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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집밥] MBN 이길남 프로듀서 나는 밥해주는 아빠
임신한 아내를 위해 시작한 요리는 일상이 됐고, 취미를 넘어 현재 그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존재가 됐다. 시작은 가족을 위해 준비한 집밥이었다. 이길남 PD가 열두 살 된 딸 소담이를 위해 저녁 밥상을 차려주던 날 이야기.

학교에서 돌아온 딸의 저녁 밥상을 준비한 아빠 이길남 PD와 딸 소담이. 
결혼 12년 차인 이길남 PD는 ‘요리하는 아빠’다. KBS 카메라 감독을 거쳐 MBN 음향 프로듀서와 기획자로 18년간 근무하고 있는 그는 퇴근하고 마트에서 장을 볼 때가 가장 즐겁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집에 일찍 들어가는 날에는 반드시 직접 저녁상을 차립니다. 전라도가 고향인 아내도 요리를 잘하지만, 요리에 재미를 붙이면서 가족을 위한 상차림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됐지요. 결혼 전에는 소문난 식당을 다니며 음식 맛을 탐미했고, 결혼 후에 비로소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입덧이 심해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집밥을 챙기면서 말이죠.”

매일 먹는 집밥인 만큼 메뉴는 간단하지만, 허투루 만드는 법은 없다. 열두 살 된 딸 소담이의 저녁 상차림은 해삼이 들어간 덮밥. “마른 해삼은 영양이 두 배거든요. 하루 전날 불린 해삼 속에 다진 새우를 채워 넣었습니다. 그리고 방금 요리한 신선한 음식과 밥을 챙겨요. 그래서 재료를 적당량 구입하고 속도감 있게 요리하는 편이죠. 아내와 아이가 맛있게 먹고 맛나다고 칭찬할 때가 가장 뿌듯합니다.”

소담이를 위한 지난 7월 10일의 저녁 밥상. 해삼과 각종 채소,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영양식으로도 으뜸인 해삼덮밥이다. 한 그릇 요리로 간단하면서도 비교적 빠르게 만들 수 있어 즐겨 요리하는 메뉴다.
일반 레시피를 기본으로, 부드럽고 부담 없는 맛을 좋아하는 딸과 얼큰한 맛을 즐기는 아내의 취향에 맞게 살짝 변형하고 보기 좋게 담는 것이 그의 요리 포인트. 외식하는 즐거움을 집에서 누리게 하고 싶다. “종갓집 장손이지만 일찍부터 도시 생활을 해서 아버지가 도시락을 챙겨주곤 했어요. 아버지가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이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있습니다. 어묵볶음, 옛날 소시지 부침, 달걀말이, 오징어포볶음, 장조림 등 맛있는 음식 냄새와 압력밥솥이 내는 소리로 아침을 맞이하곤 했지요. 모두 자고 있는 새벽 시간에 아들을 위해 밥을 준비하는 모습은 그 자체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도시락을 준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사랑으로 기억하듯 우리 딸도 그렇게 절 기억하길 바라요.”

이길남 PD는 그의 요리 스토리를 모아 <쉐프파파의 쿠킹 스토리>를 펴낼 만큼 요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4~5년 전부터 퇴근 후 요리 강좌를 들으며 차곡차곡 쌓아온 노하우의 결과다. 현재 기획자로서 경력을 살려 식품 컨설팅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주일에 세 번은 꼭 가족을 위해 집밥을 손수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집에 들어올 때 밥 냄새가 스멀스멀 밀려올 때의 행복감을 아시나요? 딸아이가 ‘아빠, 뭐 했어? 하나 줘, 배고파~’ 하고 곰살궂게 매달릴 때 충만한 행복을 느낍니다. 아기 새처럼 조잘대며 하루 일과를 빠짐없이 이야기하는 딸의 사랑스러움 또한 식탁에서 이뤄지죠. 건강도 챙기고, 가족 관계의 깊이도 달라 집니다. 집밥은 사랑이에요.”

이길남 집밥의 재미
“집 밖에서도 도시락으로 집밥처럼!”

딸 소담이는 리틀엔젤스 예술단의 합창단과 한국무용단원으로 방과 후나 주말에 공연 연습을 하는데, 이때 아빠의 집밥은 도시락으로 이어진다. 새우볶음밥과 전, 물김 치와 토마토 디저트까지 챙긴 도시락은 연습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대부분 해치울 만큼 맛이 일품이라고. 더욱이 소담이는 편식을 하지 않는다. 밥과 반찬을 골고루 챙겨 먹고, 어른과 함께 먹을 때 지켜야 하는 예절 등 ‘밥상머리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빠가 해주는 요리 중에 닭봉구이를 가장 좋아한다는 소담이는 아빠의 집밥이 ‘행복’이라고 어른스럽게 말한다. 곧 국내 구석구석을 함께 여행하며 식재료 탐방에 나설 계획이라는 부녀의 가을이 더욱 기대된다.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김규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