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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할 때 하는 뻔한 실수
음식을 ‘잘 먹는다’는 것은 그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식재료의 부족한 성분을 보충하고 잘 어우러지도록 조리해 먹는 것이다. 한데 재료만 믿고 요리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약이 아닌 독을 만들수도 있다. 제대로 잘 먹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음식 궁합과 조리법들.


1 브로콜리는 데치기보다 볶거나 구워서

대표 슈퍼 푸드인 브로콜리는 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타민 C, 카로틴, 칼륨, 칼슘 등 영양소가 풍부하며 철분도 다른 채소에 비해 두 배나 많이 들어 있어 특히 여성에게 좋다. 피를 맑게 해주며 풍부한 식이섬유 덕분에 변비도 해결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간단한 찬으로 데친 브로콜리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경우가 많다. 한데 브로콜리는 끓는 물에 데치면 굽거나 볶거나 튀길 때보다 세포벽이 더 빨리 파괴되고 맛이 밍밍해진다. 그보다 올리브유에 볶으면 영양 성분이 더 빨리 흡수되고 맛도 좋아지는데, 이때 양파를 같이 넣으면 암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2 우유에 설탕 넣으면 비타민이 파괴된다
우유의 비릿한 맛을 없애기 위해 설탕을 넣을 때가 있다. 특히 우유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먹이기 위해서 넣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설탕 속의 당분이 소화되면서 우유에 함유된 비타민 B₁을 파괴하기 때문에 영양가가 떨어진 우유를 먹게 된다. 설탕을 타느니 차라리 우유를 먹지 않는 편이 낫다.

3 녹차와 밥은 함께 먹지 않는다
만들기도 간단하고 칼로리가 낮은 데다 출출할 때 먹으면 소화도 잘되어 건강 메뉴로 인기인 녹차 오차즈케. 밥에 녹차 물을 부어 먹는 녹차 오차즈케는 반드시 멸치볶음이나 다시마 등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고명으로 올려 함께 먹어야 한다. 녹차의 타닌 성분이 음식물의 무기질과 쉽게 결합해 칼슘의 흡수를 막기 때문. 식후 입가심용으로 바로 녹차를 마시는 것도 자제한다. 식사 후 한 시간 정도 지나서 마셔야 효과적이다. 밥을 먹으면 갑자기 당 수치가 올라가는데, 녹차 속의 식이섬유가 인슐린 분비를 조절해주기 때문에 건강에 유익하다.


4 몸속에 돌을 만드는 나물과 두부
최근 일본 가정식이 유행하면서 나물과 두부를 함께 조리하는 음식이 건강식으로 소개될 때가 있다. 나물에 부족한 단백질을 두부나 콩으로 채워 ‘완전한’ 음식을 즐기라는 것인데, 신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나물 중에서도 특히 수산(옥살산)이 다량 들어 있는 시금치와 근대가 그렇다. 수산이 두부에 있는 칼슘과 만나면 수산화칼슘을 만들기 때문에 신장이나 방광에 결석을 유발하는 것. 결석이 몸 안을 돌아다니다가 신체의 일부를 막으면 담석증이 되기도 한다. 깨를 넣으면 수산을 약화시키므로 시금치 등 나물을 먹을 때는 깨를 뿌리고, 시금치두부 샐러드처럼 함께 생으로 즐기지 않는 것이 좋다.

5 꿀과 홍차, 수정과와 곶감의 반전 함정
차茶를 마실 때는 꿀단지를 멀리할 것. 차의 떫은맛을 내는 타닌은 꿀이나 설탕의 철분과 만나면 타닌산철을 만든다. 타닌산철은 인체에서 흡수할 수 없는 성분인 데다 영양소를 모두 몸 밖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영양을 낭비하는 격이다. 우리 전통 음료인 수정과를 즐길 때 곶감을 넣는 것도 마찬가지. 곶감은 맛과 멋을 더하고 비타민 공급원으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지만, 곶감 속에 들어 있는 타닌과 수정과에 넣은 꿀의 철분이 만나 타닌산철이 된다. 이를 예방하는 방법이 바로 잣을 띄워 먹는 것으로 빈혈과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6 꿀은 적게 쓰고, 불 끄기 직전에 넣는다
요리에 설탕 대신 꿀을 사용할 때는 적을 양을 넣어야 한다. 설탕과 꿀은 모두 포도당과 과당으로 되어 있는데, 포도당과 과당의 비율이 설탕은 5:5인 데 비해 꿀은 4:6으로 단맛을 내는 과당이 설탕보다 꿀에 더 많다. 그 때문에 설탕과 같은 양으로 꿀을 넣으면 음식에 단맛이 강해지는 것. 꿀을 뜨거운 요리에 넣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꿀에 풍부한 면역 증강제인 프로폴리스는 온도에 예민해 65℃ 이상에선 영양소가 파괴되므로 조리할 때는 불을 끄기 직전에 넣고, 물에 타서 먹거나 사용할 때도 미지근한 물에 넣어야 꿀의 효능을 그대로 얻을 수 있다.

