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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시원한 아이스크림 이야기

사치 음식이던 귀한 얼음 디저트
이탈리아에서는 식사 코스 중간에 소르베토로 입가심을 한다. 옛모습으로 재현한 초콜릿 커피 소르베토와 밀크 아이스크림을 올린 레몬 샴페인 소르베토, 계피 소르베토, 딸기 사탕 소르베토. 앤티크 주황색 유리 촛대는 까레 디자인 판매. 

아이스크림 역사는 얼음의 발견에서 시작하지만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잠언을 실현한 음식이기도 하다. 얼음에 매료된 고대 그리스 로마인과 중국 황제들이 사시사철 이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얼음 저장고를 만들었고, 급기야 16세기 중반에는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얼음에 소금을 뿌리면 녹는점을 낮출 수 있다는 ‘발견’을 했기 때문. 물론 당시엔 얼음뿐 아니라 설탕, 소금 등 원재료가 귀한 탓에 상류층이나 즐기던 사치 음식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아이스크림은 이탈리아의 얼음과자인 소르베토sorbetto가 효시이다. 소르베토는 18세기 나폴리 출신 필리포 발디니가 낸 얼린 디저트 책 <데 소르베티>에서 다양한 요리법을 엿볼 수 있는데, 내과 의사답게 통증이 있을 때는 계피 아이스크림을, 위장이 아플 때는 레몬 아이스크림을, 우울할 때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끈다. 다양한 재료를 섞어 식감을 더한 것도 요즘과 같아 흥미롭다.


미국에서 인기 끈 나폴리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은 미국인의 축제 음식이자 길거리 음식으로, 나폴리 아이스크림은 20세기 초에 레스토랑과 가정에서 즐기던 인기 디저트였다. 

아이스크림이 본격적으로 진화한 곳은 미국이다. 아이스크림은 그야말로 미국인의 ‘국민 디저트’로, 바삭하게 구운 과자인 웨이퍼wafer를 용기로 만든 아이스크림콘과 일명 ‘하드’라 부르는 아이스바, 파르페를 이르는 아이스크림선디 등을 모두 미국에서 개발했다. 수세기 동안 상류층만 즐기던 값비싼 사치품에서 대량 판매품으로 진화한 데에는 아이스크림 제조기라는 혁신적 발명품이 한몫했다. 1843년 낸시 존슨이 아이스크림 제조기를 발명하고, 길거리 아이스크림이 등장하면서 대중화한 것. 하지만 원조는 역시 이탈리아인지라 미국에서는 나폴리 아이스크림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초콜릿, 바닐라, 딸기 맛을 층층이 쌓은 나폴리 아이스크림은 이탈리아의 아이스크림 스푸모니를 변형한 것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장 친숙한 아이스크림 삼총사다. 


추억의 대명사, 아이스케키와 하드
1970년대는 우리나라에 기업형 아이스크림이 대거 등장한 시기다. 1970년 출시한 해태제과의 부라보콘이 가장 오래되었고, 1974년 선보인 빙그레 투게더는 최초의 퍼 먹는 아이스크림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옛 맛과 모습을 그대로 담은 아이스크림으로 태극당의 모나카도 인기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담은 유리 볼은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판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행복해진다. 이는 괜한 소리가 아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뇌의 쾌락 생산영역인 측좌핵이 자극받아 행복감을 느낀다. 또 한 가지 아이스크림에는 아무 근심 없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마력이 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아이스크림을 ‘아이스케키’나 ‘하드’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지금같이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대형 마트 등이 없던 1960년대의 ‘점방’에서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등장한 것이 다름 아닌 아이스크림 통. 삼강하드 통이 그것으로, 그 당시 아이들에겐 삼강하드가 최고의 인기 간식이요, 꿈의 주전부리였다. 그 이전에는 한국전쟁 이후에 가난한 가정의 소년들이 통을 메고 소리치며 골목을 누비던 아이스케키가 있었다. 아이스케이크의 줄임말 격인 아이스케키는 설탕 탄 물에 팥을 넣어 나무 꼬챙이를 꽂아 얼린 것으로, 1950년대 서울에서 판매하던 것이 ‘석빙고’와 ‘앙꼬’다.


