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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밤에 와인과 함께
풍미 좋은 와인 한 잔과 정성이 담긴 요리가 어우러진 가을날의 저녁 식사 자리는 가장 성대한 환대의 자리로 더할 나위 없다. 분위기를 편안하게 해주며 대화를 부르는 소통의 술, 와인과 함께 차린 가을 초대상.


와인과 음식이 있어 매혹적인 자리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는 와인을 가리켜 “점잖은 사람을 떠들게 만들고 심각한 사람을 웃게 만든다”고 표현했다. 와인은 사람의 기분을 고조시키는 최고의 촉매제나 다름없는 것. 그 때문에 하루 한 두 잔의 와인은 건강에도 좋지만 저녁 식사 자리의 분위기를 돋우는 데도 한몫한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할 때나 식사 자리에 초대받았을 때 선물로 와인을 가장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터. 게다가 와인처럼 음식과 잘 어울리는 술도 없다.

음식을 먹으며 와인을 마시면 알코올의 흡수 속도가 느려질 뿐 아니라 요리에 따라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와인을 ‘중용의 술’이라고 일컫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흔히 레드 와인은 육류, 화이트 와인은 생선 요리와 함께 마신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와인과 잘 어울리는 요리를 선택할 때는 와인 맛을 생각하자. 와인 맛이 무겁고 풍미가 깊다면 요리도 그에 맞게 무겁고 향미 있는 것이 좋다. 반대로 맛이 가벼운 와인에는 역시 가볍고 깔끔한 요리를 선택한다. 와인의 맛이 가벼운지 무거운지 아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와인 라벨에 표기된 알코올 함량이 11~13%라면 가벼운 보디에서 미디엄 보디까지의 와인이고, 15% 이상이면 무거운 와인이라고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와인에 어울리는 메뉴를 구성할 때는 너무 짜거나 매운, 자극적이거나 향이 강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진한 단맛과 신맛도 와인 본연의 맛과 향을 해친다. 맛이 담백하면서 너무 배부르지 않은 요리가 적당하다. 특히 채소나 과일, 견과 등을 이용한 가벼운 음식이 와인과 잘 어울린다. 키슈나 치즈도 빼 놓을 수 없는 와인의 단짝. 또한 노영희 요리 연구가는

“카나페, 브루스케타 같은 핑거 푸드를 준비하면 초대하는 사람이나 손님 모두 부담 없이 와인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센터피스 역할도 톡톡히 해 식탁에 초만 두어 개 켜 놓으면 힘들이지 않고도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은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여기에 질감이 거친 흑자 등 어두운 톤의 식기를 사용하면 깊어가는 가을밤의 그윽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그 대신 냅킨을 카나페 색감과 비슷한 것으로 준비할 것. 별다른 장식 없이도 그 자체로 화려한 테이블 세팅이 된다.


코스 1 연어 아보카도 카나페

재료(4~6인분) 바게트(또는 크래커) 1~2개, 아보카도 1개, 연어 50g, 방울토마토 6개, 케이퍼・딜 적당량 연어 크림소스 크림치즈・다진 연어 50g씩, 플레인 요구르트・마요네즈・다진 양파 1큰술씩,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아보카도 소스 아보카도 1/2개, 플레인 요구르트 1큰술, 레몬즙・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1/2큰술씩 바질 크림치즈 소스 크림치즈 50g, 다진 바질 3장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1작은술, 다진 그린 올리브 1/2큰술

만들기 1 바게트는 1.5cm 두께로 썬다. 크래커를 사용해도 좋다.
2 연어 크림소스, 아보카도 소스, 바질 크림치즈 소스 재료를 각각 고루 섞는다.
3 아보카도는 반 갈라 씨를 빼고 껍질을 벗긴 후 슬라이스한다. 연어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방울토마토는 반 가른다.
4 빵 위에 각각의 소스를 바르고 아보카도, 연어, 방울토마토를 얹은 후 케이퍼와 딜을 올린다. 이때 재료 사이사이에도 소스를 발라 재료를 고정한다.

