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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의 맛 팥 맛의 재발견
젊은 세대에게 인기 없던 팥이 빙수 열풍에 힘입어 최근 재조명받고 있다. 덕분에 요즘은 단팥죽 한 그릇을 쉬이 접할 수 있지만, 사실 시간과 정성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음식이 팥죽이요, 팥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12월 22일 동지冬至. 옛사람들이 ‘작은 설’로 여기며 팥죽에 새알심을 나이만큼 넣어 이웃과 나누어 먹었듯, 여럿이 함께 즐기기 좋은 팥으로 만든 음식을 소개한다. 영양도 풍부할뿐더러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식재료 중 하나이니 올해 연말 파티 메뉴로도 더없이 좋다.



옛 것 과 새 것

팥죽과 단팥죽

우리 조상들은 동지에 팥죽을 쑤어 먹지 않으면 쉬이 늙고 잔병이 생긴다는 속신에 따라 팥죽을 쑤어 동지 고사를 지내고, 집 안 곳곳에 두었다가 식은 후에야 식구들이 모여서 먹었다. 이런 토속 신앙 때문이 아니더라도 팥이 액운을 물리친다는 이야기에 수긍할 만큼 영양소가 풍부한 식재료가 팥이다.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이라면 열 일 제쳐두고 먼 길 마다하지 않는 요즘 사람들이니 팥 활용 요리가 때 아닌 인기를 누리는 것 또한 알고 보면 별스럽지 않다. 한데 요즘 인기인 단팥죽은 동짓날 동치미를 곁들여 먹던 팥죽과는 농도부터 다르다. 옛날식 팥죽은 멥쌀을 불려 넣고 푹 퍼지게 끓여 주걱으로 뜨면 쌀알째 뚝뚝 떨어지지만, 단팥죽은 찹쌀가루를 넣고 곱게 쑤어 후루룩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다. 옛날식 팥죽은 식도 맛있는 반면, 단팥죽은 뜨끈할 때 먹어야 제 맛이며, 동치미와 어울리지 않는 것도 팥죽과 다르다. 하지만 팥죽이든 단팥죽이든 한 그릇 끓이는 데 들어가는 정성은 매한가지다. 먹는 사람에게 항상 좋은 일만 있길 바라며 만든 음식이니 기나긴 동짓날 저녁, 입맛에 맞는 팥죽으로 동지 파티를 여는 것도 뜻깊을 것이다.


1 단팥죽
재료(4인분) 팥 1컵(170g 정도), 찹쌀가루 1컵(물 1컵), 밤 4개, 물 12컵, 소금 1작은술, 꿀 적당량 새알심 찹쌀가루 1컵, 끓는 물 3큰술
만들기
1 팥은 씻어서 물을 넉넉히 붓고 우르르 끓인다. 끓으면 물을 따라 버리고 다시 새 물을 12컵 부어서 1시간 30분 정도 삶는다.
2 밤은 껍질을 벗기고 삶는다.
3 찹쌀가루에 끓는 물을 부어서 반죽해 지름 1cm 크기의 새알심을 만들어 끓는 물에 넣고 삶는다. 위로 둥둥 떠오르면 바로 건져서 찬물에 담가 식힌다.
4 ①의 팥을 믹서에 갈아서 고운체에 내린 뒤 다시 냄비에 붓는다(7컵). 여기에 찹쌀가루를 물 1컵에 풀어서 넣고 저으면서 중약불에서 20분 정도 끓이면서 뜸을 들인다.
5 ④의 팥죽에 소금으로 간한 뒤 새알심과 밤을 넣고 한소끔 끓인 다음 그릇에 담는다. 기호에 따라 꿀을 넣어 단맛을 더한다.


2 팥죽
재료(4인분) 팥・쌀 1컵씩, 물 16컵, 소금 1큰술
만들기
1 쌀은 씻어서 미지근한 물에 담가 4시간 정도 불린다.
2 팥은 씻어서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우르르 끓인다. 끓으면 물을 따라 버리고 다시 새 물 16컵을 부어서 1시간 30분 정도 삶는다.
3 ②의 푹 무른 팥을 고운체에 부어 주걱으로 으깨서 내린 뒤 잠시 그대로 두어 앙금을 가라앉힌다.
4 냄비에 ③의 웃물만 따라내 붓고 끓이다가 ①의 불린 쌀을 넣고 저으면서 끓인다. 쌀알이 푹 퍼지면 ③의 가라앉은 팥 앙금을 넣고 20분 정도 끓이면서 뜸을 들인 다음 소금으로 간한다.



