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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는 날 손을 나눈 이웃과 함께
초겨울 월동 준비 김장은 한 집안의 밥상을 좌우하는 ‘일 년 지 대 사 ’로, 김장하는 날은 시끌벅적한 잔칫날이었다. 품앗이로 이웃과 정을 나누는 김장하는 날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의 자리요, 제 철 재 료로 손맛을 더한 김장 김치는 푸짐한 초대 요리다.

김치로 어우러진 소통의 자리
한국 요리는 여러 맛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데 맛의 큰 특성이 있다. 김치가 바로 그러한데, 흔히 한국 음식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으로 김치를 꼽는 이유다. “김치 없인 못 산다”는 말이 있을 만큼 한식의 대표 음식이지만, 아무리 김치를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맨입으로 먹을 수는 없으니 김치야말로 어우러짐의 미학을 지닌 음식이다.


<김치 천년의 맛>에서 이 시대의 대표 석학 이어령 선생도 “김치는 홀로 있는 음식도, 독자적인 맛을 지닌 음식도 아니다. 밥이나 다른 음식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맛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갖는다”며, 김치를 이웃과 어우러져 정을 나누는 한국인의 삶이 녹아든 음식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이맘때 집집마다 하던 김장은 가족・친지・이웃이 서로 품앗이해 김치를 담그고 나눠 먹기도 하던 유쾌한 자리였으니, 소통이 절실한 오늘날 가까운 이웃이나 친지를 초대하는 날로 김장하는 날이 제격인 이유다. “함께 김장하자”는 말에는 김치를 담가 나누고, 맛있는 음식도 즐기며 진한 정精의 참맛을 느껴보자는 속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노영희 요리 연구가에게도 김장 김치에 어울리는 음식을 준비해 친한 이들과 나누는 것이 11월의 연례행사 중 하나다. 요즘은 김치냉장고 없는 집이 거의 없어 사시사철 김장 김치 맛을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맘때 손맛으로 담근 김치 맛과 비교할 수는 없다. 기계로 온도를 유지한다고 한들 재료가 한창 맛이 든 제철 것일 수는 없으니 아무래도 맛이 덜하다. 간이 센 김치가 주인공인 만큼 음식은 담백한 것으로 단출하게 준비하는데, 대부분 그가 어릴 적 김장 날에 먹던 음식들이다.

절인 배추속대를 죽죽 찢어 대충 무쳐 들기름에 볶고, 쇠고기 뭇국을 끓여 밥상을 차리면 코스의 메인으로도 손색이 없다. 김장하는 날 잔칫집 분위기를 물씬 내주는 돼지고기보쌈은 특히 푸짐하게 준비할 것. 김치와 함께 이날 초대상의 주인공으로 식사 내내 즐길 음식이기 때문이다. 김장철이나 김장할 때는 고사를 지내고 이웃과 나누기도 했으니, 고사떡인 팥시루떡을 후식으로 낸다면 무사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도 더할 수 있다. 테이블 세팅 또한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면서 시원스럽게 준비한다. 이때 큼직한 사각 그릇이 동그란 그릇 일색인 식탁에 재미를 더하기에 유용하며, 색감 있는 냅킨만 사용해도 유쾌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코스 1 굴냉채

재료(4인분) 굴 200g, 무채 40g, 송송 썬 쪽파 약간, 장식용 레몬 4쪽, 강판에 간 무・얼음 부순 것 적당량 소스 진간장・식초 2큰술씩, 설탕・레몬즙 1큰술씩, 유자청 1/2큰술, 물 3큰술
만들기
1 굴에 무 간 것을 넣고 휘휘 저은 뒤 체에 쏟아 흐르는 물에 체를 한 방향으로 돌리면서 헹군다. 굴은 꺼내고 체를 턴 다음 다시 굴을 쏟아 흐르는 물에 헹궈 건져 물기를 뺀다.
2 곱게 썬 무채는 찬물에 헹궈 건져 물기를 뺀다.
3 분량의 재료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4 1인용 작은 볼에 무채를 깔고 그 위에 굴을 얹은 다음 소스를 끼얹고 송송 썬 쪽파와 레몬을 얹는다.
5 큰 볼에 조각 얼음을 수북이 담고 ④의 볼을 담아낸다.


