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자연과 좋은 생활 습관이 공존하는 건축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위치한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는 그림처럼 펼쳐지는 사계절의 풍광 속에서 건축이 지열과 태양열로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그곳에서는 사람도 좋은 식재료로 지은 밥을 먹고, 마음과 몸에 좋은 습관을 들이며 휴식하니 이름 그대로 건강한 삶과 환경이 영글어갑니다.

해발 300m 숲 속에 지은 로하스아카데미. 녹화한 지붕이 주변 숲과 이어져 오솔길 속에 건물이 숨어든 것처럼 디자인했다. 독일의 생태 건축가인 게르노발렌틴이 설계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최고의 집은 무엇일까? 구멍을 척척 뚫어주는 드릴, 미세한 수치까지 계산해내는 컴퓨터, 최근에는 사물의 실제 모양을 구현해내는 3D 프린트까지 만들어냈지만, 인류의건축 기술은 아직까지 개미 중에서도 진화가 덜 된 종인 흰개미의 집짓기 기술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게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호주와 아프리카 일대에 서식하는 흰개미는 잘 보이지도 않을만큼 작은 개체지만 주로 죽은 나무 속이나 땅 위에 건물 3~4층 높이나 되는 거대한 탑 모양의 집을 짓는다. 흰개미의 배설물, 나뭇재, 흙을 혼합해 만든 흰개미 집은 온도와 습도 조절력이 기가 막혀 일교차가 극심한 호주의 초원이나 아프리카의 사막에서도 연평균 최적의 실내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 우리처럼 석유나 전기를 쓰지 않고도 태양열과 지열, 건물 구조를 이용해 완벽한 냉난방과 공기 순환을 하니 그 놀라운 친환경 기술 앞에서 영장류의 최고봉인 사람도 부러워할 수밖에

오솔길을 따라 지은 로하스아카데미
“흰개미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설계만으로 최적의 냉난방과 공기 순환이 되는 집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답하는 건축 기술을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라고 한다. 독일과 스웨덴 학자들이 패시브 하우스를 고안했고, 1991년 독일에서 첫 건물을 지은 후 세계 건축 문화를 주도하는 친환경건축 기법이 되었다. 그간 외국 책에서 보며 부러워하던 패시브 하우스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섰으니, 국내 최초로 까다로운 국제 인증 기관인 독일의 패시브 협회로부터 예비 인증과 본인증을 모두 회득한 충북괴산군의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가 그곳이다.

풀무원 임직원과 가족은 매년 이곳에서 휴식 시간을 갖는다. 건물 주변에서 농사지은 좋은 재료로 만든 요리를 제공받고 자연 속에서 명상, 운동, 산책, 독서를 하며 자신의 생활 습관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각 분야 전문가가 최신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생활 습관 개선을 돕는다.
원래 이곳은 한국 유기농의 아버지로 불리며 좋은 먹을거리 사업에 선구자적 역할을 해온 원경선 원장이 향년 1백 세로 타계하기 전까지 말년을 보낸 자택이 있던 곳. “원경선 원장과 풀무원의 정신을 기념하며 전 직원을 위한 생활 개선 휴양 시설인 로하스아카데미를 짓는다면 패시브 하우스로 하고 싶었어요”라고 설명한 김혜경 풀무원 부사장(로하스아카데미 본부장)은 독일의 생태 건축 전문가인 게르노 발렌틴에게 작업을 의뢰했다.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패시브 하우스 보급에 기여한 공로로 독일 정부로부터 공로 훈장을 받은 그 건축가다. 풀무원은 겉도 속도 자연과 하나 되는 건물을 지어달라고 요청했고, 건축가는 원래 있던 오솔길에 꼬불꼬불한 길 모양 그대로 건물이 얹히는 설계를 했다. “해발 300m 숲 속이어서 로하스아카데미 주변에는 사람보다 동물이 더 많아요. 10여 년 전부터 생태계 복원에 힘써 청개구리, 뱀, 고라니, 멧돼지 등 없는 동물이 없고 우리 정원의 논에서는 우렁이가 기어가는 것도 보이지요. 그래서 건물 옥상을 녹화해 원래 있던 숲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만들었습니다. 헬기로 공중 촬영을 해도 건물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동식물의 생태길이 편안하게 이어지요.”

흰개미 집을 닮은 패시브 하우스
이 건물은 지열과 태양광 집열 장치를 이용해 필요한 에너지의 대부분을 충당하며 최소한의 전기만 사용한다. 요즘처럼 중국에서 스모그가 덮쳐 태양광이 부족한 날이나 장마에 대비해 저탄소 친환경 연료인 우드 펠릿을 준비해놓았지만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외부 연결 창문과 문은 독일 인증의 고기밀 도어를 사용해 열의 출입을 방지했고, 역시 고기밀 시공을 한 건물 벽은 폐신문을 활용한 친환경 단열재로 고단열 처리를 했으며, 건물외벽에 블라인드를 설치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바닥과 지붕에도 단열 처리를 했으니 어느 계절에도 외부 온도와 관계없이 온화한 실내 온도를 유지한다.

오솔길을 따라 배치된 객실은 한실과 양실로 꾸몄다. 벽은 황토와 해초 풀로 마감했고, 1, 2층 어느 객실이든 창을 열면 눈앞에 초록 숲이 펼쳐진다. 
“고효율 자동 급배기 환기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창문을 열지 않아도 실내 공기가 쾌적하고 무엇보다 습도가 일정해요. 피부 건조증이나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아이도 편히 잠잘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건축했기에 로하스아카데미에 오면 평소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저도 걱정이 없죠. 앞으로 이곳에서 아토피 힐링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에요.”

