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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위로하는 수프 한 그릇
평범해 보이는 음식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말 한마디보다 더 큰 위로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지친 우리의 영혼을 달래줄 따스한 음식을 소설 속 문장에서 발견했다. 위로와 치유, 행복을 전해주는 소설 속 수프 이야기.

위로
작은 샌드위치 가게 트로와에서 수프를 만들던 주인공 오리는 동경하던 여배우 아오이가 만든 완두콩과 호박 수프의 황홀한 맛에 감탄한다. 그녀에게 수프 만드는 법을 배운 오리는 자신만의 수프를 선보이는데, 사람들은 수프를 먹고 어머니의 맛을 떠올리며 위로를 받는다. 단호박 수프에 두유를 더하면 고소한 맛을 낼 수 있고, 완두콩은 아스파라거스와도 궁합이 좋다.

(왼쪽부터)아스파라거스 완두콩 수프, 콜리플라워 치즈 수프, 단호박 소이 수프
콜리플라워 치즈 수프
1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채 썬 양파(1/2개)를 5분 정도 볶다가 얇게 썬 마늘(2쪽)과 캐러웨이씨(1/8작은술)를 넣어 1분 정도 더 볶는다.
2 ①에 잘게 자른 콜리플라워(500g)를 넣고 볶다가 치킨 육수(2컵)를 부어 20분 정도 끓인다.
3 ②를 믹서에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간 다음 냄비에 옮겨 체 친 체더치즈(1/4컵)와 블루치즈(1큰술)를 넣고 고루 섞은 후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중간 불에서 2분 정도 끓여 따뜻한 그릇에 담고 블루치즈를 올린다.

“하나는 완두콩, 하나는 호박 (중략) 어서 먹어봐요.” 재촉을 받고 그릇에 스푼을 담갔는데 스푼에서 전해져오는 손맛이 달랐다. 입안에 넣기 전에 그 묵직한 감촉과 그에 이어 매끄러움이 손으로 전해졌다. 손이 맛을 깨닫고 그다음에 혀와 목구멍이 소리를 질렀다. _ 요시다 아쓰히로,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치유
죽을 때까지 어머니를 책임져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티타에게 부엌은 안식처요, 요리는 유일한 낙이다. 조카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 그녀에게 쇠꼬리와 양파, 마늘, 적당량의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고 펄펄 끓인 소꼬리 스튜는 마음을 달래주는 치유제! 미트볼과 토마토, 크림소스와 쇠고기를 활용하면 색다른 스튜를 즐길 수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비프 블랑케트, 소꼬리 스튜, 미트볼 토마토 스튜
비프 블랑케트
1 냄비에 밑간한 소 앞다릿살(200g)과 치킨 육수(2컵), 월계수잎(1장), 대파(1대), 파슬리(4줄기)를 넣고 약한 불에서 30분 정도 끓인 후 앞다릿살만 건져서 접시에 둔다.
2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얇게 채 썬 양파(1/2개)를 넣고 투명해질 때까지 볶다가 다진 마늘(1큰술)을 넣고 조금 더 볶는다.
3 ①의 육수에 화이트 루(약간)를 넣고 뭉치지 않게 거품기로 살살 저어 한소끔 끓인 뒤 불을 줄여 농도를 맞춘다. 건져둔 소 앞다릿살과 4등분한 양송이버섯(6개)을 넣고 끓인다. 여기에 달걀노른자(1개분)와 생크림(1/5컵)을 섞어 거품기로 저으며 끓인다. 레몬즙(1/2개분), 다진 허브(1작은술)를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소꼬리 스튜
1 냄비에 토막 낸 소꼬리(10토막)와 물(2컵), 양파(1/2개), 마늘(5쪽),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끓인다.
2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1/2개)와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가 잘게 썬 감자(2개), 강낭콩(250g), 토마토(4개)를 넣고 다시 한 번 볶는다.
3 ①의 냄비에 ②의 재료를 모두 넣고 30분간 푹 끓인 후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맛있는 수프는 너무 묽지 않으면서도 맛이 진해야 한다. 수프는 몸의 병이건 마음의 병이건 뭐든지 다 고칠 수 있다. 적어도 첸차와 티타는 그렇게 믿었다. (중략) 첸차가 브라운 박사의 집으로 가져온 수프 한 숟가락을 먹고 티타가 평소 모습을 완전히 되찾았기 때문이다. _ 라우라 에스키벨,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행복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흰고래 모비 딕을 찾아 헤매는 포경선 피쿼드호의 선장 이슈마엘과 선원 퀴퀘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조개 차우더로 허기진 배를 달랜다. 항해로 지친 그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솔 푸드였을 것이다. 차우더를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제철인 굴을 넣어 개운한 맛을 내거나 토마토소스를 활용해보자.

(위부터)굴 클램 차우더, 토마토 홍합 클램 차우더, 클램 차우더 
굴 클램 차우더
1 흐르는 물에 굴(18개)을 씻은 뒤 껍질에서 떼낸다.
2 냄비에 버터(1/2큰술)와 화이트 와인(125ml), 굴즙(약간)을 넣고 끓인다.
3 냄비에 버터(1/2큰술)를 두르고 잘게 썬 주키니호박(50g)과 당근(50g)을 넣어 볶은 뒤 바지락 국물(750ml), 생크림(100g)을 넣고 약한 불에 끓인다. 소금과 레몬즙을 넣은 다음 불을 끄고 거품기로 저으면서 달걀노른자(2개분)를 넣는다.
4 볼에 ②를 담고 ③의 수프를 부어 처빌잎으로 장식한다.

클램 차우더
1 냄비에 모시조개(20개)를 넣고 끓인 뒤 조갯살만 발라내고 육수는 체에 받친다.
2 감자(1개)와 양파(1/2개), 당근(1/3개)은 납작하게 썬다.
3 냄비에 버터(50g)를 넣고 녹으면 밀가루(70g)를 넣어 거품기로 섞다가 ②의 채소를 넣고 볶는다. ①의 조개 국물을 넣고 월계수잎(1장), 타임(5g)을 넣고 끓이다가 월계수잎과 타임은 건져낸다.
4 ③에 ①의 조갯살을 넣고 생크림으로 농도를 조절한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아, 다정한 벗들이여! 내 말에 귀 기울이시라. 그건 거의 개암만 하고 탱글탱글한 조개에 건빵 가루와 소금에 절여 작게 다진 돼지고기를 섞은 후, 버터를 넣어 풍미를 한껏 높이고 후추와 소금을 뿌려 간을 한 요리였다.(중략) 조개 차우더의 맛이 워낙 훌륭했기 때문에, 우리는 엄청난 속도로 뚝딱 해치웠다 . _ 허먼 멜빌, <모비 딕>


요리 김윤정(그린테이블) 스타일링 원혜민 제품 협조 윤현상재(02-540-0145)

#수프 #콜리플라워 치즈 수프 #비프 블랑케트 #굴 클램 차우더
글 김혜민 기자 | 사진 김동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