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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더위 이기는 여름 손님상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다. 하지만 몸이 허하면 무더위에 지치고 건강을 해치기 쉬우므로 좋은 음식으로 여름 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른바 보양식으로, 가장 흔한 음식인 삼계탕에서 벗어나 솜씨 부리기 제격인 손님상을 제안한다. 찬 음식은 시원하게, 뜨거운 음식은 따뜻하게 온도를 유지해 음식 맛을 살려주는 유기와 여름 대표 식기인 유리, 요즘 대세인 옻칠 매트로 차렸으니 복더위 이기는 상차림으로 더할 나위 없다.


더위 물리는 호사스러운 자리
우리 속담에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음력 오뉴월에는 입맛을 돋울 먹을거리가 변변치 않은 데다 더운 날씨에 음식 만드는 것이 여간 고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에게는 한여름에 남의 집을 방문하지 않는 것이 응당 지켜야 할 도리였다. 7월 중순 초복부터 중복, 말복까지 꼬박 한 달을 말 그대로 복더위 속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여름 손님 접대의 어려움을 나타낸 속담이 있을 정도지만, 그래서 복날의 손님상은 더욱 귀하게 여긴다.

특히 복날엔 으레 보양식을 챙겨 먹게 마련이다. 기름진 고단백 음식을 먹으면서 체력 관리를 하기 위해서인데, 평범한 삼계탕보다 수분 함량이 높고 피로 해소에 좋은 마와 쌉쌀함이 입맛을 돋우는 수삼, 고단백 식품으로 여름 보양식의 대표 주자인 장어, 열을 없애주어 여름에 즐기는 아욱 등으로 별미 보양식을 낸다면 특별하고 색다를 터.

무더위에 고단함을 감수한 귀한 상차림인 만큼 그릇으로는 유기가 제격이라고 노영희 요리 연구가는 조언한다. 무겁고 쉽게 변색해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사상에나 오르는 제기로 알고 있는 이가 허다하지만, 그릇 자체가 아닌 음식을 돋보이게 해주는 식기가 바로 유기다. 유기에 음식을 담으면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온도를 유지해 음식 맛이 살아나는 데다 그릇 성분이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을 만들고, 단백질과 비타민 등 음식의 영양소를 보호하기도 한다. 요즘 인기인 색색의 옻칠 매트를 깔고, 코스에 따라 유기, 유리그릇 등을 내면 상차림을 시원하고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을 것. 여기에 물컵과 술잔, 수저 그리고 냅킨을 올리면 격식 있는 상차림이 완성된다.

유기가 화려하면서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에 센터피스는 단출한 것이 좋다. 유기에 워터코인 등 푸른 식물을 담는 것만으로도 상 차림에 운치를 더할 수 있다. 음식을 내는 순서 또한 중요하다. 우리 음식 문화는 보통 입을 축이면서 시작하므로 콩국수 국물로 많이 쓰는 서리태콩국을 전채 요리와 함께 내면 입맛을 돋우기에 더할 나위 없다.

코스 1 서리태콩국과 마찜

재료(4인분)서리태콩 1컵, 생수 2컵, 소금 1/2~2/3작은술 마찜 두께 1cm로 썬 마 4쪽, 잣소금 2큰술(잣가루 2큰술, 소금 약간), 대추 껍질 약간
만들기 1 서리태콩은 물에 담가 4시간 정도 불려 껍질을 벗긴다. 이것을 냄비에 넣고 물을 넉넉히 부은 후 소금을 뿌리고 뚜껑을 덮어 우르르 끓인 다음 찬물에 헹궈 건진다.
2 믹서에 ①의 콩과 생수를 넣고 곱게 갈아 젖은 면포에 밭친 후 냉장고에서 차게 식힌다.
3 마는 껍질을 벗기고 모서리를 돌려 깎아 동글납작하게 만든 후 김이 오른 찜통에 넣어 3~5분 정도 찐다. 살짝 익으면 꺼내 차게 식힌 후 그릇에 담기 전에 잣소금을 고루 묻혀 대추 껍질을 올려 장식한다.


코스 2 수삼냉채

재료(4인분) 수삼 60g 드레싱 유자청・레몬즙 1큰술씩, 소금 1/4작은술
만들기 1 수삼은 씻어서 칼등으로 긁어 껍질을 벗긴 후 2cm 길이로 토막 내 곱게 채 썬 다음 물에 한 번 헹궈 물기를 뺀다. 분량의 드레싱 재료를 모두 섞는다.
2 수삼과 드레싱을 냉장고에 넣어 차게 준비해두었다가 먹기 직전에 살짝 무쳐서 오목한 볼에 담아낸다.


코스 3 장어튀김조림

재료(4인분) 장어 1마리, 마늘 12쪽, 표고버섯 4개, 풋고추 2개, 말린 홍고추 1개, 녹말 1/3컵, 식용유 적당량 장어 밑간 양념 청주 1큰술, 얇게 썬 생강 3~4쪽, 고운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조림장 진간장 2큰술, 고추장・맛술・청주・설탕 1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장어는 손질해서 토막 내고 밑간 양념을 뿌려 10분 정도 잰다.
2 마늘은 얇게 저며서 물에 헹궈 얼음물에 담가놓는다.
3 표고버섯은 기둥을 떼고 적당한 크기로 썰고, 풋고추는 길이로 반 잘라서 씨를 털어내고 적당한 크기로 썬다. 홍고추는 반 잘라서 씨를 털어낸다.
4 얼음물에 담가둔 마늘을 건져서 물기를 걷어 낸다. 장어는 물기를 제거하고 녹말을 충분히 묻힌 다음 여분의 가루를 털어낸다.
5 저민 마늘을 끓는 기름에 노릇하게 튀겨 건진 다음 장어를 튀긴다.
6 팬에 기름을 두르고 표고버섯과 고추를 볶아 따로 담는다.
7 팬에 조림장 재료를 끓이다가 ⑤와 ⑥을 넣고 볶는다.


