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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캠핑처럼
캠핑 앓이에 빠진 사람이 적잖지만 여름 휴가철엔 집 나서면 고생이란 말도 불변의 진리다. 집에서도 캠핑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으니 ‘캠핑의 꽃’이라 불리는 바비큐가 바로 그것. 간단히 준비해서 여럿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먹기 좋은 음식인 만큼 여름철 초대 요리로도 제격이다. 요리에 서툰 이도 기세등등할 수 있는 바비큐를 메인으로, 전채부터 디저트까지 쉬운 요리만 모았다.

여름이어서 매력적인 바비큐 만찬

캠핑과 손님 초대에는 공통점이 있다. 음식을 나누며 평범한 식사 시간을 특별한 행사로 바꾼다는 것. 게다가 캠핑 요리 중에서도 부동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메뉴인 바비큐는 여름철 초대 요리로도 손색없다. 오죽하면 ‘여름의 권리’라고 할까. 얻는 즐거움에 비해 준비는 매우 간단하다. 말하자면 고효율 메뉴인 셈. 소, 돼지, 닭 등 고기 종류와 소시지, 몇 가지 채소, 찍어 먹을 소스만 준비하면 된다. 조금 더 공 들이고 싶다면 한두 시간 전에 약간의 허브와 향신료로 매리네이드해 재워둔다. 매리네이드는 재료의 속까지 간이 두루 배게 하고, 육류의 잡내를 없애주며 육질을 부드럽게 해주는데,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양념장이다.

흔히 쇠고기와 닭고기엔 로즈메리, 돼지고기는 코리앤더, 양고기는 민트, 생선은 딜을 사용하며, 육류를 재울 땐 올리브유에 허브를 섞으면 좋고, 생선은 허브를 올리고 화이트 와인을 끼얹으면 된다. 하지만 노영희 요리 연구가는 서양식 공식인 허브와 향신료 대신 액젓 양념을 제안한다.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상비 재료인 데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중독성 있는’ 맛이 일품이란다. 여기에 고기의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소금과 후춧가루로매리네이드한 바비큐와 가장 손쉬운 소시지와 채소를 구워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이때 소금은 알갱이가 거칠고 굵은 것을 사용해야 손으로 훌훌 뿌리기도 좋고 소금 알갱이가 살아 있어 재료를 구웠을 때 씹는 맛이 좋다. 후춧가루 또한 통후추를 그대로 갈아 소금에 섞어 뿌려야 본연의 풍부한 향을 즐길 수 있다.

전채로는 요즘 한창 맛 좋은 토마토를 매리네이드로 준비하면 입맛을 돋울뿐더러 바비큐를 먹을 때 곁들이는 입가심용 요리로도 제격이다. 바비큐의 사이드 메뉴로 인기인 스틱 샐러드는 센터피스로 활용할 것. 유리 용기에 얼음을 넣고 색색의 스틱 샐러드를 꽂으면 시원하고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 캠핑 요리가 그러하듯 상차림도 간소하고 편안하게 한다. 그릇은 법랑을 메인으로 코스에 따라 유리 용기와 유기 등을 내면 캠핑 분위기도 만끽할 수 있고 격식도 차릴 수 있다. 바비큐에 술이 빠질 수 없으니 아이스버킷도 필수다. 박스나 양동이 등에 얼음을 채워 셀프 아이스버킷까지 갖춘다면 캠핑 부럽지 않은 베란다 바비큐 파티로, 여름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가 될 것이다.

코스 1

미니 토마토 매리네이드

재료(4인분) 미니 토마토 40개, 바질 잎 4장
소스 올리브유 3큰술, 식초 2큰술, 고운 소금 2/3작은술, 다진 양파 1큰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볼에 올리브유, 식초, 고운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저어서 걸쭉해지면 다진 양파를 넣고 섞어 매리네이드 소스를 만든다.
2 미니 토마토는 꼭지를 떼고 끓는 물에 10~15초 동안 담가 껍질이 갈라지면 건져 얼음물에 식힌 뒤 껍질을 벗긴다.
3 바질 잎은 가로세로 5mm 크기로 썬다.
4 ①의 소스에 미니 토마토와 바질 잎을 넣고 섞어서 냉장고에 최소 1시간 정도 두었다가 먹는다. 하루를 꼬박 두었다 먹으면 더욱 맛있다.

