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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식 쿠킹 클래스 진행하는 에스더 권 위로받는 음식, 치유하는 음식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식을 가르치는 권스Kweon’s 쿠킹 클래스 에스더 권은 한인들에게 이웃집 누구누구네 엄마같이 친근한 요리 선생이자 타지에서의 헛헛한 마음을 음식으로 달래주는 치유자다. ‘옛’ 추억의 맛을 살리고 ‘햇’ 추억을 선물하는 그의 쿠킹 스토리.


타지에서 마흔 넘어 찾은 천직
절대로 약속을 어기지 않는 것, 세상이 무너져도 변함없는 것. 바로 나이 먹는 일이다. 곱게 나이 먹는 일은 건강하게 삶을 꾸려가는 것을 의미하니 황혼의 행복을 위해 취미를 찾고 평생의 천직을 찾는 일은 현대인의 숙제가 된 지 오래다. 하물며 생면부지 타지에서 다시금 길을 찾는 것은 어지간한 용기만 갖고서는 쉽지 않은 일일 터. “미국에 온 게 2002년도이었어요. 초행길인 데다 아는 사람도 없어서 처음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죠.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뭔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리였어요. 워낙에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서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도, 남편을 따라나선 영국 유학 시절에도 틈틈이 쿠킹 클래스를 찾아다니곤 했거든요. 요리는 제게 ‘힐링’ 자체였어요.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한식에 대한 향수가 생기게 마련인데, 그분들 마음을 헤아려주는 요리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먹었죠.”

12년째 미국 워싱턴 D.C. 버지니아주에서 쿠킹 클래스를 여는 에스더 권은 한인들에게 부모 역할을 대신하는 큰 언니 같은 존재다. 타지 생활에 늘 헛헛한 속을 그가 알려준 음식으로 채우고, 한식에 대한 향수도 그를 통해 치유하기 때문이다. 음식이란 유전자와 같아서 습관 중에서도 바꾸기 어려운 것이 입맛이라고 하지 않던가. 추억의 절반은 맛이니 향수를 달래는 데는 음식만 한 게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살면서 한식 타령만 할 수는 없을 터.

1 요리 수업 후엔 함께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2 연어 스테이크와 콜리플라워 수프, 베이컨 말이 아스파라거스 구이는 서너 가지 메뉴를 코스로 구성해 진행하는 권스 쿠킹 클래스의 인기 메뉴 중 하나다.

게다가 파티도 많고, 음식을 해 가지고 포틀럭으로 하는 모임도 많아 음식 담음새도 푸짐하고 뷔페식 상차림이 발달한 것이 미국식 음식 문화다. 그래서 그는 한식을 기본으로 양식, 일식, 중식 등은 물론 퓨전 요리에서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두루 가르친다. “클래스는 매번 메뉴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서너 가지 코스 요리로 구성해 요. 그날 요리만 제대로 배워도 어느 자리에서건 솜씨를 부릴 수 있게요. 그리고 요리를 배우러 오신 분들이 이 시간만큼은 대접받는다는 기분이 들도록 손님 접대하듯 정성을 다하죠. 음식은 만들 때도 그렇지만 차릴 때도 정성이 있어야 제 기운을 발휘하잖아요. 그 기운으로 집에 가서도 가족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면 이만큼 보람찬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3 양갱과 함께 차린 커피 테이블. 
손님 초대할 때 제격인 겨자 소스 올린 참치 타다키.  

