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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더한 쌀 보약 같은 밥
우리네 밥상의 중심이 ‘밥’이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단, 먹을 것이 차고 넘치는 시대다 보니 쌀 소비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게다가 새해부터는 쌀 시장이 개방되어 세계 각국의 쌀이 우리 식탁을 넘볼지 모른다. 우리 쌀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그리고 건강에 민감한 요즘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기능성 쌀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두뇌 성장을 돕는 쌀부터 다이어트에 좋은 쌀까지, 이제 쌀도 기능 따라 골라 먹는 시대다.

눈에 띄는 기능성 쌀 10 
농진청에서 개발한 기능성 벼 품종은 유색미를 포함하면 약 스무 가지에 이르며, 쌀 겉면에 영양 성분을 코팅한 기능성 코팅 쌀의 종류는 수십 가지나 된다. 아직 판매처가 다양하지는 않으니, 기능성 쌀을 전문으로 유통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것. 

왼쪽부터 시계방향
강황쌀 인도산 강황 분말을 코팅해 노란빛을 띤다. 커리의 노란빛을 내는 성분인 강황은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 백미와 강황쌀을 8:2로 섞어 밥을 지을 것. 1kg, 9천5백 원. 

흑진주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항산화와 비알코올성 지방간 억제에 효능이 있다. 찰기가 없는 편으로 백미와 섞어 밥을 짓는다. 2kg, 1만 원대.

차가버섯쌀 차가버섯 분말과 영양이 풍부한 쌀눈분말을 덧입힌 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백미에 20% 섞어 밥을 짓는다. 1kg, 1만 2천5백 원.

하이아미 밥을 지으면 윤기가 돌고 차지면서 부드러운 하이아미는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풍부해 성장 발육에 좋다. 가격 미정.

홍국미 붉은 누룩곰팡이인 홍국균을 넣어 발효한 쌀. 해로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능이 있다. 밥을 지을 때는 백미와 홍국미를 9:1로 섞어야 색이 적절하다. 1kg, 1만 1천 원.

큰눈쌀 쌀눈이 일반 쌀보다 3배 이상 큰 것이 특징으로 필수아미노산과 가바 성분이 많아 혈압 안정과 두뇌 성장에 도움을 준다. 가격 미정.

고아미4호 철분과 아연 함량이 높아 빈혈 예방에 좋은 기능성 쌀인 고아미4호는 밥맛이 일반 쌀에 비해 떨어지므로 백미나 현미 등과 섞어 밥을 지어야 한다. 1kg, 1만 1천5백 원. 

홍진주 항산화 물질인 타닌이 풍부한 쌀로 노화 예방에 효과적이며, 혈압을 낮추고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찰기가 부족해 백미와 함께 밥을 지어 먹는 것이 좋다. 1kg, 7천 원. 

연잎미 기능성 쌀 쇼핑몰 바비조아의 인기 제품으로 꼽히는 연잎미는 백미에 연잎 분말을 코팅한 쌀. 비타민 C와 섬유소가 풍부하다. 1kg, 1만 원. 

녹미
우리 고유의 토종 찹쌀인 청량미를 품종 복원한 기능성 쌀. 토코페롤, 클로로필 함량이 높아 성인병 예방에 좋다. 가격 미정.


이제는 밥맛에 까탈스러워야 한다
한식의 대표 메뉴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면 돌아오는 답 중 ‘백반’이 많다. 밥에 국과 반찬 서너 가지로 차리는 상차림이다. 특별히 무엇을 먹겠다는 생각은 없는데, 무엇을 먹어야 할 때면 식당 문짝에 쓰인 ‘백반’이란 단어가 참 반갑다. 백반은 한자로 白飯이다. 한글로 풀면 흰밥. 그러니까 쌀밥이 백반이다. 쌀이 부족해 식당에서도 잡곡밥밖에 낼 수 없는 그때에 “우리 식당은 쌀밥을 줘요” 하는 표시로 이 단어를 썼다. 쌀밥이 귀하던 시절의 일이니 1970년대 이전에 탄생한 말이며, 이 말을 우리는 상차림으로까지 확장해 썼다.

