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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집밥] 이솝 코리아 김동주 지사장 회사의 철학이 담긴 오피스 런치
호주 멜버른의 본사로 첫 출장을 간 날, 점심시간이 되자 두 명의 창립자는 이솝 코리아의 김동주 지사장을 근처 슈퍼마켓에 데려갔다. 신선한 딸기, 아보카도, 참치를 사서 회사의 주방으로 돌아와 올리브 튜나 스트로베리 샐러드를 뚝딱 만들어냈는데, 지금껏 먹어본 샐러드 중 최고 맛이었고 식사 내내 즐거운 대화가 넘쳤다.

원목 테이블을 놓은 회의실은 아늑한 식사 공간으로도 제격이다. 화이트 컬러의 가벽을 사이에 두고 주방과 연결된다. 
“사무실에서 집에서처럼 ‘오피스 런치’를 즐기는 게 이솝만의 고유한 문화예요. 지사장 면접을 볼 때도 성장과 균형, 취미와 취향에 대한 평소 생각을 서로 묻는 긴 식사를 한국과 외국에서 세 번이나 했지요.” 호주의 자연주의 코스메틱 브랜드인 이솝의 두 창립자는 직원들이 균형 잡힌 식단의 가정식 식사를 함께 하면서 친밀감(intimacy)과 편안함이 형성된다고 확신한다. 오피스 런치를 함께 먹고 가끔 동료를 집으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하면 고충이나 축하할 일을 얘기하게 되고, 서로 이해하고 친밀해지는 만큼 업무의 호흡이 맞고 능률이 올라 실제 이솝은 직원의 이직률이 매우 낮다.

“새 사무실로 이전한 후 가장 먼저 산 게 인덕션과 무쇠 밥솥이었어요.” 이솝은 전 세계 지사가 동일한 업무 설명서를 따르는데, 환한 벽과 따뜻한 느낌의 목재 가구, 유용한 수납장과 햇살이 비추는 테라스가 있는 이솝 코리아의 사무 공간 디자인도 본사의 지침을 따랐다. 그 설명서에는 오피스 런치의 균형 있는 식재료 이용과 자연 느낌을 그대로 살려 그릇에 담는 방법까지 권장 사항으로 나와 있다. 2주에 한 번 하는 이솝 코리아의 오피스 런치. 밥과 주요 반찬 한 가지를 만드는 건 김동주 지사장의 몫이다. 식사 준비와 설거지는 직원들이 둘씩 짝을 이뤄 돌아가면서 한다.

지난 7월 11일의 오피스 런치. 이솝의 식사는 균형 있는 식단을 추구한다. 김동주 지사장이 제철 재료로 오징어볶음을 만들었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갖고 온 각 가정의 맛난 반찬을 곁들였다. 
“고향인 충청도에서 농부가 직접 보내주는 쌀, 흑미, 콩 등 열한 가지 곡물을 섞어 밥을 짓고 감미료 대신 키위를 듬뿍 넣어 양념한 불고기, 채소를 풍부하게 넣은 오징어볶음 등 매번 다른 주요리를 넉넉히 준비해요.” 오피스 런치를 하는 날이면 장모님의 손맛이 담긴 쌈장, 옥상에서 직접 기른 오이, 어머니가 담근 나박김치, 즉석에서 하는 달걀말이 등 직원들이 내놓는 깜짝 협찬(?)까지 더해져 식탁이 더욱 풍성해진다. 번잡한 식당 대신 햇살이 환히 드는 사무실의 원목 테이블에 둘러앉아 와인을 곁들여 식사하면서 지난주 본 영화, 재미있다고 소문난 블로그, 가보고 싶은 전시 이야기를 하며 자연스레 서로 취향과 속마음을 나누게 되는 게 오피스 런치의 최고 장점. 분위기를 더하는 백그라운드 음악은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막내 직원의 선택에 따른다.

식사 후 테라스에는 소다수에 청량한 민트를 넣은 음료와 과일, 견과류가 듬뿍 준비된다. 특히 업무 강도가 유난히 센주의 금요일 오후에는 테라스에 치즈와 과일, 이솝이 생산하는 레드 와인과 각자 원하는 화이트 와인을 가득 차린다. 주말을 가족과 즐겁게 보내기 위해 퇴근 전 지난 일주일의 긴장을 완전히 떨쳐내는 시간. 특히 선선한 바람이 부는 봄가을의 늦은 오후에 사무실 테라스에서 즐기는 와인 타임은 이솝 코리아 직원들이 추천하는 최고의 휴식법으로, 삶의 균형과 이완을 소중히 여기는 브랜드의 지혜가 풍성한 접시에 담겨 이솝 가족의 수고한 어깨를 토닥여준다.

이솝 집밥의 재미
“각 나라의 오피스 런치를 구경해요”

이솝의 오피스 런치와 와인 파티는 ‘풍성함’이 묘미다. 음식을 남을 만큼 많이 준비하는 게 아니라 좋은 식재료를 자연 형태 그대로 덩어리째 ‘풍성히’ 놓고, 직원들은 직접 썰어 먹거나 덜어 먹으면서 식사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각 지사마다 다른 식사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특별한 재미. 호주, 프랑스, 미국, 일본 등 각 나라 이솝 직원들이 오피스 런치를 SNS에 공개하는데 비슷함과 다름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솝 프랑스는 리넨까지 깔끔하게 깐 아름다운 식탁을 차리고, 이솝 저팬은 초밥과 토마토 샐러드 같은 항산화 요리를 즐기는 등 가정식 식사를 차린 식탁에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가 오롯이 담겨 있다. 

글 김민정 수석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