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더도 덜도 말고 잘차린 추석 손님상
한가위에는 온 가족이 모이는 따뜻한 풍경이 있고, 이웃과 음식을 나누는 풍습이 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도록’ 몸을 건강하게 하며 더불어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추석 음식으로 차린 손님 초대상.

푸짐한 음식으로 마음까지 풍성해지다

이제 곧 추수철이 다가오니 온 산과 들에 먹을거리가 지천이다. 이맘때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가 있는 이유일 터. 풍성한 햇과일과 햇곡식만큼이나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한가윗날, 이날 먹는 음식에는 가족을 위한 따뜻한 마음과 음식을 나누는 정이 배어 있다. 어느 집이고 양념한 고기찜을 준비하고, 각종 채소전이며 생선전을 부치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일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명절 풍경이다.

이 계절의 맛을 두루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푸짐하게 차렸으니 추석 명절상이야말로 가장 성대한 환대의 자리일 것. 노영희 요리 연구가는 추석에 꼭 먹는 계절 음식으로 닭찜을 꼽는다. 어릴 때 할머니께서 추석이면 빼놓지 않고 해주시던 요리로, 어린 맘에 쇠고기가 먹고 싶다고 투정 부리면 “봄에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는 이맘때 살이 가장 많이 오르는데, 연하기까지 해서 맛이 제일 좋다” 하시며 쇠고기는 가을을 나고 겨울 설에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하셨단다.

할머니께선 잘 말려서 애지중지 보관한 북어를 다듬잇방망이로 쾅쾅 두들겨 물에 담가 푹 불렸다가 찜에 넣기도 하셨는데, 육질이 훨씬 부드러우면서 구수한 맛이 일품이라 지금도 추석 손님상엔 북어를 넣은 닭찜을 메인 요리로 올린다. 전채로는 해콩으로 직접 만든 두부와 ‘쓰러진 소도 일으킨다’는 특급 보양 재료 낙지가 제격이다. 특히 낙지는 냉채로 내면 입맛을 산뜻하게 돋울 수 있다. 한가위 대표 절식으로 예부터 추석 차례상에 밥 대신 올리던 송편과 생란이나 율란, 배숙으로 코스의 대미를 장식하면 한가위 맛과 멋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음식 준비만큼 중요한 것은 테이블 세팅이다. 상 차림부터 명절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떡살 무늬 등 전통 문양이 있는 테이블클로스를 사용할 것. 별다른 준비 없이도 한가위 느낌을 물씬 낼 수 있다. 여기에 센터피스로 연밥을 끈으로 묶어 옹기 등 커다란 그릇에 올리면 간단하면서도 격조 높은 상차림이 완성된다. 그릇은 백자와 청자, 유기 등 우리 도자기를 다양하게 사용하되 매트 대신 커다란 접시를 받침으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우아하면서도 모던한 상차림을 연출할 수 있으니 한가위의 정을 나누는 자리로 손색없다.


코스 1 서리태 콩두부
재료(4인분) 콩 2컵, 물 8컵, 간수 20cc 양념장 진간장 1큰술, 송송 썬 파 2뿌리 분, 고춧가루・참기름 1/2작은술씩, 통깨 1/3작은술
만들기
1 콩은 불려서 분량의 물과 함께 아주 곱게 갈아 냄비에 붓고 주걱으로 저으면서 끓인다. 끓어오르면 불을 줄이고 뜸을 들인다.
2 ①을 면포에 밭쳐 간수를 넣고 섞어서 그대로 둔다.
3 ②에 맑은 물이 생기면 틀에 면포를 깔고 조금씩 부은 후 작은 도마나 컵 등을 올려 모양을 잡아 접시에 올리고 양념장을 곁들여 낸다.

코스 2 낙지배냉채

재료(4인분) 낙지 200g, 배 120g, 소금・참기름・송송 썬 실파・통깨・밀가루 약간씩 소스 식초 2큰술, 설탕・국간장 1큰술씩, 마늘즙 1/2작은술, 참기름 1/2큰술
만들기
1 낙지는 밀가루를 넣고 바락바락 주물러 씻은 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얼음물에 담가 식힌다.
2 볼에 분량의 소스 재료를 모두 넣고 설탕이 완전히 녹을 때까지 저어 고루 섞는다.
3 배는 3cm 길이, 5mm 두께로 채 썬다. 낙지도 같은 길이로 썰어 소금과 참기름을 약간 넣고 무친다.
4 접시에 ③의 배채를 가지런히 깔고, 낙지를 얹은 다음 소스를 뿌리고 송송 썬 실파와 통깨를 얹는다.

