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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 작가들이 풀어낸 대수로운 수저 이야기 시저 담화
시저, 즉 수저는 ‘먹는 도구’다. 가장 직접적인 생존 도구로, 우리 식문화의 근간이 되는 생활용품이다. 나라와 시대마다 목적은 같지만 형상은 저마다 다른 흥미로운 사물이기도 하다.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매일 사용하는 식 도구이지만 그간 평가절하한 수저를 공예 작가들이 자신들만의 소재와 디자인으로 풀어냈다. 그들의 작업 노트를 들여다본다.

수저답게 쓰이다
1 최기 “나이테는 자연이 스스로 표현해내는 시간의 흐름이다. 숟가락과 식기 표면에 촘촘한 나이테가 드러나도록 디자인해 그 의미와 멋을 나누고자 했다.” 
2 사카이 나오키Sakai Naoki “‘차분함・녹’을 주제로 한 스푼으로, 오래된 것에서 느낄 수 있는 멋스러움과 일본 특유의 고요함과 단순함을 전달하고자 했다.” 
3, 4 민덕영 “수저를 다양한 식 도구로 바꾸고 있는데, 유기의 단점인 변색을 부분적으로 해소하고 다양한 색을 연출하기 위해 옻칠을 접목했다.” 
5, 6 류연희 “은과 나무로 담백한 재질감의 숟가락을 만들었다. 집, 나무, 대지, 꽃, 작고 좁은 길, 계단 등을 추상화해 일상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7 강웅기 “숟가락은 머리와 자루로 이루어져 만드는 데 다양한 기술이 필요 없다. 한데 쉽지가 않다. 직선 자루에 곡선미를 더해 잡기 편하게 디자인했다.” 
8 고보형 “잘 단조한 은수저는 단단하며 탄성이 있고 두껍지 않으며 가볍다. 이 같은 정통적 실용성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감추어진 품질’이다.” 
9 이승원 “젓가락은 손가락의 연장선이 되는 식 도구다. 손가락이 하나씩 나뉘듯 젓가락도 그렇다. 그래서 젓가락에 각각 색을 입혔다. ‘마음에 드는 색’을 집어 유쾌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젓가락!” 

손끝에서 만들어지고, 다시 손끝으로 사용하는 도구가 수저다. 수저는 우리 밥상에서 가장 친숙한 도구이자 이를 함께 사용하는 식습관은 우리만의 식문화를 잘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다양한 소재와 형태로 아름답고 재미있는 수저가 식사하는 즐거움을 배가해줄 것이다.


장인 정신을 담다
1 ‘저 집’ 박연옥 대표 “나무젓가락에 우리의 옻칠과 나전으로 장인의 숨결을 더했으며, 젓가락과 수저받침의 목화문과 구름문은 가정의 평안과 행복을 의미한다.” 
2, 3, 4, 5, 6, 12 우타쓰야마 공예 공방 “도예, 옻칠, 염색, 금속, 유리 등 다섯 공방에서 여러 작가가 작업한다. 일본은 젓가락 문화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젓가락과 수저받침을 제안했다.” 
7, 8, 9, 10, 11 ‘놋:이’ 이경동 전수자 “놋으로 만든 생활용품은 묵직해서 좋은 점이 많다. 무엇보다 손으로 쥐었을 때 안정감이 든다. 한데 놋그릇이나 놋수저는 한식당에서 쓰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안타까워 다양한 형태의 숟가락과 함께 포크와 나이프를 만들었다. 아버지인 경남 무형문화재 제14호 징장 이용구 선생의 전통 방짜 유기와 맥락을 같이하지만 모던하게 식기를 제작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인 만큼 장인의 전통 공예품도 현대와의 조화를 모색하고 았다. 놋수저는 시대에 맞게 진화해 모양은 물론 종류도 서양식 커틀러리로 다양해졌고, 창의적인 젓가락 디자인이 부쩍 눈에 띈다.


오브제로 빛나다
1 박주형 “빈티지 숟가락과 나무로 음식을 우리 입으로 가져가기 위해 커틀러리를 사용하는 순간을 표현했다. 오래된 골동품 가게에서 낡은 숟가락을 모아 사용했는데, 새로운 도구로서의 삶을 주고 싶었다.” 
2 류연희 “숟가락을 모티프로 한 황동 케이크 스탠드로, 간단한 다과를 올릴 때 멋스럽게 사용할 수 있다.” 
3, 6 신자경 “은으로 스푼 머리를 만들고 문손잡이로 자루를 이어 독특한 형태를 완성했다. 티스푼에 가루를 담은 모양의 오브제는 손가락으로 모양을 만들어 손과 재료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했다.” 
4 데이비드 클라크David Clarke “식 도구인 은 스푼의 머리 바닥에 주머니를 연결한 듯한 이미지는 보는 이의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오브제는 물론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5 다나카 치에Tanaka Chie “내 작업에서 고려해야 할 기능의 대상은 ‘손바닥’이다. 나뭇가지 자루로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7, 8 마키 오카모토Maki Okamoto “숟가락으로 스푼의 바닥과 몸체를 분리한 브로치를 직접 만지고 체험하며 일상용품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면 좋겠다.” 
9, 10, 11, 12 시몬 텐 홈펠Simone ten Hompel “일상용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특히 ‘인생의 처음과 마지막에 사용하는 도구’가 스푼인 만큼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최초의 식사 도구이자 동서양을 막론하고 먹는 도구로 쓰는 것이 숟가락, 스푼spoon이다. 가장 보편적 식 도구로, ‘죽는 것’을 “숟가락을 놓다”라고 할 정도로 먹고 사는 문제를 가리키는 상징적 도구이기도 하다. 숟가락이 문화적 메시지를 전하는 예술품의 소재로 각광받는 이유다.


밥상 위에 놓이다
1 박예연 “스테인리스 스틸과 실리콘 소재를 기본으로 아이가 직접 먹을 때와 엄마가 먹여줄 때를 고려해 디자인했다.” 
2, 4, 5 김현성 “디자인적 미감도 갖춘 기능적 오브제를 만드는 것은 상당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빵과 버터로 간단하게 차린 아침 식탁에 어울릴 법한 금속 식기로, 생활용품이지만 심미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3 김서윤 “평소 즐겨 먹는 아침 식사 메뉴인 토스트와 삶은 달걀을 함께 올릴 수 있는 트레이다. 숟가락을 모티프로 달걀 받침을 만들고, 바닥을 대나무 선재로 제작해 구운 식빵을 담아낼 때 습기가 생기는 불편함을 덜었다.” 
6 안대훈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밥상에서는 먹는 도구가 다양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죽을 쉽게 떠먹을 수 있도록 숟가락 머리를 약간 네모나고 오목한 형태로 만들었으며, 소금과 간장 등 양념용 숟가락도 따로 제안했다.” 

 아침을 거르는 현대인이 여전히 많다 보니 죽 상에 쓰는 수저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릇이 그러하듯 수저도 용도에 따른 씀씀이가 식사하는 데 쏠쏠한 재미를 주는 법. ‘굿모닝! 브랙퍼스트’ 공동 작업으로 현대인의 식생활에 맞는 아침상 식사 도구를 제안한다. 먹는 도구인 만큼 식사하는 대상도 고려해야 한다. 아이를 위한 수저가 필요한 이유다.

갤러리 보고재에서 2014년 12월 31일까지 열리는 <시저담화>전에서는 수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31인의 작가들의 다양한 작업으로 생활 공예품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진행 신민주 수석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 촬영 협조 갤러리 보고재(02-545-0651)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