*이 밖에 다양한 토핑 재료를 사용해 모둠 카나페를 만든다. 토핑 재료로는 오이, 연어알, 삶은 달걀, 살라미 소시지, 햄, 칵테일 새우, 올리브, 훈연 치즈, 블루치즈 등이 잘 어울리며, 레몬 슬라이스, 채 썬 레몬 껍질, 타임, 민트, 씨겨자 등을 올리면 맛도 모양도 훌륭하다.

코스 2 양파 카슈

재료(지름 18cm 틀 1개분) 키슈블랑 달걀 1개, 생크림 40cc, 플레인 요구르트 35g, 소금・후춧가루・너트메그 약간씩 키슈 시트 강력분・박력분 65g씩, 소금 2g, 설탕 5g, 아몬드 파우더・파르메산 치즈 가루 15g씩, 버터 60g, 찬물 30g, 달걀노른자 1개분 양파 충천물 양파 4개, 버터 30g, 그뤼에르 치즈 가루 50g,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곁들이 샐러드 채소・올리브유・발사믹 식초・굵은 후춧가루 적당량

만들기 1 볼에 키슈블랑 재료를 모두 넣고 거품이 생기지 않게 섞은 후 체에 내려 냉장고에서 최소 1시간, 최대 1일 동안 숙성시킨다.
2 강력분과 박력분, 소금, 설탕을 체로 쳐서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아몬드 파우더와 파르메산 치즈 가루, 가로세로 1cm 크기로 썬 버터를 넣어 간다.
3 ②에 찬물을 부어 반죽해 덩어리로 뭉친 뒤 반 잘라서 비닐백에 넣고 냉장고에서 1시간 정도 숙성시켜 키슈 시트 반죽을 만든다.
4 양파는 채 썰어 버터를 녹인 팬에 짙은 갈색이 나도록 1시간 정도 볶은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5 ③의 반죽을 꺼내 3mm 정도 두께로 밀어 틀 크기에 맞게 자른다. 반죽 바닥을 포크로 찍어 구멍을 내고 유산지를 깐 뒤 달군 돌을 얹어서 180℃로 예열한 오븐에 15분간 구운 후 유산지와 돌을 들어내고, 달걀노른자를 발라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2분간 더 굽는다.
6 ⑤의 시트에 ④의 양파 충전물을 넣고 ①의 키슈블랑을 부은 다음 그뤼에르 치즈 가루를 뿌려서 180℃로 예열한 오븐에 35분간 굽는다. 먹기 좋게 잘라 샐러드 채소와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 후춧가루로 만든 드레싱을 곁들인다.


코스 3 홈메이드 쇠고기 소스를 곁들인 등심스테이크

재료(4인분) 쇠고기 등심 400g씩 2쪽, 아스파라거스 12대, 미니 양배추 12개, 올리브유・소금・굵은 후춧가루・홈메이드 쇠고기 소스 적당량, 차가운 버터 약간

만들기 1 쇠고기 등심은 올리브유를 고르게 바르고 소금과 굵은 후춧가루를 고루 뿌려 매리네이드한다.
2 달군 팬에 아스파라거스와 미니 양배추를 볶은 후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3 ②의 채소를 팬에서 깨낸 뒤 다시 팬을 달구어 ①의 고기를 굽는다. 처음에는 센 불에서 굽다가 중간 불로 줄여서 굽는다. 이때 고기 단면이 반 정도 허옇게 되면 다시 불을 세게 하고 뒤집어서 센 불에서 굽다가 다시 불을 줄여서 마저 구우면 고르게 구울 수 있다. 고기가 다 구워지면 꺼내서 쿠킹포일을 덮어 식지 않게 한다.
4 ③의 고기를 구운 팬에 홈메이드 쇠고기 소스(쥐데보)를 넣고 눌어붙은 고기즙을 스패출러로 긁어가며 약한 불에서 끓인 후 체에 내려 불순물을 거른 다음 차가운 버터를 넣고 흔들어서 녹인다.
5 ③의 고기와 채소를 먹기 좋게 썰어 접시에 담고 ④의 쇠고기 소스를 끼얹는다.

