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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만나는 ‘달콤한’ 세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좋은 것을 먹고 즐기는 문화가 중요해지면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이 백화점 식품관이다. 고급 식재료는 물론 세계 유수의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 프리미엄 부티크로 탈바꿈한 것. 이 중심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디저트 숍, 커피 전문점, 홍차 전문점이 있다. 백화점뿐 아니라 신사동, 청담동, 한남동 등 이른바 핫한 동네에도 하나 둘 단독 매장을 오픈해 이제 서울에서도 ‘세계 고급 스위츠 여행’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1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프랑스 마카롱 브랜드 라뒤레의 시그너처 마카롱. 
2 현대백화점 입점을 시작으로 서울 신사동에 단독 매장을 오픈한 몽슈슈의 도지마롤. 
3 롯데월드 에비뉴엘점에 입점한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카페 제르보. 
4 오사카의 명물 에이트비돌체의 서울 신사동 매장 전경. 

여행지에서 맛본 케이크 한 조각, 유학 시절 자주 찾던 카페의 아메리카노 한잔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이유는 맛도 맛이지만 지난날의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다 그곳이 아니면 맛볼 수 없기 때문일 터. 음식 향수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2014년은 잊지 못할 한 해였을 듯하다. 1년 새 외국의 유명 맛집 브랜드 수십 개가 백화점 식품관을 중심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경제 불황으로 고가의 보석이나 명품 백을 대신해 프리미엄 디저트와 홍차, 커피 등을 즐기며 만족감을 느끼는 스몰 럭셔리족의 입맛까지 충족시키니 바로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의 맛에 푹 빠져 있다.

그렇다면 이런 맛집이 백화점에 몰려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은 빵집이 맛있다>의 저자 김혜준 씨는 “젊은 층 사이에서 맛집 투어, 빵 투어가 유행하니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백화점이 이들을 한곳에 불러 모았다. 인기 있는 브런치 카페와 레스토랑을 입점시키고, 동네별 윈도 베이커리 10여 개를 백화점 식품관에 옹기종기 모이게 했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번거로움을 한 방에 날려준 셈이니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 최근 2~3년 사이 웬만한 베이커리가 다 들어섰으니 자연히 이제 해외 브랜드의 차례가 된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서울도 이제 세계 유명 대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세계적 브랜드가 우리나라에 매장을 연다는 것은 우리나라 시장 규모와 수준을 인정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제과ㆍ디저트 브랜드가 많이 진출하는 건 셰프가 상주하지 않아도 일정한 수준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우며, 생산 시설을 갖추지 않고도 충분히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송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남윤정 교수는 한국 시장 내 외식ㆍ유통 업체의 경쟁도 한몫한다고 덧붙인다. 실제로 피에르 에르메 등 다양한 브랜드 론칭에 참여한 현대백화점의 델리 바이어 김병한 과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해외 백화점 홈페이지, 해외 박람회, 블로그 등 다양한 루트를 활용해 시장조사에 열을 올린다. “바이어마다 콘택트하고 싶은 브랜드를 나라별로 나누어 연간 출장 계획을 세워 작업합니다. 오픈을 앞둔 브랜드는 물론, 시즌별 프로모션 등을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기 때문에 홍콩 제니베이커리를 계약할 땐 홍콩까지 당일치기한 적도 있어요.”

현대백화점에서는 조만간 일본 베이커리 브랜드 핫텐도(八天堂)도 오픈할 예정이다. 지금껏 국내에 론칭하는 브랜드가 미국, 프랑스, 일본 3개국에 집중되었다면 올해는 아시아 국가, 이탈리아 등의 브랜드로 확장할 전망이며 온라인과 홈쇼핑 채널로 판매망을 넓힐 계획이다.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제과, 디저트 
일본의 디저트 브랜드 
1 일본의 국민 디저트로 통하는 토로로 푸딩. 젤라틴을 사용하지 않고 달걀노른자를 굳혀 맛도 색감도 좋다. 
2 1996년 프랑스 소펙사가 주최하는 대회 우승작인 몽상클레르의 대표 메뉴 세라비. 몽상클레르의 디저트는 화려한 모양새가 특징이다. 

