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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없이 잼을 만들 수 있다?! 슈퍼잼을 만든 슈퍼맨 프레이저 도허티
나이 열다섯에 설탕 없이 과일만으로 잼을 만들어 시판한 기발한 젊은이가 있다. 영국에서 온 용감한 청년 사업가, 스물네 살의 프레이저 도허티를 만났다.


할머니의 주방에서 배운 잼 만들기
영국의 고급 슈퍼마켓 웨이트로즈의 최연소 납품업체 사장, 스무 살에 억대 매출을 달성한 젊은 사업가, 프레이저 도허티Fraser Doherty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이 두 가지 수식어만 들으면 프레이저 도허티는 어딘지 모르게 쌀쌀맞고 콧대 높은 도도한 영국 남자일 것 같았다. 눈앞에 마주하니 서툰 한국어로 “만나서 대박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넨다. 그는 앳되고 개구쟁이 같은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다. 이번 서울 방문에서도 “재미있을 것 같아 호텔 대신 홍대 근처 게스트 하우스에 머문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소 엉뚱하고 남다른 그의 머릿속이 더욱 궁금해졌다.
지난 10월, 슈퍼잼 한국 론칭과 ‘해럴드디자인위크’의 특별 연사로 선정되어 한국을 처음 방문한 프레이저 도허티에게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서울 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했겠다”고 하니, 며칠 전 하루 종일 푸드마켓 투어를 했다며 해맑게 웃는다. “슈퍼잼 성공 이후로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지만, 저는 늘 새로운 곳에 가도 박물관이나 미술관 대신 그 나라의 슈퍼마켓만 찾아요. 그곳이 제게는 가장 즐거운 놀이터지요. 신기한 식재료를 구경하며 영감을 얻어요.”
하루 종일 그의 머릿속에 잼밖에 없는 듯했다. 프레이저 도허티는 열다섯 살 때 할머니에게 잼 만들기를 배웠다. 할머니가 잼을 만드는 모습이 재미있어 보여 그저 옆에서 지켜보다 할머니를 졸라 하루를 꼬박 잼만 만들었다. 유년 시절부터 사업가를 꿈꾸던 그는 ‘잼 사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슈퍼마켓으로 달려가 과일을 사서 주방에만 머물렀다. 처음부터 설탕없이 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꿀도 넣어보고, 과일만으로도 해보고, 여러 가지 주스를 더해보기도 했다고. 그렇게 수천수만 번의 시행착오 끝에 그는 청포도를 끓여 만든 과일 주스와 생과일만으로 ‘슈퍼잼’ 레시피를 완성했다. “베리잼 열두 병을 만들어 부모님에게 다 팔고 돌아오겠다고 큰소리쳤어요. 바구니에 병을 담아 무작정 옆집 문을 두드렸는데, 아무도 없더라고요. 그 옆집 문을 또 두드렸어요. 흔쾌히 제가 만든 모든 잼을 사주었지요. 저의 첫 고객은 이웃인 셈이에요.”
며칠 후 첫 고객을 다시 찾아 잼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 심지어 추가 주문도 했다. 그렇게 입소문이 나 조금씩 찾는 이가 늘어나자, 이제 그는 잼의 브랜드명과 라벨 디자인에 집중했다. 현대 소비자에게는 품질만으로는 선택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마케팅의 필요성을 그 나이에 터득하다니, 과연 사업가로 대성할 운명이었을까. 사업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니던 고등학교마저 그만두고 공장 설비, 투자자 등을 찾아 영국 전역을 돌아다녔다. 10대 소년이 하는 잼 사업이라니, 다들 반신반의하며 거절했다. 그때가 사업을 시작한 뒤 가장 큰 위기였다.
그런 그를 버티게 한 힘은 부모님의 응원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라며 힘을 실어주셨다. 그 덕분에 잼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껏 달려올 수 있었다.

