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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귤과 유자로 만든 고추소금
본디 양념은 약념藥念에서 유래한 말로 ‘약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넣는 것. 약념에 소홀한 음식은 맛도 덜할뿐더러 보약이 될 수 없다. 예부터 최고급 양념으로 꼽히던 귤껍질과 황금 덩어리를 닮아 재물복이 있다는 유자 껍질에 고추와 천일염을 넣고 함께 갈아 숙성시킨 독특한 향신료를 만들어보자. 음식에 향긋한 맛과 향을 더하는 천연 양념으로, 행운을 부르는 음식 선물로도 손색없다.

건강과 행운을 부르는 지혜로운 향신료
겨울 과일의 대표 격인 귤과 유자는 향기로움과 새콤함으로 겨울철 비타민의 보고라 불리지만 공통점이 또 있다. 황금빛 껍질이 행운을 불러 건강도 챙기고 부자가 된다는 속설 덕에 선물로도 인기인 것. 그도 그럴 것이 수십 년 전만 해도 따뜻한 남쪽이 아니면 맛볼 수 없던 귀한 과일이 귤과 유자다. 요즘에야 음식 쓰레기 취급을 받는 껍질도 이만저만 귀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귤껍질과 유자 껍질은 최고급 양념으로 꼽히기도 했다. 우리나라보다 중국과 일본에서 더욱 귀한 향신료 대접을 받았는데, 귤껍질을 이용한 요리로는 수나라 양제가 맛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금제옥회가 있다. 옥처럼 하얀 생선살을 뜻하는 옥회玉膾에 찍어 먹는 황금빛 양념장이 ‘금제金 ’로, 귤껍질을 잘게 다져 겨자와 함께 무친 향신료다. 이와 비슷하게 유자 껍질에 풋고추와 소금을 함께 넣고 갈아서 만든 유자후추(유주고쇼ゆずこしょうごしょ)는 일본 규슈 지방의 특산품으로 유명하다. 유자 향이 은은하고 고추의 매콤하게 톡 쏘는 맛이 일품이라 일본 요리뿐 아니라 한식은 물론 양식에까지 두루 쓰는 만능 조미료로 인기 향신료이기도 하다. 이름이 ‘후추’인 것은 규슈 지역 사투리로 고추를 후추라 하기 때문. 이때 고추는 풋고추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붉은 고추를 사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요리 연구가 메이는 유자 껍질, 풋고추, 소금을 한꺼번에 갈아 숙성시키는 일본의 규슈식 유자후추인 유자풋고추소금과 함께 귤껍질에 붉은 고추, 소금으로 만드는 귤붉은고추소금을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고 음식 선물로도 선호한다. 껍질로 만드는 천연 양념인 만큼 재료는 까다롭게 고른다. 귤과 유자, 고추는 유기농 제품으로 준비하고, 소금은 반드시 천일염을 사용하는 것. 그래야 풍미가 좋고, 맛이 깔끔하다. 기본 재료와 만드는 법은 간단하지만 정성은 여느 음식 못지않다. 귤과 유자 껍질의 흰 부분은 쓴맛이 나기 때문에 일일이 도려내고, 고추씨도 말끔히 제거해야 매운맛이 과하지 않다. 손질한 재료는 푸드 프로세서에 모두 넣고 간 뒤 절구에 한 번 더 빻는데, 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귤과 유자로 만든 고추소금은 만들자마자 요리에 바로 사용해도 맛있지만, 냉장고에 넣어 보름에서 한 달간 숙성하면 맛과 향이 제대로 깊어진다. 냉장 보관하면 6개월간 두고 먹을 수 있어 유효기간도 제법 길다.

신선한 시트러스 향과 매운맛, 짠맛이 어우러진 독특한 향신료로 활용 요리도 무궁무진하다. 고추냉이처럼 다양한 소스에 첨가해도 좋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섞어 샐러드드레싱으로 즐기거나 크림치즈와 섞어 브루스케타나 카나페 소스로도 그만이다. 특히 해산물이나 육류를 구울 때는 소스에 꼭 넣는다. 잡내를 없애고 풍미도 살리는 그만의 비법이라고. 남은 과육은 손으로 으깨어 유리병에 넣고 설탕을 1:1 비율로 넣어 절이기만 하면 차로도 즐길 수 있다.

귤붉은고추소금과 유자풋고추소금

재료
귤붉은고추소금 귤껍질의 노란 부분・붉은 고추 100g씩, 천일염 50g
유자풋고추소금 유자 껍질의 노란 부분・풋고추 100g씩, 천일염 50g
만들기
1 귤과 유자는 통째로 소금에 굴려 끓는 물에 살짝 담갔다 꺼내 소독한 후 껍질을 벗겨 과육과 분리한다. 유자는 감자 필러를 사용해 껍질을 벗기면 수월하다. 껍질에서 흰 부분은 칼로 긁어내듯 도려내고 노란 겉껍질만 모은다.
2 고추는 꼭지를 칼로 잘라내고 반 가른 후 씨와 속을 깨끗이 도려낸다.
3 ①의 껍질과 ②의 고추를 같은 양으로 준비한 후 이를 합친 총무게의 25% 분량의 천일염을 푸드 프로세서에 함께 넣고 곱게 간다.
4 절구에 ③을 넣고 한 번 더 곱게 빻는다.

