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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집밥] 도예가 최재희 그릇에 담긴 밥정情
같은 충남 서산 출신이라 했다. 고향 사람 박영희 화가와 동네 이웃이 되면서 밖에서 만나는 날보다 집밥을 나누며 수다 삼매에 빠지는 일이 잦아졌다. 입맛도 추억도 닮은 그들이 밥정을 나누는 날, <행복>이 함께했다.

최재희 작가는 고향 친구이자 동네 이웃인 박영희 화가를 점심 식사에 초대했다. 즐겁게 대화하며 서로 공감하는 식탁은 집밥을 즐기는 특별한 이유다. 
당장이라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시원한 수박 한 접시 해치우고 싶은 여름날, 도예가 최재희의 성미산 집 문을 두드렸다. 코끝에 훅 들어오는 된장국 냄새와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 편안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다정한 환대가 집 안에 있었다. 작업실이자 살림집인 최재희 작가의 집 거실엔 새하얀 도자 그릇이 빼곡했다. 그 맞은편 벽면에는 초대 손님인 박영희 화가의 작품 ‘수영장 이야기 - 가족’이 걸려 있다. 푸른 색감의 싱그러움이 식탁에까지 전해지는 듯하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살아요. 제가 두 살 언니지만, 같이 사춘기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서로 조언을 많이 해줍니다. 가족, 고향, 육아 등 여자들의 공통 화젯거리가 있거든요. 맞장구치고, 깔깔거리며 대화하고 속풀이하는 곳이 식탁이 됐죠. 최재희 작가가 워낙 음식 솜씨가 남다르고, 상차림 감각이 빼어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아휴, 그래도 못 따라가지요. 최재희 작가의 SNS에 상차림 사진이 올라오면, 나 가도 돼? 묻고는 그냥 달려옵니다. 최재희 작가의 그릇에 담긴 정성이 가득한 집밥은 맛도 좋지만 눈으로 보는 즐거움도 크지요. 같은 고향 사람이라 입맛에도 잘 맞아요. 고향 음식이 상에 오르면 어머니가 차려주던 집밥이 생각나요.”

식어도 맛있는 쌈밥과 여름 입맛을 돋우는 수육, 시원한 된장국과 고향 서산에서 보내온 총각김치로 차린 지난 7월 10일의 손님 초대 상차림. 
박영희 화가의 말대로 한여름 오후의 상차림은 남달랐다. 최재희 작가가 빚은 푸른빛 패턴의 그릇은 박영희 화가의 그림 톤과 잘 어울렸고, 음식 색깔이 더욱 돋보였다. “더운 날씨 때문에 떨어진 입맛을 돋우기 위해 시원한 쌈밥을 준비했어요. 모시조개가 들어간 시원한 된장국과 보양을 위한 수육도 곁들였지요. 장과 젓갈, 총각김치는 서산 고향 집에서 보내준 것들이에요. 친정엄마는 농사를 지으면서도 단 한 번 끼니를 챙겨주지 않은 적이 없어요. 그 맛을 잊지 못해 평소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건강한 밥상을 차리려고 노력합니다. 매일 화려한 밥상을 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다채로운 색깔의 샐러드를 식탁에 올리고 그릇에 신경을 씁니다. 샐러드는 건강식이면서 식탁을 돋보이게 하고 그릇은 가장 호사로운 소품이니까요.”

최재희 작가가 집밥을 고수하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외식도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사람이 잘 안 보여요. 멋진 장소, 근사한 메뉴 그리고 먹는 데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집밥을 나누면 사람을 바라보게 돼요. 또 집밥을 차릴 때 먹는 사람의 건강, 기대, 취향까지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담길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먹는 사람이 자연스레 힐링이 됩니다.” 집밥을 챙기는 것이 가장 쉬운 애정 표현이라고 말하는 최재희 작가. 그의 친정엄마가 그에게 그랬듯, 그리고 최재희 작가가 마음을 담아 요리하듯, 그의 딸이 엄마가 되었을 때 집밥을 추억하며 자녀에게 밥상을 차려주지 않을까? 그렇게 집밥은 추억을 동반하고 더욱 큰 사랑을 만든다.

최재희 집밥의 재미
“요리와 어울리는 그릇을 직접 만들어요”

최재희 작가의 상차림에 요리만큼 중요한 것이 그릇이다. 남다른 그릇 하나만 있어도 식탁이 근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리의 색깔이 돋보이도록 보색 그릇을 고르거나 식욕을 돋우는 색깔을 활용한다. 박영희 화가에게 대접한 집밥 상차림에는 박영희 화가의 작품과 어울리는 푸른색의 패턴 장식을 새긴 새하얀 접시를 만들어 사용했다.

도예가이기 때문에 원하는 문양의 그릇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작품과 색깔을 맞추면 꼭 그림 속 수영장 옆에서 소풍을 즐기는 기분이 들어요. 집밥 메뉴는 매일 비슷하고 가족과 먹는 날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소홀해지기 쉽거든요. 작은 정성을 들이면 소문난 레스토랑 못지않은 분위기가 나요. 스스로 대접받는 느낌도 든답니다.”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김규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