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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꼭 기억해야 할 건강식품의 함정
2014년에도 다양한 식품이 건강과 장수의 비결로 주목받으며, 시쳇말로 ‘떴다’. 식단이나 건강 기능 식품도 각양각색으로 선보여 우리 밥상 위에 건강 비법으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몸에 좋다고 하면 무조건 많이 먹고, 몸에 나쁘다고 하면 일단 외면하고 보는 오늘날 우리의 밥상, 과연 안전하고 건강할까? 전문가 3인이 들려주는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조언.


브라운관에 나오는 스타만 뜨고 지는 것이 아니다. 건강식품에도 유행이 있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인기가 식어버리곤 한다. 그러면 그 뒤를 잇는 건강식품이 차세대 스타처럼 등장한 일은 시대를 막론하고 공통으로 나타나는 공식이다. 식단이나 조리법이라고 다르지 않다. 밥상에 불어닥치는 식탁 위의 유행 바람은 건강에 관심이 높아질수록 강도를 더해간다. 최근 몇 년간만 해도 효소, 각종 베리류, 해독 주스, 오일풀링, 렌틸콩 등이 종교처럼 퍼졌고 홍삼, 비타민, 오메가-3,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글루코 사민, 프로폴리스 같은 각종 건강 기능 식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저나트륨과 함께 저당 바람이 새롭게 불었으며, 식품업계에서는 지난해 소비 트렌드 키워드를 안전(safe)과 무첨가(no artificial additives), 간편함(simple)을 지향하는 이른바 ‘S.N.S 제품’이라고 정의했다.

음식은 적게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다양한 식재료를 골고루 섭취하면 건강에 유익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한데 식품 소비 트렌드만 봐도 바쁜 현대인은 건강에서도 지름길을 찾는 데 급급하다. 정석을 두고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요행을 바라면 늪에 빠질 수 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전문가들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양의 균형인데, 이런 식품과 식단이 균형을 깨뜨린다”고 염려한다. 일명 슈퍼 푸드가 건강에 좋은 것은 맞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과하면 독이 된다는 중용사상은 건강식품에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게다가 자신의 체질을 고려하지 않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즉, 좋다고 알려진 것도 자신에게 맞춰 먹어야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골고루 먹되 가급적 소식하라’는 원칙 하나만 지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전문가의 한결같은 처방이다. 세상에 기적의 식품은 없으니 다음의 솔직한 조언을 참고해 건강식품도 적당히 내 몸에 맞게 가려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식탁> 저자 정재훈 약사 “해독 주스 과신하지 말라”

건강을 지키는 섭식의 지름길이 있다면 적당하고 균형 잡힌 식단이다. 어떤 음식이 모든 이에게 좋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대표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우유만 봐도 그렇다. 한때 완전식품으로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심장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의심받는 천덕꾸러기 신세 아닌가. 물론 우유는 영양 결핍인 사람에게는 훌륭한 음식이다. 하지만 영양 과잉이 걱정이라면 우유를 먹는 만큼 다른 음식은 섭취를 줄여야 한다. 특정 식품이 아닌 영양의 균형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해독 주스가 정말 몸 안의 독소를 빼주고 누구에게나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염려가 된다. 우리 몸에서 해독은 간과 신장에서 하는 일이지 음식이 도맡아 할 일이 아니다.