한국인의 밥상은 밥이 중심에 있다. 국과 서너 가지 반찬은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먹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밥이 맛있으면 국과 반찬은 대충 맛있어도 먹는다. 김치 한 보시기, 간장 한 종지만 있어도 기름기 자르르 흐르고 탱글탱글한 쌀밥이면 한 끼니로 만족한다. 한국인이 일상에 먹는 밥은 형편없다. 특히 대중식당의 밥은 최악이다. 아침에 밥을 해서 ‘스텡’ 공기에 담아 뚜껑을 덮어서 보온통에 넣어두고 점심에도 저녁에도 내놓는다. 남으면 다음 날에도 낸다. 일인당 수만 원 하는 쇠고깃집에서도 이런다. 집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온밥통 탓이다. 한번 밥을 해두고 몇 끼니를 때운다. 보온밥통 안에서 그 밥이 무르고 색깔이 변하고 냄새를 풍겨도 그냥 대충 먹는다. 학교에서 단체 급식을 하는 아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커다란 찜통의 밥, 풀풀 날리는 밥을 먹는다. 한국인은 밥을 참 맛없게 먹는다.

저녁으로 푸짐히 먹는 메뉴의 식당에서는 밥이 중심에 있지 않다. 고깃집에서는 고기부터 먹으며 배를 채운다. 고기를 다 먹은 다음 밥을 먹는데, 이도 냉면 또는 국수와 경쟁시킨다. 전골집에서도 사정은 같다. 냄비에 담긴 음식부터 먹고 마지막에 밥을 넣든지 사리를 넣든지 선택하게 한다. 횟집에서도, 찜집에서도 그런다. 밥은 ‘한식 코스’에서 선택 음식으로 전락했다. 그러니 식당 주인이든 손님이든 밥맛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밥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집밥이 유행이라 하여 대충 관찰을 해보았더니 그 차림이 ‘백반’의 한 변형으로 읽혔다. 밥과 국 그리고 반찬 몇 가지. 이런 상차림에서는 밥이 중심에 놓이고, 그러니 주인이든 손님이든 밥의 질에 신경을 쓰게 되어 있다. 또 집밥이라 하면 갓 지은 따끈한 밥을 떠올리게 마련이라 밥에 소홀할 수가 없을 것이다.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낸다는 측면에서는 집밥집의 번창을 바라마지 않는다. 한국인은 역시 밥이 맛있어야 한다.

밥 맛있게 하는 법은 전문 요리사가 아니어도, 대충들 안다. 보온 모드로 오래 두지만 않으면 전기밥솥도 밥을 맛있게 짓는다. 그럼에도 뭔가 부족하다. 특히 일본의 그 밥들에 비하면! 한국의 밥이 일본의 밥에 비해 맛없는 까닭은 밥 짓는 기술이 달라 그런 것이 아니다. 쌀의 문제다. 품종의 문제도 크지만 결정적으로는 수확 후 관리에 있다. 한국은 농촌 일손이 부족한 걸 해결하기 위해 산물 수매를 하고 있다. 벼가 서 있는 그대로 콤바인이 낟알을 털어 건조기에 넣거나 땅바닥에 펼쳐놓고 말린다. 일본에서는 볏단으로 잘라 걸대에 걸어서 후숙성한다. 옛날에 우리 땅에서도 볏단을 논바닥에 며칠씩 세워두고 말리는 후숙성을 했다. 이 과정에서 오는 쌀맛 차이는 크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농촌에 일손이 달리기는 같은데 왜 일본은 그 ‘답답한 과정’을 유지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국내의 쌀 중에 맛있다고 소문난 품종은 대부분 일본에서 왔다. 아키바레나 고시히카리 등. 그러나 막상 일본에 가서 보면 이런 품종들은 일본인이 잘 모른다.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품종이다. 농업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며 벼의 품종도 그에 따라 변한다. 한국의 벼 품종도 그렇다. 쌀은 한국인의 식량이며, 이 식량의 품종은 국가에서 관리한다. 국립식량과학원의 연구원들이 한국인 입맛에 맞는 벼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기능성 쌀 품종도 개발하고 있다. 쌀 관세화로 외국 쌀이 더 많이 들어올 예정이다. 외국 쌀의 장점은 가격이다. 국내 쌀보다 한참 싸다는 것이고, 단점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쌀이 아니라는 것이다. 벼 품종 하나 건지는 데 20년은 족히 걸린다. 그러니 한국인의 기호에 맞는 벼 품종을 개발하는 데 엄두를 내지 못한다. 기후가 달라 한국의 벼 품종을 가져가 심을 수도 없다. 한국인의 밥맛 기준이 까탈스러우면 수입 쌀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내 입맛을 지키는 일이 곧 쌀을 지키는 일이다.