일본 브랜드의 진출도 꾸준하다. 줄 서서 사 먹는 우유 크림 롤 케이크 브랜드 몽슈슈(02-3445-6054)는 매일 품절을 기록 중이다. 홋카이도 지역의 우유로 만들어 부드럽고 촉촉한 생크림 롤 케이크인 도지마롤이 대표 메뉴다. 도쿄에 몽슈슈가 있다면 오사카엔 에이트비돌체(02-542-0888)가 있다. 핫삐 롤 케이크, 생크림 소프트 샌드 등이 인기 메뉴로 일본에서만 한 달에 10만 개 이상이 팔려나간다. 롯데백화점에 문을 연 토로로 푸딩(070-7719-9559)은 일본에서는 연간 2천7백만 개가 팔릴 만큼 인기 있는 디저트. 달걀노른자로 만든 부드러운 식감의 푸딩은 항아리 모양의 아기자기한 디자인도 인기에 한몫한다. 캐러멜 소스와 마다가스카르산 천연 바닐라빈으로 맛을 낸 토로로 오리지널과 일본산 말차 가루와 캐러멜을 첨가한 팥소를 넣은 토로로 녹차가 대표 메뉴다. 최근 반얀트리 호텔에는 몽상클레르(02-2250-8171)가 오픈했다. 최연소 나이로 일본과 세계의 각종 대회를 휩쓸며 유명해진 천재 셰프 쓰지구치 히로 노부의 프랑스풍 케이크 전문점으로 육각형 모양의 케이크 세라비와 몽블랑이 특히 유명하다. 


유럽의 디저트 강국 
프랑스의 베이커 리와 파티세리 
1 고운 빛깔을 뽐내는 피에르 에르메 파리의 마카롱. 
2 곤트란 쉐리에의 인기 메뉴인 크루아상, 팽 오쇼콜라, 퀸아망. 서울 서래마을과 대치동, 삼성동 파르나스몰 등 세 곳에서 만날 수 있다. 
3 라뒤레의 로즈 마카롱. 핑크빛 패키지가 로맨틱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배가한다. 

1백53년 전통의 프랑스 마카롱 브랜드 라뒤레(02-3479-1678)는 2013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문을 열었다. 19세기 프랑스 파리 상류 살롱 문화를 이끈 브랜드로, 고급스러운 패키지와 화려한 컬러의 마카롱이 대표적이다. ‘페이스트리계의 피카소’라 불리는 프랑스 최정상급 파티시에의 디저트 브랜드 피에르 에르메 파리(02-3467-6049)도 지난해 여름 현대백화점에 첫 번째 매장을 열었다. 2010년 서울 신라호텔의 초청으로 2주간 방한했을 때 매일 아침 호텔 베이커리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섰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피에르 에르메 부티크가 오픈 한다는 소식에 많은 디저트 마니아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 2014년 화제의 브랜드. 가격은 놀라움 자체지만 이곳의 마카롱과 이스파한은 한 번쯤 맛볼 만한 가치가 있다. 곤트란 쉐리에(02-599-0225)도 최근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대대로 파티시에 집안의 4대째 파티시에인 곤트란 쉐리에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거쳐 파리에 자신의 이름을 건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다. 고소한 풍미가 일품인 크루아상과 퀸아망이 인기 메뉴다. 럭셔리 초콜릿 브랜드 라메종뒤쇼콜라(070-4322-3530)도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1호점을 오픈했다. 질 좋은 카카오로 최고급 수제 초콜릿을 만들며 매 시즌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인다. 


