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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초대 요리 소반으로 격조있는 새해 손님상
세상살이에서 혼자 밥 먹는 것만큼 외로운 일도 없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초대해 음식을 대접한다는 것은 가장 성대한 환대가 된다. 그 어느 때보다 음식을 나누기 좋은 새해 첫 달, 현대적이지만 전통이 깃들어 있는 정성 가득한 손님상을 제안한다. 조상의 지혜와 멋이 담긴 소반에 차린 각상 차림으로, 이 계절의 맛을 두루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차렸으니 이것이야말로 복福을 부르는 자리다.


소반으로 각상 차림
음식을 나르는 쟁반과 상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소반은 조선시대만 해도 집집마다 구비하던 생활용품이다. 대갓집에서는 잔칫날 귀한 손님들에게도 일일이 독상을 대접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소반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반가의 음식 문화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계층을 막론하고 널리 사용한 생활용품으로, 작은 소반 위에 그릇을 여러 개 올리다보니 서민이 사용한 식기일수록 아래는 좁고 위는 넓은 사기그릇으로 굽이 있는 사발 형태가 발달한 것.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요리 연구가인 노영희 씨는 귀한 이를 모시는 새해 손님상일수록 각상 차림이 격조 높고 세련되어 보인다고 조언한다. 이때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소반이다. 소반은 쓰임새가 다양하고 지역에 따라 모습이 다채로워 모양이 제각각일수록 오히려 개성 있는 상차림을 연출할 수 있다. 빙 둘러 마주 앉게 배치하면 식탁 위에서와는 또 다른 멋이 있다.
예로부터 세찬상이나 정월 상차림에는 유기를 사용한 만큼 그릇은 유기와 함께 백자를 사용한다. 유기와 백자는 모두 그릇 자체가 폼이 나는 게 아니라 음식을 돋보이게 해주는 그릇으로, 새하얀 백자는 새해를 여는 의미를 더해준다. 현대적 상차림에 비유하자면 소반이 개인 매트 역할을 하고, 그 위에 물잔과 술잔, 수저 그리고 냅킨을 올리는 것. 그야말로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하는 법고창신의 정신이 깃든 상차림이다. 이때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하는 만큼 센터피스도 정갈하고 운치 있게 만든다. 돌멩이 하나도 훌륭한 오브제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 것. 손때 묻은 나무 도마 위에 돌멩이와 함께 꽃 한 송이를 볼에 담가두기만 해도 근사하다. 꽃으로는 작약이 좋다. 꽃송이가 크고 화려해 한 송이로도 충분할뿐더러 꽃말이 부귀영화를 상징해 복을 기원하는 상차림을 완성할 수 있다.
메뉴 구성은 전식부터 후식까지 코스처럼 하되, 제철 재료를 기본으로 맛과 조리법이 겹치지 않아야 한다. 음식을 내는 순서는 손님을 배려하는 것인 만큼 중요하다. 서양에서는 보통 차가운 음식부터 시작 하지만, 우리 음식 문화는 입을 축이면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국물 요리가 좋고, 계절을 고려해 따뜻한 것을 낸다.

코스1
청포묵새우완자탕

재료(4인분)
청포묵 200g, 새우살 100g, 미나리 4줄기, 달걀지단・소금 약간씩
새우살 양념 달걀흰자 1큰술, 청주・녹말 1작은술씩, 소금 1/5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국물 쇠고기 육수 2컵, 국간장 1작은술, 소금 1/2~1/3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청포묵은 가로세로 2cm, 두께 1cm로 썰고, 새우살은 엷은 소금물에 씻어서 물기를 걷고 다진다.
2 새우살에 청주, 후춧가루, 소금을 넣어 간한 다음 녹말, 달걀흰자를 넣고 끈기가 나게 젓는다. 한꺼번에 믹서에 넣고 갈아도 된다.
3 미나리는 1cm 길이로 썬다.
4 냄비에 육수를 붓고 끓으면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한 후 후춧가루를 넣는다.
5 ④에 ②의 새우살을 숟가락으로 똑똑 떠서 넣은 후 청포묵을 넣어서 끓이다가 마지막에 미나리를 넣고 불을 끈다. 그릇에 담은 뒤 달걀지단을 올린다.