코스 3 표고버섯고기전
재료(4인분) 마른 표고버섯 50g(불고기 양념장 1큰술), 양파 30g, 부침가루 1~2큰술, 다진 돼지고기 100g(진간장 2작은술, 다진 마늘・참기름 1/2작은술씩, 생강즙・후춧가루 약간씩), 밀가루・달걀물・식용유 적당량, 소금 약간
만들기
1 마른 표고버섯은 살짝 씻어 물에 담가 불린 뒤 물기를 꼭 짜고 잘게 다져 불고기 양념장으로 양념한다.
2 양파는 다져서 소금을 약간 뿌려 절인 뒤 물기를 짠다.
3 다진 돼지고기에 분량의 양념 재료를 모두 넣어 고루 섞은 뒤 ①과 ②를 넣고 치댄다. 물기가 많은 듯하면 부침가루를 넣어 농도를 맞춘다.
4 ③의 반죽을 8등분해서 동글납작하게 만들어 밀가루와 달걀물 순으로 입힌 뒤 식용유를 두른 팬에 노릇하게 지진다.


코스 4 닭북어찜과 마늘볶음밥

닭북어찜
재료
(4인분) 통북어 1마리, 닭 다릿살 400g, 마늘 4쪽, 대파 1/2대, 마른 홍고추 1개, 식용유 2큰술, 소금 약간 닭고기 밑간 양파즙 1/2컵, 청주 2큰술 양념장 진간장 5큰술, 설탕 21/2큰술, 다진 마늘・청주 2큰술씩, 굴 소스・맛술・참기름 1큰술씩, 다진 생강 1/2큰술, 후춧가루 1/4작은술 곁들이 밤 8개, 표고버섯 4개, 양파 1개
만들기
1 통북어는 미지근한 물에 담가 6~8시간 불린다. 부드러워지면 비늘을 긁어내고 배를 갈라 뼈를 발라낸 다음 토막 내 껍질 쪽에 칼집을 낸다.
2 닭 다릿살은 소금으로 문질러 씻어 물기를 빼고 밑간해 30분 정도 재운다.
3 마늘은 편으로 썰고, 대파는 3cm 길이로 썰어 반 자른다. 홍고추는 어슷하게 썬다.
4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③의 채소를 볶은 뒤 ②의 닭을 노릇하게 지진다.
5 냄비에 ④의 닭고기를 담고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서 끓인다. 거품이 오르면 걷어낸 뒤 불을 줄여서 15분 정도 더 끓인다.
6 밤은 속껍질까지 벗겨 과육만 남긴다. 표고버섯은 씻어서 기둥을 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양파는 큼직하게 썬다.
7 ⑤의 냄비에 ①과 ⑥을 넣고 양념장을 섞은 뒤 국물이 거의 없을 때까지 조린다.

마늘볶음밥
재료(4인분) 밥 2공기, 마늘 2~3쪽, 카놀라유(또는 현미유) 11/2큰술, 소금・송송 썬 파 약간씩
만들기
1 마늘은 얇게 슬라이스해 카놀라유를 두른 팬에 넣고 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2 ①의 팬에 밥을 넣고 볶다가 소금 간한 뒤 송송 썬 파를 넣어 섞는다.


