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비장의 양념젓갈
그대로 찬으로 먹기도 하지만, 김치에 넣거나 음식 맛을 내는 조미료인 젓갈에 다시 양념을 더하면 하나의 ‘완전한’ 음식이 된다. 밥반찬은 물론 감칠맛을 더하는 양념으로, 추억의 맛까지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양념 젓갈 하나만 있으면 다른 양념이 필요 없다. 조미료로 가장 흔히 쓰는 새우젓ㆍ멸치젓과 함께 밑반찬으로도 인기인 명란젓이 양념 젓갈로 완벽해지는 비법.


젓갈, 양념 젓갈로 재탄생하다
젓갈은 어패류를 염장한 것으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저장 식품이다. 말 그대로 생선ㆍ새우ㆍ조개 등에 소금을 넣어 발효 숙성시키는데, 단백질 성분이 분해하면서 특유의 맛과 향을 내 일찍부터 우리 밥상에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로 사용해왔다. 가장 흔한 젓갈은 새우젓, 멸치젓 같은 일명 김장용 젓갈이다. 가장 많이 먹는 젓갈이기도 한 새우젓은 찌개나 국의 간을 맞출 때 제격이고, 멸치젓은 각종 무침에 밑간으로 넣으면 간장으로 간한 것과는 달리 독특한 맛이 입맛을 돋우기에 그만이다. 그뿐 아니라 양념해서 밥반찬으로 즐기기도 했다. 특히 새우젓이나 조개젓은 다진 파와 다진 마늘, 깨소금, 고춧가루, 참기름 등을 약간씩 넣고 무쳐 먹기도 했는데, 뜨거운 밥에 올려 먹으면 다른 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입맛을 돋우는 밥도둑이 었다. 양념한 새우젓을 서울과 충청 지역에서 즐겨 먹었다면, 남쪽에서는 양념한 멸치젓이 별미였다. 양념한 젓갈의 가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요리 연구가 메이는 밑반찬으로도 손색없지만 하나의 양념으로도 더할 나위 없어 바쁜 현대인에게 더없이 유용한 ‘맞춤 조미료’ 나 다름없는 것이 양념 젓갈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에 살 때는 안초비의 살만 발라 양념해서 제 나름의 양념 젓갈로 사용했어요. 예전과 달리 요즘은 집에서 직접 젓갈을 담그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시판 젓갈을 각각 어울리는 양념으로 재양념해 손맛을 더하면 짠맛은 덜어내고 감칠맛은 더욱 살릴 수 있거든요. 반찬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그 자체가 양념인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이에요.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는 물론 나물을 무칠 때도 다른 양념을 더할 필요가 없거든요. 하나로도 충분하니 비유하자면 쉽게 솜씨를 내주는 자가自家 MSG인 셈이지요.” 물론 천연 조미료가 늘 그러하듯 양념젓갈도 기본 재료와 만드는 법은 간단하지만 정성은 여느 음식 못지않다. 멸치젓만 해도 일일이 뼈를 발라 살만 잘게 다져서 양념하고, 새우젓은 청주로 한번 씻어낸 후 갖은 양념과 고루 섞는다. 단순히 짠맛을 덜기 위해 물로 헹구면 쉽게 상하고 특유의 냄새도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 소금을 넣어 숙성시켜 발효한 김장용 젓갈과 달리 애초에 ‘양념 젓갈’로 만든 명란젓, 조개젓, 아가미젓, 오징어젓, 낙지젓, 어리굴젓 등도 다시 양념하면 비장의 양념 젓갈로 재탄생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개 밥반찬으로 먹는 젓갈 중 명란젓은 소금ㆍ고춧가루ㆍ마늘ㆍ파 등의 양념을 넣어 만든 양념 젓갈이지만, 이 경우에도 또 다른 양념을 더하면 독특한 향미를 낼 수 있어요. 특히 마요네즈와 찰떡궁합으로 아주 잘 어울리는데, 칠미와 깨를 넣으면 느끼한 맛도 잡아줘요. 담백한 서양식 소스나 스프레드로도 좋아 손님 초대할 때나 아이 간식으로도 제격이지요. 두루두루 요긴한 것이 양념 젓갈이니 뻔한 메뉴도 새롭고 간편하게 즐겨보세요.”


양념멸치젓
재료 멸치젓 1컵,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삭힌 고추 다진 것 1개분, 볶은 깨 1작은술
만들기 1 멸치젓은 하나씩 뼈를 바르고 살만 잘게 다진다. 멸치젓이 1컵이라도 살만 발라내면 1/2컵 정도로 줄어드니 참고한다.
2 ①에 다진 파, 다진 마늘, 삭힌 고추 다진 것, 볶은 깨를 넣고 고루 섞는다.