글을 쓴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농촌신문 기자로 일하며 20년 넘게 전국 방방곡곡 음식 이야기를 취재하고 다니며 향토 음식을 알리고 발굴하는 일을 했다. 그는 우리네 밥상의 중심이 진정 ‘밥’이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맛있는 밥’에 욕심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능성 쌀로 밥 짓기
강황미는 익혀도 노란색이 그대로 유지되어 리소토, 파에야, 멕시칸 라이스 등에 잘 어울리고, 흑미는 찰기가 없어 샐러드로도 적합하다. 어린이 성장 발육에 도움을 주는 하이아미는 밥맛이 좋고 차르르 윤기가 나므로 일반 쌀처럼 밥으로 지어 먹는 것이 제격.


흑진주 샐러드
1 흑진주(1/2컵)는 깨끗이 씻어 냄비에 넣고 쌀의 6배 분량 물을 부어 끓여 익힌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2 래디시(3개)는 슬라이스하고, 방울양배추(5개)와 아스파라거스(3대)는 끓는 물에 데친다.
3 식용유를 두른 팬에 슬라이스한 양송이버섯(4개)과 표고버섯(4개)을 넣고 소금, 후춧가루를 뿌려 볶는다.
4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5큰술), 식초(3큰술), 설탕(2큰술), 소금(1/3작은술)을 섞어 드레싱을 만들어 준비한 재료와 함께 버무려 낸다.

강황미 멕시칸 라이스
1 양파(1개), 토마토(1개), 피망(1개)은 잘게 다진다.
2 키드니빈(1/2컵)과 옥수수알(1/2컵)은 캔에서 꺼내 물기를 빼고, 리마빈(1/2컵)은 끓는 물에 삶는다.
3 팬에 식용유(1/2컵)를 두르고 ①의 다진 양파, 다진 마늘(3쪽분)을 넣어 볶는다.
4 양파가 투명해지면 강황미(1컵)를 넣고 쌀알이 투명해질 때까지 볶은 후 치킨 육수(1 1/2컵)를 부어 쌀을 익힌다.
5 쌀이 거의 익으면 ①의 다진 토마토, 다진 피망, ②의 키드니빈, 옥수수알, 리마빈, 칠리 파우더(1큰술), 파프리카 파우더(1큰술), 케이준 파우더(1큰술), 커민(1/2작은술), 소금(1작은술)을 넣고 수분이 날아갈 때까지 볶는다.
6 레몬즙(2큰술)을 뿌리고 취향에 따라 고수 잎이나 이탤리언 파슬리를 곁들인다.
* 하이아미 연어덮밥 만드는 법은 카드 페이지 참조.


