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떠나 슬로 리빙을 꿈꾸다
린 팀스, 캔버라
린 팀스Lean Timms는 호주 캔버라에 살고 있는 스물아홉 살 라이프스타일 포토그래퍼로, ‘슬로 리빙’에 대한 꿈을 사진으로 실현한다. 사진가와 푸드 스타일 리스트로 활동하며 크고 작은 소셜 다이닝에 참여해온 린은 캔버라와 시드니, 그리고 그 중간에 위치한 서던하일랜드Southern Highlands에서 다양한 테마의 개더링을 직접 주최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린의 가족은 캔버라 도심을 벗어나 자연환경에 한층 가까운 교외로 이사했다. 사랑스러운 팜 하우스 스타일의 주방이 딸린 집 바로 뒤쪽엔 커다란 무화과나무가 있어 거의 매일 아침마다 무화과로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아침 식사를 만들어 먹는 중.어제는 무화과를 넣은 폴렌타 케이크(옥수수 가루를 반죽해 만든 케이크)를 만들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애프터눈 티를 곁들여 먹었다.
음식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만든 음식 사진을 전 세계 SNS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도 린의 큰 즐거움 중 하나인데, 완성한 음식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사진 찍는 것이 그만의 공식이다. 바쁘지 않은 주말이면 반려견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린은 캔버라 교외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그 지역 특산물을 생산하는 농부들과 얘기하는 시간을 사랑한다. 그들과 함께 차 한잔, 밥 한 끼 하는 시간은 사진가인 그에게 특별한 경험으로 남는다. 자동차 여행을 통해 ‘슬로 리빙’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꿈을 꾸게 된 것도 사실. 최근엔 여행하며 직접 채취한 들꽃과 야생화, 풀잎 등으로 야생화 장식을 만들거나 집 앞 텃밭에서 농사지은 채소와 과일로 절임 음식도 만들어보고 있다.
진정한 삶으로의 초대
내털리 헤일러, 시드니
라이프스타일, 여행, 음식에 관한 사진과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온라인 플랫폼 ‘Eat Read Love’를 운영하는 내털리 헤일러Natalie Hayllar. 지난해 <프레스 로프트Press Loft>가 선정한 ‘Top10 오스트레일리안 인스타그래머’ 2위를 차지한 그녀는 ‘슬로 리빙’을 실천하기 위한 시드니 내 커뮤니티 개더링을 지속적으로 주최해왔다. 시드니의 아이코닉한 장소는 물론, 뉴사우스웨일스 주 북쪽의 바이런베이Byron Bay와 발리에서 소규모 개더링을 진행했고, 2013년부터 2015년 까지는 시드니 지역 ‘킨포크 개더링’의 호스트를 맡았다. 최근 <컨트리 스타일 매거진>과 진행한 작업에선 호주 특유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호주에서 생산한 샴페인과 음식을 연결 지어 화보를 촬영하기도 했다. 때로 한적한 개인 별장 같은에서 팝업 다이닝을 진행할 땐 단골 레스토랑 마리오스 키친의 셰프 마리오 카람Mario Karam에게 메뉴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한다.
해변에서 즐기는 저녁 식사라면 갓 잡아 올린 지역 해산물을, 프렌치 스타일 저녁 식사라면 샴페인을 빼놓지 않는다. 내털리가 크고 작은 개더링을 주최하면서 가장 뿌듯한 점은 지역 커뮤니티 내의 재능 있는 예술가, 셰프, 사진가, 작가, 디자이너 등에게 교류의 장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 인스타그램, 블로그, 페이스북에서 나누는 사진과 이야기도 물론 좋지만, 그런 순간들을 모아 ‘진짜 삶’ 속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그의 바 람이다.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관심사를 얘기하고, 현재와 미래를 나누는 순간들을 더 자주, 많이 만들기 위해 그는 오늘도 또 다른 개더링 이벤트를 기획 중이다.