입맛 찾아주는 권스 쿠킹 클래스
그는 매주 네댓 번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는데, 메릴랜드 주로 출장 클래스를 가는 수요일을 제외한 화ㆍ목ㆍ금ㆍ토요일에는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그의 집이 요리 스튜디오가 된다. 그에게 요리를 배우는 사람은 50명 남짓. 보통 6~10명씩 팀을 이뤄 오붓하게 모임을 갖듯이 수업을 진행한다. 그는 이 시간을 살림 공부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수업을 하다 보면 이것도 알려주고 싶고, 저것도 알려주고 싶고… 욕심이 나요. 스스로 터득해서 깨달을 수도 있지만 제가 아는 생활의 지혜를 나눠주면 살림이 더욱 쉽고 재미를 더할 테니까요. 그러다 보니 늘 수업 시간이 빠듯해서 점점 말이 빨라져요.(웃음)” 가끔 케이터링 출장이 있을 때는 쿠킹 클래스 회원들이 실습을 겸해 돕는다. 그래서 홀로 이끌어가는 1인 기업이지만 어시스턴트가 필요 없다. 그에게 쿠킹 클래스 회원들은 제자이자, 동료이자, 친구인 것. “돈을 벌려고 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쿠킹 클래스를 이끌어오지 못했을 거예요. 클래스가 있는 날은 친구를 초대하는 기분이거든요. 함께 요리를 배우고 음식을 나누는 그 시간이 제겐 일상의 큰 즐거움이에요. 마흔 넘어 천직을 찾았으니 참 복된 삶이지요.”

1한식은 물론, 양식, 디저트, 이바지 음식까지 두루 섭렵한 그의 스승 같은 요리책.
2 절편으로 만든 장미꽃을 올린 떡케이크와 밤양갱, 쌀강정, 깨강정 등은 선물하기에도 좋다.

‘감사한 마음’으로 매사에 열심인 그 열정 때문인지 그의 클래스는 출석률이 유독 높다. 그저 레시피를 익히는 요리 수업이 아니라 힐링의 시간이요, 소통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회원들이 이 시간을 만끽할 수 있도록 레시피와 음식 사진을 일일이 메일로 보내주는 수고도 기꺼운 마음으로 즐긴다.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시연한 음식은 수업이 끝난 후에 함께 모여 나눠 먹기 때문에 요리를 다시 한 번 만들어 직접 사진 촬영까지 해야 하지만 한번도 귀찮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외려 3년 이상 쿠킹 클래스를 수강하며 정精을 나눈 이들에게 그간 배운 요리 사진을 앨범으로 묶어 선물한다. 추억을 선물하는 셈이다. “음식은 사람을 하나로 묶는 힘이 있어요. 그래서 요리하는 기술보다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요리를 가르치고 싶어요. 그러면 요리하는 ‘나’도 행복해지거든요. 그래서인지 요리 선생으로 산 지난 12년 동안 전혀 늙지 않는 기분이에요. 젊게 사는 비결이 따로 없지요.”

지난여름엔 특별한 요리 수업을 하기도 했다. 대학 진학을 앞둔 작은아들과 친구를 위해 한식 쿠킹 클래스를 진행한 것. 대부분 생김새는 한국인이지만 사고방식은 미국식인 재미교포 2세 아이들에게 한국의 얼을 음식으로나마 심어 주고 싶어서 특별히 준비한 자리였다. “음식에 문화가 담겼다는 말을 요리를 하면서 깨달았어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자의식을 음식으로 가르치고 싶었어요. 한식을 집에서 자주 즐기고, 파티나 모임에서도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도록 간편한 퓨전 요리를 준비했는데, 연어를 육회식으로 내거나 파인애플을 겉절이김치식으로 내는 등 주로 우리 음식을 서양 식재료에 접목한 것들이었죠. 비록 전통식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아이들이 우리 음식에 대한 이해와 입맛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권스 쿠킹 클래스 홈페이지 www.cookingclassva.com


간편한 한식 퓨전 레시피 
파인애플 김치를 곁들인 아롱사태냉채 파인애플 김치는 파겉절이 대용으로,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라 외국인도 좋아한다.
깨 드레싱 연어배무침 육회를 모티프로 한 연어 샐러드로, 고소한 깨 드레싱이 연어의 맛을 더욱 살려준다. 
간장 소스 국수무침 샐러드 느낌의 비빔국수. 재료가 간단하고 만들기가 쉬워 뷔페 상차림에도 좋다.