코스2
홍시 소스 죽순채

재료(4인분) 죽순(통조림) 160g, 새송이버섯・숙주 80g씩, 미나리 50g, 소금・참기름 약간씩
버섯 양념 진간장 11/2작은술, 설탕 1작은술, 다진 파 1/2작은술, 다진 마늘・참기름 1/3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홍시 소스 체에 내린 홍시 1/2컵 , 식초 11/2큰술, 꿀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만들기 1 식초에 꿀과 소금을 넣고 풀어 녹인 다음, 체에 내린 홍시를 넣고 잘 섞는다.
2 죽순은 길이로 반 잘라서 주름 사이에 있는 허연 것을 젓가락으로 긁어낸다. 그런 다음 4cm 길이로 토막 내서 엎어놓고 얇게 썬다. 끓는 물에 슬쩍 데쳐서 찬물에 헹궈 건져 물기를 뺀다.
3 버섯은 채 썰어 분량의 양념을 해 볶아 식힌다.
4 숙주는 머리와 꼬리를 떼고 다듬어 씻어서 4cm 길이로 썰고, 미나리는 잎을 떼고 4cm 길이로 썰어서 각각 데친다. 숙주는 체에 쏟아 그대로 식히고, 미나리는 찬물에 헹궈 물기를 살짝 짠다.
5 숙주와 미나리 섞은 것, 죽순에 각각 소금과 참기름을 넣어 무친다.
6 접시에 둥근 몰드를 놓고 버섯, 숙주와 미나리 섞어 무친 것, 죽순 무친 것을 얹은 뒤 ①의 홍시 소스를 끼얹는다.

“따끈한 국물로 시작해 차가운 요리로 입맛을 돋우고, 따끈한 전 요리로 절기를 느끼게 한다. 메인 코스로 고기 요리를 낸 후에는 바로 후식을 내지 않는다. 김치말이국수나 동치미국수를 서너 입 분량으로 적게 담아내는 것이 손님에 대한 예의며 배려다.”

코스3
녹두빈대떡


재료(4인분) 녹두 2컵(360g), 물 1컵, 배추・숙주・다진 돼지고기 목살 100g,씩, 대파 1대, 양파 50g, 소금 1/2작은술, 식용유・참기름 적당량
전체 양념 다진 마늘 1/2큰술, 참기름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고기 양념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맛술・참기름 1작은술씩, 생강즙 1/2작은술, 소금 1/5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녹두는 물에 담가 6시간 정도 불린 뒤 바락바락 주물러서 남은 껍질을 벗긴다. 물을 볼에 따라낸 후 체로 껍질을 건져내고 계속해서 그 물을 쓴다. 그래야 껍질이 잘 벗겨진다.
2 ①의 녹두 껍질이 완전히 벗겨지면 물에 헹궈 건져 물기를 빼고 믹서에 담아 물을 부어서 굵게 간다.
3 배추는 데쳐서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고 송송 썰어 다시 한 번 물기를 짠다.
4 숙주와 대파는 송송 썰고, 양파는 채 썰어 1cm 길이로 썬다.
5 ③과 ④는 전체 양념으로, 돼지고기는 고기 양념으로 각각 조물조물 무친다.
6 ②의 녹두 간 것에 소금으로 간한 다음 4분의 1을 덜어서 ⑤의 재료를 4분의 1 넣고 섞어 1인분씩 반죽을 만든다.
7 팬을 달궈 식용유와 참기름을 섞어서 두르고 ⑥의 반죽을 지름 8cm 크기로 도톰하게 얹은 뒤 중간 불에서 은근히 지진다. 가장자리가 바삭해지는 느낌이 들면 뒤집어서 굽는다. 이때 뒤집개로 꾹꾹 누르지 않는다.

코스4
갈비찜


재료(4인분) 갈비 800g, 무 400g, 대파 잎 2대분, 양파 1개, 마늘 6쪽, 통후추 1작은술, 월계수 잎 2장, 수삼 뿌리 10g, 대추・밤 8개씩, 표고버섯 4개, 볶은 은행 8알, 진간장 31/2큰술, 후춧가루 1/2작은술, 참기름・꿀 1큰술씩
과일즙 배・양파 1/2개씩, 파인애플 1쪽, 마늘 6~10쪽, 대파 1대
만들기 1 갈비는 고깃결과 반대 방향으로 칼집을 두세 군데 내고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서 핏물을 뺀 후 냄비에 넣고 물을 잠길 정도로 부어서 끓인다.
2 ①의 국물이 끓어오르면 국물을 쏟아버리고 갈비만 씻는다. 무는 8등분한다.
3 찜솥에 ②와 대파 잎, 양파, 마늘, 통후추, 월계수 잎, 수삼 뿌리를 넣고 물을 잠길정도로 부어서 끓으면 거품을 걷어내고 센 불에서 30분 정도 삶는다.
4 갈비는 건지고 국물은 젖은 면포를 깐 체에 밭는다. 이때 무는 건져둔다.
5 믹서에 배, 양파, 파인애플, 마늘, 대파를 넣고 갈아서 면포로 즙을 짠다.
6 냄비에 ④의 갈비와 육수 4컵, ⑤의 과일즙을 넣고 20분쯤 끓인다.
7 대추는 돌려 깎아 씨를 발라내고, 밤은 속껍질까지 말끔히 벗긴다. 표고버섯은 갓에 칼집을 넣어 꽃 모양을 내고 큰 것은 반으로 썬다.
8 ⑥에 ⑦의 재료와 ④의 무를 넣고 진간장, 후춧가루로 간해 15분 정도 끓인다. 마지막에 참기름과 꿀을 넣고 섞는다.
9 찜기에 ⑧의 갈비와 무, 밤, 대추를 담고 볶은 은행을 얹는다.