뉴욕과 시카고, 포틀랜드 찍고 하와이까지
미국에서 온 디저트와 간식
1 시카고에서 온 팝콘 숍 가렛팝콘. 당일 생산한 신선한 팝콘만 판매한다. 
2
 새콤한 라즈베리 퓌레를 더한 라즈베리 스월 치즈 케이크도 주니어스 치즈 케이크의 인기 메뉴. 
3 호놀룰루 쿠키 컴퍼니의 파인애플 모양의 귀여운 패키지는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오바마가 즐겨 먹는 케이크’로 유명한 주니어스 치즈 케이크(02-3453-2213)는 뉴욕에서 시작한 브랜드로, 뉴요커 사이에서는 뉴욕의 3대 치즈 케이크로 꼽힌다. 치즈 케이크 한 조각에 무려 216g의 치즈 가 담겨 진한 맛이 일품이다. 뉴욕 현지에서 만들어 한국에 공수하는 제품으로, 오리지널 주니어스 치즈 케이크가 부동의 베스트셀링 메뉴. 뉴욕에 주니어스 치즈 케이크가 있다면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엔 치즈 케이크 팩토리(02-3449-4061)가 있다. 1978년 첫 매장을 오픈한 이래 1백7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치즈 케이크 숍으로, 20여 종이 넘는 치즈 케이크와 컵케이크 등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판매한다. 시카고의 오래된 팝콘 숍 가렛팝콘(02-3467-6632)은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팝콘 메뉴를 3대째 이어오고 있다는 점도 놀랍지만, 기름이나 지방 없이 뜨거운 열기만으로 팝콘을 튀기며 당일 생산, 당일 판매 원칙을 고수한다. 크렘 브륄레 맛의 캐러멜 크리스프와 고소한 치즈콘을 섞은 시카고믹스가 스테디셀링 메뉴. 서울은 물론 부산에까지 진출한 크레이프 케이크 전문점 레이디엠(02-3444-0080)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얇게 구운 크레이프와 크림을 겹겹이 총 20겹을 쌓은 케이크로 밀 크레이프 케이크가 대표 메뉴다. 명동에 매장을 오픈한 하와이의 명물 호놀룰루 쿠키 컴퍼니(070-4224-1778)는 하와이의 특산물인 파인애플, 릴리코이, 코나 커피, 마카다미아 등을 넣은 쇼트 브레드 제품을 판매하며 파인애플 모양의 쿠키 박스가 이곳의 시그너처 아이템이다.


아시아와 그 밖의 나라들의 공세
1 2백50평 규모의 펙 매장. 17세기 오스트리아 원수를 지낸 에스테르하지 가문을 기리기 위한 제르보의 헌정 케이크 이자 이곳의 대표 메뉴. 

홍콩을 찾은 관광객이 한 번은 꼭 들른다는 제니베이커리는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오픈해 큰 인기를 누렸다. 결국 현대백화점 전 지점에서 팝업 매장을 운영했을 정도. 버터, 커피, 쇼트브레드 세 가지가 인기 메뉴다.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고급 홍차 브랜드 TWG Tea(02-547-1837)는 지난해 초 청담동에 매장을 오픈하고 현대 백화점과 롯데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도 부티크와 티 카페를 운영 중이다. 1837년 싱가포르 상공회의소 설립을 기념해 만든 1837 블랙티가 대표적이며 티 카페에서는 마카롱, 케이크 등의 메뉴도 맛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식료품 편집매장 펙(02-3213-2616)은 얼마 전 문을 연 롯데 에비뉴얼 월드타워점에 입점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탈리아 현지 매장과 동일한 레시피와 메뉴를 판매한다. 파스타, 소스, 향신료 등 식료품을 판매하며, 와인, 레스토랑, 주스 바,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매장도 있다. 1백 50년 전통의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카페 제르보는 롯데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 오픈해 이곳의 대표 메뉴인 파르페를 맛볼 수 있으며, 이탈리아의 식료품 전문숍 이탈리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오픈할 예정이다. 


도움말 김병한(현대백화점 델리 바이어), 김혜준(<작은 빵집이 맛있다> 저자), 남윤정(우송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교수), 양승훈(롯데백화점 델리 바이어)

글 박유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