귀족 아이스크림, 파르페
디저트 분야의 일대 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아이스크림선디는 1890년대 초반 세상에 첫선을 보였으니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기까지 딱 1백 년이 걸린 셈이다. 다양한 요리법과 토핑으로 세계적으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새 오브제 마개 블루 유리 물병은 SDI리빙 판매. 블루 유리 새 오브제는 레오나르도 제품. 

미국에서 20세기 초반에 선풍적 인기를 끈 아이스크림선디가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것은 1980년대에 들어서다. 파르페가 그것으로, 당시 커피숍과 레스토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였다. 글라스에 아이스크림과 거품 낸 생크림, 과일, 쿠키 등을 얹고 초코 시럽을 뿌린 파르페는 귀족 아이스크림으로 인식되며 대학가에서 미팅 문화와 함께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우리에게는 미국에서 아이스크림선디라 불리는 미국식 파르페가 익숙하지만, 파르페parfait는 원래 ‘완벽한’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프랑스식도 있다. 달걀노른자와 설탕을 섞어 거품 내 살짝 얼린 다음 휘핑 생크림을 섞어 틀에 넣고 다시 얼린 아이스크림이 프랑스식 파르페인 것. 미국식과는 모양은 물론 만드는 법도 다르지만 모두 이름처럼 완벽에 가까운 디저트로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신성한 아이스크림, 이탈리아의 젤라토
기계로 만든 것보다는 부드러운 맛이 덜하겠지만, 젤라토도 집에서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재료를 기포가 생기게 오래 젓고, 얼리면 되는 것. 기본 레시피는 같으므로 신선한 과일, 견과류, 초콜릿 등을 더해 세상에 하나뿐인 젤라토를 만들어보자. 청록빛 캔들 홀더는 까레 디자인, 블루와 그린 컬러가 그러데이션된 유리컵은 쉬즈리빙 판매.

2000년대 접어들어 웰빙 열풍과 함께 아이스크림 최강자 자리를 새삼 확인한 것이 젤라토다. 젤라토는 이탈리아어로 ‘아이스크림’이라는 뜻으로, 일반 아이스크림에 비해 유달리 부드럽고 맛이 진하다. 이탈리아에서는 엄연한 음식으로 여겨 젤라토를 입가심용 디저트로 먹는 법이 없는데, 오후나 저녁에 간식으로 즐기거나 심지어 시칠리아 지역에서는 아침 식사로 먹을 정도다. 알록달록한 인공색소와 각종 첨가제로 맛과 향을 더하는 일반 아이스크림과 달리 과일, 견과류 등 천연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웰빙 먹을거리로 각광받으며 신성한 아이스크림으로 칭송받는 것. 젤라토를 일반 아이스크림과 구분하는 정확한 기준은 유지방 함량, 당도, 공기 함유량이다. 공기 함유량은 얼음을 얼리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미세한 공기를 일컫는데, 공기 함유량이 높을수록 부드러운 맛과 질감이 덜하다.


빙수 전성시대
요즘 인기인 인절미를 올린 팥빙수와 열대 과일을 듬뿍 올린 과일빙수. 우유와 연유를 얼려 셔벗처럼 곱고 부드럽게 만들면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다. 주황&노랑 포인트 유리 케이크 트레이와 컬러 디저트 스푼은 쉬즈리빙 판매. 

