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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간의 <행복>을 통해 본 우리 부엌의 변천사
부엌의 역사를 보면, 식생활은 물론 생활 방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 수 있다. 주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서양식 아파트를 도입하면서 입식 부엌이 들어왔고, 좀 더 가사를 편하게 하려는 요구에 따라 시스템 키친이 개발되었다. 또 기술이 발전하면서 부엌에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했고, 한때 세상을 휩쓴 웰빙 트렌드는 자연친화적 소재와 디자인이 가미된 부엌 가구를 탄생시켰다. 이렇듯 부엌 안에는 우리의 생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행복>은 창간 이후, 집 안에서 부엌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하며 부엌 트렌드를 짚었다. 이것은 <행복>을 통해 본, 한국 부엌의 역사다.

1987~1993
입식 부엌의 진화
서양식 아파트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은 1960년대 일이다. 서울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해 주택이 부족하자, 해결 방안으로 도시 곳곳에 아파트를 지었다. 아파트는 도시 환경은 물론 주거 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게 변한 곳이 부엌. 서양식 입식 조리대를 설치해 주부들이 더 이상 아궁이 앞에 앉아 불을 때지 않고 서서 요리할 수 있게 되었다. 싱크대 회사만 존재한 1970년대, 부엌 가구 전문 회사 한샘이 설립됐다. ‘부엌 가구’라는 개념을 정립한 한샘은 동선을 줄이고 편리한 시스템 키친을 소개했다. 시스템 키친은 상판에 개수대, 조리대, 가열대를 일체 화해 기능성에 치중한 기존 서양식 부엌이 미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 키친은 소수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선 서서 요리할 수 있는 입식 부엌에 만족해야 했다. 점차 부엌 가구에 관심이 높아지자, 1992년 싱크대 제조업체이던 오리표 씽크가 에넥스로 상호를 변경해, 부엌 가구 시장에서 경쟁이 시작됐다.

1988년 9월호
부엌에 서면 귀족이 된 기분이에요
유럽풍 시스템 키친

기능성을 높인 시스템 키친이 등장했다. 원목과 래미네이트 소재를 매치해 세련되고도 친근감을 주는 디자인이 인기. 독자가 직접 꾸민 유럽풍 부엌은 전자레인지 후드를 벽장으로 감싸고 코너에 설치한 접이식 문이나 회전식 철제 선반을 갖춰 당시로는 매우 획기적인 디자인이었다.

1989년 6월호
가족 모두에게 맞추어지는 요즘 부엌
유동적 부엌 가구

시스템 키친이 등장하자 부엌의 형태가 다양해졌다. 부엌을 거실이나 식당의 일부가 아닌 조리를 위한 공간으로 분리한 독립형, 거실과 식당은 물론 가족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한 겸용형 부엌 등 두 가지 스타일이 등장했다.

1994~1999
시스템 키친의 보편화

19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사용자가 용도, 크기, 종류 등 체계를 잡아서 부엌 가구를 디자인한 시스템 키친이 점차 보편화되었다. 시스템 키친은 동선이 편리하고 상판이 하나로 연결돼 싱크대와 조리대 사이를 청소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었다. 시스템 키친은 아파트가 급격히 증가한 1990년대 초·중반에 가구 시장을 휩쓸었다. 이에 따라 국내 많은 가구업체가 부엌 가구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1998년에 바로크 주방 가구가 론칭했고 이듬해 리바트가 설립됐다. 사용자의 동선을 고려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더한 시스템 키친은 주부의 가사 노동을 덜기에 충분했다. 1990년대 말에는 인테리어 전반에 젠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소재 면에서는 내추럴을 강조한 원목이나 멤브레인 (고온 가압식으로 코팅하는 방법) 소재 등이 인기를 끌었다.

1995년 12월호
부엌 가구의 새로운 제안
가구 회사가 제시한 부엌 트렌드


한샘, 에넥스, 리바트, 바로크, 크릿츠, 보루네오 등 당대를 대표하는 부엌 가구 회사 여섯 곳과 디자이너가 최신 부엌 트렌드를 제시했다. 시스템 키친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 한샘은 좀 더 진화한 ‘인텔리전트 키친’이란 개념을 소개했고, 에넥스 역시 가구 안에 엘리베이터 시스템과 이동 조리대를 넣은 자동화 시스템을 강조했다.

1998년 3월호
내 몸에 꼭 맞는 부엌
주부들이 가장 개조하고 싶은 공간


ㅡ자, ㄱ자, 병렬형, ㄷ자와 아일랜드형 등 아파트 크기에 따라 부엌의 형태도 달라졌다. 동선이 편리하고 수납공간이 넉넉한 부엌을 선호함에 따라, 동양 토탈, 한샘, 리바트, 에넥스 등 회사도 부엌에 전자 제품을 우선으로 배치하고 수납 기능을 강화했다. 한편, 리바트는 IMF 외환 위기 시기에 실속 구매를 원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낮은 가격의 제품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1999년 7월호
이젠, 요리가 신난다
빠르고 쉬워진 요리