슈퍼잼의 성공 비결은 다름 아닌 스토리 2007년 3월, 열여덟 살 나이에 그는 웨이트로즈에 입점한 최연소 사장님이 되었다. 입점하던 첫날부터 1천5백 병이나 팔리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웨이트로즈 입점을 시작으로 영국 내 2천여 곳의 슈퍼마켓에 슈퍼잼이 당당히 자리하게 되었고 호주, 러시아, 북유럽 등 세계 시장에도 진출했다. 젊은 청년 사업가가 만든 잼이 매년 1백만 병 이상 팔려나가니 세계 언론이 주목한 것도 당연한 일. 일본에서는 그의 성공 스토리를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하기도 했으며, 그의 슈퍼잼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은 영어, 일어, 중국어, 한국어판으로도 발간되어 7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 <슈퍼잼 스토리>라는 제목의 이 책은 한국에서는 최근 개정판이 발행되며 승승장구 중이다. 이제 그는 세계 전역을 여행하며 슈퍼잼 스토리를 알리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일이 바로 슈퍼잼 만들기 시연이다. 그를 만난 날에도 논현동의 베이킹 스튜오 ‘슈크레’에서 두 가지 잼 만들기 시연을 했다. 이렇게 쉽게 제품 레시피를 공개해도 되느냐고 물으니, 슈퍼잼은 누구나 만들기 쉽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저는 아무도 만들지 못하는 것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과정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기상천외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남들이 하지 않은 생각을 먼저 했을 뿐이지요. 사람들이 슈퍼잼에 열광하는 것은 설탕 등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건강 잼인 이유도 있지만, 슈퍼잼과 저의 스토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영감과 자신감을 얻는 것이지요.”
그에게 잼이 특별한 이유는 자신의 반평생을 투자한 열정의 산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상을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노인복지시설 등을 다니며 티 파티 같은 자선 활동에도 열심이다. 소외된 이들을 찾아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즐거운 시간을 선물하는 것. 자서전 판매 수익과 슈퍼잼 판매 수익의 일부가 바로 이 자선사업에 쓰인다. 그는 ‘세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윤택한 삶을 만드는 것’이 다음 꿈이라고 한다. “인생은 짧잖아요. 모험을 계속해나가며 재미있게 어우러지며 살아야지요.” 인생이 짧다고 말하는 이 청년의 다음 목표는 ‘슈퍼허니’ 출시다. 양봉을 하며 세상에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맛있는 꿀도 선보이겠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가 만든 잼이 병에 들어가도 될 만큼 식었다. 이날 함께한 ‘슈크레’ 대표 공은숙 씨가 “과일의 질감이 살아있으면서도 많이 달지 않아 정말 맛있다”며 극찬한 그의 잼을 맛보기 전, 그에게 슈퍼잼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법을 물었다.
“저는 스콘에 클로티드 크림을 바르고 그 위에 슈퍼잼을 듬뿍 발라 먹는 것을 제일 좋아해요. 식빵이나 바게트, 케이크, 푸딩, 요구르트 등 어떤 것과도 잘 어울립니다. 저는 가끔 잼을 그냥 퍼먹기도 한답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젊은 잼 보이, 프레이저 도허티가 다음에 들고 올 슈퍼 아이템이 진심으로 기다려진다.

라즈베리&크랜베리 슈퍼잼

재료
(6~8병 분량) 청포도 주스 3L, 라즈베리 700g, 크랜베리 250g, 레몬주스 1큰술, 펙틴 150ml

만들기
1 청포도 주스를 냄비에 붓고 중간 불로 30분 정도 끓인다. 포도즙이 1/4 정도로 졸아들면 불을 끄고 식힌다.
2 과일을 깨끗이 씻은 뒤 레몬주스를 뿌린다. 달군 팬에 과일을 넣어 약한 불에서 20분간 끓인다.
3 과일이 부드러워지면 ①의 청포도 주스를 넣어 중간 불에서 끓인다. 잼이 끓기 시작하면 5분 정도 두었다가 잼이 잘 뭉쳐지는지 확인한다. 끓어넘치지 않도록 계속 젓는다.
4 손으로 만져보아 끈끈하게 뭉쳐지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 펙틴을 넣고 조금 더 끓인다.
5 잼을 한 국자 정도 떠서 얼음물에 넣어 뭉쳐지는지 확인한 뒤 병에 넣고 마개를 꼭 닫는다.

취재 협조 슈퍼잼 코리아(070-4388-1908) 

글 박유주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