*귤붉은고추소금과 유자풋고추소금은 만드는 법과 분량이 동일하다. 귤 대신 유자를, 붉은 고추 대신 풋고추를 넣으면 된다. 라임 등 감귤과 껍질이라면 모두 가능하다.


유자풋고추소금 광어 카르파초
유자풋고추소금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허브 등을 섞어 소스로 만든 후 광어 등 생선에 뿌려 먹는 향긋한 카르파초. 참치를 겉면만 익힌 다다키와도 잘 어울린다.
재료
광어회 100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1/2컵, 화이트 비니거 2큰술, 유자풋고추소금 1/2큰술, 재스민 등 허브 약간
만들기
1 얇게 썬 광어회는 접시에 넓게 펼친다.
2 볼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화이트 비니거, 유자풋고추소금을 넣고 잘 섞는다.
3 ②의 소스를 ①의 광어회에 골고루 뿌린 후 재스민 등 신선한 허브를 골고루 올린다.

귤ㆍ유자 고추소금을 올린 연어주먹밥
연어주먹밥에 귤과 유자를 넣은 고추소금을 한 점씩 올려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유부초밥을 색다르게 먹을 때도 유용하다.
재료
구운 연어 1토막, 유자풋고추소금・귤붉은고추소금 1/2작은술씩, 밥 2컵, 김 1장
만들기
1 구운 연어는 살만 바른다. 연어살을 반으로 나눠 유자풋고추소금과 귤붉은고추소금을 손톱 크기로 한 점씩만 남긴 뒤 각각 섞는다.
2 밥을 1컵씩 뭉친 뒤 ①의 연어살을 적당량 떼어내 밥 속에 넣고 삼각형으로 도톰하게 모양을 만든다. 주먹밥 틀을 사용해도 좋다.
3 김을 네모나게 오려 ②에 붙인 뒤 ①에서 남긴 유자풋고추소금과 귤붉은고추소금을 각각 한 점씩 올린다.

귤붉은고추소금 굴 알리오 올리오
마늘의 알싸한 향과 제철 굴의 풍미가 귤붉은고추소금의 향긋한 맛과 어우러져 별미로 안성맞춤. 굴은 물론 관자, 닭고기 등을 구울 때 귤이나 유자를 넣은 고추소금을 간장이나 참기름에 섞어 바른 후 구우면 잡내나 비린내까지 잡아준다.
재료
스파게티 면 150g. 올리브유 2큰술, 버터・귤붉은고추소금 1큰술씩, 마늘 5쪽, 굴 200g, 화이트 와인(드라이) 1/2컵, 소금 약간
만들기
1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부은 후 스파게티 면을 넣고 소금과 올리브유를 넣어 삶는다. 알덴테로 삶아지면 건져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이때 스파게티 면 삶은 물을 1/2컵 정도 따로 담아둔다.
2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버터를 녹인 후 편으로 썬 마늘을 갈색이 나도록 튀긴 다음 마늘만 건진다.
3 ②의 마늘 볶은 팬에 굴을 넣어 살짝 볶다가 화이트 와인, ①의 스파게티 면 삶은 물과 함께 귤붉은고추소금을 넣어 조린다.
4 ③에 ①의 스파게티 면과 ②의 마늘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


정성을 더하는 선물 포장법

정성으로 만든 음식만큼 귀한 선물도 없다. 특히 재료를 엄선해 직접 만든 천연 양념은 음식에 건강한 맛을 더해주어 음식 선물로 제격이다. 귤과 유자로 만든 고추소금은 재료를 준비하는 데만도 손이 많이 가는 데다 흔치 않은 선물이라 더욱 의미 있다. 포장은 하는 이를 위한 것이 아닌 받는 이를 위한 것인 만큼 스카치테이프나 핀 등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은데, 패브릭이 음식 포장에 적격인 이유다. 요리 연구가 메이는 받는 이가 포장용 패브릭을 냅킨이나 매트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직접 제작해 사용하지만, 작은 보자기나 크기가 넉넉한 손수건을 활용해도 좋다고 조언한다. 보통 보자기의 대각선 길이가 양념을 담은 유리병 길이의 5배 정도면 적당하다. 포장법은 어렵지 않다. 보자기를 마름모꼴로 펼친 뒤 위아래의 귀를 가운데로 모아 접고 양념을 담은 유리병을 올려 둘둘 만다. 이때 유리병은 뚜껑이 바깥쪽을 향하게 약간 사이를 띄워놓는다. 둘둘 만 보자기의 양 끝을 모아 접어 유리병을 나란히 세운 뒤 병뚜껑 위에서 묶어 리본 모양을 정리한다. 보자기가 길게 남는다면 끝 부분을 다시 한 번 묶어 고리 모양의 손잡이를 만들어도 좋다. 

글 신민주 수석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 요리 메이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