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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수를 애정하는 사회
워터 바water bar, 워터 소믈리에, 워터 어드바이저 등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은 단어다. 이제 물도 골라 마시는 시대. 최근에는 사이다만큼 속 시원하고, 콜라보다 건강하며 살찔 염려도 없는 탄산수가 대세 중 대세다.


2014년을 빛낸 음료상이 있다면, 올해의 수상자는 단연 탄산수일 것이다. 세계 각국의 탄산수가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고, 국내 생수와 음료 제조업체도 줄줄이 탄산수 출시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기준 국내 탄산수 시장은 약 2백억 원 규모로, 몇 년 전부터 해마다 약 20%씩 성장하는 추세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른바 외국물 좀 먹어봤다는 이들이나 미국 드라마와 외국 영화를 통해 늘씬한 여성이 들고 다니는 녹색 병을 호기심으로 먹어보는 이들이 탄산수의 주 고객층이었다면, 이제는 명실공히 ‘국민 물’이 될 판이다. 시판 탄산수는 물론 탄산수 제조기, 탄산수가 나오는 냉장고까지 최근 출시되었으며, 정수기에도 탄산수 제조 기능을 더한 제품도 선보였다. 사 먹는 것만으로 부족해 직접 탄산수를 만들어 마시는 주방 기구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국민 물이라는 타이틀이 부족함이 없다.

“탄산수가 인기를 얻은 건 물에 대한 인식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갈증을 달래기 위해 혹은 식사 후 입가심을 위해 물을 마셨다면, 이제는 건강하게 살기 위해 물을 가까이 두고 자주 챙겨 먹어야 할 음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롯데백화점 내 프리미엄 워터 바 ‘워터테이블Watertable72.8’을 운영하는 김선일 대표는 물도 브랜드마다 성분과 효능이 달라 기호나 자신의 몸상태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다고 덧붙인다.

특히 탄산수는 미네랄워터(대부분의 생수)보다 마그네슘, 철분, 칼슘 등의 미네랄이 더 풍부해 건강에 관심이 많은 요즘 소비자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제품이다. 탄산수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체내의 미네랄 균형과 수분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으며, 탄산수속의 이산화탄소가 입안의 점막을 자극해 침을 만들고, 소화효소 분비를 촉진해 위의 연동운동을 도와 소화를 돕는다. 그뿐 아니라 장을 팽창시켜 변비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속이 더부룩할 때 탄산음료를 마시면 많은 양의 공기가 체내로 들어가 트림을 유발해 소화가 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탄산음료가 당분을 비롯해 합성 첨가물이 많아 비만의 주범으로 꼽히니, 탄산음료 대신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탄산수는 요리에 활용해도 좋습니다. 생선을 탄산수에 담갔다가 조리하면 비린내를 제거하는 데 그만이고, 고기를 삶을 때도 탄산수를 더하면 육질이 한층 부드러워져요. 물김치나 동치미를 담글 때 탄산수를 넣으면 톡 쏘는 맛을 더해주고, 튀김옷을 입힐 때 차가운 탄산수를 넣어 반죽하면 쫄깃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일품입니다.” 탄산수 제조기 소다스트림의 황의경 대표는 살짝 시든 채소를 탄산수에 담가두면 생생하게 살아난다는 팁도 전한다.

반면 아무리 기능이 뛰어난 탄산수라 해도 많이 마실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매일 하루에 300ml 이상의 탄산수를 마실 경우 복부 불편감과 위식도 역류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췌장암 발병률도 높아질 수 있다”며 하루 한 잔 정도(300ml)의 탄산수가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탄산수, 이것이 궁금하다
Q. 인공적으로 탄산을 주입한 탄산수는 건강에 해롭다?
A. 탄산수는 천연 탄산수와 인공적으로 탄산가스를 주입한 탄산수로 나눌 수 있는데, 천연 탄산수는 수천 년에 걸친 암반 활동으로 생성된 바위틈에서 솟은 물로 미네랄과 탄산이 자연적으로 녹아들어 있어 수원지마다 맛이나 함유 성분이 조금씩 다르다. 반면 인공 탄산수는 생수에 탄산가스를 주입해 만들기 때문에 천연 탄산수에 비해 마그네슘 등 미네랄 함량이 적지만, 성분은 같으므로 전혀 건강에 해롭지 않다. 특히 인공 탄산수는 탄산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어 기호나 취향에 따라 마실 수 있다.

Q.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린다면 탄산수를 자주 마시는 것이 효과적이다?
A. 일반적으로 탄산수는 위와 장 기능을 활성화해 소화 기능과 신진대사를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장 질환을 앓는 사람이 탄산수를 많이 마시면 식도 하부의 괄약근 기능이 약해져 음식이 역류하는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의 발병 원인이 된다. 실제로 미국의 한 대학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탄산수를 마신 사람 중 62%가 역류성 식도염에 노출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또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는 사람도 가능한 한 탄산을 함유한 물이나 음료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어린아이의 경우 탄산수의 기포만으로도 장이나 위에 큰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피한다. 청량감이 좋아 탄산수를 즐긴다면 하루에 300ml 정도가 적당하다.