삶 아 서 통 으 로
완전한 팥밥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옛사람들은 매달 초하루와 보름날을 ‘팥밥날’로 정했다고 한다. 쌀밥이 주식인 한국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B₁영양소가 가장 많이 함유된 팥밥에는 선조의 지혜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팥은 명실공히 영양의 보고다. 팥에는 탄수화물이 50%, 단백질이 20%, 다양한 비타민과 무기질,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비만과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팥에 많이 포함된 안토시아닌 성분은 혈관에 침전물이 생기는 것을 막아 심장 질환과 뇌졸중 발병 위험을 줄여주고, 항산화 효과로 노화를 방지한다. 또 한 가지, 팥밥은 물론 팥 요리를 할 때는 삶은 물도 버리지 말 것. 팥에 들어 있는 사포닌 덕분에 이 물로 세안하면 피부 보습에도 도움이 된다.


팥 밥
재료(4인분) 팥 1/2컵, 쌀・찹쌀 1컵씩, 물 8컵, 소금 1/2큰술
만들기
1
팥은 씻어서 냄비에 담고 물을 넉넉히 부어 끓인다. 우르르 끓으면 물을 따라내고 다시 물 8컵을 붓고 50분 정도 삶는다.
2 쌀과 찹쌀은 섞어서 씻은 후 30분 정도 물에 불린다.
3 냄비에 ②의 쌀과 찹쌀을 안치고 ①의 팥과 팥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 우르르 끓으면 불을 줄이고 뜸을 들인 후 소금을 넣어 섞는다.



통 으 로 , 앙 금 으 로
달콤한 후식

판나코타panna cotta는 이탈리아어로 ‘요리한 크림’이라는 뜻. 크림, 우유, 설탕을 한데 뒤섞고 젤라틴을 녹여 넣어 냉장고에서 굳힌 뒤 보통 후식으로 시원하게 먹는다. 여기에 팥을 넣으면 부드러운 크림에 담백하게 씹히는 팥의 풍미가 일품이라 요즘은 카페에서도 야심 찬 디저트로 종종 선보인다. 이처럼 숟가락으로 뚝뚝 떠서 먹는 우리 향토 음식 중에는 개성경단이 있다. 언뜻 죽 같기도 해 물경단이라고도 하는데, 팥 앙금을 내 꿀과 걸쭉하게 섞은 뒤 새알심을 띄워 먹는다. 팥 앙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지만, 이런 노고 끝에야 맛볼 수 있기에 더욱 귀하다.


1 단팥 판나코타
재료(6~8인분) 팥 2/3컵, 판 젤라틴 8g, 우유 150ml, 설탕 100g, 바닐라빈 4cm, 생크림 1컵, 물 6컵
만들기
1 팥은 씻어서 물을 넉넉히 부어 끓인다. 끓으면 물을 따라 버리고 다시 새 물 6컵을 부어서 1시간 정도 삶아 체에 밭쳐 팥만 따로 담아둔다.
2 판 젤라틴은 찬물에 10분 정도 담가 불린다.
3 우유에 설탕과 바닐라빈을 넣고 뜨겁게 데워 설탕을 완전히 녹인 다음, ②의 불린 젤라틴의 물기를 꼭 짜서 넣고 저어서 녹인다.
4 ③에 생크림과 ①의 팥을 넣어 섞은 후 그릇에 부어서 냉장고에 넣고 2시간 정도 굳힌다.

2 개성경단
재료(4인분) 팥 1컵, 찹쌀가루 2컵, 꿀 4큰술, 물 12컵, 끓는 물 5큰술, 소금 약간
만들기
1 팥에 물 12컵을 부어 1시간 30분 정도 푹 삶아 고운체에 으깨거나 믹서에 갈아 고운체에 내려 그대로 앙금을 가라앉힌다.
2 찹쌀가루에 끓는 물을 부어 익반죽해 지름 1.5cm 크기로 동그랗게 경단을 만들어 삶은 후 찬물에 담가 식힌다.
3 ①에서 웃물을 따라내고 남은 팥 앙금에 꿀과 소금을 넣어 걸쭉하게 섞는다.
4 그릇에 ②의 경단을 담고 그 위에 ③의 팥 앙금을 얹는다.