코스 2 돼지고기 굴보쌈

재료(4~6인분) 절인 배추속대 1포기분, 무 500g (설탕・꽃소금 1큰술씩), 굴 200g, 배 100g, 쪽파 4뿌리, 미나리 8줄기 무침 양념 고춧가루・멸치 액젓 3큰술씩, 설탕・매실청・다진 마늘 1큰술씩, 다진 파 2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참기름 1/2큰술 삶은 돼지고기 삼겹살 1kg, 양파 200g, 대파 잎 100g, 생강 1톨(20g 정도), 수삼 잔뿌리 10g, 청주 2큰술
만들기
1 돼지고기는 씻어서 물기를 걷어낸 다음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양파, 대파 잎을 깔고 생강, 수삼 잔뿌리, 청주를 넣고 돼지고기를 얹어서 뚜껑을 덮은 후 중간 불에서 1시간 정도 삶는다. 이때 물은 붓지 않는다.
2 무는 4cm 길이로 굵게 채 썰어 설탕과 꽃소금을 뿌려서 20분 정도 절여 물기를 꼭 짠다.
3 굴은 씻어서 건져 물기를 빼고, 배는 굵게 채 썬다. 쪽파와 미나리는 다듬어 씻어서 4cm 길이로 썬다.
4 큰 볼에 ②의 무를 담고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린 다음 설탕, 다진 파, 다진 마늘, 다진 생강, 멸치 액젓, 매실청을 넣고 고루 버무린다. 여기에 배, 굴, 미나리, 쪽파와 참기름을 넣어 살살 버무린다.
5 ①의 돼지고기를 도톰하게 썰어 접시에 담고 절인 배추속대와 ④의 김칫소를 곁들인다.


코스 3 쇠고기뭇국과 배추속대볶음으로 차린 밥상

쇠고기뭇국
재료(4~6인분) 쇠고기(치마양지)・무 300g씩, 양파 1/2개, 대파 잎 1대분, 마늘 4쪽, 생강 2톨, 통후추 1/2작은술, 물 15컵, 대파 흰 대 약간 쇠고기 양념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파・국간장 1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냄비에 양파, 대파 잎, 마늘, 생강, 통후추를 넣고 물을 부어 센 불에서 끓이다 팔팔 끓어오르면 쇠고기를 넣고 거품을 걷어내면서 끓인다. 10분 정도 끓이다가 찬물 2컵을 붓고 다시 끓어오르면 중간 불로 줄여 1시간 정도 끓인 후 젖은 면포에 국물은 밭고, 쇠고기는 건진다.
2 ①의 쇠고기는 가로세로 2cm, 두께 2mm로 납작하게 썰어 쇠고기 양념 재료를 모두 넣어 조물조물 버무린다.
3 무는 가로세로 2cm, 두께 3mm로 납작하게 썬다.
4 ①의 쇠고기 육수를 냄비에 붓고 ③의 무를 넣어 끓이다가 투명하게 익으면 ②의 양념한 쇠고기를 넣고 끓인다.

배추속대볶음
재료 배추속대 1kg, 들기름 3~4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육수 1컵, 소금 약간
만들기
1 배추속대나 절인 배추를 씻으면서 떨어지는 잎을 손으로 굵직하게 죽죽 찢는다.
2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①의 배추와 다진 마늘를 넣어 달달 볶다가 육수를 부어서 뜸을 들인 후 소금으로 간한다.


코스 4 팥시루떡

재료(20cm 대나무 찜통 1개분) 멥쌀가루 31/2컵, 찹쌀가루 1/2컵, 꿀 1/4컵 팥고물 팥 1컵, 설탕 3~4큰술, 볶은 소금 1/2작은술, 물 7컵
만들기
1 팥은 냄비에 담고 물을 넉넉히 부어 끓인다. 끓어오르면 물을 따라내고 다시 물 7컵을 부어서 50분간 삶는다. 남은 물은 따라내고 센 불에서 수분을 날려 보낸 다음 재빨리 넓은 쟁반에 쏟아서 팥이 뜨거울 때 설탕과 소금으로 간해 대충 빻는다.
2 멥쌀가루와 찹쌀가루를 합해 꿀을 넣고 손으로 싹싹 비벼 섞은 후 체에 두 번 내린다.
3 찜통에 젖은 면포를 깔고 ①의 팥고물 11/2컵을 깐 다음 ②의 떡가루를 평평하게 얹고 다시 팥고물을 덮어서 김이 오른 찜통에서 30분간 찐다. 찜통이 뜨거울 때 접시 윗면이 아래로 가도록 덮은 뒤 뒤집어서 시루떡을 꺼낸 다음 면포를 떼어낸다.