집안일이 예전보다 간편해지자, 요리가 단순히 끼니를 위한 일이 아닌 취미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시스템 키친이 보편화되자 소형 가전에 관심이 쏠렸다. 주부들은 현대식 주방에 어울리는 커피포트, 전기밥솥, 믹서, 토스터 등 소형 가전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다. 이런 소형 가전은 주부가 맛있는 요리를 손쉽고 재미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2000~2004
빌트인 시스템의 본격적인 도입

밀레니엄 시대가 도래하면서 부엌 가구도 한층 진화했다. 거기에 공간 활용 을 강조한 레노베이션 붐이 일면서 가전제품에도 빌트인 바람이 불었다. 이전에도 다리미 선반같이 사용 빈도가 높은 기구를 빌트인했지만, 부엌용 가전제품이 다양해져 빌트인 규모도 커지고 발전했다. 냉장고, 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오디오 등 주방 가전제품을 가구 안에 넣어 편리해졌고 시각적으로도 말끔해졌다. 1994년에 설립한 한패상사(쿠스한트의 전신)는 이 시기에 빌트인 식기건조기, 시스템 쌀통 등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한동안 인기를 누린 원목보다 모던한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관리가 쉬운 하이글로시 도장 같이 다양한 소재로 만든 부엌 가구가 시장에 나왔다. 또 이탈리아 톤첼리Toncelli를 수입한 넵스를 비롯해, 라이히트Leicht, 포겐폴Poggenpohl, 지메틱Siematic, 보피Boffi 등 해외 고급 부엌 가구 브랜드가 국내 진출을 시작했다. 수입 브랜드가 합류해 경쟁이 심해지자, 후드 제조업체 한강상사가 하츠Haatz로 상호를 변경하고 리바트는 주방 가구 리첸을 론칭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2001년 10월
Kitchen with Lifestyle
가전제품을 더한 부엌 가구

국내 고급 가구 시장을 겨냥해 몇몇 수입 가구 브랜드 제품이 진출했다. 이들이 유럽에서 선보인 메탈 마감의 부엌 가구가 주목받으면서 국내 회사들도 메탈로 마감한 모델을 개발했다. 또 식기세척기, 바비큐 그릴, 오븐 등 한창 뜨던 가전제품을 가구에 적절히 배치해 살림이 더 윤택해졌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하자, LG전자에서 처음으로 냉장고, 세탁기, 전자 레인지 등에 인터넷을 도입한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소개했다.

2002년 12월호
2002 트렌드는 모던 스타일
간결하고 단순하게


빌트인 시스템 때문에 전자 제품과 부엌 가구의 조화가 중요해졌다. 거기에 패션과 건축 등에도 모던 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부엌 가구에도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가 각광받았다. 부엌 곳곳에 사용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 가구와 도구는 공간을 세련되게 연출한다.

2003년 5월호
2003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리뷰
희훈 아티퍼니처의 빌트인 시스템


2003 서울리빙디자인페어의 에디터스 어워드에서 희훈 아티퍼니처가 대상을 수상했다. 기능 집약적, 공간 절약형 시스템 가구를 선보여 선풍적인 호응을 얻은 것. 희훈 아티퍼니처가 선보인 시스템 주방 역시 빌트인 시스템. 부드럽게 당겨지는 슬라이딩 서랍과 충격음 없이 부드럽게 닫히는 도어 등 디테일을 살려 주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05~2009
부엌도 웰빙

시스템 키친에 빌트인 가전제품까지 더해서 부엌에 온갖 첨단 기술이 응집했다. 기술이 극에 달하자, 사람들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밀레니엄과 함께 등장한 ‘웰빙’이 2000년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었다. 물질적 부보다 삶의 질을 강조하는 웰빙이 트렌드의 중심이 되어 건강, 친환경, 여가 생활 등이 중요해졌다. 2005 서울리빙디자인페어도 자연주의와 웰빙이 화두였다. 부엌 위생이 더욱 중요해졌고 쾌적한 부엌을 위한 가전제품에 관심이 많아졌다. 또 자연을 생각하는 한국의 전통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이 ‘잘 사는 것’에 관심을 가지면서 부엌이 단순히 요리를하는 장소가 아닌 향유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대형 주방이 인기를 끌었고, 김치냉장고와 와인셀러 소비가 증가했다.

2005년 5월
2005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에디터스 어워드
친환경 부엌 가구


2005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웰빙 트렌드에 발맞춰 ‘자연주의’가 카워드였다. 가드닝 관련 업체나 친환경 건축 자재를 소개하는 업체가 상당히 많았다. 에디터스 어워드에서 눈에 띄는 제품상을 수상한 희훈 아티퍼니처의 부엌 가구는 천연 식물 도료를 사용해 높은 평가를 받았고, 건강 마감재로 떠오른 에코 리빙의 규조토도 심사위원의 지지를 받았다. 웅진코웨이개발은 은나노 처리로 항균력을 보강해 좀이 슬거나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방지한 주방 가구 브랜드 뷔셀을 론칭했다.