Q. 탄산수는 탄산 세기나 강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A. 일반적으로 탄산수는 탄산 함유량에 따라 강하거나, 약하게 분류하며, 공식적으로 탄산 세기를 구분하는 기준은 정해진 것이 없다. 탄산수 제품 라벨에 표기된 이산화탄소의 양이 많을수록 탄산이 강한 제품이니 청량하고 상쾌한 맛을 즐긴다면 참고할 것. 인공적으로 탄산을 주입하는 제품은 같은 제품이라도 병과 페트병 등 패키지에 따라, 나라의 식문화에 따라 탄산가스 주입량을 달리한다. 유럽 국가의 경우 인공 탄산을 강하게 주입한 제품은 페트 용기나 두꺼운 유리병에 담아 판매한다. 천연 탄산수 제품 중 탄산이 강한 와이웨라나 초정탄산수 등은 제품 파손과 탄산 기포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병과 페트 용기를 두껍게 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워터 코디네이터가 추천한다! 꼭 마셔보아야 할 탄산수 6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 중인 탄산수만 해도 수십 가지. 가격, 혹은 패키지 디자인만 보고 골랐다면 이제는 김선일 워터 코디네이터가 추천하는 이 탄산수를 마셔보자.

보스Voss 노르웨이 남부 대수층에서 취수한 물로 바위와 얼음으로 이루어진 지층이 오염 물질로부터 수원을 보호한다. 캘빈 클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인 닐 클라프가 디자인한 모던한 패키지도 돋보인다. 와인 소믈리에들이 와인을 테이스팅한 뒤 입을 헹굴 때 사용할 정도로 순수하고 깨끗한 물맛이 특징이다. 칼슘・마그네슘・칼륨・나트륨을 함유하고 있다. 375ml, 6천4백 원.

초정탄산수 미국의 샤스터, 영국의 나포리나스 광천과 함께 세계 3대 광천수로 꼽히는 초정리 광천수. 충북 청원군 초정리 산기슭이 수원지로, 미국 식약청(FDA)이 인증한 광천수다. 세종대왕이 60일간 머물면서 질병을 치료했다는 역사도 전해진다. 지하 100m에서 올라온 물이 화강암 풍화층을 거치며 염기성 이온과 영양암류가 생성되어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난다. 칼슘, 칼륨, 나트륨, 마그네슘, 아연을 함유한다. 500ml, 1천2백90원.

바두아Badoit 프랑스 루아르 지방 생갈미 지역 지하 깊은 곳에서 취수한 물로 천연 탄산과 각종 미네랄을 함유했다. 바두아는 1778년부터 만들어 2백 년 역사의 천연 탄산수로, 프랑스에서는 1954년까지 약국에서 판매되었을 정도로 효능이 뛰어나다. 와인과 음식의 풍미를 더해준다고 해 미국의 저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좋아하는 탄산수로도 잘 알려져 있다. 330ml, 4천 원.

와이웨라Waiwera 남태평양 최대의 청정 대수층 중 하나인 뉴질랜드 북섬의 와이웨라 지역에서 취수한 물. 와이wai는 뉴질랜드 원주민 말로 물을 뜻하고, 웨라wera는 뜨거움을 의미한다. 몸이 아프거나 다쳤을 때 물에 몸을 담그면 낫는다 해 기적의 물이라 불린 것. 1875년부터 두툼한 녹색병에 담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불사의 영약이라 소문나 세계적으로 널리 퍼졌다. 칼슘 함량이 높다. 400ml, 3천1백50원.

페리에Perrier 탄산수 하면 머릿속에 자동으로 연상되는 초록색 병, 탄산수의 대명사 페리에는 프랑스 의학 아카데미에서 건강에 유익하다고 인정한 유일한 물이다. 프랑스 남부 베르게즈에서 생산되는 천연 탄산수로 전 세계 탄산수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한 제품이다. 칼슘과 미량의 칼륨, 마그네슘, 나트륨을 함유했다. 330ml, 2천4백 원.

젤터스Selters
독일 헤센 주 젤터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 탄산 미네랄워터로 세계 500대 브랜드 사전에 이름을 올린 제품이다. 인간 생태학에만 맞춘 상품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는 독일의 유명 잡지 <외코테스트Oeko-Test>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탄산수로, 매일 17분마다 연간 약 3만 회 수질 테스트를 한다. 미네랄이 풍부해 피부에 생기를 더한다. 275ml, 2천8백 원.



도움말 김경수(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선일(워터 코디네이터, 워터테이블72.8 대표), 김명희(페리에 공식 수입원 씨유씨 마케팅팀), 황의경(소다스트림 한국 공식 수입원 밀텍산업 대표)
참고 도서 <워터소믈리에가 알려주는 61가지 물 수첩>(우듬지)

글 박유주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