서양의 셔벗에 비할 수 있는 우리의 아이스크림은 빙수다. 지금의 빙수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잘게 부순 얼음 위에 일본의 팥죽인 단팥죽을 식혀 올려 먹은 것에서 시작했다. 이후 과일, 젤리, 떡 등을 첨가해 오늘날의 팥빙수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엔 일본에서 외려 한국식 팥빙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팥빙수의 인기가 일본에까지 전해진 것. 빙수 전문점 붐이 인 것은 불과 1~2년 전부터다. 눈처럼 곱게 간 얼음에 통팥과 우유만으로 맛을 낸 것이 특징으로, 옛것에 대한 향수로 손수 만든 음식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요구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로 돌아간 아이스크림
요즘은 단순히 ‘사르르 녹는’ 아이스크림이 아닌 ‘씹는 맛’을 살린 아이스바가 인기다. 용기만 있으면 집에서도 만들 수 있으니 시도해볼 것. 유리 배 오브제는 패브디자인 판매. 

시대가 발전하면서 아이스크림은 명실상부한 대표 여름 디저트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천연 과일과 채소, 생치즈 등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다양한 맛과 종류의 아이스크림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산업화 이전의 수제 얼음과자라 할 수 있는 장인 정신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것. 옛날로 회귀하는 현상이 아이스크림 시장에도 불고 있는 가운데 개성 넘치는 수제 아이스크림 전문점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분자 요리 기법을 활용해 액화질소로 급속 냉동한 아이스크림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까지 생겼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통째로 넣은 아이스바도 인기고,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낮은 아이스크림은 물론 모양새가 독특한 아이스크림도 눈길을 끈다.


아는 만큼 맛있다_아이스크림 레시피 

소르베토
재료
계피 소르베토
계핏가루 1작은술, 물 11/2컵, 시럽 50g, 토핑용 계핏가루 약간
초콜릿 커피 소르베토 무가당 코코아 가루 1큰술, 커피 가루 3큰술, 물 450g, 설탕 80g, 토핑용 판 초콜릿 약간 레몬 샴페인 소르베토 레몬 1개, 시럽 50g, 샴페인 2컵, 토핑용 밀크 아이스크림 적당량
딸기사탕 소르베토 레몬즙 1개분, 시럽 50g, 물 11/2컵, 토핑용 딸기사탕 약간
만들기 1 토핑용을 제외한 각각의 소르베토 재료를 믹싱 볼에 넣고 섞은 후 냉동실에 넣어 얼린다. 2시간마다 꺼내어 포크로 긁어 얼음 가루를 만든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할수록 소르베토 상태가 부드러워진다. 단, 초콜릿 커피 소르베토는 소스 냄비에 물 100g과 코코아 가루, 커피 가루, 설탕을 넣어 끓인 후 냉동실에 넣어 얼린 다음 포크로 긁어 얼음 가루를 만든다.
2 잔에 각각의 소르베토를 담은 후 토핑용 재료를 올려 장식한다.

나폴리 아이스크림
재료
바닐라 아이스크림 베이스 우유 400g, 달걀노른자 4개분, 설탕 50g, 생크림 200g, 바닐라 농축액 1작은술
딸기 아이스크림 베이스 우유 400g, 딸기・생크림 200g씩, 달걀노른자 4개분, 설탕 50g
초콜릿 아이스크림 베이스 우유 400g, 다크 초콜릿 100g, 생크림 200g, 달걀노른자 4개분, 설탕 50g, 바닐라 농축액 1작은술
만들기 1 각각의 아이스크림 베이스를 만든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달걀노른자와 설탕을 고루 섞은 것에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1/2분량 넣어 거품기로 잘 섞은 다음 나머지 1/2분량을 넣어 마저 섞는다. 이것을 다시 냄비에 부어 80℃ 정도의 약한 불에서 스패출러로 저어가며 끓인다. 미음 정도의 농도가 되면 체에 거른 뒤 생크림과
바닐라 농축액을 넣어 잘 섞는다.
2 딸기 아이스크림은 분량의 딸기를 씻어 꼭지를 뗀 후 믹서에 곱게 갈아 체에 걸러 고운 즙만 밭은 뒤 ①의 과정에서 바닐라 농축액 대신 딸기즙을 넣고 잘 섞는다.
3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분량의 초콜릿을 칼로 잘게 부수어 중탕으로 녹인 후 ①의 과정에서 바닐라 농축액 대신 녹인 초콜릿을 넣고 잘 섞는다.
4 직사각형 파운드 틀(15×7cm)에 ②의 딸기 아이스크림 베이스를 틀의 1/3만큼 부어 냉동실에서 3시간 정도 얼린 다음 꺼내 ①의 바닐라 아이스크림 베이스를 1/3만큼 부어 냉동실에서 다시 3시간 정도 얼린다. 다 얼면 꺼내어 ③의 초콜릿 아이스크림 베이스를 틀보다 약간 못 미치게 붓고 냉동실에서 3시간 정도 얼린다.
5 ④의 아이스크림을 꺼내 따뜻하게 데운 행주로 틀을 감싸면 겉면이 녹아 아이스크림을 쉽게 분리할 수 있다.