2005년 9월
그 남자 그 여자의 부엌 풍경
유명인 18인의 부엌


방송인 최화정, 스타일리스트 노영희, 가구 디자이너 한정현 등 유명인 18명을 찾아가 부엌의 의미를 물었다. 이들의 부엌은 아메리칸 빈티지 스타일부터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전통 부엌까지 다양했다. 이 중 가장 돋보이는 부엌은 자연을 들여온 프로방스 스타일. 벽돌과 나무, 손으로 빚은 친환경 그릇을 사용한 자연주의 부엌이 트렌드 중심에 있었다.

2009년 4월
2009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한국 전통에서 찾은 자연주의

LG화학 지인Z:IN이 프리미엄 주방 가구 ‘201 에코 블랙’을 선보였다. 사회적 화두인 친환경, 자연, 건강이 맞물리는 한국 전통에서 모티프를 얻어 부엌 가구에 ‘옻칠’을 결합했다. 옻은 내구성, 방수성, 항균과 방충 기능이 있어 예부터 식기, 보관함 등에 사용한 소재. 부엌 가구에 옻칠을 해 친환경을 강조했다.

2010~2014
부엌, 집 안의 중심이 되다
입식 부엌이 도입되고 50여 년이 지난 현재, 부엌은 집 안의 심장부로 자리잡았다. 마루, 안채와 분리돼 있던 부엌을 거실로 공간을 확대하고 개방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엌을 넘나들게 되었다. 이는 남녀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했기 때문. 여기에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 여가 생활에 관심이 많아져 부엌의 크기가 달라지고 기능이 세분화되었다. 이제 부엌은 단순히 밥을 짓고 먹는 공간이 아니라 카페나 바, 작업실같이 취미 생활을 즐기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그래서 최근 신축한 아파트는 다양한 옵션으로 주방 크기와 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 한편, 싱글족과 2인 가족 수가 급격히 증가해 작은 집 수요가 늘어나면서 부엌 역시 작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크기가 줄어든 대신 다른 공간과 경계가 사라지고 기능이 더 다양해졌다. 넵스에서 출시한 ‘맘스 오피스’는 1인 가구를 위한 아이템인 동시에 일하는 주부를 위한 홈 오피스로 주방의 다기능을 접목한 사례다.

2010년 4월
작은 부엌 넓게 쓰는 개조의 기술
기발한 수납 아이디어


한샘이 20~30평형대 주택을 위한 부엌 가구를 선보였다. 부엌을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수납을 해결하고, 시각적으로 넓어 보이는 미니멀한 디자인과 과학적인 동선으로 기능성을 살렸다. 작은 아이디어로도 부엌을 개조해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작은 부엌 넓게 쓰기, 효율적 수납이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2011년 6월
혼자라서 행복해요
1인을 위한 부엌 가구


딸린 식구가 없다면 집을 간소하게 꾸미는 것이 현명하다. 좁은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올인원 가구가 등장. 조리대와 홈 바, 데스크를 하나로 합체한 넵스의 맘스 오피스는 주방과 거실, 오피스 역할까지 톡톡히 한다.

2013년 1월
유희형 부엌을 들인 집
취미를 즐기는 공간


주부만의 공간이던 부엌이 생활 보조 공간에서 탈피해 가족 구성원, 취향,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며 집 안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52.9㎡에 사는 소중희 씨의 집도 부엌이 얼굴이다. 그는 집의 테마를 노는 곳으로 정하고 서울 곳곳에서 본 작은 카페를 부엌에 접목했다.

2013년 3월
집의 심장, ‘부엌’으로 초대합니다
파티를 위한 부엌


사람을 초대하는 것이 낙인 집주인. 그에게 다이닝룸은 가족과 주말에 브런치를 즐기며 마음 터놓고 얘기하는 공간이자, 폼 나는 술안주 하나로 밀린 수다를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 따뜻한 음식, 웃음소리가 함께하는 주방으로 초대한다.

2013년 4월
79㎡ 소형 아파트 개조기
실용성을 높이다

79㎡ 아파트를 넓고 쾌적하고 세련되게 만들었다. 특히 일반 소형 아파트에서 보기 힘든 ㄷ자형 조리대가 인상적인데, 한 면은 개수대로, 또 다른 면은 조리대 겸 식탁, 책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조리대 아래에 수납장을 두고 상부장을 없애 집이 훨씬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줬다.


114㎡ 아파트의 부엌
1987년 vs. 2015년
 
1980년대와 현재의 아파트 평면도를 비교하면 주방의 크기와 형태가 변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1980년대에는 주방과 식당, 거실 사이에 문을 두어 완전히 분리한 폐쇄형이었다면, 현재는 사용자 동선을 고려해 디자인한 ㄷ자 주방 가구와 바를 배치해 거실과 하나로 연결한 대면형 구조다. 이런 변화는 남녀의 사회적 역할과 식문화, 가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집 안에서 주방이 중요해졌고, 또 각종 스마트 기기와 가전제품이 발전해 부엌 가구가 콤팩트해졌기 때문이다.
자료 제공 GS건설


도움말 예인건축연구소

#부엌 #주방 #시스템 키친 #빌트인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글 김민정 기자 | 사진 이창화 인턴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