양배추ㆍ브로콜리ㆍ당근ㆍ토마토는 삶고, 사과와 바나나는 갈아 마시면 우리 몸에 해로운 노폐물과 독소를 배설하고 면역력을 증진시킨다는 것이 해독 주스의 골자인데, 건강에 대한 과욕으로 무조건 많이 갈아 마시면 외려 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간이 해독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피부에 독성이 나타나 발진이 생길 수 있는 것. 이는 해독 주스의 부작용으로, 재료에 따라 갈거나 즙을 낼 때 당 지수가 높아지는 것도 있어 특히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앓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함께 넣는 음식 간의 궁합도 의문스럽다. 양배추와 브로콜리는 간을 자극해서 대사 효소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당근은 양배추와 브로콜리 등 녹색 채소에 풍부한 비타민 C를 파괴하는 아스코르브산 산화효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독 주스로 함께 갈아 마시면 도리어 영양 섭취를 방해하는 것이다. 건강하려면 하루에 400g 이상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해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해야 한다. 하지만 생으로 먹을 때와 주스로 갈아 마시는 것은 다르다. 씹어 먹어야 포만감도 느껴 적당히 양을 조절할 수 있으니, 결국 과일과 채소도 그대로 먹을 때가 가장 좋다.


순천대학교 한약자원학과 신동원 교수 “비타민과 홍삼, Yes? or No?”

한의학에서는 예부터 ‘식약동원食藥同源’을 중시했다. ‘음식은 약과 같은 것이며 음식으로 치료해도 낫지 않으면 그때 약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데 요즘은 음식 대신 영양제인 건강 기능 식품에 의존하는 이가 점점 늘고 있다.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만들어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으니 끌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건강 기능 식품은 영양소를 보충하는 보완제이지 절대로 대체제가 될 수 없다. 약이 아닌 ‘식품’이니 치료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비타민만 해도 그렇다. 심지어 성인의 50%가 비타민 보충제를 먹는 미국 질병예방서비스위원회는 “암이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 종합 비타민이나 항산화 보충제의 효능은 근거가 불충분하고, 오히려 흡연자가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먹는 것은 폐암 발병률을 높이므로 사용을 금지한다”고 고시했다. 요즘 명약 취급을 받는 건강 기능 식품의 대표 격인 홍삼만 봐도 약성이 있는 식품을 발효시킨 것이지 특정 증상의 치료제로 개발한 양약이 아니다. 물론 인삼은 한의학에서 ‘보기補氣의 대표 약재’로 해독, 면역 증강, 피부 미용, 천식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기가 허약해서 생긴 증상이라면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인삼이나 홍삼을 약재로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건강 기능 식품은 몸 상태와 상관없이 아무나 아무 때나 먹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자칫하다가는 위장 장애, 상열감 및 안면 홍조, 두통, 변비나 설사, 가려움증 등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건강 기능 식품의 오・남용은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으니 범람하는 정보에 휩쓸리지 말고 전문가의 조언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EBM섭생센터 허봉수 원장 “렌틸콩과 현미, 누군가에게는 독이 된다”

세상에 무조건 좋은 식품이란 없다. 아무리 몸에 좋은 식품이라도 적당한 용량보다 모자라면 효과가 없고 이보다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지난해 가장 각광받은 건강 식품 중 하나인 아사이베리와 렌틸콩만 봐도 그렇다. 과당이 풍부한 아사이베리는 과하게 섭취하면 속 쓰림 증상이 생길 수 있고, 렌틸콩도 많이 먹으면 설사를 유발하고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신장이 안 좋은 사람에겐 외려 독이 된다. 또 사람의 몸은 매우 정교해 체질이 제각각이라 도움이 되는 음식이 다르다. 지문처럼 저마다 특성이 다르니 ‘어떤 식품이 무슨 증상에 효능이 있다’라는 말은 성립 할 수 없다.” 요즘 우리 밥상에 꼭 올려야 할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현미도 열이 많은 사람은 피해야 한다. 현미가 여러 비타민과 미네랄은 물론 정제 곡물엔 부족한 필수아미노산과 필수지방산이 풍부하고 섬유질이 우수해서 백미보다 여러모로 몸에 유익한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따뜻한 열성 식품이기에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마늘도 그렇다. 항암 작용이 밝혀져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지만 성질이 뜨거운 식품이라 체질이 열성 타입인 사람에게는 소화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반면 몸이 찬 사람이 피해야 할 대표 식품으로는 녹차가 있다.

글 신민주 수석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