모히토
재료(2인분) 라임 1개. 민트 잎 12장, 럼(또는 보드카) 2큰술, 탄산수・얼음 적당량
만들기
1 라임은 길이로 8등분 하고, 민트 잎은 씻어서 잘게 뜯는다.
2 컵에 라임을 넣고 막대로 꾹꾹 놀러서 즙을 낸 다음 민트 잎을 넣는다.
3 ②에 얼음을 넣고 럼과 탄산수를 부어 고루 섞는다.


“바비큐를 맛있게 즐기려면 먼저 불을 잘 피워야 한다. 숯에 신문지 등으로 불을 붙였다가 불길이 잦아들면서 숯이 벌겋게 달아오르면 그 위에 그릴을 올리는데, 10분 정도 달군 후 고기를 올려 굽는다. 이렇게 해야 겉은 타고 속은 덜 익는 실수를 막을 수 있다. 고기는 굽기 전에 30분 정도 상온에 두었다가 구워야 맛있다.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차가운 고기를 그대로 구우면 겉만 타기 십상이다. 여기에 소시지와 제철 채소를 올려 함께 구우면 집에서도 캠핑지 못지않은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코스2

바비큐와 스틱 샐러드
재료 색색의 콜리플라워・셀러리・래디시・엔다이브・쌈장・안초비 페이스트・소금 적당량
만들기
1 색색의 콜리플라워는 작은 송이로 떼어 끓는 소금물에 데쳐서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2 셀러리는 잎을 모두 잘라내고 섬유질을 벗긴 뒤 15cm 길이로 썰고, 래디시는 반으로 썬다. 엔다이브는 밑동을 잘라내고 씻어 물기를 턴다.
3 볼 안에 얼음을 깔고 ②의 채소를 꽂은 뒤 쌈장이나 안초비 페이스트 소스를 곁들인다. 안초비 페이스트 만드는 법은 201쪽 참고.

액젓양념돼지고기구이
재료 돼지고기(삼겹살・항정살・목살) 400g, 꿀 4작은술, 설탕 1큰술, 후춧가루・청주・생강 약간씩 양념 멸치 액젓(또는 까나리 액젓) 11/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양파 2큰술
만들기
1 돼지고기는 5mm 정도 두께로 포를 떠서 끓는 물에 청주와 생강을 넣고 데친다.
2 ①의 돼지고기에 꿀과 설탕, 후춧가루를 넣고 버무려 10분 정도 재운다.
3 ②의 매리네이드한 돼지고기에 액젓과 다진 마늘, 다진 양파를 넣고 고루 버무려 10분 정도 재운 뒤 달군 그릴에 굽는다.


코스 3
“더운 여름에 깔깔한 입맛 살려주는 별미 중 하나가 바로 묵을 이용한 음식이다. 묵은 대표적 메밀 음식으로,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단백질 함량도 높은 데다 단백질의 일종인 리신이 풍부해 노화 예방 효과가 있다. 어려운 시절에는 구황 식품이었지만 오늘날엔 건강식과 미용식으로 묵을 비롯한 메밀 음식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시원한 국물에 말아 먹는 김치묵사발은 소화도 잘되고 더위를 잠시 잊기에 제격이다.”

김치묵사발

재료(4인분) 도토리묵 1모, 김치 250g(설탕・참기름 1작은술씩, 통깨 약간), 쇠고기 육수 4컵(식초・설탕 2큰술씩, 국간장 1작은술, 소금 약간), 김 가루 약간
만들기
1 도토리묵은 굵게 채 썬다.
2 김치는 송송 썰어 설탕과 참기름, 통깨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3 쇠고기 육수에 식초, 설탕, 국간장, 소금을 섞어 간한 뒤 냉동실에 넣어 살짝 얼린다. 쇠고기 육수가 없다면 시판용 물냉면 육수를 사용해도 좋다.
4 그릇에 ①의 묵을 담고, ③의 육수를 부은 뒤 양념한 ②의 김치와 김 가루를 고명으로 얹는다.



코스4
“과일 펀치는 여름철에 흔히 먹는 과일화채와 비슷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술의 첨가 여부다. 갖가지 제철 과일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고 시럽, 샴페인이나 와인, 보드카 등 주류, 얼음 등을 넣고 만드는 것이 펀치인 것. 외국에서는 무더운 여름밤에 칵테일파티처럼 펀치 파티를 즐기기도 하는데, 아이가 있는 자리라면 탄산수와 과일즙을 술 대신 넣기도 한다.”