7 핫 초콜릿은 콜레스테롤의 적! 
우유와 초콜릿은 모두 포화 지방이 풍부한 식품이다. 포화 지방을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면 성인병이 발병하는 원인이 되는 혈청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올라간다. 특히 아이 간식으로 우유와 초콜릿은 피할 것. 우유에 초콜릿을 녹인 핫 초콜릿도 자제한다.

8 기름과 소금이 김을 망친다 
소금을 솔솔 뿌려 바삭하게 구운 김 몇 장이면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건 시간문제다. 하지만 현대는 저나트륨 시대다. 해조류인 김은 자체에 나트륨을 100g당 680mg이나 함유한 짭조름한 식품이다. 같은 무게의 쇠고기가 나트륨을 90mg 함유했으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맛을 더하기 위해 소금을 솔솔 뿌려 먹으면 일일 나트륨 과다 섭취가 된다. 또 김은 표면적이 넓은 식품이라 기름을 발라 구우면 다른 식품보다 공기 중에 노출되는 면적이 넓어 빨리 산패한다. 김을 구울 때는 바로 먹을 양만 저염 소금에 재워 굽거나 생으로 구워 간장 양념장에 찍어 먹는다. 


9 당근은 즙보다 생으로!
해독 주스나 청혈 주스 등 건강 주스 열풍으로 채소를 직접 즙으로 만들어 즐기는 사람이 많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의 아침 식사로도 인기다. 그런데 일부 채소는 즙으로 만들면 당 지수가 높아질 수 있다. 당근이 대표적으로, 생으로 먹을 때는 당 지수가 16인 데 반해 즙을 내면 60으로 대폭 올라간다. 그 때문에 당근은 생으로 씹어 먹는 게 가장 좋고, 즙으로 먹을 때는 식이섬유가 있는 건더기를 함께 먹어야 몸에 이롭다. 올리브유를 넣어 샐러드로 먹거나 기름으로 볶아 먹어도 좋다. 지용성인 비타민 A를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데, 이때 무나 오이, 깻잎, 시금치 등 녹색 채소를 함께 섞지 말 것. 당근의 아스코르브산 산화효소가 비타민 C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10 팥죽에는 소금이 찰떡궁합
‘팥죽은 역시 단팥죽’이라고 생각한다면 식성을 바꾸는 것이 영양 섭취 면에서 이롭다. 단팥죽에 넣는 설탕이 팥의 사포닌 성분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팥죽은 역시 옛날 방식대로 소금으로 간해 달지 않게 먹는 것이 최고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다”는 말도 있듯이 대대로 이어오는 우리 전통 음식에 담긴 지혜는 팥죽만 봐도 알 수 있다.

11 미역은 파 없이 담백하게
미역과 파는 모두 미끈거리는 성질이라 함께 먹으면 혀의 미로세포가 둔해져 맛을 느끼지 못한다. 또한 파에 다량 들어 있는 인과 황 성분이 미역의 칼슘 섭취를 방해한다. 미역은 칼슘과 알긴산을 섭취하기 위해 먹는데 그 섭취를 방해한다면 굳이 함께 먹을 필요가 없다. 미역국은 대파를 넣지 않고, 미역무침은 식초로 새콤한 맛을 더하고 깨소금으로 고소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12 가지는 찌지 말고 기름과 함께
여름 제철 식품인 가지에 함유된 안토시아닌 색소는 항암 효과가 있어 힐링 푸드의 대표로 꼽힌다. 오늘날 대표 컬러 푸드로 각광받지만 옛날엔 영양가가 형편없이 적다고 하여 홀대받기도 했다. 그 때문에 유독 조리법이 다양하지 않고 주로 쪄서 무쳐 먹는다. 서양에서는 올리브유를 뿌려 오븐에 굽거나 볶는 조리법을 많이 이용하는데, 우리의 참기름이나 들기름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가지는 기름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튀김이나 전으로 먹으면 외려 소화가 잘되고 영양도 업그레이드된다. 


 일러스트레이션 허희경 도움말 박상혜(공양간 대표, 약선 요리 연구가), 임경숙(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글 신민주 수석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