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재미난 집밥] SK텔레콤 유미영 매니저 내가 먹고 사는 지혜
도시인은 이따금 허전하다. 사람 많은 곳에 있다가 조용한 집에 오면, 몰입해 만든 제안서가 마무리되면 편안하단 생각과 함께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도 든다. 대도시에 살고, 대기업에서 일하고, 독립된 삶을 꾸리는 워킹우먼 유미영 매니저의 삶이 이런 공허함 대신 행복한 만족감으로 채워지는 비결은 좋은 식재료로 지어 먹는 소박한 집밥이다.

유미영 매니저가 업무에서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는 비결은 스트레스를 회사 밖으로 가지고 나오지 않는 것. 텃밭 농사와 집밥 요리, 마을 친구들과의 나눔으로 충만한 주말을 보내면 주중의 업무 효율이 배가된다. 
“밥을 지어 먹으면서 내 안이 꽉 차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어요. 좋은 레스토랑에 가도 어릴 때 엄마가 해주시는 제철 음식에서 느끼는 땅의 느낌, 재료의 느낌, 고향의 느낌, 바다의 느낌을 경험할 수 없으면 불만족스러웠죠. 도시 생활에서 경제 관리, 문화 경험도 필요하지만 좋은 먹거리가 가장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어느 날 ‘쿵’ 하고 찾아왔어요.”

그의 가족은 고향 부산에서 늘 신선한 제철 재료로 맛난 집 밥을 지어 먹었다. 그러니 철에 맞고 때에 맞는 자연 재료의 맛이 맛봉오리에 각인되어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해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래, 내가 이때 그걸 먹었지. 맞아, 그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그럴 때마다 혼자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요리해보거나, 부산 집에 내려가면 틈틈이 엄마에게 물어 요리법을 적어 오며 제철 채소와 재료의 맛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엄마표 집밥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내가 스스로 먹고 사는 지혜를 터득하려면 무엇보다 좋은 재료를 제대로 고를 줄 알아야 했어요. 좋은 재료로 요리하면 간장, 식초, 고추장 같은 양념만 써도 맛이 있으니 그다음엔 이런 양념의 재료까지 꼼꼼히 따져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서울 시내의 흔한 쿠킹 스쿨 대신 주말마다 충북 괴산까지 찾아가 자연 요리 전문가의 수업을 들었다. 3년 전부터는 홍대 텃밭에서 직접 농작물도 재배한다. 함께 사는 동생 또한 요리 솜씨가 뛰어나 그가 좋은 재료를 공수하면 놀라운 실력으로 맛난 요리를 만들어낸다.

지난 7월 12일 토요일의 점심 식사. 부모님이 보내준 재료로 밥을 짓고 홍대 텃밭에서 수확한 감자와 친구에게서 받은 미역으로 뚝딱 차린 휴일 점심 상차림이다.
“사실 부모님이 부산 근교의 가족 텃밭에서 취미 삼아 직접 농사를 지어 보내주세요. 그러니 제가 또 농사를 지을 필요는 없지요. 하지만 좋은 걸 먹으면서 내면이 꽉 차는 느낌을 경험하니까 그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들었어요. 내가 풍족해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꽉 차올라 그걸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이죠.” 비슷한 감동과 충만하고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홍대 텃밭 친구들은 수확물을 서로 나누고 좋은 식재료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각자 집으로 초대해 함께 먹기도 한다.

‘여기에 현미 가루를 넣었더니 더 맛있더라, 어느 농부에게 무얼 샀는데 정말 좋더라, 나도 조금만 나눠줄래’ 하며 즐거운 대화를 하는, 도시인이 아닌 마을 주민 같은 삶이 즐겁다. 그런 친밀감을 느끼려면 자신도 그만큼 정보와 나눌 거리가 필요해서 스스로 더 많은 생각과 시도를 하게 되니 그 또한 행복하다. 매월 둘째 주 일요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마르쉐에 동생과 함께 참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좋은 재료로 만든 장김치김밥과 텃밭에서 수확한 농작물을 선보이며 신선한 제철 밥상을 선선한 나눔으로 연결하는 그 시간에 자매는 또 한 번 웃고 연거푸 행복해진다. 집밥이 주는 일상의 즐거움은 이토록 다채롭다.

유미영 집밥의 재미
“다른 사람과 나누고픈 마음이 들어요”

홍대 텃밭 친구들은 각자 작은 상자에 원하는 작물을 키운다. 물 당번이 있어 매일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니 유미영 매니저처럼 바쁜 직장인도 텃밭을 가꿀 수 있다. 수확을 하면 서로 만든 요리를 나눠 먹으며 레시피와 노하우를 공유하는데, 고춧가루 대신 간장이나 식초로 절인 장김치는 유미영 자매 집밥의 히트 아이템. 밥반찬으로 일품인 데다 장김치를 넣어 만든 김밥도 별미라 여러 사람이 배우고 싶어 했다. 그래서 매달 둘째 주 일요일에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리는 도시 농부들의 시장인 마르쉐에 참여해 직접 담근 장김치와 김밥을 선보인다. 이 김밥은 매번 오전에 동이 날 만큼 인기가 높으며 유미영 자매의 장바구니에도 다른 농부들의 집밥 노하우가 가득 담긴다.

글 김민정 수석기자 | 사진 이명수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