정성을 더하는 음식 포장법

보자기가 그렇듯 한국 음식은 모든 것을 하나로 싼다. 한국 고유의 음식 가운데 하나인 쌈이 바로 그런 것이다. 김장 김치도 쌈처럼 만들면 김치국물이 빠져나가지 않아 더욱 맛있는데, 식구가 단출한 가정에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배추 잎 한 장을 펴고 김칫소를 넣은 후 다시 배추 잎 한 장을 올려 돌돌만 후 양옆의 삐져나온 잎을 안으로 집어넣어 말끔하게 만든다. 완성한 김치는 밀폐 용기에 가지런히 담은 후 랩을 씌우고, 음식이 바로 보이지 않게 종이를 올린 다음 뚜껑을 덮는다. 포장지를 잘라 용기를 감싼 뒤 실 끈으로 묶는 데, 이때 가운데보다 모서리에 묶어야 단단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런 다음 꽃 포장할 때 많이 쓰는 습자지로 한 번 더 겉포장을 한다.넉넉히 잘라 용기를 감싼 후 윗부분을 오므려 끈으로 묶는다. 여기에 계절감을 살리는 식물 소재로 장식하면 더욱 멋스럽다.


배추김치 만들기
1 배추(10포기, 1포기 2kg 정도)는 너무 단단하게 속이 차지 않은 것으로 준비해 뿌리 쪽에 칼집을 10cm 정도 낸 다음 손으로 반 가르고, 다시 뿌리 쪽에서 칼집을 5cm 정도 낸다.

2 물(20L)에 굵은소금(2kg)의 2/3 분 량을 풀어 소금물을 만든 후 배추를 담갔다 건져서 큰 통에 담는다. 줄기 쪽에만 남은 소금으로 웃소금을 뿌려 8시간 동안 절인다. 중간에 두 번 정도 아래위를 바꿔준다.

3 배추가 다 절여지면 물로 잎 사이사이를 3회 정도 씻어서 엎어놓아 물기를 뺀다.

4 무(8kg)는 씻어서 껍질을 벗기고 4cm 길이로 토막 내어 길이로 얇게 썰어 너무 가늘지 않게 채 썬다. 굴(1kg)은 무를 갈아 약간 넣고 휘휘 저은 뒤 체에 쏟아 흐르는 물에 헹궈 건져 물기를 뺀다.

5 뿌리를 잘라낸 쪽파(400g)는 겉잎을 벗기고, 떡잎을 떼어낸 갓(400g)은 뿌리 끝을 다듬은 다음 모두 씻어 물기를 빼고 4cm 길이로 썬다.

6 믹서에 양파(750g), 마늘(500g), 생강(200g)을 넣고 새우젓(3컵)과 멸치 액젓(2컵)을 부어서 곱게 간 다음 볼에 쏟아 고춧가루(5컵)와 설탕(11/2 컵 ) 또는 매실청(2컵)을 넣고 섞는다.

7 ④의 채 썬 무에 ⑥의 양념을 넣고 버무린 다음 굴과 쪽파, 갓을 넣고 버무린다. 이때 절인 배추에 싸서 먹어봤을 때 약간 짠 듯해야 익었을 때 간이 알맞다. 싱거우면 소금으로 간한다.

8 ③의 배추는 길이로 반 쪼개서 뿌리 부분을 저며내고 물기를 짠 다음 배추 잎 사이사이에 ⑦의 김칫소를 골고루 펴 넣는다. 그런 다음 잎 부분을 접고 겉잎으로 싼 다음 김치통에 배추 속 부분이 위로 올라오도록 담는다. 김치를 다 담고 맨 위에 비닐을 김치에 닿게 덮어서 뚜껑을 덮고 실온에서 익혀 냉장고에 보관한다.


 요리와 스타일링 노영희(스튜디오 푸디) 캘리그래피 정선희

글 신민주 수석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