양념새우젓
재료 새우젓・청주 1컵씩, 무 50g, 다진 파・다진 고추 1큰술씩, 다진 마늘 1/2큰술, 고춧가루 2큰술
만들기 1 새우젓은 체에 걸러 새우만 밭은 후, 그 위에 청주를 살살 붓는다.
2 ①에 새끼손톱 크기로 자른 무, 다진 파, 다진 고추, 다진 마늘, 고춧가루를 넣어 살살 무친다.

양념명란
재료 저염 명란(혹은 백명란) 2쌍, 마요네즈 1/2컵, 칠미 1/2작은술, 볶은 깨 1/3작은술
만들기 1 명란은 가운데를 가르고 속만 발라낸다.
2 ①에 마요네즈, 칠미, 볶은 깨를 넣고 잘 섞는다.



1 양념새우젓국두릅찌개
양념 젓갈을 만들 때 체로 밭은 새우젓 국물을 넣어 찌개를 끓이면 개운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또 두릅 등 식재료의 향을 살릴 때 좋다. 새우젓 국물이 없다면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진한 국물 맛을 즐기고 싶다면 멸치 국물을 이용한다.
재료 두릅 4개, 두부 1/2모, 물 11/2컵, 양념 새우젓 2큰술, 새우젓 국물 1작은술
만들기 a 두릅은 끓는 물에 데쳐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꼭 짠다.
b 두부는 2등분한 후 먹기 좋은 크기로 납작하게 썬다.
c 뚝배기에 물과 두부를 넣고 양념 새우젓과 새우젓 국물을 넣어 한소끔 끓인다.
d ③의 찌개에 ①의 데친 두릅을 먹기 좋게 썰어 넣고 불을 끈다.

2 양념멸치젓덮밥
전라도 지역에서는 멸치젓을 다져 갖은 양념을 넣고 버무려 반찬으로도 즐긴다. 뜨거운 밥 위에 올려 먹어도 입맛을 돋우지만 달걀물에 넣고 고루 섞어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말이를 만들면 짭조름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재료 뜨거운 밥 1공기, 양념 멸치젓 2큰술, 달걀 1개, 쪽파・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a 냄비에 물을 적당량 붓고 팔팔 끓어오르면 불을 끈 다음 달걀을 깨뜨려 넣은 후 뚜껑을 닫은 채 6분간 그대로 둬 수란을 만든다.
b 볼에 뜨거운 밥을 담은 후 양념 멸치젓을 얹고 ①의 수란을 올린다.
c ②에 송송 썬 쪽파와 참기름을 곁들인다.

3 양념명란 샌드위치
양념한 명란은 맛이 고소하고 부드러워 스프레드나 딥 소스로도 잘 어울린다. 샌드위치나 바게트에 발라 채소를 곁들여 카나페나 브루스케타, 오픈 샌드위치 등으로 즐기면 제격이라 손님 초대 시 유용하다. 더욱 간단히 즐기려면 삶은 감자에 버무리거나 뜨거운 밥에 올려 먹어도 맛있다.
재료 식빵 1장, 아보카도 1/2개, 양념 명란 2큰술
만들기 a 식빵은 가장자리를 자른 후 2등분한다.
b 아보카도는 껍질을 벗기고 씨를 뺀 후 식빵 크기에 맞게 슬라이스한다.
c ①의 식빵에 ②의 아보카도를 올리고 그 위에 양념 명란을 보기 좋게 바른다. 깻잎이나 바질 등을 잘게 썰어 올려도 좋다.

정성을 더하는 선물 포장법

반찬으로도 먹고 다른 요리에 양념으로 활용하기도 하는 양념 젓갈은 특별한 음식 선물로도 더할 나위 없다. 용기와 포장지도 정성이 깃들면 그 의미가 더욱 깊은데, 쓰임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실속 있는 선물이 된다. 밀폐 병과 대나무 도시락 그리고 보자기는 요리 연구가 메이가 꼽는 가장 유용한 음식 선물 포장 아이템 중 하나. 양념 젓갈을 선물할 때도 제격이다. 먼저 소독한 밀폐 병에 양념 젓갈을 넣은 후 원형 대나무 용기에 담는다. 마름모꼴로 펼친 보자기 가운데에 용기를 올린 후 한쪽 귀를 접어 용기를 덮고 반대쪽 귀를 접어 도시락을 감싼 다음 나머지 양옆의 귀를 가운데로 모아 올려 매듭을 묶는다. 이때 도시락 용기의 형태를 살려 보자기의 주름 모양을 매만지며 모아야 포장을 깔끔하게 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매듭 아래쪽으로 나온 한쪽 귀를 잘 펴서 정리하면 포인트 장식 역할을 한다. 양면 보자기를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매듭이 보이지 않게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다면 펼쳐진 한쪽 귀를 모아서 매듭을 감싼다. 보자기 포장의 매력 중 하나가 매듭을 변형해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는 것. 책을 포장할 때나 도시락을 쌀 때도 좋으니 그야말로 유용한 포장의 기술이다.

글 신민주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 요리 메이(메이스테이블)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