우유 아이스바
재료 우유 200ml, 시럽 2큰술
만들기 1 우유에 시럽을 섞어 틀에 부은 후 막대를 꽂아 냉동실에서 2시간가량 얼린다.

파르페
재료 휘핑한 생크림 1컵, 바닐라・딸기・초콜릿 아이스크림 1스쿠프씩, 체리 2개, 초콜릿 시럽・스틱 과자・판 초콜릿 적당량
만들기 1 휘핑한 생크림과 초콜릿 시럽을 컵 윗부분까지 번갈아 담는다. 이때 시리얼을 넣으면 씹는 맛을 더할 수 있다.
2 ① 위에 세 가지 아이스크림을 담고 스틱 과자와 초콜릿으로 장식한 뒤 체리를 올린다.

멜론 바질 젤라토
재료 멜론 900g(약 1통), 허니베(또는 포도당액) 800g, 우유 650g, 식물성 생크림 200g, 바질 잎 100g
만들기 1 멜론은 껍질을 벗기고 씨를 제거한 후 과육만 적당한 크기로 썬다.
2 믹서에 ①의 멜론과 바질 잎, 포도당액을 넣고 곱게 간 뒤 우유와 생크림을 넣어 고루 섞거나 한 번 더 간 다음 용기에 담아 냉장 상태로 30분 정도 휴지시킨다.
3 큰 믹싱 볼에 얼음을 담고 약간 자작할 정도로 물을 부운 뒤 굵은소금을 고루 뿌리고 작은 믹싱 볼을 담근다.
4 ③의 믹싱 볼 안에 휴지시킨 ②를 넣고 30분간 거품기로 천천히 저으면서 얼려 젤라토를 완성한다. 완성한 젤라토는 용기에 담아 밀폐한 후 냉동실에 넣어 서너 3~4시간 이상 숙성시킨다.

키위 아이스바
재료 키위 2개, 시럽 2큰술, 레모네이드 2컵, 키위 슬라이스 1쪽
만들기 1 키위는 껍질을 벗겨 믹서에 간 후 시럽과 레모네이드를 부어 고루 섞는다.
2 직사각 모양의 작은 파운드 틀 바닥에 키위 슬라이스를 올리고, ①을 키위 슬라이스가 잠길 정도로 부어 냉동실에서 2시간 정도 얼린 다음 꺼내 나머지 ①을 모두 부어 2시간 정도 더 얼린다.

*각각의 아이스크림 레시피는 기본적으로 만드는 방법이 동일하다. 입맛에 맞는 재료로 나만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보자. 레시피에서 사용한 시럽은 설탕과 물을 1:1로 넣어 설탕이 녹을 때까지 끓인 후 식힌 것이다.

요리 김윤정(그린테이블) 스타일링 강혜림, 김지나 제품 협조 까레 디자인(070-4122-9874), 레오나르도(02-6370-3124), 쉬즈리빙(070-7005-6504),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02-541-8484), 패브디자인(02-571-8060), SID리빙(02-541-8086) 도움말 심재호(이탈리아 요리학교 일꾸오꼬 알마 원장, 02-3472-2111) 참고 도서 <아이스크림의 지구사>(휴머니스트)

진행 신민주 수석기자 |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