김혜경 부사장의 설명처럼, 풀무원 직원을 위한 생활 습관 힐링센터로 계획한 로하스아카데미는 1백40억 원이라는 건축 비용을 들여 건물 내외부 여러 면에 정성을 들였다. 패시브 하우스의 자동 급배기 환기 시스템이 종일 쾌적한 공기를 공급하는 데도 실내 벽을 황토와 해초 풀로 마감하고, 실내 정원을 조성해친환경성을 극대화했다. 방문객의 산책이 자연스럽게 트레킹으로 이어지게 구성한 동선도 좋은 예다.

또 단아한 보료와 정갈한 침대를 놓은 1, 2층의 한실과 양실 객실은 전부 한쪽 창 전체로 푸른 숲을 조망할 수 있다. 침구는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인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협업하기도 한 강금성 작가에게 의뢰해 자연 친화적 소재의 침구에 우리 전통의 오방색 조각보를 장식해 멋을 더했다.

명상과 운동을 하는 운동실은 한쪽 유리 벽 전체로 자연이 펼쳐지고, 요리 스튜디오와 식사 공간 어디에서도 ‘자연’이라는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이처럼 패시브 하우스의 실용적 기능, 건축과 라이프스타일 면의 미학적 기능까지 두루 배려했으니 이곳에서 좋은 재료로 식사하고 편안한 침구에서 숙면하면 누구든몸과 마음에 새로운 에너지와 충만감이 깃들 것만 같다.

1 유기농 연구에 평생을 바친 원경선 원장의 정신을 따라, 로하스아카데미에 머무는 동안 주변 논과 밭에서 이웃 주민과 함께 경작하는 좋은 먹을거리를 직접 수확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추수가 끝난 겨울에 논에서 타는 눈썰매가 풀무원 직원과 가족에게 큰 인기다. 
2 1백 세로 타계하기 전까지 이곳 숲에서 말년을 보낸 원경선 원장의 생가에서 소박하고 건강한 그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웃과 더불어 잘 사는 삶이란
“풀무원은 국민에게 건강한 식생활을 소개하는 기업이니 우리직원부터 건강한 식생활을 해야 하지요. 그래서 로하스아카데미에 오면 휴대폰을 반납하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은 채 자연 속에서 휴식하면서 식습관, 몸 습관, 마음 습관 등을 바꾸는 연습을 합니다. 풀무원 직원은 해마다 이곳에 오니 자신의 작년건강 기록과 올해 기록을 비교해볼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풀무원 직원 4천여 명뿐 아니라 협력사 직원 1만 4천여 명까지 이곳에서 좋은 습관을 연습한 사람은 저마다 “우리 아버지도 모시고 오고 싶다” “나보다 우리 아이가 와야겠다”며 요청하는 일이 많아 종종 가족 캠프, 부부 캠프도 열린다.

주변에서 농사지은 좋은 식재료로 꼭꼭 씹어 먹도록 연구 개발한 맛난 밥만 해도 10여 종에 이른다. 영양과 맛의 조화를 이룬식사를 셰프의 친절한 요리 설명까지 곁들여 제공하니 로하스아카데미에서는 건강한 식습관의 즐거움을 몸과 마음으로 느낀다. 또 전문가와 함께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한 명상, 좋은자세 훈련, 운동, 독서와 산책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내 몸에 좋고 가족과 이웃 그리고 자연에도 이로운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다. 직원들의 이러한 깨달음이 곧 풀무원이라는 브랜드의 가치이자 한 기업이 보유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되는 것이다.

3 매 끼니 좋은 먹을거리로 신선하고 맛깔스럽게 요리해 제공하는 로하스아카데미의 식사. 
4 패시브 하우스인 로하스아카데미는 첨단의 친환경 기술뿐 아니라 실내 정원, 예술 작품 배치 등으로 머무는 이의 마음과 정서까지 다독이는 공간이다. 

“전국의 좋은 숲에는 멋진 건물로 지은 기업 연수원이 많습니다. 직원 연수 때만 사용하는 건물을 평소에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 시설로 사용하면 이웃도 두루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우리는 이곳에서 괴산 지역은 물론 충청북도 학생들을 위한 과학캠프, 음악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카이스트나 미국 대학에서 강사를 초빙해 외딴 지역에도 도시보다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가족을 초대하는 콘서트와 행사도 열어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싶어요.”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 절대적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는 원경선 원장의 생각에 따라 로하스아카데미를 이끄는 김혜경 부사장은 이곳에서 괴산군과 충청도 주민의 삶까지 즐거워지는 큰꿈을 그리고 있다. 올가을에는 괴산군에서 열리는 세계 유기농 산업 박람회에 오는 외국 바이어, 학자, 기업가들에게 패시브 하우스에서 숙박과 회의 공간을 제공해 지역과 우리나라의 유기농 산업 발전을 돕고, 소외된 지역의 가족과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선보일 계획이다. 사람이 흰개미보다 뛰어난 패시브 하우스를 지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처럼 마음과 정신을 나눌 수 있기에 사람이 곧 만물의 영장이 아닐까. 자연 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잘 사는 방법을 생각하는 건축, 그곳이 풀무원의 로하스아카데미다.



#풀무원 #로하스아카데미 #패시브 하우스 #김혜경
글 김민정 기자 | 사진 박기호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