과일펀치
재료(4~6인분) 오렌지 2개, 자몽・라임(또는 레몬) 1개씩, 거봉 8알, 청포도 12알, 체리 8개, 블루베리 적당량 시럽 설탕 100g, 화이트 와인 150cc, 물 300cc
만들기
1 냄비에 설탕, 화이트 와인, 물을 넣고 뭉근한 불에 끓여서 설탕을 녹인 다음 냄비째 얼음물에 담가 식혀 시럽을 만든다.
2 오렌지와 자몽은 속껍질까지 벗겨 알맹이만 발라내고, 라임은 모양대로 얇게 썬다. 거봉과 청포도, 체리는 반 잘라서 씨를 뺀다.
3 시럽에 준비한 과일을 섞고 냉장고에 넣어 차게 해서 먹는다.


쉽고 간단한 음식 포장법

특유의 짭짤하면서 고소한 맛이 매력인 안초비 페이스트는 스틱 샐러드 소스는 물론 피자나 빵 위에 바르는 스프레드로도 제격이라 색다른 선물로 더없이 좋다. 안초비와 재료를 믹서에 갈아 뚜껑 있는 병에 담으면 완 성인 데다 일주일 정도는 두고 먹을 수 있어 여름철 음식 선물로 적당한 것. 무더위에 손님 접대를 하는 것은 그 자체가 고역인지라 요리도 상차림도 간소하고 편안하게 차린 만큼 포장도 간단한 것이 좋다.


포장 재료도 구하기 쉬운 것으로 단출하게 준비한다. 지퍼식 은박 봉투 한 장, 컬러 플라스틱 고리 서너 개, 펀치, 강력 접착제 등 동네 문구점이나 포장 재료 전문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에 조개껍데기 서너 개를 장식용으로 준비하면 여름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는 포장으로 모자람이 없다. 먼저 포장지 용도의 은박 봉투에 펀치로 구멍을 뚫어 고리 끼울 자리를 만든 다음 안초비 페이스트를 담은 병을 넣는다.

이때 과일 씌우는 망으로 병을 감싸 봉투에 넣으면 깨질 위험을 덜 수 있다. 미리 만들어둔 구멍에 고리를 끼운 뒤 서너 개를 연결해 손잡이를 만들고, 강력 접착제로 조개껍데기를 붙여 장식하면 완성. 접착식, 지퍼식 등 비닐과 은박 소재의 봉투는 손재주가 없는 이에게 안성맞춤인 포장지로 변신의 귀재나 다름없다. 아이디 어를 더해 나만의 개성 있는 포장을 시도해도 좋겠다.

안초비 페이스트 만들기
노영희 요리 연구가가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을 여행할 때 현지에서 배운 안초비 페이스트는 스틱 샐러드에 소스로 곁들이면 맛이 일품이다. 만들기도 간단한데, 믹서에 안초비(250g)와 마늘(2쪽), 양파(20g), 셀러리 잎(10g)을 넣어 곱게 간다. 이때 중간중간 올리브유(60ml)를 부으면서 갈면 마요네즈처럼 걸쭉해진다. 믹서의 강도는 너무 세지 않게 중간 정도로 가는 것이 좋다. 노영희 씨가 직접 만들어 정성스럽게 포장한 안초비 페이스트는 감사 메시지와 함께 한식 레스토랑 품서울 황건중 이사에게 선물했다.

품서울의 황건중 이사님께
1년에 한 번 외국에서 생활하며 여행 생활자로 살아보리라는 다짐을 실현할 수 있었던 건 이사님 덕분입니다. 긴 여행의 시작을 함께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여행해야 할 곳들을 맛보기로 죽 함께 훑어주신 ‘원 포인트 레슨’이 있었기에 이후 여행을 더욱 뜻깊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훌륭한 레스토랑에서 알찬 쿠킹 클래스도 경함할 수 있었고요. 잠자리는 물론, 여러 번 걸음해도 늘 맛있고 편안하던 레스토랑이 있는 프랑스 프로방스의 호텔은 추억의 한 자락으로 마음속에 남았습니다. 그곳에서 배운 메뉴 중 한 가지인 안초비 페이스트입니다. 음식과 와인을 즐기실 때 유용한 안줏거리가 될 듯합니다. 프로방스를 떠올리시며 맛있게 드세요.


요리와 스타일링 노영희(스튜디오 푸디) 캘리그래피 정선희

글 신민주 수석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