채식주의자의 사랑스러운 식탁
세라 글러버, 시드니
호주 시드니의 본다이 비치Bondi Beach에 살고 있는 세라 글러버Sarah Glover는 올해 서른두 살의 셰프다. 주말마다 소셜 다이닝이나 팝업 개더링에 참여하는데, 모든 메뉴는 자체 개발한 것들로 ‘매일의 식탁’을 주제로 한다. 채식주의자답게 다양한 채소를 활용한 음식을 즐겨 만드는데, 가지각색의 채소가 지닌 아름다운 색이 충분히 드러나도록 조리 시간은 최대한 짧게 한다. 접시 위에 음식으로 다양한 색을 물들이는 건 그녀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일. 지난해 ‘소풍’을 주제로 호주 태즈메이니아 섬의 드넓은 블랙 커런트밭을 배경으로 진행한 소셜 다이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태즈메이니아 섬은 비가 내리면 ‘레인 워터’를 사 먹을 정도로 호주 전체에서도 천혜의 자연으로 유명한 곳. 새벽에 갓 채취한 야생초와 들꽃 이파리에 레몬즙을 곁들여 플라워 프루트 샐러드를 만들고, 즉석에서 개발한 참깨 드레싱을 곁들인 라디키오 앤 네스터셤radicchio & nasturtium 샐러드를 나누어 먹었다. 삘기살(소의 다리 안쪽 살) 파이와 신선한 채소를 먹으며 강변에서 즐긴 디너 피크닉도 기억에 남는다. 시드니 외곽에 있는 아주 오래된 방목장 앞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한 아침 식사도 황홀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소셜 다이닝의 매력은 낯선 도시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몇 시간씩 차를 몰아 먼 도시에서 열리는 팝업 다이닝에 참여하기도 한다. 호주의 날씨가 더 차가워지기 전에 열 명 정도의 가까운 지인과 함께 다시 태즈메이니아 섬을 찾아 ‘와일드 네이처’를 테마로 한 다이닝 이벤트를 열고 싶다.
자연 가까운 곳에서 즐기는 그린 다이닝
러슬란ㆍ이라 코르제프, 크림반도
스물여덟 살의 러슬란 코르제프Ruslan Korzhev는 사랑스러운 아내 이라Ira, 반려견 대니와 함께 흑해 북부 연안에 위치한 크림반도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도네츠크 주 출신인 그는 결혼 후 이곳에 정착해 치과 의사로 일하면서 사진가로도 활동 중이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그린하우스 레시피’라는 이름의 요리 블로그는 유기농 채식주의 식단 메뉴로 친구와 지인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 났다. 요리의 철칙은 단 하나, ‘제철 유기농 식재료로 최소한 간단히 조리하기’다. 직접 만드는 그릭 요구르트와 함께 곁들이는 뮤즐리는 건강을 위해 부엌에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게 신경 쓰는 것 중 하나. 최근엔 주말에 바다낚시를 하며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해보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게 꿈이었던 부부는 작년에 전 세계 최초로 ‘킨포크 위크엔드’를 주최했다.
우크라이나 지방의 전통 음식과 검은호밀빵(black rye bread)를 구워 대접했는데, 디저트로 내온 무화과 케이크가 가장 인기 있었다. 어스름한 새벽 바닷가에 모인 사람들은 흰모래 위에 마련한 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캠프파이어를 즐기며 아침 식사를 함께 한 후 온종일 바다에서 다이빙과 수영을 즐겼다. 코르제프 부부가 생각하는 소셜 다이닝의 매력은 바로 ‘취향과 흥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추구하는 일상 속 작은 여유’. 좋은 음식을 나누고 새 친구를 사귈 수도 있으니 작은 마을에 사는 이들에겐 일석이조이기 때문이다. 날씨가 좀 더 따뜻해지면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소셜 다이닝을 주최할 계획이다.
- 해외의 자연주의 삶 우리 '함께' 식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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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라이프’ 열풍으로 우리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 혹은 ‘개더링gathering’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는 가장 진보한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을보여주는 키워드가 되었다. 세계 네 개 도시 소셜 다이닝 호스트가 말하는 ‘삶의 가치와 행복’에 대하여.#슬로라이프 #소셜다이닝 #개더링 #그린다이닝글 유주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