코스 4 마른새우아욱죽과 매실고추장아찌

마른새우아욱죽
재료(4인분)
쌀 1컵, 아욱 200g, 마른 새우 80g, 참기름 1큰술, 물 10컵, 된장 2큰술
만들기 1 아욱은 줄기 끝을 약간 잘라 젖히면서 껍질을 벗긴 뒤 물에 한 번 씻어서 볼에 담고 바락바락 주물러 풋내를 뺀다. 이것을 물에 헹궈서 볼에 담고 다시 한 번 바락바락 주물러 연해지면 물에 헹궈서 물기를 꼭 짠다.
2 새우는 마른 팬에 볶아 비린내를 제거한 다음 굵게 부순다.
3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쌀과 ①의 아욱, ②의 마른 새우를 넣어 볶다가 물을 붓고 주걱으로 저으며 끓인다. 쌀알이 푹 퍼지면 된장을 풀어 간을 맞춘다.

매실고추장장아찌
재료 설 탕에 절인 매실 50g, 고추장 2작은술, 꿀・참기름 1작은술씩
만들기 절인 매실에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무친다.


“계절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후식으로 제철 과일만 한 것이 없다. 여름 과일의 대명사인 수박은 비타민과 미네랄뿐 아니라 칼륨까지 풍부하고 입안 가득 고이는 과즙과 부드러운 질감으로 입맛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데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식사 후 디저트용으로는 서너 입 정도가 적당하며, 유리 볼에 담아내면 청량감을 살릴 수 있다. 대나무 채반에 담쟁이덩굴을 올리고 수박을 담은 유리 볼을 올리면 더욱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 이때 포크와 함께 꼬치를 내는데, 수박씨를 골라내기 위한 것.”


정성을 더하는 음식 포장법

새콤달콤하고 아삭한 식감이 일품인 매실장아찌는 입맛 없는 여름철에 제격인 데다 도시락 반찬으로도 좋아 이맘때의 음식 선물로 안성맞춤이다. 제철을 맞은 매실을 황설탕에 절이면 장아찌가 되는데, 이것을 뚜껑있는 병에 담는다. 이때 라벨에 “고추장, 꿀, 참기름으로 무쳐 드세요”라고 레시피를 간단히 적어 뚜껑에 붙일 것. 선물 포장할 때에는 무엇보다 먼저 받는 이를 배려해야 한다.

병은 패브릭으로 포장하는 것이 편한데, 먼저 마름모꼴로 펼친 패브릭 가운데에 병을 올리고, 위쪽 모서리 부분으로 병을 감싼 뒤 아래쪽 모서리 부분을 그 위로 덮는다. 양옆으로 남은 패브릭을 병 위로 모아 묶은 뒤 지저분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병 모양대로 깔끔하게 숨기면 완성. 장식을 더하고 싶으면 매듭 끝에 돌멩이를 끈으로 묶어 연결하면 멋스럽고 정감 어린 선물 포장이 된다. 매실 농축액도 병에 넣어 같은 방법으로 포장한다. 포장한 병 두 개는 구부러지는 컬러 공예 철사로 연결한다. 이때 동그랗게 만들면 손잡이 역할도 한다. 팁을 하나 더하자면 과일 씌우는 망을 병에 씌우고 패브릭으로 감쌀 것. 밀폐 병처럼 포장 도구로 재활용 제품을 많이 쓰는데, 과일 씌우는 망을 버리지 않고 두었다가 병에 씌우면 고정 하는 역할도 하고 깨질 위험도 덜 수 있으니 참고한다.


매실장아찌와 매실 농축액 만들기
과육이 단단하고 많으며 상처가 없는 매실을 골라 물에 재빨리 씻어서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완전히 뺀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포크로 구멍을 송송 뚫는다. 물기를 깨끗이 닦은 병에 매실(1kg)과 황설탕(1kg)을 켜켜이 담고 맨 윗부분에는 황설탕을 두껍게 덮는다. 일주일 정도 두면 국물이 가라앉는데, 이때 위로 뜬 매실은 따로 건지고, 농축액은 체에 한 번 거른다. 쪼글쪼글해진 매실은 칼로 돌려 깎아 씨를 뺀다.

도시락 특공대팀에게
6월 14일 새벽, 날이 채 밝기도 전인 첫새벽부터 도시락 4백 개를 싸느라 잠도 못 자고 애쓴 도시락 특공대팀 고맙습니다. 작년부터 ‘동그라미 캠프’에 환우와 그 가족, 자원봉사자를 위해 작은 보탬이 되고자 시작한 도시락 싸기. 도시락을 미리 만들어놓을 수도 없어 결국 밤을 지새우며 마음을 모은 여덟 팀이 없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음식을 만들어 도시락 싸는 일도 만만치 않았지만, 날이 밝으면 저마다의 일터로 돌아가야 했기에 일에 지장이 있을까 싶어 내심 많이 미안했습니다. 남수정 대표, 신동민 셰프, 오세득 셰프, 임기학 셰프, 장명식 셰프, 정창욱 셰프, 최현석 셰프 그리고 우리 스튜디오 푸디 식구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유기농 토종 매실과 유기농 설탕으로 담근 매실청과 매실장아찌를 선물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음식 포장, 이렇게 하세요


요리와 스타일링 노영희(스튜디오 푸디) 캘리그래피 정선희

글 신민주 수석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