코스 5 삼색송편과 생란

삼색송편
재료(각각 20개분)
녹두 소(송화송편 소) 거피 녹두 1/2컵, 꿀 2작은술, 고운 소금 약간 깨소(흰색 송편과 대추송편 소) 참깨 4큰술, 꿀 1큰술, 고운 소금 약간 흰색 송편 반죽, 멥쌀가루 2컵, 꿀 1큰술, 끓는 물 4큰술, 소금 약간 대추송편 반죽 대추 10~13개, 멥쌀가루 2컵, 꿀 1큰술, 끓는 물 3~4큰술, 소금 약간 송화송편 반죽 멥쌀가루 2컵, 송홧가루 2큰술, 꿀 1큰술, 끓는 물 4~5큰술, 소금 약간
만들기
1 거피한 녹두는 물에 불려 껍질을 말끔히 벗기고 물기를 뺀다.
2 젖은 면포를 깐 찜통에 ①을 올려 30분간 찐다. 무르면 체에 내려 소금과 꿀을 섞는다.
3 참깨는 마른 팬에 볶아 식혀서 믹서에 간 후 고운 소금과 꿀을 넣어 섞는다.
4 흰색 송편 분량의 쌀가루는 체에 한 번 내려 고운 소금과 꿀을 넣고 양 손바닥으로 싹싹 비벼 고루 섞은 다음 끓는 물을 부어 익반죽한다.
5 대추송편 분량의 대추는 돌려 깎아 씨를 바르고 과육을 곱게 다진다. ④와 같은 방법으로 섞은 쌀가루에 다진 대추를 넣어 섞은 후 끓는 물을 부어 익반죽한다.
6 송화송편 분량의 쌀가루에 송홧가루를 섞어 체에 내린 다음 고운 소금과 꿀을 넣고 양 손바닥으로 싹싹 비벼 고루 섞은 후 끓는 물을 부어서 익반죽한다.
7 ④~⑥의 반죽에 ②, ③의 소를 각각 넣고 김이 오른 찜통에 올려 30분 정도 찐다.


정성을 더하는 음식 포장법
음식뿐 아니라 선물 포장을 할 때도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한다. 음식과 관련한 것이라면 더욱 의미 있다. 송편을 선물할 때 솔잎이 그런 소재다. 송편을 전통 방식으로 찔 때는 큰 가마솥에 겅그레(솥에 음식을 찔 때 재료가 물에 닿지 않게 하려고 물 위에 놓는 물건)를 놓고 베보를 펼친 다음 솔잎을 깔고 송편을 얹은 뒤 다시 솔잎으로 덮고 송편을 올려 층을 쌓아 찐다. 그리고 그릇에 송편을 바로 담기보다 솔잎을 깔고 가지런히 올리면 멋스러울 뿐더러 의미도 더할 수 있을 것. 솔잎이 없다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담쟁이덩굴도 좋다. 합에 담쟁이덩굴이나 솔잎을 깐 뒤 삼색송편과 생란을 가지런히 올리는데, 이때 그릇 중앙이 아닌 바깥부터 올린다. 그래야 자연스레 지지대가 만들어져 올려 담기가 편하다.

음식양은 주변과 조금씩 나눠 먹을 정도가 적당하다. 음식을 다 담으면 한지나 종이를 얌전히 올린다. 뚜껑을 열었을 때 음식이 바로 보이지 않아 호기심을 배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한지나 종이에 자신의 이니셜을 새긴 인장을 찍으면 장식 효과도 더할 수 있다. 질감이 부드러운 한지를 포장지로 쓰는데, 합을 한지 위에 올리고 위아래로 감싸 접었을 때 종이 끝이 합과 길이가 맞도록 길게 자른 후 양 끝을 상자 포장하듯 안으로 접어 감싸듯이 깔끔하게 넣은 뒤 양면테이프로 마무리한다. 실 끈으로 묶고 꽃이나 소재로 장식해도 좋지만, 금색 가는 철사를 동그랗게 뭉쳐 글루건으로 붙이면 보름달을 연상시키는 색다른 장식으로 의미를 더할 수 있다.

음식 포장, 이렇게 하세요 

생란 만들기

생강(200g)은 씻어서 쪽을 뗀 다음 껍질을 벗겨 물에 한 번 헹군 후 강판이나 커터로 곱게 갈아 물을 붓고 맑은 물이 날 때까지 헹궈 매운맛을 뺀다. 그런 다음 고운체에 밭쳐 건더기는 물기를 꼭 짜고, 헹군 물은 큰 그릇에 받아 가만히 두어 앙금을 가라앉힌 다음 냄비에 생강 건더기를 담고 물(1컵)과 설탕(60g)을 넣어 끓인다. 처음엔 센 불에서 끓이다가 거품이 오르면 중간 불로 줄여 거품을 걷어내면서 조린다. 반쯤 조려지면 윗물을 따라내고 앙금과 꿀(3큰술)을 넣고 수분이 거의 없어질 때까지 조린다. 이것을 접시에 펴서 식힌 후 잣(1큰술)을 넣고 섞은 다음 20등분해서 생강 모양으로 빚은 뒤 잣가루(1/2컵)를 고루 묻힌다.

요리와 스타일링 노영희(스튜디오 푸디) 캘리그래피 정선희

#추석 #손님상
글 신민주 수석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