“유기는 겨울엔 따뜻하게, 여름엔 시원하게 온도를 유지해 음식 맛을 살려준다. 관리가 어렵고 가격도 만만찮은 유기가 부담스럽다면 코스 메뉴 중 메인 요리에만 사용하는데, 갈비찜을 담아내기에 더없이 좋다. 요즘은 손자국이 쉽게 남지 않고 관리하기 쉬운 현대적 유기도 있으니 참고한다.”

코스5
유자단자

재료(20개분) 찹쌀가루 2컵, 유자차 건더기・유자청 4큰술씩, 잣가루 적당량
만들기 1 유자차 건더기는 곱게 다진다.
2 찹쌀가루에 ①의 유자차 건더기와 유자청을 넣고 싹싹 비벼 섞은 다음 대충 뭉친다. 수분이 부족하면 끓는 물을 약간 부어 반죽한 후 둥글납작하게 반대기를 만든다.
3 찜통에 젖은 면포를 깔고 ②의 반죽을 얹어서 25~30분 정도 찐다.
4 ③을 큰 볼에 담고 방망이로 꽈리가 일도록 치댄다. 5 배트에 꿀을 바르고 ④의 떡을 평평하게 편 다음, 위에 꿀을 바르고 식혀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잣가루를 묻힌다.

“예전에는 후식이 중요하지 않았지만 계절감을 제일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마지막 디저트 코스다. 흔히 12월에 유자차를 담그기 때문에 건더기와 유자청으로 유자단자를 만들기에 좋다. 그날의 후식을 포장해 초대한 이에게 선물로 들려준다면 금상첨화다.”

새해에 선물하기 좋은 단자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나 친지를 위해서는 물론이려니와 음식 선물로 좋은 것이 단자다. 인절미와 비슷하지만 찹쌀을 알곡으로 찌지 않고 가루를 내어 찐다는 점이 다른 단자는 경단과도 모양은 비슷하지만 만드는 법이 약간 다르다. 단자는 찹쌀가루에 부재료를 섞어서 물을 약간만 넣고 쪄낸 다음 꽈리가 일도록 방망이로 쳐서 공기를 빼내 더욱 쫄깃하다. 만드는 데 공이 많이 들지만 그만큼 맛이 좋아 새해 음식 선물로도 더없이 좋은 것. 예전에는 고임떡의 웃기로 장식하던 떡으로, 모양도 맛도 기품이 있다. 다과상이나 교자상에 차와 함께 내기에도 적합하다. 단자에 섞는 재료는 가루로 만들거나 곱게 다지는데, 코스의 마지막 후식으로 소개한 유자단자는 잣가루를 묻힌다. 그 밖에 겨울인 만큼 조선 말기의 조리서 <시의전서>에 소개한 별미 단자인 건시단자와 밤단자도 좋다.

정성을 더하는 음식 포장법
한껏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게 더 매력적인 법이다. 음식이라고 다르지 않다. 버젓이 다 보이면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보일 듯 말 듯한 가림의 미학은 음식 선물 포장에도 적용된다. 작은 배려지만 합에 유자단자를 가지런히 넣고 한지나 종이를 얌전히 올린 후 뚜껑을 닫는 것에도 정성이 드러난다. 양은 주변 사람과 먹고 즐길정도가 적당하다. 포장은 하는 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받는 이를 위한 것인 만큼 스카치테이프나 핀 등의 사용을 자제해 포장을 뜯는 데 번거로운 과정을 줄이는 것도 예의다. 패브릭이나 부드러운 질감의 한지가 음식 포장에 좋은 이유인 것. 포장법은 어렵지 않다. 합을 한지 위에 올리고 위아래로 감싸 접었을 때 종이 끝이 합과 길이가 맞도록 길게 자른 후 양끝을 상자 포장하듯 안으로 접어 감싸듯이 깔끔하게 넣는다. 실끈으로 묶은 후 끝에 매듭을 만들면 올이 풀리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꽃을 장식하면 품격이 더해지는데, 꽃은 손님상에 센터피스로 올린 것을 사용해도 좋다. 이때 꽃줄기 끝을 사선으로 잘라 물에 적신 키친타월로 감싼 후 비닐로 다시 한 번 감싸 실끈으로 동여매면 꽃이 쉽게 시들지 않는다. 이렇게 준비한 꽃을 선물 포장한 실끈 위에 올려 다시 한 번 묶으면 귀하게 만든 음식 포장으로 손색이 없다.

노영희 씨가 직접 만들고 정성스럽게 포장한 유자단자는 감사 편지와 함께 그의 10년 지기이자 국내 디자인계의 어른인 디자인포커스 구정순 대표에게 선물했다.


요리와 스타일링 노영희(스튜디오 푸디) 캘리그래피 정선희 참고 도서 <우리 음식 백 가지>(현암사)

 

진행 신민주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