기능성 쌀로 죽과 수프 끓이기
녹미는 밥으로 먹어도 좋지만 익는 속도가 빠르고 잘 퍼져 죽이나 수프로 끓여도 좋다. 연잎미는 향도 없고 가열하면 색이 사라져 활용도가 높은데, 채소 수프나 나물 등을 넣어 지은 별미 밥과 잘 어울린다. 철분 함량이 높은 반면 맛은 떨어지는 고아미4호는 다양한 토핑을 올려 먹는 죽이나 토마토 수프 등에 활용할 것.


녹미 치킨 수프
1 냄비에 손질한 닭(1kg)과 마늘(4쪽), 생강(1톨), 양파(1개), 물(2L), 청주(1/2컵)를 넣고 푹 끓인다.
2 닭고기는 살만 발라내고 국물은 체에 밭쳐 거른다.
3 ②의 닭 육수에 녹미(1/3컵)를 넣고 끓이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당근(1개)과 셀러리(10cm)를 넣는다.
4 채소와 녹미가 익으면 ②의 닭고기를 찢어 넣고 소금(1작은술)으로 간한 후 후춧가루를 뿌린다.

연잎미 채소 수프
1 냄비에 다시마(10×10cm 1조각), 말린 표고버섯 기둥(3개), 양파(1/2개), 마늘(2쪽), 배추 잎(2장), 무(1토막), 물(4컵), 청주(1/2컵)를 넣고 끓여 맛국물을 만든다.
2 ①의 맛국물에 연잎미(1/4컵)를 넣어 끓인다.
3 쌀이 익으면 데친 케일(150g)과 큼직하게 썬 토마토(1개분)를 넣어 한소끔 끓인 뒤 소금(1작은술)으로 간하고 후춧가루를 뿌린다.
* 홍콩식 토핑죽 만드는 법은 카드 페이지 참조.


기능성 쌀로 디저트 즐기기
색이 곱고 찰기가 적은 쌀은 디저트의 재료로 활용하기 제격이다. 홍진주는 찰기가 없으니 백미와 섞어 요리할 것. 큰눈쌀은 발아 현미 상태일 때 영양가가 높으니, 라이스 푸딩을 만들면 아이를 위한 영양 간식으로 그만이다. 차가버섯쌀과 흰쌀을 섞어 푸른 색감이 돋보이는 라이스바를 만들어두면 단맛이 당길 때 하나씩 먹기 좋다.


홍진주 쿠키
1 홍진주(1컵)로 밥을 짓고, 백미(1컵)로도 밥을 짓는다.
2 홍진주밥과 백미밥을 한데 섞어 절구에 넣고 찧는다.
3 ②를 반죽해 한 덩어리로 뭉친 뒤 밀대로 납작하게 밀어 편다.
4 동그란 틀로 꾹꾹 눌러 모양을 만든다.
5 간장(2큰술), 맛술(2큰술), 참기름(2큰술)을 섞어 ④의 반죽에 발라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10분간 굽는다.

홍국미 라테
1 마른 팬에 홍국미(1/3컵)를 넣어 타지 않게 저어가며 볶는다.
2 푸드 프로세서에 ①의 홍국미를 넣어 곱게 간다.
3 블렌더에 따뜻한 우유(2컵)와 ②를 넣어 고루 섞는다.
4 잔에 ③을 담고 우유 거품과 홍국미 가루를 뿌려 장식한다.
* 라이스 푸딩과 라이스바 만드는 법은 카드 페이지 참조

이달 ‘오늘은 뭐 먹지?’에서는 요리 연구가 메이(www.maytable.com)가 기능성 쌀을 활용한 다채로운 쌀 요리를 소개합니다. 매일 먹는 쌀, 품종 따라 취향껏 요리 해보세요. 


요리와 스타일링 메이 도움말 이점식(농촌진흥청 답작과장) 제품 협조 바비조아(www.babijoa.co.kr), 아침먹고닷컴(www.morningeat.com)

글 박유주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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