빻 아 서 고 물 로
친근한 팥시루떡
시루떡은 예부터 철마다 이웃과 나누던 가장 친근한 떡이다. 붉은팥 시루떡은 고사를 지낼 때나 이사한 다음 이웃에 돌리는 떡으로, 지금까지도 그 풍습이 남아 있다. 시루떡을 만들려면 떡가루와 고물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떡가루로 멥쌀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어 쓴다. 멥쌀가루로만 만들면 찰기가 없어 쪘을 때 퍽퍽하고 잘 부서지기 때문. 무엇보다 시루떡을 만들려면 시루가 필요한데, 떡 전문가 동병상련 대표 박경미 씨는 “요즘 도자기 시루, 질 시루, 스테인리스 찜기까지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지만, 시루는 구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집에서 제맛을 내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가장 좋은 대안은 대나무 찜통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팥 시루떡
재료(20cm 대나무 찜통 1개분) 멥쌀가루 31/2컵, 찹쌀가루 1/2컵, 꿀 1/4컵 팥고물 팥 1컵, 설탕 3~4큰술, 물 7컵, 소금 1/2작은술
*쌀가루가 말랐을 때는 수분을 약간 보충해야 한다. 가볍게 뭉쳐봐서 쉽게 부서지면 수분이 부족한 상태.
만들기
1
팥은 깨끗이 씻어 물을 넉넉히 붓고 끓인다. 우르르 끓으면 물을 따라내고 다시 새 물 7컵을 부어 1시간 정도 삶는다. 팥이 익으면 남은 물은 따라내고 센 불에서 수분을 날려보낸 다음 쟁반에 쏟아서 뜨거울 때 설탕과 소금으로 간한 뒤 대강 빻는다.
2 멥쌀가루와 찹쌀가루를 합해 꿀을 넣고 손으로 싹싹 비벼가며 섞은 뒤 체에 두 번 내린다.
3 찜통에 젖은 면포를 깔고 팥고물, 쌀가루, 팥고물, 쌀가루, 팥고물 순으로 평평하게 엊은 뒤 뚜껑을 덮는다. 김이 오른 찜통에 올려 25~30분 정도 찐 다음 접시에 거꾸로 엎어 쏟고 면포를 떼어낸다.



으 깨 서 부 드 럽 게
돋보이는 별미 간식

팥을 삶아서 뜨거울 때 으깬 뒤 꿀, 설탕, 생크림, 소금 등을 섞어 스프레드처럼 만들면 디저트나 별미 간식으로 활용하기 좋다. 팥 분량의 3~4배에 해당하는 물을 부어 팔팔 끓이다가 불을 끄고 10분 정도 후에 물을 버리는데,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할수록 팥의 쓴맛이 사라진다. 다시 새 물을 부어 팥이 완전히 익을 때까지 중간 불에서 삶고, 알갱이는 믹서에 가는 것보다 고운체에 내리는 것이 좋다. 믹서에 갈면 껍질까지 갈려서 질감이 거칠어지기 때문이다.


1 팥 춘권 말이튀김
재료(4인분) 팥 1/2컵, 춘권피 20장, 설탕 2큰술, 생크림 1/4컵, 물 5컵, 소금 약간, 튀김용 기름 적당량
만들기
1 팥은 씻어서 물을 넉넉히 붓고 삶아서 끓인 물을 따라 버린 다음 다시 새 물 5컵을 붓고 1시간 20분 정도 삶아서 체에 밭쳐 팥만 따로 담아둔다.
2 ①의 팥이 뜨거울 때 으깬 다음 설탕, 생크림, 소금을 넣고 섞는다. 춘권피에 길게 올리고 돌돌 말아서 양 끝을 붙인다.
3 속이 깊은 팬에 기름을 부어 달군 다음 ②를 넣어 노릇하게 튀긴다.

2 단팥 누룽지 카나페
재료(4인분) 팥 1/2컵, 꿀 2큰술, 설탕 1큰술, 찹쌀 누룽지 8쪽, 물 5컵, 소금 약간, 튀김용 기름 적당량
만들기
1
팥은 씻어서 물을 넉넉히 붓고 삶아서 끓인 물을 따라낸 다음 다시 새 물 5컵을 붓고1시간 20분 정도 삶아서 체에 밭쳐 팥만 따로 담아둔다.
2 ①의 팥이 뜨거울 때 으깬 다음 꿀, 설탕, 소금을 넣고 섞는다.
3 기름에 찹쌀 누룽지를 노릇하게 튀긴 후 ②의 단팥을 얹어 카나페처럼 내거나 찍어 먹는다.


신민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