* 홈메이드 쇠고기 소스(프랑스어로 쥐데보Jus de veau) 레시피는 221쪽을 참고할 것.

코스 4 모둠 치즈 플레이트

재료(4인분) 여러 가지 치즈(브리, 에멘탈, 카망베르, 블루, 고다, 에담 등)・포도・바게트(또는 크래커)・잼 적당량, 무화과 4개

만들기 1 평평한 접시나 도마 등을 치즈 플레이트로 준비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치즈 3~5가지를 올린다. 이때 치즈는 사선으로 썰어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또 자르기 힘든 치즈일수록 가장자리에, 잘 흘러내리는 연질 치즈나 부스러지는 블루치즈 등은 중앙에 놓는 것이 좋다. 치즈 플레이트에 올린 치즈는 에담, 브리, 블루치즈, 크림치즈.
2 ①의 치즈 주위에 바게트나 크래커, 잼, 과일 등을 올려 곁들여 먹는다.


정성을 더하는 음식 포장법

시판 제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풍미가 깊은 홈메이드 쇠고기 소스는 정성으로 만들어 더없이 귀한 선물이다. 뚜껑 있는 병에 소스를 담아 패브릭으로 감싸거나 종이봉투에 넣으면 간단하게 포장할 수 있지만 솜씨를 약간만 부리면 의미를 더할 수 있다. 먼저 마대 천을 적당히 잘라 병 가운데에 두른 후 강력 접착제나 양면테이프로 붙인다. 뚜껑 부분도 마대 천을 씌운 후 끈으로 묶어 기본 장식을 한다. 여기에 오늘의 식사 자리를 추억할 수 있는 와인을 모티프로 포인트 장식을 하면 센스가 넘칠 것. 두꺼운 종이를 와인 모양으로 잘라 거즈에 연필로 써서 만든 ‘sauce’ 이름표를 붙인 후 식사 자리를 빛낸 와인 뚜껑을 끈으로 연결해 병에 묶기만 하면 포인트 장식은 물론 네임 태그 효과도 낼 수 있다. 핸드메이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개성 넘치는 포장으로 홈메이드 음식의 특징을 반영한 선물 포장인 셈이다.


홈메이드 쇠고기 소스 만들기(2컵분)
큰 냄비에 갈비뼈, 도가니, 사골, 힘줄 등 쇠고기 부위(2kg)와 식용유(50ml)를 넣고 갈 색이 나게 볶다가 버터(20g), 토막 낸 마늘(30g), 생강(20g)을 넣고 볶는다. 마늘과 생강이 어느 정도 익으면 체에 내려 기름을 제거한 다음 다시 냄비에 담아 진간장(50ml)을 부어 데글라세daglace(고기를 굽거나 볶을 때 바닥에 눌어붙은 부스러기를 액체 재료를 넣고 녹여 소스의 기초 재료로 만드는 것)한다. 여기에 화이트 와인(100ml)을 부어 졸이다가 큼직하게 썬 양파(400g), 당근(400g), 셀러리(150g), 토마토(300g) 등 채소를 넣어 볶는다. 갈색이 나면 토마토 페이스트(4큰술)를 넣고 볶은 뒤 재료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타임(2줄기), 통후추(1작은술), 우족(2조각)을 넣어 센 불에서 끓인다. 끓어오르면 거품을 걷어내고 약한 불로 줄여서 10시간 이상 끓이는데, 이때 기름과 거품을 계속 걷어낸다. 중간중간 고운체나 젖은 면포에 국물만 밭아 다시 냄비에 붓고 농도가 걸쭉해질 때까지 졸인다.


요리와 스타일링 노영희(스튜디오 푸디) 캘리그래피 정선희


글 신민주 수석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