파인애플 김치를 곁들인 아롱사태냉채
재료 쇠고기 아롱사태 800g, 배 1개, 잣가루 약간 육수 양파 1/2개, 마늘 5쪽, 대파 1대, 청주 2큰술, 간장 1큰술, 통후추ㆍ소금 1작은술씩, 물 적당량 파인애플 김치 파인애플 400g, 부추ㆍ적양파 50g씩, 붉은 고추 2개, 피시소스ㆍ고춧가루ㆍ참기름 1큰술씩, 마늘즙 1/2큰술 겨자 소스 물에 갠 겨자ㆍ다진 마늘 1큰술씩, 참기름 2큰술, 식초 4큰술, 꿀 3큰술, 소금 1작은술
만들기
1 냄비에 육수 재료를 모두 넣고 센 불에 올린다. 물이 끓어오르면 쇠고기 아롱사태를 넣고 중간 불로 줄인 후 뚜껑을 반만 덮어 1시간 정도 삶는다. 고기가 다 익으면 꺼내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고 냉장실에서 하루 이상 굳힌다. 이렇게 하면 고기에 군내가 없어지고 간이 자연스럽게 밴다.
2 ①의 쇠고기와 배는 얇게 슬라이스한다.
3 파인애플은 한 입 크기로 나박 썰고, 부추는 3cm 길이로 썬다. 적양파는 슬라이스하고, 붉은 고추는 얇게 저며 2cm 길이로 썬다.
4 커다란 볼에 ③의 재료를 넣고 피시 소스, 고춧가루, 마늘즙, 참기름을 넣어 살살 버무려 파인애플 김치를 만든다.
5 접시 가장자리에 ②의 쇠고기와 배를 번갈아가며 둘러 담고, ④의 파인애플 김치를 올린 다음 잣가루를 뿌린다. 여기에 겨자 소스를 따로 곁들인다.

간장 소스 국수무침
재료 메밀국수 300g, 새싹채소ㆍ파프리카(빨강과 노랑) 100g씩 간장 소스 간장ㆍ설탕ㆍ식초ㆍ참기름 2큰술씩, 굴 소스ㆍ레몬즙ㆍ다진 마늘ㆍ 와사비 푼 물 1큰술씩(와사비는 100g에 찬물 8큰술을 넣어 저으면서 갠다.)
만들기
1 냄비에 물을 붓고 센 불에 올린 후 끓어오르면 메밀국수를 넣고, 2분 정도 후 다시 한 번 끓어오르면 찬물을 조금 붓고 끓인다. 다시 끓어오르면 건져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2 새싹채소는 씻어서 물기를 빼고, 파프리카는 씻어서 씨를 뺀 후 채 썬다.
3 분량의 재료를 모두 섞어 간장 소스를 만든다.
4 커다란 볼에 ①의 국수, ②의 새싹채소와 파프리카를 넣은 후 ③의 간장 소스를 뿌려 고루 섞은 다음 커다란 접시에 먹기 좋게 담는다.

깨 드레싱 연어배무침
재료 연어 500g, 배 1/2개, 새싹채소 100g, 장식용 레몬1개 연어 밑간 참기름 3큰술, 통깨 2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깨 드레싱 통깨 가루 4큰술, 설탕 3큰술, 식초ㆍ레몬즙 2큰술씩, 올리브유ㆍ간장 1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연어는 얇게 슬라이스한 후 0.5cm 두께로 육회처럼 길게 썬 다음 분량의 밑간 재료를 모두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2 배는 연어와 같은 굵기로 슬라이스한 후 ①에 넣어 고루 섞는다.
3 레몬은 반 잘라 슬라이스하고, 새싹채소는 씻어서 물기를 뺀다.
4 분량의 재료를 모두 섞어 깨 드레싱을 만든다.
5 접시 가장자리에 레몬을 둘러 담고 그 안에 새싹채소를 담는다. 그 위에 ②의 연어배무침을 올린 후 ④의 깨 드레싱을 뿌린다.


스타일링 김유림(맘스웨이팅) 그릇 협조 한국로얄코펜하겐(02-749-2002) 

글 신민주 수석기자 | 사진 김재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