의 50가지 그림자>(황금가지) 어시스턴트 김미율, 류민향, 박현정, 전윤정 소품 협조 금양인터내셔널(02-2109-9200), 까사 알렉시스(02-512-0879), 더 크리스탈(070-7517- 2426), 더올드시네마(070-8273-2018), 웨지우드(02-3446-8330), 제이앤데코(070-4409-1928), 존루이스(02-3479-6286), 테이블스&피겨스(www.tablesandfigures.com), 피에르시가(02-790-4522), 하우스라벨(070-4119-2566), S갤러리(02-3442-6368)
- 치킨 애호가에게 바치는 발칙한 레시피
-
“‛당신이 얼마나 맛있는 줄 알아?’ 그가 헐떡인다. ‛날 해치워줘요.’ 낮고도 열 오른 목소리로 나는 간신히 그 말만 뱉는다.” 섣부른 오해는 금물! 이는 패러디 요리책 <치킨의 50가지 그림자> 속 생닭과 칼잡이 씨라 불리는 요리사가 나누는 평범한 대화일 뿐이다. 원작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여주인공 아나스타샤처럼 평범한 삶을 살며 냉장고 속에 갇혀 있던 생닭은 그레이 못지않게 매력적인 칼잡이 씨를 만나 상상 이상의 요리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생닭과 칼잡이 씨가 만나 만들어내는 관능적인 치킨 요리를 음미해보시길!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